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임종식 칼럼] ​‘역외’ 핵 공유와 ‘역’ 핵 공유

 

최근 북한이 핵 무력의 사용을 법제화하고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이자 그 대응책으로서 전술 핵무기의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핵 개발 등의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핵 개발 주장은 아직 소수 의견에 불과하나 전술 핵무기의 재배치 또는 나토식 핵 공유 주장은 이전보다 높은 강도로 제기되고 있다. 전술 핵무기의 재배치 또는 나토식 핵 공유는 실현 가능한가, 현재의 확장억제보다 더 큰 효과를 보장하는가, 대안은 없는가?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내내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을 구현하기 위하여 노력한 오바마 행정부의 핵비확산 정책을 계승하고 있기에 전술 핵무기의 재배치와 이를 전제로 하는 나토식 핵 공유에 부정적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정확도가 향상되었으므로 전술 핵무기의 재배치는 군사적 효용 가치가 거의 없고 현재의 확장억제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된 북한의 핵 능력 앞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에만 의지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나토의 핵 공유가 군사적 효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지되고 있는 이유가 미국이 동맹국을 보호하려는 의지의 상징물로써 가치가 있기 때문임을 고려하면 우리도 대안을 마련하여 미국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박휘락은 괌 또는 미국 잠수함에 배치된 핵의 공유를 제안한 바 있다. 필자는 이 아이디어를 확장하여 ‘역외 핵 공유’의 개념을 제시하고자 한다. ‘역외 핵 공유’란 한국 영토 내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고 유사시 미국의 영토(전투기, 잠수함 등 포함) 또는 해외 주둔 미군기지에 보관하고 있는 핵무기를 공유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방식은 미국의 핵비확산 정책을 존중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중국의 강한 반발을 회피할 수 있으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 가능성을 우회할 수 있는 등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고자 하는 새로운 안과 연계할 수 있다. 커놀리·힌드는 북한 비핵화의 중간 과정으로서 핵무기를 중국 내 북한과 인접한 국경지대로 이전하고 나토와 유사한 핵 공유를 일정한 기간 허용하자는 ‘역 핵 공유’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전통적인 북한 비핵화 정책은 미국에 이익이지만 북한에는 손실인 제로섬 게임이라고 비판하고, ‘역 핵 공유’ 방식은 미국과 북한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점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이 안은 남한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흠결이 있다.

 

필자는 남한의 ‘역외 핵 공유’를 구현함으로써 남북한의 ‘핵 균형’을 도모하고 이를 토대로 북한의 ‘역 핵 공유’를 허용하는 새로운 한반도 비핵화 접근법을 제안한다. 이 접근법은 직접적 이해 당사자 모두의 이익을 보장하는 가운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는 방안으로서 가치가 있다. ‘강 대 강’보다 인센티브를 통한 대화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