2025.12.16 (화)

  • 구름많음동두천 3.7℃
  • 흐림강릉 7.7℃
  • 서울 4.4℃
  • 구름많음대전 8.7℃
  • 흐림대구 6.8℃
  • 흐림울산 9.5℃
  • 흐림광주 9.1℃
  • 흐림부산 9.8℃
  • 흐림고창 9.7℃
  • 맑음제주 14.3℃
  • 구름많음강화 3.7℃
  • 흐림보은 5.4℃
  • 흐림금산 8.4℃
  • 구름많음강진군 9.7℃
  • 흐림경주시 6.6℃
  • 흐림거제 9.0℃
기상청 제공

[김윤주의 책상풍경 세상풍경] 외국인 유학생 전담학부의 성공 조건

 

‘유학생 30만 명 시대’를 선언하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는 교육 국제화 역량을 제고하고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국가 전략 중 하나이다. 교육부는 유학생 유치를 위한 학사 유연화 방안의 하나로 대학 정원과 무관하게 외국인 유학생만으로 학과 및 학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였다. 이에 국내 대학들은 외국인 전담학부를 신설하며 유학생 유치 기반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유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대학의 국제화 지표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체 대학의 유학생 수는 이미 25만 명을 넘어섰고, 그중 외국인 전담학부 입학생은 4518명에 이른다. 외국인 전담학과는 2024학년도 107개에서 2026학년도 335개로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생의 양적 증가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고 이제는 정책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교육의 질과 학업 성취가 뒷받침되지 않는 국제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대학 현장에서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질문은 '유학생들이 전공 교육을 통해 실제로 성장하고 있는가'이다.

 

대학별로 학사 구조를 변경하고 외국인 전담학부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체제들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진과 유학생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에 진입한 유학생들은 전공 교재 읽기, 보고서 작성, 발표와 토론, 각종 시험과 평가에 필요한 학문적 언어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입학 전이나 1학년 시기에 제공되는 일반 한국어 교육, 전공 진입을 위한 학문 목적 한국어 교육만으로는 본격적인 전공 영역 학문 수행에 필요한 언어 능력 및 학업 역량을 함양하기 어렵다. 그 결과 학습 부담은 누적되고, 이는 학업 성취 저하와 중도 탈락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적응력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전담학부가 교육 조직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전공 연계 언어교육 체계를 제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공 연계 언어교육이란 특정 전공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필수 용어와 개념, 주요 과제, 언어 기능, 평가 등에 필요한 언어를 단계적으로 지원하여 전공 학업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역량 교육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공별, 학년별 언어 요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전공 교수에게 언어교육까지 책임지게 할 수는 없으며, 언어교육 담당자가 모든 전공의 학문적 특성을 포괄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다. 대학 본부 및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담 인력과 조직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전담학부의 성과는 유학생의 양적 증가 측면뿐 아니라 학업 성취와 졸업 후 진로 및 취업 등의 질적 성과로 평가되어야 한다. 유학생의 학업 실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 시스템의 책임이며, 이는 곧 대학 및 국가의 유학생 정책 신뢰도와도 직결된다. 유학생을 단순한 재정 자원이나 통계 지표로만 접근하는 국제화는 한계가 분명하다. 전공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수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조직적으로 구축하여 횡적으로나 종적으로 세밀한 관리 시스템이 작동할 때, 대학의 국제화는 비로소 지속가능한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