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흑사병 등 팬데믹이 지나간 뒤에 사회는 평등해졌다. 노동력의 부족으로 임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의 후과는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되는 양상으로 귀결되고 있다. 의학 기술의 발달과 양적 완화 때문이다. 첨단 의학 기술이 사망자를 최소화한 것은 인류가 이룬 또 하나의 성과이지만, 중앙은행이 초 저금리 하에서 경기부양을 위하여 돈을 푸는 양적 완화(Quantative Easing)의 효과는 긍정·부정의 이중성을 띠고 있다. 무제한 화폐 발행을 가능하게 하는 현재의 화폐제도는 21세기에 들어와 경제위기 극복의 만능보검으로서 양적 완화를 탄생시켰다. 일본은 1990년대 자산 버블과 고령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대책으로서 제로 금리 정책이 효과가 없자, 2001년 중앙은행이 발권을 통해 국공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극약 처방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방식은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시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의하여 일반화되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하자 미국을 필두로 각국 정부는 초거대 규모의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자산시장에 버블을 초래하였고, 사회는 일확천금의 환상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를 통해 2010년부터 12년간 지속된 진보교육감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진보*보수교육감 경쟁시대가 열렸다. 진보교육감 9인과 보수교육감 8인이 팽팽하게 경쟁하는 보혁 대결시대에서 어느 진영이 시대의 과제를 풀어주며 국민의 마음을 얻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민주당 5, 국힘 12로 보수가 휩쓴 시도지사 선거결과에 비하면 시도교육감 선거결과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서울과 인천, 경남과 울산, 충남과 세종 등 6개 지역에선 국힘당 시도지사가 당선되었음에도 현직 진보교육감이 재선이나 3선에 성공했다. 아직 진보교육감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살아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진보교육감에서 보수교육감으로 교체된 지역은 경기, 부산, 충북, 강원, 제주 등 다섯 곳이다. 무엇보다 진보후보와 보수후보가 1대1로 붙은 경기도와 부산에서 진보후보가 진 것이 뼈아픈 패배다. 5개 교체지역 중 부산과 충북, 강원은 시도지사가 국힘당으로 넘어가며 교육감도 보수성향으로 바뀐 경우다. 반면 경기와 제주는 민주당후보가 도지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성향 교육감이 나온 경우다. 결과적으로 17개 시도지역 중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의 정치성향이 다른 곳이 서울, 인천, 울산
내 취향 음악 좀 찾아주세요. 평소 A, B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데 내 취향의 음악이 더 없을까요? 온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문이다. 답변으로는 제시된 음악을 분석해 일정한 카테고리에 집어넣고, 그와 유사한 음악을 추천하는 글이 달린다. 취존(취향 존중), 개취(개인 취향)라는 줄임말이 흔히 사용될 정도로 취향은 이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다. 취향에만 맞는다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품도 과감한 펀딩을 통해 구매하고, 해시태그를 이용해 취향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태그니티(TAGnity, TAG+Community)를 형성한다. 숨겨졌던 당신의 취향을 찾아주겠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다양한 취향이 점점 더 세분화되는 요즘, 좋고 싫음은 분명하지만 취향에 맞는 것들을 찾아 나설 시간도 열정도 없는 사람들은 SNS(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에 의탁한다. AI가 한 사람이 올린 사진과 글, 대화 등의 라이프로그를 끊임없이 분석해 ‘당신의 취향엔 이것’이라며 새로운 것을 제시하면 그 사람은 분석된 결과물의 호불호만 분류하면 된다. 취향의 시대는 여행에도 스며들었다. 여행을 자주 할 수 없던 시절 여행은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보는 관광 목적이 많았지만, 여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제6차 재확산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주일에 2배씩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면서, 검사량 감소로 확진자 수가 비교적 적게 발생하는 월요일에도 1만 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중이다. 정부가 장담하던 ‘과학 방역’은 제대로 준비되어 가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한껏 느슨해진 시민들의 ‘방역 의식’이 문제다. 다시 ‘자율 방역’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할 시점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오늘 회의를 통해 코로나19 하반기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후에 열리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첫 회의의 결과가 주목된다.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과 김승희 전 의원의 연이은 후보 사퇴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두 달째 감염병 관리 주무장관인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가 공석인 상태라는 점도 또 다른 측면의 걱정거리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2693명이 늘어 누적 1천852만4538명을 기록했다. 이날 확진자 수도 1주 전인 지난 4일 6253명 대비 곱절이 넘게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을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경기 39
초유의 당 대표 징계로 집권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아온 이준석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 결정을 내렸고, 이 대표는 강하게 반발하며 대표직에서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내비치고 있다. 집권여당의 향배가 중대 기로에 서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초복합위기로 국가와 서민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데 집권당은 집안싸움으로 국민들이 나라와 여당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새정부가 출범한지 2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30%대로 내려가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3개월여 만에 야당에 역전됐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국가적으로 산적한 현안이 가로놓여 있다. 특히 노동‧교육‧연금‧공공기관 개혁은 정부‧여당이 총력적인 대응체제를 구축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난제들이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절대적인 응원군인 국정‧정당 지지도, 즉 국민여론이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하는 ‘민간주도성장’을 내세우며 규제혁파를 강조하고 있다. 규제개혁은 기득권과의 싸움이자 이해충돌의 갈등 조정이 생명이다. 공공기관 구조개혁은 노조가 공기업 민영화 프레임 등으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전직 해상자위대 간부가 쏜 산탄총을 맞아 사망했다. 최장기 총리를 역임했다는 그의 죽음에 대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암살에 의한 것이든, 자연사이든 죽음에 사람이 조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베의 죽음은 한국인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를 보는 우리 마음이 착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국가로 만들려 했고 한반도에 대한 일제의 식민 지배를 사죄한 아키히토 일왕을 비롯한 일본 지도자들의 공식 발언을 부인하면서 일본의 침략이 국제법상으로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렸던 그였다.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강변했을 뿐 아니라 일본이 종군 위안부를 강제 동원해 성노예로 삼았던 사실 역시 지어낸 근거 없는 것이라고 주장해 공분을 자아냈다. 또 이 같은 ‘거짓된 진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와 관련해서는 그 역사적 맥락에 대한 언급도 없이 마치 안 의사를 이토 히로부미의 단순 살해범 정도로 폄하하기도 했다. 최근에 그는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제한한 보복 조처를 합리
팔순을 맞은 외삼촌이 가까운 친지들을 모아 식사 대접을 했다. 식사 후, 술잔이 몇 번 돌자 취기에 오른 외삼촌이 가족을 불러내 애정과 고마움을 전한다. 의례적이면서도 늘 뭉클한 ‘사랑의 가족’ 모습인데 지켜보는 이들의 표정이 복잡하다. 부부 갈등으로 인한 수 차례의 이혼 위기, 자녀들의 가출 등 쉬쉬해도 소문 돈 지난한 가족사를 떠올렸기 때문 아닐까 싶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 한 곡조를 뽑겠다’는 삼촌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노래일) ‘아, 목동아’를 부른다. ‘산골짝마다 울리는 목동들의 피리 소리’로 시작되는데, 무한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유한한 남녀간의 사랑을 애달파하는 초원의 사랑가다. 삼촌 연배의 분들은 현재명 작사, 작곡의 우리 노래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실은 영국 옆 섬나라 아일랜드의 민요다. 아일랜드인들은 한 서린 자신들의 노래가 지구 반대쪽에서 ‘사랑타령’으로 바뀌어 불린다는 것을 알면 뭐라고 할까. 아일랜드는 700년 넘게 영국 식민지로 있던 나라다. 1916년, 분리 독립 선언하고 봉기한 아일랜드에서는 수많은 청년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전쟁터로 달려갔다. ‘아, 목동아’의 원곡 ‘오, 대니 보이’는 어린 아
정치는 언어의 예술이다. 언어는 사유의 결과물이기에 언어가 빈곤한 사람은 사유가 부족하다. 요즘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화제다. 소통을 위한 적극적 자세가 신선하고 좋아 보인다. 지난 정부의 대국민소통은 답답했는데 이번 정부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좋은 의도만큼 탈도 많다. 정치인 모두를 지도자라 부르진 않는다. 내 기준으론 당 대표급이거나 대선 후보급 정도는 돼야 정치지도자라 부른다.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지도자다. 2017년 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주요 사안을 국민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대통령을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오는 시간이 갈수록 쌓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더 심했다. 방미 중 성추행 당사자인 윤창중 대변인의 경질을 알리면서 홍보수석은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한다”라고 발표했다. 사과해야 할 사람이 사과받는 신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정치인의 말에 멋과 여운과 품격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정치지도자에게 언어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도 그랬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오바마는 임기중 연평균 20회의 기자회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