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년 만의 일이다. 이라크 파병 기간 연장을 놓고 전원회의가 개최된 이후 처음인 것이다. 이번 전원회의의 주제는 선거제 개편 문제다. 그런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난데없이 국회의원 정수를 30명 줄이자는 제안을 들고나왔다. 이런 제안을 하게 된 이유는, 국민 대다수가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실언 시리즈”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런 제안을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국민의 수는 17만 명이어서, OECD 국가들의 지역 대표성 평균을 두 배 넘게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원 주장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우리 국민들이 무조건 국회의원 증원을 반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특권을 가진 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증원안을 들고나온 것과 현재 국민의힘의 감원 주장을 비교할 때, 얼핏 반대 방향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쪽은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고 하고, 다른 한쪽은 줄이겠
윤 대통령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두고 국내가 매우 시끄럽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계묘늑약”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다수의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이런 해법에 동의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필자도 이번 해법은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 모두는 지지율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 지지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지지율은 곧 자신의 정치 행위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지지율에 “일희 일비“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더욱 그럴 것이다. 여당이 국회에서 소수당이기 때문에, 자신이 의지할 곳이란 여론의 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룬 것도 지지율 관리 측면과 아주 무관하지는 않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발표했으니,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윤 대통령의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라는 언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언
요사이 여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 곳은 대통령실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의 갈등에 이어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과 선거 중립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기 때문에, 총선과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 등에서는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한다. 선거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선거에서의 중립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은 다르다. 대통령은 정당의 당원이다. 우리가 편의상 “1호 당원”이라고 부르는 엄연한 정당의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여당이 여당으로 불리는 이유도,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만일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위해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여당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이렇듯 대통령은 정당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당의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의 의견은 다른 정당 구성원들의 발언보다,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클 수 있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당 문제에 대한 의견 피력을 불법 혹은 탈법적
요새 정치판을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온통 난리다. 여당은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둘러싸고 친윤과 비윤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고, 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곤혹스러운 환경에 처해있다. 특히 민주당의 상황이 더 어려워 보이는데 그 이유는, 검찰이 성남 FC 문제와 관련해 이 대표를 소환한 데 이어, 15일 다시금 이재명 대표 소환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로만 보면,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 다시 응할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번 신년 기자회견 당시, 이재명 대표가 “검찰의 (소환 등) 요구들은 매우 부당하고 옳지 않은 처사다. 검찰이 그야말로 권력의 하수인이 돼서 정치를 하고 있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봐서는, 이번 검찰 소환에는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하느냐 마느냐는 문제 보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부분에 관심이 더 모아질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민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방탄 소리를 듣는 판국에, 이 대표를 위한 방탄에 다시금
요사이 북한 무인기의 대한민국 침투 문제로 시끄럽다. 이 사안은 크게 세 종류의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무인기의 정확한 비행 궤적을 제대로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이다. 세 번째 문제점으로, 비행 궤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용산 비행 금지 구역 진입 가능성을 언급한 야당 의원의 주장에, 그렇지 않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문제점은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더구나 국정원도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은 앞으로 절대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왜 이런 문제점들이 불거지게 됐는가 하는 경위를 밝히고, 밝혀진 사실에 입각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북한 무인기 침투에 어떤 대응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부터 따져 봐야 한다. 기존의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기존의 대응 매뉴얼에 문제가 있었는지부터 철저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의 무
내년에 있을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이 결정됐다. 지금까지의 국민의힘 당헌 당규는, 당원 투표 7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당 대표를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 룰 변경으로, 100% 당원 투표로만 당 대표를 선출하게 됐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당원 투표 90%에 여론조사 10%의 비율로 바꾸자고 했다가, 결국 당원 투표만으로 당 대표를 선출하게 된 것이다. 당원 투표로만 당 대표를 선출하자고 주장한 측의 논리는 이렇다. 첫째, 당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원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둘째, 현재 당원 수가 80만 명까지 늘었기 때문에, 과거 20만 당원 시대보다는 당원 투표만 반영하더라도 훨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셋째, 여론조사의 비율을 늘릴수록 역선택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등이 당원 투표만으로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논리적 근거다. 당원도 4배 가까이 증가했고, 당내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논리도 설득력은 있다. 그런데 역선택 가능성 때문에 당원 투표만으로 당 대표를 선출하자는 논리에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여론조사에 역선택이 혼재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부인하기 힘들다.
지난 12월 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정보통신방송 소위원회에서 통과시킨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 개정안들을 소위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처럼, 전체 회의에서도 민주당이 다수결로 해당 안건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한 것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6명으로 꾸려지고 제1당이 3명, 나머지는 “제1교섭 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3명으로 구성된다. 이는 이견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정하라는 안건조정위원회의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국회법 제57조의 2에는 “(안건조정)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안건을 제58조 제1항에 따른 대체토론(대체토론)이 끝난 후 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규정돼 있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존재함을 명확히 하고있는 것이다. 이 조항은, 이견을 조정하는 과정에
요사이 우리나라를 보면, 감정이 정치와 사회를 지배하는 것 같다. 그것도 “완전히” 지배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성직자가 입에 담지도 못할 언어를 퍼붓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성직자마저 증오의 늪에 빠졌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균열이 얼마나 깊고 심각한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신과 다른 견해, 다른 이념적 지향을 가진 이들을 증오하는 것이 정의의 구현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정치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과정은 아니다. 정치는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수단도 아니다. 정치는 권력적 현상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정의를 말하고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는 것은, 권력을 잡기 위함이다. 권력을 잡으려면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잡고 난 이후에는 이념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념은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일 뿐, 이념을 위해 권력을 잡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권력은 국민 모두의 견제 대상이고, 비판의 대상이어야 한다. 견제 없는 권력은, 문자 그대로 고삐 풀린 괴물이 될 것이다. 권력이란 타
지난 2일 울릉도에서는 사상 첫 공습 경보가 울렸다. 3일에도 북한은 ICBM 추정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태원 참사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대한민국에 다시 한번 안보 위기가 엄습한 것이다.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에 경제 위기가 닥쳤고, 이태원 참사로 안전에 대한 위기가 닥쳤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보 위기까지 닥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다.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경제 위기는 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서, 지금 정부의 능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경제라는 존재는 망가지기는 쉬워도 다시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안보 위기의 경우, 윤석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진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고, 다시금 ICBM추정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국제적 차원의 이슈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는, 우리의 적절한 수위의 대응과 국제 사회와의 외교적 공조에 달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적절한 대응이라고 함은, 북한의 도발 의도를 알고, 이런 의도에 말려들지
정치권이 극심한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9일 긴급 체포됐고, 이와 관련해 검찰이 민주당사 내부에 있는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민주당을 압수수색하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이 제1야당 당사에 압수수색을 나왔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무도한 행태"라며 적극 저지에 나섰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정확한 팩트가 아니다. 2006년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당원 불법 모집 혐의와 관련해 당시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려 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은 압수수색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보여주기식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 김용 부원장이 취임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김 부원장은 지금까지 총 세 차례의 회의에 참석했을 뿐이며, 당사에 머문 시간은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둘째 민주연구원 내에는 김 부원장 개인 사무실은 없고 다수가 함께 쓰는 공용 공간이 있기 때문에, 개인 소장품이나 비품도 당사 내 갖다 놓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런 주장도 설득력은 있다. 또한, 중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