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본래의 의미는 질문에 맞지 않게 엉뚱한 답을 한다는 것. 하지만 근래에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의 줄임말로 회자되고 있다. 요즘 농업계에서는 지난 1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새로이 선출되면서 농협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전한다. 취임 첫날에 농협이념교육원을 설립하고 잘사는 농업인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농협직원들에게 농심(農心)을 심어주기 위한 행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나도 최근 바쁜 시간을 쪼개어 농협이념 교육과정의 하나인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농촌현장체험을 다녀왔다. 찾은 곳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소재한 ‘동막마을’이었다. 강화도 입구를 지키고 있는 문수산성(文殊山城 )부근의 전형적인 촌락이었다.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되어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마을이기도 했다. 농촌현장체험은 농업인들과 고된 농작업을 함께 수행하면서 그들과 하나가 되기 위한 지혜를 찾는 기회의 시간으로 채색됐다. 이념교육 과정은 국민의 농협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김 회장의 의지가 이론과 현장 교육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그의 취임 일성은 절박한 농심(農心)이었다. 농심 찾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경제를 선진경제로 도약시키는 핵심열쇠는 규제개혁이라고 말했다. 규제개혁은 법률 개혁의 하나로서 보통 기업 활동과 관련된 경제규제에 대한 개혁을 말한다. 올해 우리나라는 저성장과 실업률 증가, 한진해운사태,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의 국내사정과 중국·신흥국의 경제성장 둔화, 난민·테러 문제 등으로 국제정세의 불안한 환경과 경제침체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적응하고 일자리 창출과 미래를 대비하는 융복합 창조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규제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규제개혁은 행정규제이다. 행정규제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이나 자치법규 등을 행정규제라 한다. 행정규제는 크게 법령에 의한 중앙규제와 자치법규에 의한 지방규제로 나눌 수 있다. 이런 행정규제가 기업이나 개인사업자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더 나아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 또는 의무를 부과하여 생활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불량한 행정규제를 폐지·완화하고 비효율적인
지난 2014년 12월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은 ‘갑질 논란’을 촉발시키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또한 SNS 등을 통해 ‘갑질’이라는 말이 급속도로 퍼졌다. 그만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문화’가 사회 전반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 경찰에서는 ‘갑질 횡포’ 근절을 위해 9월1일부터 오는 12월9일까지 100일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열악한 사회적 지위에 놓여있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외국인근로자, 결혼이주여성 등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임금착취, 성폭력·가정폭력 등은 음성화되어 경찰의 불법행위 근절의지에도 불구하고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며칠 전, 불법체류자 A(베트남)씨가 문의를 해왔다. 사업주로부터 임금(170만원)을 받지 못했는데 추방이 무서워 관계기관에 신고도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경찰에서는 곧바로 사업주 대상 임금갈취 등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고, 업주는 밀린 임금을 바로 입금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결혼이주여성은 가정폭력을 당하고도 이혼을 당하고 자녀를 뺏길까 두려워 신고도 못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는 추방을 우
교통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안타까운 교통사고를 종종 목격하는데, 그 중에서도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접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올해부터 경기남부경찰청은 어린이 횡단보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노란 발자국’을 그리고 있다. 차도에서 50㎝ 가량 떨어져 그린 것으로 일종의 ‘넛지효과(nudge effect)’인데, 넛지란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타인의 선택을 이끄는 것은 말한다. 이에 노란 발자국을 그려 안전하게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도록 유도,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는 작지만 세심한 배려행정이다. 바쁜 등·하굣길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위험스레 차도 경계 위까지 서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에 신호를 기다릴 때 아이들이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노란 발자국을 그려 어린이들이 습관적으로 안전한 장소에 대기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각적인 효과로 그려진다. 광명시 가림초등학교 앞 사거리 횡단보도에 처음 노란 발자국을 그렸는데, 그 결과 차도 쪽에 바짝 붙어 신호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보행자 정지선 뒤 노란 발자국에 발을 맞춰 대기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인근
요즘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 물으면 ‘없다’ 혹은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이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23.7%)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보다는 수입의 안정성을 더 고려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청소년들이 꿈이 없다는 사실보다는 단순히 공직자가 꿈이라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다. 나 역시 경찰공무원이지만 공무원이기 때문에 경찰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특별한 꿈이 없었던 나는 막연히 공부를 하면서도 다양한 취미를 갖고 여행하며 많은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다. 대학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에 빠졌지만 그동안의 경험들로 내가 무엇을 해야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할 수 있을지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고, 경찰의 꿈을 이루었다. 나는 현재 인천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만나면 꼭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고 꿈이 없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에게 지금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하지
올해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특징 짓는 키워드에는 아마 ‘갑질’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갑질논란’은 과거에도 있었으며,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원하는 국민적 열망과 분노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작년에 천만관객을 모은 영화 ‘베테랑’의 흥행요소는 을의 신분이라는 생각되는 관객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선사함으로써 공정한 사회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비단 이러한 통쾌함은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방향지시등 신호도 없이 거침없이 들이대고는 굉음과 함께 사라지는 덤프트럭 등 대형차나 고급 외제차를 보자니 ‘큰 차, 고급차 운전한다고 갑질하나’라는 생각과 사고 위험에 나도 모르게 쌍욕이 저절로 나온다. 정말 원통하고 분하다. 을의 신분은 운전 중에도 계속되는 것인가. 1401년 조선 태종은 대궐 앞에 북을 달고 어려움에 처한 백성이 있으면 북을 울려 왕에게 하소연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북을 칠 수 있는 사건의 종류가 제한됐을 뿐만 아니라 한양 부근에 사는 백성들만 현실적으로 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널리 이용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615년이…
인권이란 단어를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피의자 인권침해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찰의 수사와 행정은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고, 이에 부수적으로 절차상 하자가 문제되어 무죄 판결을 받는 피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도모하였다. 일련의 형사절차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한 것이다. 아니, 보호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간 형사법적 사고로 피의자의 처벌만이 경찰의 의무라고 한정시켜 피해자의 인권(권리)은 외면해 온 것이다. 이에 경찰은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피해자의 인권을 찾아주기 위하여 2015년을 ‘피해자보호 원년의 해’로 정하였고 전국 경찰서에 피해자전담경찰관을 배치했다. 심리상담 등 전문교육을 통해 피해자전담경찰관의 역량을 강화했고, 피해자 신변보호 정책 시행, 범죄 피해 현장 정리, 임시숙소 운영 등 다양한 피해자 보호·지원 제도를 통해 피해자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도모해 왔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제도적 지원과 지역사회(민간단체 포함)의 참여가 어우러져야 한다. 현재 범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정폭력의 정의와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인식 그리고 가정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가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의 정도와 행태는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이 파악되지 않는다면 가정폭력은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가 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래왔지만 현재까지도 TV 드라마 등을 통해 가족 간의 폭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지만 그냥 가족 간의 불화나 다툼정도로만 표현할 뿐 범죄로서 인식을 하게끔 하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언론에 가정폭력으로 인한 중대한 사건이 발생, 보도되면 그제서야 마치 여태껏 없었던 신종 범죄가 생겨서 사회를 크게 어지럽히고 있는 듯 이목을 집중시키곤 한다. 하루에도 몇 번 씩 가정폭력 신고를 접하고 사건을 처리하다보면 몇가지 공통점이 보이는데, 그중 하나는, 수년간에 걸쳐 수십 차례 반복되어 피해자들이 버티고 견디다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러서야 신고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한 번 신고가 된 가정은 이후 반복적인 신고가 접수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발표된 통계만으로는 가정폭력의 수치를 가늠할 수가 없다. 가정폭력 행위자들이 출동한 경찰관에게 주로 하는 말이 있다.
충남 한 지역에서 고교생 등 학생 8명이 중학생 한 명을 사흘에 걸쳐 집단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들은 신고하면 보복하겠다고 협박한 것도 모자라 각서를 쓰게 해서 사진까지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하던 피해 학생의 학교 보건선생님이 학생의 이상 징후를 알아채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다. 이렇듯 학교폭력으로부터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은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지켜보아야 한다. 대체로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피해학생 등은 어떤 징후가 나타나게 되어있는데 그 사실을 빨리 감지하고 조치를 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학생의 징후로는 학교가기 싫다는 말과 함께 자주 지각, 결석을 한다. 몸에 상처나 멍 자국이 있고, 자주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며 소지품이 자주 망가지거나 분실되고 친구의 심부름을 자주한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이러한 징후들을 지켜보아야 하고 학생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관심은 ‘실천’ 없이는 부족하다. 교사, 학부모, 경찰관 등 어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 학교폭력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일중에 하나는 관공서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며 난동부리는 취객을 상대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주취소란자들은 경찰관의 제지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좀처럼 행패를 멈추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야간에 택시비 시비로 지구대를 찾는 주취자들의 경우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행위, 평소 음주 및 교통단속등 경찰의 단속에 불만을 품고 있다가 지구대로 찾아와 시비하고 욕을 하는 행위, 경찰관의 출동 현장에서 불만으로 지구대로 찾아와 시비를 거는 행위 등이 모두 관공서 주취소란 행위에 포함된다. 한사람의 주취소란 행위로 경찰력이 소모되다 보니 정작 경찰의 도움이 절실이 요구되는 곳에 신속히 출동할 수 없게 돼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찰은 관공서 주취소란 행위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엄격한 법집행을 시행하고 있다. 경범죄 처벌법 개정으로 ‘관공서 주취소란’(제3조3항)은 술을 마시고 관공서에서 거친말과 행동으로 소란을 피울 경우 60만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