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민예총 주최로 광주에서 6월 1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된 ‘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 전시회에 출품된 박찬우 작가의 작품 ‘기자 캐리캐처’를 두고 기자들이 발끈했다. 조선일보는 박찬우 작가에게 4월 8일까지 삭제할 것을 요청하면서 납득할만한 조치와 답변이 없을 때는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일보는 ‘명예훼손 등에 따른 전시 금지 요청의 건’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기자협회는 성명서까지 냈다.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전시회를 강행하고 언론인에 대한 적대적 표현을 계속한다면 언론의 자유와 기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기자협회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겁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이라는 표현도 웃기고, 언론의 자유와 기자들의 인권을 들먹거리는 것도 가관이다. 언론기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기는데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더욱 가관인 것은 언론의 자유를 기자들이 누리는 특권으로 오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이며, 기자는 뉴스라는 상품을 생산 판매하는 언론사의 종업원이다. 물론 언론이 진실보도와 공정보도로써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전제에서 그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두고 불필요한 시비가 오가고 있다. 야당은 “비선 실세”를 들먹이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국정 농단 프레임”을 떠올리게 하려고 힘을 쏟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런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제2 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는 영부인이기 때문에,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고, 또한 공적 활동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김건희 여사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공격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김건희 여사의 활동이 베일에 싸일수록 이상한 말들을 만들어내며 공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공개 행보를 하더라도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고, 집에만 있어도 음모론이 활갯짓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럴 바엔 투명한 방식으로 공개 활동을 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런데 투명한 공개 활동을 위해서는 '공적 조직'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공적 조직의 지원 없이는, 지금처럼 공개 활동에 대한 다양한 말들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남을 비난하지 않는 데는 아주 약간의 노력이면 충분하다. 남을 비난하지 않는 자의 생활은 참으로 당당하다. 그런데 그 약간의 노력을 하는 사람을 이렇게 찾아보기 힘들다니! 한 노인이 꿈속에서 생전에 결점이 많았던 수도승이 천국의 맨 윗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그 많은 결점을 가진 수도사가 가당찮게도 저렇게 큰 영예를 누리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한평생 아무도 비난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는 죄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남을 판단하면서도 자기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으니 결국 남을 판단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단죄하는 것입니다. (바울) 남의 행위를 비난하지 말라. 남을 비난하면 공연히 자신의 마음이 어지러워져 커다란 잘못을 범하게 된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반성하라. 그러면 그것은 결코 헛되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성현의 사상) 자기 스스로를 가차 없이 엄격하게 비판하면 할수록, 남을 더욱 공정하고 더욱 너그럽게 비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자) 남의 불명예 속에서 자신의 명예를 찾지 말라. 선량한 사람은 남의 치욕을, 심지어 그에게 해를 끼친 자의 치욕까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여자, 남자 혼성으로 구기 종목을 하기 어려워진다. 신체 발달이 달라지면서 힘에서 여자아이들이 밀리고 치인다. 더 큰 어려움은 남자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 내내 공으로 하는 운동을 접해서 발기술이나 손기술이 발달했는데, 여자아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공과 점점 멀어져서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채 고학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여학생이 피지컬이나 힘에서 남자아이들과 견주었을 때 밀리지 않는다 해도, 스스로 공 다루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경기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체육에 자신감이 떨어진 여자아이들이 공으로 하는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게 되고, 교사조차 여학생들이 체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초중고 여자 체육은 오로지 피구와 발야구에 머무르다 끝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피구와 발야구로 점철된 학창시절이 막을 내리고 어른이 되면 보통의 여자들은 구기 종목과 완전히 멀어진 삶을 사는 게 일반적이다. 남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따로 운동팀을 만들어서 꾸준히 모임을 갖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여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 남학생들과 함께 뛸 수 있는 종목은 없는 걸까. 조금 생소하지
1. 신참 배우 톰 크루즈를 스타 반열에 진입시킨 영화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가 스물네 살 때 찍은 '탑건'입니다. 비행전투 영화의 전설로 불리는 작품이지요. 인도양을 배경으로 가상적국과 싸우는 최정예 파일럿. 항공점퍼와 청바지 입고 연인을 오토바이 뒷자리 태운 채 해변을 달리는 로맨틱한 장면이 아직도 계속 다운로드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오토바이 기종이 뭐냐는 질문이 36년째 인터넷에 올라오는 중이지요. 답변 : 1986년 당시 가장 최고속도가 빨랐던 카와사키 닌자 GPz900R. 크루즈는 이후 휴양지 바텐더(칵테일)와 드라큘라(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배역 등으로 수십 편의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1996년부터 일곱 번 째 제작 중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통해 마침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흥행배우로 자리를 굳힙니다. 출연하는 모든 작품에서 빛나는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역할에 대한 이해력과 몰입도가 대단한 거지요.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그의 연기가 가장 실감이 나는 분야는 역시 SF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우주전쟁(2005년), 오블리비언(2013년),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같은 작품들이 그렇지요. 광고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제 입장에서…
사람의 등은 몸이 아니라 어떤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공항에 도착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친히 맞이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을 맞이하는 북녘 동포는 울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마주하는 남녘 동포는 TV앞에서 뭉클하였다. 이제 통일이 되는 건가. 이렇게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건가. 백날을 그리워하였던 사람들은 천날을 끌어안고 울어도 되는 건가. 손수건 꺼내 분단의 눈시울을 적실 수 있는 건가. 아, 백록담의 물을 퍼 담아 백두산 천지에 부을 수 있는 건가. 반도의 허리에 숨겨진 지뢰란 지뢰는 모두 무효일 수 있는 건가. 2000년 6월 15일, 남과 북은 이렇게 발표하였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상봉을 하였으며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 정상은 분단 이래 최초로 열린 정상 간 상봉과 회담이 남북화해 및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데 큰 의의를 갖는다고 하면서 선언문을 채택하였다. 선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드라마를 잘 안 본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화제작도 대개 한 두 번 보다가 만다. 올 봄 들어 그런 히트 드라마 두 개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하나는 여전히 끌리지가 않았다. 그러나 소문의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는 달랐다. '우리들의 블루스'. 스토리 전개의 구조, 주인공들 연기, 품고 있는 주제가 마치 장이 익어가는 것처럼 깊었다. 근래에 보기 드물게 드라마 전 편을 정주행한 것이 그 때문이다. 옴니버스 형식이다. 주제는 하나인데, 그 안에 독립된 여럿의 에피소드들이 겹쳐 있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는 (도입부 LP판에 적힌 두 개의 이름이 상징하듯) 각 스토리가 사람과 사람의 운명적 인연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독립된 에피소드를 세어보니 모두 일곱 개다. 색깔이 다른 그런 에피소드들이 하나로 모여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든 것이다. 작가는 노희경. 그녀가 쓴 드라마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들의 블루스' 하나만 놓고 보면 가히 장인에 가까운 솜씨다. 정교한 감정의 복선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이야기 전체에 심겨져있다. 주제가 선곡에서부터 흰색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제목 모습까지 살짝 신파가 섞이기는 했다. 그런데도 쑥 들
백수로 살면서도 공휴일은 기다려진다. 마음 편하고 약속잡기도 좋아서다. 계획 없이 사는 것 같지만 가슴속 시계는 매일 돌아간다. 삶이라는 게 ‘되고 싶은 나’와 아직 거기에 ‘다다르지 않은 나’ 사이에서 발버둥 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날들도 많았다. 지금도 나는 아침에 깨어나면서부터 외롭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오늘은 별일 없으려나? 하는 생각이 의식의 습관처럼 고개를 드민다. 저녁이면 잠자리에 들어 이불을 잡아당기면서도 외롭고 조금은 슬프다. 같은 핏줄 없이 태어나 울타리 없이 지내온 탓일까. 결혼하여 아들을 얻을 때까지 나는 외동이었고 을의 입장에서 얌전해야만 했다. 왜 그렇게 못났었는지, 나는 중매결혼으로 아내를 만났다. 아내에게 첫 부탁은 ‘부모님을 잘 모셔주는 일’이었다. 아내는 그 부탁을 실행하기 위해 평생을 문밖에 나가는 일도 조심하였다. 특별한 침묵인지 탁월한 선택인지는 모르나 언어를 상실당한 여인 같이 아내는 집안에서 수행적인 삶을 살았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 어머니를 저 세상으로까지 소리 소문 없이 잘 보내드렸다. 여름 숲에서 본다. 많은 나무들이 자기 생명의 언어처럼 잎을 피워 두터이 하면서 싱싱해져 하늘을 가리는 무성함이다.…
‘팝콘’과 ‘나폴레옹제과점’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석열 팝콘’ 키워드로 포털을 검색해봤다. 250여개 기사가 나왔다. 조선일보(6.12자 인터넷판)는 “윤 부부 주말 영화관 데이트…팝콘 먹으며 ‘브로커’ 봤다”를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중앙일보는 ““윤 부부…“저도 시민이잖아요”” “윤 대통령 부부, 팝콘 먹으며…메가박스서 ‘브로커’ 관람”, 동아일보는 “‘브로커’ 관람…팝콘 나눠 먹기도”였다. 상당수 매체는 일제히 ‘시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에 비중을 뒀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허니문’ 기간이기 때문일까? 그날, 윤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한 당일, 북은 방사포를 발사했다. 언론은 대체로 직접적인 비판을 삼갔다. 몇몇 셀럽과 민주당 국회의원의 SNS 비난 글을 지면에 소개했을 뿐이다. 한편, 윤 대통령 부부의 ‘나폴레옹제과점 주말 쇼핑’에 대해선 보도가 확대되지 않았다. ‘윤석열 나폴레옹제과점’ 키워드 검색 결과, 50여개 기사가 나왔다. ‘영화 관람’ 보도보다 기사량이 훨씬 적었다. 조중동은 아예 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의 ‘사적(私的)’ 행위에 따른 경호 인력의 낭비, 삼선교 인근 시민의 교통 불편 이슈를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