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은 자국 이익만 중시하는 것이 아닌 국제질서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했다. 실제로 바이든은 집권 초기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에 재가입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와 기후변화 위기에 지도력을 발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도 결국은 트럼프와 다름없는 미국 우선주의, 미국 제일주의의 미국 대통령이었다.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사인함으로써 내년부터 판매되는 차량은 모두 미국 내에서 생산된 부품만을 사용해야만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법규화 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과 12일에는 새로운 ‘바이 아메리칸법’에 서명하였다. 미국 내에 건설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에 거액의 보조금을 주는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그리고 국내 개발과 생산을 우대하는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NBBI)’ 행정명령을 승인한 것이다. 향후 자동차산업과 반도체 그리고 바이오산업까지 모두 미국 내 생산시설과 제품생산을 유도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꿈을 실현하는 내용들이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대응하겠다는 논리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 산
교통요금이 무료인 나라가 있다. 버스, 기차같은 대중교통요금을 내지 않고 전국 어디든 다닐 수 있다. 룩셈부르크 얘기다. 선진국 대열에 든 우리나라에서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전격 시행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교통난 때문이었다. 약 60만명의 인구가 사는 룩셈부르크는 인구 1000명당 696대의 자동차를 소유(2020년 조사기준)하고 있어 유럽대륙에서 차량 밀도가 가장 높다. 대중교통 무료화는 자동차 사용 인구를 줄이기 위한 극단 방책이었다. 인구 밀도가 아닌, 차량 밀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 생활수준이 높다는 이야기다. 룩셈부르크의 경제 수준은 중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유럽의 소강국 베네룩스’라는 소개로 익히 배운 바 있다. 현재는 그 정도가 아니라 1인당 GDP 11만5000달러의 최고수준의 부국이다. 서울시의 4배 정도 되는 2586제곱킬로미터의 작은 면적의 소국이며, 19세기 중반까지 가난한 농업국이었던 룩셈부르크. 게다가 유럽 북서부에 위치, 동쪽으로는 독일, 북쪽으로는 벨기에, 남쪽으로는 프랑스에 접해있어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이 작은 나라가 어떻게 전쟁으로 점철된 유럽역사 속에서 버텨내 오늘에 이른 것일까. 룩셈부르크 이름부터
토지의 사유제는 노예제도, 즉 인간의 사유제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정의에 어긋난다. 맨 처음 누군가가 어떤 땅에 울타리를 두르고 “이 땅은 내 것이다”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을 믿어 준 마음씨 좋은 사람들, 그들이 바로 지금과 같은 시민사회의 창시자이다. 그런 때, 그 말뚝을 뽑아버리고 도랑을 메운 다음, “조심하시오, 이 사기꾼의 말을 믿지 맙니다. 만약 땅은 누구의 소유물도 될 수 없고, 땅에서 나는 것은 모든 사람의 것임을 잊는다면, 여러분은 모두 파멸할 것이오!”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인류는 그 많은 범죄와 전쟁과 살육과 불행과 비천함에서 구원받았을 것을! (루소) 단순히 공정함이라는 면에서 봐도 토지의 사유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땅의 일부가 한 개인의 사유물이 되어, 마치 그에게만 소유권이 있는 물건처럼 그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그 한 사람이 사용하도록 점유되는 것이 공정한 거라며, 그 밖의 땅도 모두 똑같이 사유물이 될 것이고, 결국은 땅 전체가 그렇게 되어 지구 전체가 온통 사유재산 투성이가 되기 때문이다. (허버트 스펜서) 현재의 토지 사유권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세기의 장례, ‘유해’는 뭐고 ‘운구’는 또 뭐지? ... 여왕의 유해를 운구차로 옮기는 것은 밸모럴 영지의 사냥터지기들이 맡았다. (뉴시스) ... 여왕 유해 보러 2만 명 밤샘, 조문에 최대 35시간 줄 (국민일보) ... B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여왕의 운구를 영구차에 실으며 장례가 시작된다. (이데일리) 언론의 기사다. ‘여왕의 遺骸(유해)’는 금방 사망한 주검이 아니다. 추려진 뼈도 크게 보아 주검이라고? 억지다. 유해는 ‘남은 뼈’ 유골(遺骨)이다. 骸(해)의 뼈 골(骨)자를 보라. 다 안 적어서 그렇지, 헤일 수 없이 수많은 ‘유해’들이 언론에 떴다. 뉴스1 조선일보 중앙일보... ‘여왕의 운구’를 영구차에 싣는다고 했다. 운구가 뭘까? 높은 사람 주검의 이름일까? 아마 ‘시체 넣은 관(棺·柩)의 운반’을 뜻하는 운구(運柩)를 그렇게 쓴 것으로 보인다. ‘주검=운구’가 된 것이다. 맞나? 틀렸다. 개념어(槪念語)의 활용, 서툴거나 어색한 것 까지는 ‘새로운 언어적 시도’라고 짐짓 못 본체 한다고 치자. 그러나 잘못된 단어가 공공(公共)의 위치에 놓이면 곤란하다. 사람들이 보고 배운다. 기우(杞憂)일까? 언론 종사자들이 BBC를 인용할 정도로 영
'후원금 의혹'으로 시끄러운 성남FC를 바라보는 구단주 신상진 성남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신시장은 불법 후원금 비리의혹에 더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성남FC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비리의 대명사’, ‘혈세를 먹는 하마’로 전락한 ‘혁신의 대상’이라며 냉랭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어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선 의지도 없고 꼴찌만 하고 시민들의 혈세를 먹는 구단을 계속 갖고 가는 것은 성남시민들에 대한 배임”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실제로 성남FC는 최근 5년간 계속 강등권에 머물러 있다. 2부리기로 강등된 적도 있었다. 계속되는 성적부진에 얼마 전엔 김남일 감독이 사퇴했다. 상황이 이러니 성남FC는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성남구단 프런트, 선수는 물론 서포터들도 구단이 존속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포터들은 경기장에 ‘성남의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시민구단은 시민에게’, ‘너희는 경기에만 집중해 팀은 우리가 지킬게’ 등 현수막을 내걸고 반발하고 있다. 성남FC 서포터들은 축구는 축구로만 봐야지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돼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호소문에 “지난…
-졸라의 작품 『돈』 ‘사카르’라는 인물은 한때 잘 나갔다가 파산을 한 뒤, 여기저기 사람들을 끌어모아 출자를 통해 신디케이트 회사를 꾸려 ‘만국은행’을 만든다. 그러고 나서는 주가조작을 통해 주식의 가치를 한껏 부풀려 그 차익을 온통 뻥튀기를 하다가 결국 몰락하게 된다.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노렸지만 망해버린 것이다. 때는 나폴레옹의 조카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3세가 쿠데타로 집권했던 프랑스 제2 제정 시기에 속하는 1860년대 말에서 70년의 시기였다. 이 사건은 에밀 졸라의 작품 <돈(L’argent)>의 줄거리에 담긴 내용이다. 자본과 욕망이 한 몸이 되어 유럽의 수도 파리를 휩쓴 광기와 이에 덩달아 놀아나게 된 프랑스 대중들의 모습을 에밀 졸라는 촘촘한 취재와 놀라운 문학성으로 그려냈다. 1871년 <루공 가(家)의 행운(La Fortune des Rougon)>이 그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면 <돈>은 20년 뒤 출간된 소설이었다. 19세기 프랑스 사회사를 표현해내겠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루공-마카르 총서(Les Rougon-Macquart)” 가운데 하나였다. 이 총서는 무려 18권으로 마무리되었으며, 에밀 졸라 문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친구와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친구의 차, 테슬라를 타고 가는 내내 나는 네추럴 와인을 마셨고 둘만의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전기차는 몇 번 타 본 경험이 있었지만, 테슬라는 처음이었다. 평소 내가 탔던 차들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자율주행 기능의 수준이 높아서 장거리 주행의 편리성을 물론, 막연히 생각했던 충전도 전혀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어 분명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다른 점이 보였다. 고속도로에서는 FSD (Full self diving)기능을 사용함으로서 운전의 피로감도 상대적으로 적고, 심지어 주차할 때도 핸드폰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신기했다. 이런 게 소위 ‘쿨해’ 보인다는 걸까. 그 분위기에 취해 나도 와인을 꺼내 마셨다. 그때 옆자리에 있던 친구가 어떤 와인을 마시냐고 물었다. “이게 이제 막 국내로 들어온 스페인 내추럴 수상 와인이야. 이번에 추석 선물로 어떤 와인을 선물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마침내 고른 와인. 어때, 레이블 참 예쁘지?” 요즘 가장 즐겨 마시는 네추럴 와인 3종을 소개했다. 2병에 5만 원 정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개성 있는 레이블이 소위 ‘인싸(I
윤석열 정권의 교육홀대가 수인한도를 넘었다. 이대로 뒀다가는 한국교육이 갈 길을 잃고 병증이 깊어지게 생겼다. 우선 교육부 장관의 장기 공석상태부터 해결해야 한다.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중요부처 장관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지금의 정권상황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래도 교육전문성이 없는 교육부 장관은 안 된다. 가까스로 한 달 재임했던 박순애 장관은 행정학 교수 출신이었다. 교육비전문가답게 매우 예민한 초등학교 입학연령 단축 안을 불쑥 내놨다가 교육계와 여론의 호된 뭇매를 맞고 사실상 인책 사퇴했다. 박순애 장관과 짝을 이뤘던 첫 교육부차관도 교육비전문가 행정관료 출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무슨 심보로 비전문가 장차관에게 교육부를 맡겼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오만과 독선이 첫 장관경질사태를 초래하며 정권운영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비전문가의 교육부장차관 임명을 두고 교육부 해체를 염두에 둔 의도적 인사조치라는 정권엄호 해석도 없지 않았다. 유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감에게 넘기고 국가교육위에 국가공통 기본교육과정을 넘겼으니 한걸음 더 나아가서 고등교육을 독립위원회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교육부를 사실상 해체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는 것이다. 헛소리다
현인은 자신의 현재의 처지를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의 법칙, 즉 사랑의 법칙의 수행은 어떠한 상태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군자는 모든 것을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모든 것을 남에게서 찾는다. (공자) 나는 내 운명을 한탄하거나 핑계 삼지 않았다. 그러나 딱 한 번, 신발이 없는데 그것을 살 돈마저 없었을 때, 나도 모르게 불평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무거운 마음으로 쿠파의 한 커다란 이슬람 회당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나는 발이 없는 사람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신발이 없을 뿐 멀쩡한 두 발을 가진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했다. 현자는 마음속에 하늘의 섭리를 의식하고 있어서, 문밖에 나가지 않아도 알아야 할 것은 다 알고 있다. 멀리 가면 갈수록 정말 아는 것은 적어진다. 그러므로 현자는 여행을 하지 않아도 알아야 할 것은 알고, 사물을 보지 않아도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며, 직접 뛰어들지 않고도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다. (노자) 자신의 처지에 불만이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두 가지 방법으로 바꿀 수 있다. 즉 자신의 생활조건을 개선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개선하는 것이다. 앞의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고 할 수 없지만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