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詩와 함께 하는 오늘]멸가치 인생
멸가치 인생 /김승기 누구 하나 따뜻한 눈길 보내주지 않아도 별 가치 없는 존재, 결코 아니에요 맛깔스런 봄나물로 반짝였던 날들 맵차게 그리워도 잊혀진 옛날 전혀 슬프지 않아요 당신만이라도 꼭 기억해줘요 빛이 바래갈수록 다시 크게 쌈을 싸 봐요 널따란 생이파리 하나만으로도 데치고 무치고 볶지 않아도 나물이 되는 우리 사랑 감싸 안을 존재의 이유 여전히 충분하다는 걸, 증명해 줄 거예요 잎이 무성한 여름 지나갈 때면, 보석처럼 빛나는 자신만의 색깔로 향기로 꽃필 거예요 저기 반투명 유리벽 너머 금고에 쌓아둔 지갑 속 행복한 신용카드 맑아졌다 흐려지고 흐려졌다 맑아지고, 우리 사랑놀이처럼 시소를 타고 있어요 한도 초과 않도록 어루만져줘요 그래야 가을에 열매도 예뻐져요 당신의 하얀 손수건으로 밤하늘을 닦아줘요 별 쏟아져 내리고 꽃이 돋아 올라 어두운 숲속을 팡팡 폭죽으로 터질 거예요 ■ 김승기 1956년 강원도 속초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해 계간 『詩마을』로 등단했으며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있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그냥 꽃이면 된다』외 6권의 저서가 있으며 세계한민족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