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묻은 먼 구름 속으로 점 하나 날아간다 한 생을 온전히 지고 가는 새 젖었으리라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당연히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주목받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인 이재명 대표를 체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44조에 규정된 권리다. 국회의원의 특권이라 불리지만 국회의 특권에 더 가깝다. 불체포특권은 과거 왕권이 의회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왕권이 특정 의원의 신상을 구금함으로써 의회 권력을 무력화시키려 할 때 이에 대한 의회의 방어수단이다. 즉, 왕권으로부터 의회 권력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그렇기에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의 본질은 국회의원이 아닌 국회의 권리다. 구속영장이 청구되자마자 이재명 대표를 향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불체포특권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이는 이재명 대표가 판단할 권리가 아닌 국회가 내려놓을지 말지 결정할 문제다. 불체포특권은 이재명이라는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권리가 아닌, 국회의 보호를 위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왕권이 존재하던 시절, 왕권의 독주로부터 의회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던 권리가 여태 살아있다고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고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노동만큼 인간을 고상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 사람은 노동하지 않고는 인간적 존엄성을 유지할 수 없다. 무위도식하는 사람들이 겉치장에 그토록 애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꾸미지 않으면 사람들로부터 경멸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땀 흘려 일하며 자신이 먹을 빵을 제 손으로 얻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 진정한 종교적 이해와 순수한 도덕성이 존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존 러스킨) 지극히 확실하고 순수한 기쁨의 하나는 노동 뒤의 휴식이다. (칸트) 가장 탁월한 재능도 무위도식하면 사장된다. (몽테뉴) 공정함이란 자신이 남에게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남에게서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노동과 자신이 이용하는 남의 노동을 저울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언제 어느 때 스스로 일할 능력을 잃고 남의 노동력을 가로채야 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므로 되도록 공정함을 잃지 않기 위해, 평소에 자기가 취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남에게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요 출처: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꼭 다루고 싶었다. 그러나 시의성을 잃으면 의미가 반감되는 주제들 때문에 불가피하게 뒤로 미뤘다. 두 달이 다 된 시점에서 이 이슈를 끄집어냈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갈수록 악화될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선일보가 눈길을 끈 신년기획을 했다.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하나의 나라, 두쪽 난 국민’이란 이름으로 6일간 연속보도를 했다. 1월 3일자 《국민 40% “정치성향 다르면 밥도 먹기 싫다”》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를 포함, 매일 2∼3면을 할애했다. 기사 내용에는 ‘정치성향이 다르면 본인이나 자녀의 결혼이 불편하다는 답도 42%에 달했다’는 조사내용도 담았다. ‘정치적 양극화가 우리 일상까지 지배하며 국가적 리스크로 떠올랐다’며 우려도 했다. 이 신문은 신년호인 1월 2일자에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가 아니었다면, 신년호에 실릴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2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했던 것처럼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는 상징성을 띤다. 언론의 사회통합 기능은 고전적 가치 중의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일보의 문제 제기는 적절했다. 그러나 원인 진단과 해결책은 공감을 자아내기엔 크게 부족했다. 이 여론조사를…
요즘 MZ세대들은 극장에서 애국가 나오면 일어서고 대한뉴스와 문화영화를 봐야 본영화를 볼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모를 거다. 1994년까지 그랬다. 주권자로서의 국민보다 국민의 계몽과 동원이 중요시되던 국가권위주의 시대의 문화현상이다. 사회발전과 민주주의 성숙에 따라 슬그머니 사라졌다. 국민, 시민, 대중, 백성, 민중 등은 비슷한 듯 다르다. 역사 속에서 창조되고 의미가 부여된 언어라 그 단어가 힘 받던 시대의 정신을 이해해야 정확한 의미전달이 가능하다. 5,60년대 미국사회학은 대중(mass)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매스미디어 발전으로 등장한 익명적 대중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특성을 연구하고 대중문화를 다양한 각도로 비추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70-90년대에 가장 역동적인 단어가 민중이었다. 민중은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 도시빈민 그리고 일부 지식인 등 피지배계층의 연합이다. 유신에 대한 저항과 산업사회의 경제적 차별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면서 민중이 저항과 변혁의 주체로 떠올랐다. 지식인과 민중의 결합이 한국현대사 변혁의 큰 흐름이던 시절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 붕괴 이후 민중이란 말이 갖는 지배력이 점차 상실
OECD 자살률 1위를 면하기 위해 번개탄 생산 금지라는 졸속 정책이 발표됐다. 정부는 병충해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전라북도 대표 쌀인 신동진 수매를 전면 중단하고, 참동진으로 대체한단다. 게다가 난방비 폭탄에는 “안 쓰는 게 답”이라는 답을 내놨다. 도대체 국민을 위한 정책의 신중성이 보이질 않는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었던 대한민국이 눈 뜬 채로 후진국이 됐다. 가히 인스턴트의 나라가 아닐 수 없다. 한편, ‘50억 뇌물’ 곽상도 무죄 판결로 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은 애저녁에 물 건너갔다. 법과 원칙은 법조계의 그들만을 위한 옹호의 수사학에 불과했다. “김건희 계좌, 주가조작에 활용당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저잣거리의 안줏거리가 됐다. 결국 민(民)이 바로서지 못하면, 민은 지배층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고대 중국에서 민이라는 단어는 한 쪽 눈을 찔러 상해를 입힌 노예를 가리켰다. 윤 정권은 국민을 고대 중국의 민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민을 섬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언론도 일조했다. 언론은 권력 감시 기관이 아니라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위한 도구 역할에 충실했다. 법조기자는 당연한 것도 의심하고 취재
역사학자 홉스 봄은 프랑스 혁명 이후 역사를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로 구분해 서술하고,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로 규정했다. 21세기는 무슨 시대로 기록될까? ‘혼돈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중국이 띄운 풍선이 미국의 하늘에 나타나 소동을 빚었다. 지구 궤도에 무수히 많은 위성을 띄워 서로 속속들이 감시하고 있는 마당에 풍선까지 등장했다. 미국은 이 풍선을 전투기를 출동시켜 격추(?)시켰고, 미국 시민들은 환호했다. 기상관측용 풍선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은 미국 편을 든 한국에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의 쑨웨이둥 부부장이 2월 14일 정재호 주중 한국 대사를 만나 “한국 쪽이 시비곡직을 분명히 가려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공정한 판단을 내리길 희망한다”고 항의성 충고를 한 것이다. 시비곡직, 객관, 이성, 공정. 모두 철학적으로 깊은 사유를 필요로 하는 말들이다. 옳고 그름을 가려내고 굽은 것과 곧은 것을 구분하는 것은 바로 객관, 이성, 공정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요약한 것이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현상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본질(진실)을 밝히는 것이요, 이성적이라는 말은 감정을 걷어내고 합리적 판단을…
어느 정도 예견된 행동이지만 근래 북한의 도발 행태가 심상치 않다. 18일의 ICBM시험발사에 이은 19일의 김여정부부장의 담화, 미국 B-1B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 관련한 한미공군 연합호위 훈련 실시에 따른 20일 반발성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불안하다. 이에 대해 독일에서 한ㆍ미ㆍ일 외무장관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규탄성명, 우리 당국(국방부, 통일부)도 강도 높은 비난과 대항 결의를 다지고 있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를 생각한다. 김여정의 담화 내용의 메시지는 나름 분명하다. 미국의 대조선적대시 정책의 전환 없는 대화 제의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한미연합훈련에서의 전략자산(B-1B 전략폭격기나 핵 항공모함 등) 전개에 대해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특히 남한에 대해 ‘바보들에게 일께어 주는데 ICBM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 ‘우리는 여전히 남조선 것들을 상대해 줄 의향이 없다’는 식의 막말과 거친 언사를 사용하며 조롱을 하고 있다. 기분이야 몹시 상하지만 그래도 북한의 저의(real intention)을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해결의 길을…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사안이 부딪히는 사회는 사람들의 모임 장소이자 이들의 욕망과 삶의 가치관이나 태도가 서로 엉켜 삶의 현장이 펼쳐지는 곳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욕망 속에 울고 웃는 삶의 현장은 종종 세속이란 말로 표현된다. 사회에서 이념이나 종교의 특정 가치를 위한 탈속적 삶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지만, 아무리 탈속적 가치를 추구한다 해도 그러한 가치의 최종적 구현은 결국 다시 세속 현장으로 돌아와 세상과 함께 하는 것이다. 세속이란 인간의 삶이 관념과 현실 속에 통합적으로 마무리되는 곳이다. 숭고한 이념이나 종교적 가치가 지식인의 엘리트주의나 종교인들의 비현실적 이상이 아니라 세속 현장에 구현되는 시도와 노력은 인간적 모습이다. 세속과 유사한 개념으로 통속이란 말이 있다, 간혹 탈속적 가치를 강조하는 종교 집단에서는 세속은 곧 통속이 되어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형태로 거론되지만, 통속은 세속의 자연스런 모습이자 흐름의 표현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은 세속적이지만, 동물적 욕망에 의해 펼쳐지는 것이 통속적이다. 예로부터 흔한 예를 든다면 배우자 선택에서 돈과 사랑 사이에서 돈을 선택한다면 통속적이다. 사랑이나 가치 보다는 편
자기 자신을 스스로 높이 평가하면 할수록 그가 선 자리는 불안해지고, 반대로 자신을 낮추면 낮출수록 그가 선 자리는 더욱 견고해진다. 강해지려면 물과 같이 되어야 한다. 물은 가로막는 것이 없으면 흐르고, 둑이 있으면 멈춘다. 그러다 둑이 터지면 다시 흐른다.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된다. 그처럼 부드럽고 막힘이 없는 유연함으로 인해 물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강한 것이 된다. (노자) 물이 높은 곳에 머물지 않고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듯, 선덕 또한 자신을 높이는 사람들에게 머물지 않고 오직 겸허한 사람에게만 머문다. (탈무드) 사람은 내면을 깊이 성찰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이 하찮은 인간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예지에 이르는 첫걸음이다. 현명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겸허해지자. 그러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채닝) 어진 사람은 선을 행하는 데 있어서, 이를 행할 힘이 부족한 것을 한탄할지언정,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거나 잘못된 비판에 대해 한탄하지 않는다. (중국 금언) 선량하고 총명한 사람의 첫 번째 특징은, 자신은 아는 것이 조금밖에 없으며 자신보다 훨씬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남을 가르치기보다 남에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