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봄기운을 더해가며 바깥 세상을 보고 싶다가도 창문을 열고 싶지 않은 계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건으로 우리 사회 선별된 계층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명으로 버젓이 땅을 매입하고 희귀 수종까지 심으며 추가 보상까지 노렸다. LH 일부 직원들은 “왜 우리는 부동산을 투자하면 안 되느냐”고 말한다. 직전 LH 사장을 맡았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술 더 떠 "LH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미리 안 것도 아니고 이익 볼 것도 없다"며 해당 직원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가 사과했다. LH 직원들의 법적인 문제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의혹이 불거진 이후 나온 이같은 공직사회의 인식은 경이롭다. 또 LH 직원만 그랬을까. 광명·시흥 이외 지역은 문제 없을까. 진짜 ‘숨은 고수’들은 수용되지 않는 인접 지역으로 더 큰 이득을 본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법과 정의, 공정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난해 검찰인사 개혁을 둘러싼 이른바 ‘추-윤 갈등’을 지켜봤다. 그리고 올해 검찰의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놓고 여권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라운드로 정면 충돌하다가 결국 윤 전 총장이
한탄강은 50만년 세월이 빚은 자연생태와 역사가 흐르는 강이다. 지난해 7월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UNESCO) 제209차 집행이사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은 한탄강이 흐르는 경기도 포천시 유역, 연천군 유역, 강원도 철원군 유역의 화적연, 비둘기낭 폭포, 아우라지베개용암, 재인폭포, 직탕폭포, 고석정, 철원 용암대지 등 총 26곳의 지질·문화 명소들이다. 지난 2010년 10월 제주도 전체, 2017년 5월 경북 청송군, 2018년 4월 광주 무등산권에 이어 우리나라 네 번째 세계지질공원이 됐다. 유네스코 지질공원은 미적 가치, 과학적 중요성과 고고학ㆍ문화ㆍ생태학ㆍ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을 지정한다. 세계(문화·자연)유산, 세계생물권보전지역과 함께 유네스코의 3대 보호제도다. 보호가 목적이지만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적 명소로 공인된 곳이라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관광객의 유입은 곧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탄강은 지질자원의 보고(寶庫)다. 내륙에서 보기 어려운 화산 지형이 잘 보존돼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전곡리 선사유적지부터 고구려 당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신도시 예정 지역인 광명·시흥에 100억원대의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총리실 지휘아래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LH뿐 아니라 국토부, 관계 공공기관에 걸쳐 발본색원,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도 그만큼 사안이 엄중함을 의미한다. 우리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는 오랜 역사와 뿌리를 갖고 있다. 권력형 게이트는 물론 세무비리, 각종 뇌물, 특혜성 비상장주식 보유, 자녀 입시·취업 특혜, 성상납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는 2020년 한국의 국가청렴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23위로 발표했다. 전년보다 4계단 올랐지만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의 구조를 보자. 우선 이번 사건을 맡는 정부의 전담팀은 도마위에 오른 LH 직원은 물론 국토부와 관계 기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다. 그런데 조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제대로 이뤄질까. 역대 정부에서 보면 관료 집단 이기주의로 조사 과정에 보호막이 쳐지고, 설령 비위 사실이 더 드러나도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축소지향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
따뜻한 봄바람에 가지마다 몽우리가 진다. 햇살 가득한 팔달산 자락에 위치한 경기도 의회 1층 현관앞,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의자에 자리하고 있다. 2018년 12월 14일 전국지방의회 최초로 경기도의회를 찾아온 평화의 소녀상은 광화문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 소녀상이 설치된 날을 기념해서 건립됐다. 그런데 경기도의회에 자리한 소녀상의 머리형태는 여고시절 필자가 했던 단발머리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목을 둘레삼아 가지런히 하여 자른 머리가 아닌 울퉁불퉁 거칠고 깡총하다. 평화의 소녀상의 거칠게 잘려진 머리카락을 보고있노라면, 부모와 내가 자란 고향을 뒤로하고 동력잃은 나라에서 힘없이 강제로 끌려가야만 했던 가슴뭉클하고 아픈 모습의 시대적 상황 그려진다. 비라도 내리는 날엔 머리에서 눈으로 그리고 볼로 흐르는 빗물은 슬픔을 더한다. 그리고 소녀상의 발은 마음편히 땅에 닿지도 못한 채 들려있는 맨발이다. 어디로 끌려갈지 모르는 예측불가의 암담한 불안감과 심적고통, 나약함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는 것 같아 볼때마다 가슴은 시리도록 서럽다. 해방은 감격이지만 소녀는 귀향(歸鄕)을 못 하거나, 돌아와도 마음은 편할리 없다. 스스로 지은 죄가 아닌데 못할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5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친일 청산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일부 친일 세력들은 “해방된 지가 언젠데, 무슨 잔재가 남아 있다고 아직까지 친일 청산을 얘기하느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독일과는 반대로 일본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역사 왜곡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이걸 또 옹호하는 한국인들이 있으니 그저 한심할 뿐이다. 이들은 ‘토착왜구’라고 불린다.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던 친일세력의 반발로 친일 잔재 청산의 기회를 잃고 말았다”며 “그 후과를 지금도 겪고 있으며, 잊을만 하면 독버섯처럼 되살아나는 과거사에 관한 망언 역시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3·1절 기념사를 통해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을 맞았지만 ‘미완의 해방’이었다고 지적했다. 피해 당사자인 한반도가 분할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으며 냉전의 최전선으로써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왜곡된 역사는 왜곡된 미래를 낳습니다. 우리가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는 과거에 얽매이거나 보복을 위해
코로나 재난지원금과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으로 나랏빚이 크게 늘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증세론이 활발하다. 증세론은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기본소득제도와도 연계돼 있다. 오랫동안 복지는 늘리자면서 증세는 반대하는 모순 속에 찌들어 있던 정치권이 이 만큼이라도 정직한 논쟁을 하게 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재정난 타개를 위해 증세 말고 찾을 수 있는 해법이 뭐가 있나. 이젠 솔직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정부·여당에 “퍼주기 정책 남발”이라는 비난을 퍼부으면서 대안을 말하지 않는 것은 큰 잘못이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그래도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복지도 늘리는 ‘중부담·중복지’를 주장해왔다. 유 전 의원은 다만 “경기가 좋아도 조세저항이 심한데 지금은 적절한 시기라 보기 어렵다”며 시기 조절론을 펼치고 있다. 기본소득제도는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으로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기본소득제를 줄기차게 주창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증세에 대한 국민 합의를 전제로 목적세 추진을 거론한다. 그는 조세감면 축소와 함께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탄소세, 디지털 데이터세 등의 신설과 함께 불로소득에 부과하는 기본소득
휘영청 밝은 정월 대보름달은 경이롭다. 우리 선조들은 크게 그려진 달을 보며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일월전설(日月傳說)로 어린 남매가 호랑이를 피해 올라가 해와 달이 되었다고도 했다. 조상님들의 스토리텔링이 참으로 기발하다. 필자도 어릴적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부럼을 먹었다. 어르신들 말씀이 오곡밥과 부럼을 먹으면 종기나 부스럼이 없이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다고 귀밝이술을 드시면서 말씀해 주셨다. 대보름달이 가로등처럼 훤하게 밝혀주는 길을따라 친구들과 공터로 간다. 그리고 깡통에 구멍을 내고 철사를 이어 쥐불놀이를 했다. 이처럼 정월대보름은 한 해의 건강과 소망을 비는 날이었다. 대보름달을 보고있자니 문득, 지난 1년간의 시간이 머리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상륙한지 1년이 넘었다. 불청객 코로나19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교육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많은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집을 나설 때에는 스스럼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선다. 혹여 마스크를 챙기지 못했으면, 다급히 마스크를 가지러 집으로 돌아가거나 가까운 곳에서 바로 구입한다. 어디를 가건 쉽게 손 소독제를 만날 수 있으며, 마트에서 카트를 이용할때
3월과 함께 초·중·고와 대학교 등 학사 일정이 시작됐다. 코로나19 2년차인 올해도 우리의 자녀들은 대면·비대면이 섞인 비정상의 환경 아래서 출발한다. 때마침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등 백신 접종이 개시됐다. 많이 지쳐있지만 교육당국이나 관계자, 학생들 모두 조금만 더 힘을 내 코로나를 조기에 이겨냈으면 한다. 코로나팬데믹은 전 인류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자라나는 세대에게 미친 영향은 어느 누구에게 보다 컸으리라 생각된다. 신체적 성장과 함께 새로운 지식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고,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1년은 노·장년의 10년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자녀들은 물리적인 성장은 했을지 모르지만, 지적·정서적으로 1년 이상 성장이 멈췄을지 모르는 ‘상처받고 잃어버린 세대’다. 가정 형편 등 환경에 따라서는 코로나 2년차가 주는 공백과 짓누름은 상상을 넘어설 수 있다. 특히 어릴수록 코로나 상황에 더욱 취약하다는 게 교사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올해 안에 언제 끝날지 또는 내년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그런만큼 교육당국이나 일선
정부가 부동산 안정을 위해 ‘2·4 대책’에서 예고한 수도권 18만호, 전국 26만3천호 주택 공급계획에 따라 1차로 공공택지의 입지를 발표했다. 수도권의 광명·시흥을 포함해 부산 대저, 광주 산정 등 3곳이다. 특히 경기도 광명 시흥에는 7만호 규모의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수도권 부동산 안정화에 긍정적인 신호가 됐으면 한다. 우리 나라는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0.84)을 보이며 지난해부터 인구(내국인)가 자연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70년 40% 수준에서 50%를 넘어섰다.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지방 인구를 흡수하고 있다. 지방은 고령화와 함께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의 혁신도시 지정, 각 지자체별 먹거리 개발, 출산 장려 정책 등 다양한 정책들이 나왔지만 예산 투입이나 노력에 비해 지역 균형 발전의 체감 지수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도시화로 한번 올라탄 인구 흐름은 쉽게 저지하기 어렵다. 올초 서울대인구정책센터는 지금의 추세라면 현재 5천 100만명대인 한국의 인구가 2076년 2973만명, 오는 2100년에는 1748만명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국회 법사위를 넘지 못하고 사실상 무산됐다. 의원들이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법안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이에 이 지사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지사는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선출직 공무원(국회)이나 임명직 공무원(복지부 등)들이 국민의 뜻에 어긋나도록 수술실 CCTV 설치를 외면하는 것은 위임의 취지에 반하며 주권 의지를 배신하는 배임행위”라며 맹렬하게 비난했다. 이 지사는 “극히 일부 의료인에 관련된 것이겠지만 수술과정에서의 대리수술, 불법 수술 등 불법행위를 사전예방하고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문제 발생 시 진상규명을 위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사실상 무산의 길로 들어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국회 입법과 무관하게 가능한 공공병원 수술실에 CCTV를 곧바로 설치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