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 살자
“그 이불솜 베개 다 버리고, 우리 이제 서울 가서 살자...미련 없이 버리고, 서울 가 살자”고 한다. 대중의 마음을 파고 드니 대중가요이고, 순식간에 대중이 즐겨 들으니 유행가라 할만하다. 노래나 정책 이슈나 사회적 흐름과 시대를 반영해야 성공한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되었지만 이번에 갑자기 튀어 나온 ‘김포 서울 편입론’은 얼마 전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모은 노래 가사처럼 들린다. 이번 김포 서울 편입론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 여당에서 나왔다. 이 이슈의 소통 풍경은 어떠한가.
급부상한 메가시티론과 사라지는 지역분권론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여당이 이겼다면 이런 주장이 나왔을까. 언론 보도를 보면 여당은 일개 구청장 선거 결과라고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으면서 선거 패배 국면의 전환용으로 새로운 이슈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하는 듯하다. 또 새로 출범한 여당 내 혁신위원회가 특정 지역 다선 출신 의원들의 내년 총선 출마 자제 내지 험지 출마라는 일종의 혁신안에 대한 서울 포함이라는 아이디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다시 말하자면 행정구역 개편과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국가발전 목표를 깊이 검토한 주장이라기보다 수도권 민심에 소구(appeal)하는 일종의 전술이라는 의미이다. 김포가 서울시에 편입된다면 또는 서울시가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한다면 그 결과는 같지만 주도를 어느 쪽이 하는지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여당이 보궐 선거 결과 국면에서 또 내년 총선 전략에서 이 이슈를 제기한 것이라면 짧은 시간에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은 사안이다.
‘서울 가 살자’와 ‘강변 살자’의 균형
서울에 김포가 편입되면 이른바 메가시티가 형성된다. 대형 광역 경제 생활권이 만들어져 글로벌 경제 시대에 서울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규모가 커지고 면적이 넓어진다고 경쟁력이 강화될지는 의문이다. 서울과 김포가 하나의 행정상으로 통합된 지도상의 기이한 형태를 보더라도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보다 해결이 매우 어려운 여러 난제를 안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포 서울편입론에 대해 서울 시민과 김포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상충하여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고 심화할 수 있다. 지금도 심각한 지경에 있는 교통망이 더욱 해결 난망의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9.19 남북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는 듯한 대치 상황도 우려되는 포인트이다. 김포시가 서울시에 포함되면 북한과 중국과의 수도 서울의 접경지대가 더욱 가까워지는 셈이고 군사도발이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제사회에서는 더욱 심각한 여론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
이번 김포 서울편입론의 긍정적 효과는 서울-김포만의 문제가 아닌 국토균형발전과 지역분권이라는 이슈를 장기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남북 분도(分道) 논의도 이러한 범주에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은 이제 시대 역행적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김소월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고 하지 않는가.
신동진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