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도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돌아보니 우리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산업의 위기와 저널리즘의 도전은 계속됐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언론 역시 올해는 인공지능(AI)으로 시작해 AI로 끝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산업과 저널리즘에서 다른 중요한 이슈와 현상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AI가 이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삼켜 버렸다. 언론을 변화시킬 AI에 대한 관심과 집중은 이해되지만 너무 과도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지금으로서는 향후 몇 년 동안 우리 언론에 대한 화두는 AI가 중심을 이룰 것이 분명하다. 이로써 정작 다뤄야 할 그 무엇을 계속 놓쳐 우리 언론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올해 우리 언론산업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여러 경영 관련 지표가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오르며 잠시 개선되는 것처럼 보였던 착시 효과가 사라졌다. 언론매체의 이용률은 팬데믹 이전 하락 추세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 광고 수익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그 기울기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언론산업의
최근 찾아보는 정보와 이슈는 거의 대부분 한 가지로 수렴된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언론 분야도 마찬가지다. AI가 저널리즘 도구로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부터 AI에게 위협받는 언론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까지 다양한 얘기가 펼쳐지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 정확하게는 웹이 언론에 가져다준 변화보다 더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전 변화가 뉴스 유통에 집중돼 있다면, 이번은 뉴스 생산이다. 언론사의 생존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언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AI는 벌써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AI로 만든 콘텐츠로 인한 오보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AI 이용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AI를 온전히 도구로 활용해 생산한 뉴스도 안심할 수 없다. 개발 단계에서 개발자가 의식하지 못했던 또는 걸러내지 못했던 편향이나 차별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 AI가 정확하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만들어내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폐해가 크다.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수준의 AI에서 인간이 검증
언론 위기가 일상화된 현재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에 이은 제4부로서 이들 3권에 대한 감시 역할이 소홀하다는 비판은 표현과 강도만 달리할 뿐 언제나 들린다. 광고 등을 통한 경제 권력의 직간접적인 통제를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는 지적도 잦다. 시민이 필요한 뉴스보다는 언론이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려는 뉴스가 더 많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러한 언론 위기의 일상화는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한계를 보여준다. 공적 역할이 강조되는 언론사도 실은 하나의 기업이다. 기업은 영업행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지속 가능하다. 언론사 역시 일정한 수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수익 창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지위는 특별하다.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사익을 추구해야 한다. 대부분 자본주의 기업에서 공익 실현은 명목적으로 내세우는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언론사는 내외부에서 모두 공익 실현을 강조한다.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최종 목표는 공익 실현이다. 시민들은 언론사를 공적 기구로 보고 이들의 영업행위, 즉 뉴스 생산과 유통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 언론사에게 높은 수준의 책임성과 윤리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업으로서 언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과 늘 함께 한다. 스마트폰 기상 알림으로 하루를 시작해 종일을 함께 한다.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필수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콘텐츠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제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한 개인의 거의 모든 정보가 스마트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두뇌가 해야 할 일의 많은 부분을 스마트폰에 빚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챙기지 않았을 때나 분실했을 때의 불편함을 넘은 황망함과 불안함, 그리고 다시 손에 쥐었을 때의 안도를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이 때 우리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몇 달 전 지인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마트폰을 통해 검색을 하지 않았던 정보나 광고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경험은 나에게도 있었다. 당시 착각일 수 있다는 생각에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러한 의구심이 현실이 되는 증거가 세상에 들러났다. 현지시각 지난 2일 영국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의해서다. 이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마케팅 파트너인 콕스미디어그룹의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유출됐다. 여기에는 액티브 리스닝(Active-Listening) 소
언론 보도의 많은 부분이 현재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지만, 근미래를 전망하는 보도도 적지 않다. 언론의 근미래 전망은 대부분 현실에 근거하기에 높은 확률로 실현된다. 최근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변화시킬 근미래를 제시하기 바쁘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해 개인 삶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조직 운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산업 구조는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 등이 매일 지면과 화면을 덮고 있다. 인공지능 이전에도 유사한 언론 보도 패턴은 늘 존재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얘기한 때가 엊그제다. 그전에는 인터넷, 이보다 전에는 컴퓨터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이들 보도 당시에도 개인 삶, 조직 운영, 산업 구조 변화를 전망했다. 근미래에 대한 사회 전반의 대응을 강조해 온 언론은 자신의 변화와 대응에 뒤처져 오늘날까지 이른다. 아이러니다. 다가올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말해온 언론이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각종 데이터와 전문가 의견을 빌려 제시한 언론이다. 하지만 정작 언론인, 언론사, 언론산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변화에 둔감했으며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가 오늘날 전면적으로 나타나
현재 디지털 기술 관련 최대 화두는 단연 생성AI다. 생성AI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오픈AI의 챗GPT가 본격적으로 서비스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만들어진 정보가 어색하고 불완전했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는 우울한 기계문명이 그렇게 쉽사리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 안도했다. 바로 확인되는 잘못된 정보나 허위정보를 만들어내는 생성AI에 대한 조롱도 적지 않았다. 이제는 다르다. 그 사이 기술의 발전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이었다. 최근 생성AI는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생산성을 훨씬 뛰어넘는다. 콘텐츠 창작의 개념과 과정마저 바꾸고 있다. 생성AI로 인해 사라질 업무와 직업이 무엇인지 꼽는 일이 많아졌다.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나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진다. 한국은 글로벌 빅테크보다 자국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이 높은 몇 안 되는 국가다. 디지털 갈라파고스라고 일컬어지는 옆 나라 일본과는 달리, 글로벌 빅테크와 지속적이고 치열한 경쟁에서 이뤄낸 성과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플랫폼 및 서비스에서 자국 빅테크의 점유율이 높다. 워드프로세서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은 의미 있는 이용율을 보인다. 이에 대해 글로벌 표준이 아니라는 비판이 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확하게는 가
모든 기업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추구한다.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언론사는 특히 공익을 강조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대리하기에 언론의 자유를 누리며 사익 추구의 정당성을 갖는다. 제4부로서 언론사는 공익을 우선해야 하지만, 기업으로서 언론사는 적절한 수익이 필요하다. 언론사의 존재 이유인 공익과 존재 근거인 사익 사이에는 항상 딜레마가 있다. 저널리즘 가치가 강조되는 지점은 대부분 공익이다. 이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매년 우리나라 언론산업 규모를 조사한다. 2023년 발표에서 2022년 기준 종이신문, 인터넷신문, 방송, 뉴스통신을 포함하는 언론산업의 사업체는 5774개로 파악됐다. 종사자는 63,475명, 이중 기자는 3만 7435명이었다. 매출액은 10조 7138억 원이었다. 여기에서 각각 종이신문은 3조 6703억 원, 인터넷신문은 8319억 원, 방송은 5조 8877억 원, 뉴스통신은 3238억 원으로 확인됐다.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 보자. 2017년 언론산업 사업체는 4296개에 불과했다. 5년 동안의 극적 변화는 인터넷신문이 추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