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언어의 예술이다. 언어는 사유의 결과물이기에 언어가 빈곤한 사람은 사유가 부족하다. 요즘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화제다. 소통을 위한 적극적 자세가 신선하고 좋아 보인다. 지난 정부의 대국민소통은 답답했는데 이번 정부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좋은 의도만큼 탈도 많다. 정치인 모두를 지도자라 부르진 않는다. 내 기준으론 당 대표급이거나 대선 후보급 정도는 돼야 정치지도자라 부른다.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지도자다. 2017년 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주요 사안을 국민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대통령을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오는 시간이 갈수록 쌓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더 심했다. 방미 중 성추행 당사자인 윤창중 대변인의 경질을 알리면서 홍보수석은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한다”라고 발표했다. 사과해야 할 사람이 사과받는 신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정치인의 말에 멋과 여운과 품격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정치지도자에게 언어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도 그랬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오바마는 임기중 연평균 20회의 기자회견을
팔순을 맞은 외삼촌이 가까운 친지들을 모아 식사 대접을 했다. 식사 후, 술잔이 몇 번 돌자 취기에 오른 외삼촌이 가족을 불러내 애정과 고마움을 전한다. 의례적이면서도 늘 뭉클한 ‘사랑의 가족’ 모습인데 지켜보는 이들의 표정이 복잡하다. 부부 갈등으로 인한 수 차례의 이혼 위기, 자녀들의 가출 등 쉬쉬해도 소문 돈 지난한 가족사를 떠올렸기 때문 아닐까 싶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 한 곡조를 뽑겠다’는 삼촌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노래일) ‘아, 목동아’를 부른다. ‘산골짝마다 울리는 목동들의 피리 소리’로 시작되는데, 무한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유한한 남녀간의 사랑을 애달파하는 초원의 사랑가다. 삼촌 연배의 분들은 현재명 작사, 작곡의 우리 노래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실은 영국 옆 섬나라 아일랜드의 민요다. 아일랜드인들은 한 서린 자신들의 노래가 지구 반대쪽에서 ‘사랑타령’으로 바뀌어 불린다는 것을 알면 뭐라고 할까. 아일랜드는 700년 넘게 영국 식민지로 있던 나라다. 1916년, 분리 독립 선언하고 봉기한 아일랜드에서는 수많은 청년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전쟁터로 달려갔다. ‘아, 목동아’의 원곡 ‘오, 대니 보이’는 어린 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전직 해상자위대 간부가 쏜 산탄총을 맞아 사망했다. 최장기 총리를 역임했다는 그의 죽음에 대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암살에 의한 것이든, 자연사이든 죽음에 사람이 조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베의 죽음은 한국인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를 보는 우리 마음이 착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국가로 만들려 했고 한반도에 대한 일제의 식민 지배를 사죄한 아키히토 일왕을 비롯한 일본 지도자들의 공식 발언을 부인하면서 일본의 침략이 국제법상으로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렸던 그였다.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강변했을 뿐 아니라 일본이 종군 위안부를 강제 동원해 성노예로 삼았던 사실 역시 지어낸 근거 없는 것이라고 주장해 공분을 자아냈다. 또 이 같은 ‘거짓된 진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와 관련해서는 그 역사적 맥락에 대한 언급도 없이 마치 안 의사를 이토 히로부미의 단순 살해범 정도로 폄하하기도 했다. 최근에 그는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제한한 보복 조처를 합리
- 발틱함대와 일본 해군 “두 줄로, 마치 바둑돌을 나란히 놓는 것처럼 저렇게도 정연하게 대오를 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 그 함대의 위용을 본 놀라움은 지금도 온몸에 남아 있어.” 러-일 전쟁의 최후결전 쓰시마(對馬島) 해전(海戰) 장면을 목격했던, 이제는 80살의 노인이 된 이의 증언이라며 일본의 이른바 국민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가 기록한 대사다. 러시아의 세계 최강 발틱함대와 일본의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가 이끄는 함대의 격돌 직전의 장면이다. 이는 그가 쓴 『언덕 위의 구름(坂の上の雲)』의 한 대목으로 국내에서는 1979년 『대망(大望)』이라는 장편 시리즈의 35권에서 37권으로 번역되어 꽤나 읽혔다.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가 육군의 신이라고 한다면 도고 헤이하치로는 해군의 신이라 불렸던 자다. 이 작품은 명치유신 이후로부터 러-일전쟁 승리까지 다룬 역사소설로 일본의 해군력 증강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 해전의 승패가 일본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인지에 대해 시바 료타로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일본 역사를 어떻게도 해석하고 논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해를 지키려는 이 해전에서 일본 측이 졌을 경우 그 결과에 대
경기도보건교사회와 경기도전문상담교사협회 회원들이 화났다. 지난 2일 도교육청이 비교과 계열(보건‧영양‧전문상담‧예술창작 4군) 장학사를 기존 전문전형(5년)이 아닌 임기제 전형(3년)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부터다. 전문전형 장학사는 5년, 길게는 9년까지 일하면서 장기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수 있지만 임기제 장학사는 임기가 3년이다. 책임감 있는 상담과 위기지원 정책을 펼칠 수 없으며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2년간 장학사 지원이 제한돼 직무연속성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장학사는 교육현장을 지도·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교육전문직 공무원이다. 이들은 교육의 목표와 내용, 학습지도법 등 교육에 관한 모든 조건과 영역에 걸쳐서 협력과 조언을 해준다. 전기한 것처럼 전문전형 장학사는 5년 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임기제 장학사는 임기 3년이 종료되면 본래 직위로 복귀해야 한다. 이들이 비교과 계열이라고는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경험이 축적된 전문가들이다. 그러니 비교과 계열만 3년 짜리 임기제 장학사로 선발한 것과 관련 이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보건교사의 경우 장학사로 5년간 경력을 쌓는 것이
모바일로 뉴스를 접하면서 새벽시간 현관 앞에 배달되는 신문을 집어드는 즐거움이 거의 사라졌다.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할 젊은 미디어 수용자들이 있을 것이다. 신문 한 부를 확장하기 위해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고, 1년 구독료를 받지 않던 시절이 오래되지 않았다. 이런 행태가 전설로 남겠지만, 지면 신문은 담길 기사량이 제한돼 기사의 질은 상대적으로 정제되었고 높았다. 정보기술은 뉴스의 무한 공급을 가능케했지만, 싸구려 기사가 양산될 가능성을 크게 키웠다. 실제로 뉴스의 질은 크게 떨어졌다. 특히 한국이 유별나다. 기사가 포털을 통해 유통되면서 뉴스 이용자들은 어느 언론사가 제공한 기사인지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 전통있는 언론사조차도 클릭수 높이기 전쟁에 뛰어들면서 이 같은 추세는 가속되고 있다. 선정적인 기사가 난무하는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언론이 좋아하는 최고의 뉴스 메이커는 뭐니뭐니해도 김건희 여사다.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은 대통령의 뉴스를 덮을 정도로 집중적 관심을 받는다. 호불호를 넘어 기사 클릭 로켓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김 여사의 활동이 부각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다. 김 여사 뉴스는 청년실업, 경기침체와 인플레, 코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로 인해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보면 2020년에 16%에 이르렀고, 10년 후에는 25% 이상이 될 것이라 한다. 이로 인한 의료비 증가와 서비스 수요 증가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노인 건강복지를 위한 요양병원이나 시설의 경우 냄새, 욕창, 낙상, 와상이 없는 것과 기저귀와 신체 억제대를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고 노인들을 케어하는 돌봄을 지향하고 있으나 간병사나 요양보호사의 간병 수가가 도입되지 않아 돌봄 서비스 경쟁보다는 간병 단가를 낮추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건강과 보건 의료분야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가상현실(VR), 모바일 앱, 원격의료, 소프트웨어 등의 첨단기술을 결합한 전 세계가 지향하고 있는 새로운 돌봄의 형태를 의미하며 산업적으로도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다. 가속화되는 고령화, 만성질환 환자 증가 속에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질병 예방과 의료비 경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 기업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져 가고 있으며 대기업, 통신사, 제약사들도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후 남북관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남북관계가 재개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본다. 5월 16일 정부는 코로나 방역협력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을 제의했고, 6월 21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장소, 의제, 형식 등을 가리지 않는 조건없는 남북대화를 제의했다.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7월 1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신종코로나 진원지로 대북전단지를 지목하며 대남 비방에 나섰다. 이 점을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대화제의에 대한 답변을 북한 신종코로나 확산의 원인제공자로 남한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코로나와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대남 적개심 고취를 통해 민심을 다잡기 위한 행보라고 단순하게 해석할 것은 아니라 판단된다. 통일부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때는 늘 북한의 의도, 예상되는 반응 등 북한의 속내를 미리 예견하면서 대책을 세운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의 대북제의에 진정성이 있는가, 혹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목적의 발언은 아닌가, 우리 내부에도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겠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바로 해야 핵문제 등 남북간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