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기주의는 개인 이기주의보다 훨씬 더 맹렬하다. 자기 한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을 희생시키기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가족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불행과 곤경까지 이용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여긴다. 인색, 뇌물, 노동자의 탄압, 부정한 상술, 이러한 것들은 모두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고 있다. 가족이니 조국이니 하는 것이 우리의 영혼을 제약할 수는 없고, 또 제약해서도 안 된다. 인간은 태어난 날부터 몇몇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데, 그 사람들의 사랑이 그의 마음속에 인간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가족애와 조국애가 배타적인 것이 되어 그것 때문에 인류의 보편적인 요구를 물리치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의 마음의 양육자가 아니라 그 무덤이 되고 만다. (채닝) 가족에 대한 사랑은 결국 자기애의 감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부정하고 나쁜 행위의 원인은 될 수 있어도 결코 그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예수) 가족에 대한 사랑 속에는 자아에 대한 사랑과 마찬가지로 도덕적인 의미의 선악이 들어
애견 간식이 배달됐다. 가격은 종전과 같은데 크기가 줄었다. 점심시간, 1만 원 미만으론 제대로 된 한 끼 식사가 쉽지 않다. 휘발유 1리터 가격이 21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고속도로엔 시속 80~90km의 ‘정속’ 주행 차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고(高)물가 시대, 일상의 한 모퉁이다. 한편, 주가 급락에 따라 증시엔 신용반대매매 리스크가 커졌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가계엔 이자 부담에 비상이 걸렸다. ‘빚투’에 나섰던 젊은이들의 곡소리가 심상치 않다. 전기요금도 인상될 예정이다.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에선 ‘최저임금 동결’을 주창한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인지, 이기주의적 발로의 주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28일, 경제수장인 추경호 부총리는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물가가 연쇄 상승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한다. 십분 이해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물가상승에 걸맞은 임금인상이 확보돼야 경제도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는 ‘최저임금 인상’
1인 가구가 늘고 이웃 간의 단절현상이 심화되면서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2020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서는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638만 가구였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 313만 가구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이제 집안에서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애완’이 아니라 ‘반려’로써 인간의 가족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이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면 가족을 잃은 것처럼 깊은 슬픔에 잠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 취급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다. 폐기물관리법 제2조는 동물의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을 폐기물로 취급하는 법 때문에 반려동물의 사체를 자기 땅에 묻는 것도 불법이다. 동물의 사체를 땅에 묻는다면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의해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처벌을 받는다. 함부로 버리거나 화장하는 것도 안된다.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거나 불법 매립하는 행위와 같다. 따라서 의료폐기물 처리 방식이나 규격 쓰레기봉투를 통한 배출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물론 동물장묘 시설을 통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이 여전히 매끄럽지 못하다. 정치신인이 정권을 잡은 현실 때문에 어느 정도 혼선과 부실이 불가피하리라는 예측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국내외적 환경이 험궂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마저 여야의 강경 대치 국면을 무한정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정운영에 불협화음이 불거지는 모습은 분명히 국민의 걱정거리다. 행정부가 원활한 국정운영 시스템 안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움직임에 반발하여 임기종료를 며칠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권고한 경찰국 신설안을 그대로 수용하자 이에 반발한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흘 전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놓고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질타하고, 대통령실이 즉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의 인사 검증 동의서를 받는 등 압박이 가해진 끝에 일어난 불협화음이다. 이른바 검수완박법이 올 9월부터 시행돼 경찰의 기능과 역할이 큰 폭으로 확대되는 만큼 새로운 경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안이 마련돼야 할 계기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정치권력에 예속된 경찰상을 혁신하기 위해 지난 1991년 옛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
장마철에 열대야가 겹쳤다. 비 소식이 그치지 않고, 연일 6월 최저 기온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장마철에는 식중독, 신경통, 호흡기 질환 등이 늘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 사람도 신체 조절 능력이 떨어져 실수가 잦아진다. 꿉꿉한 공기와 제대로 마르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나는 옷, 조금만 움직여도 끈적끈적해지는 습도에 불쾌지수도 올라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게 되고, 일조량이 부족해 불면증과 우울증도 짙어진다. 모두가 인상을 찌푸리고 다닐 만한 시기다. 그러나 장마철에도 여행은 계속된다. 삶의 모퉁이에서 연속된 불행이 잠시 멈추고 숨 고를 시간을 주지 않듯 날씨도 사람들의 사정을 봐주며 잠시 쉬었다 가라고 맑은 날을 안겨주진 않지만, 삶처럼 여행도 끊이지 않고 지속된다. 비가 내리는 날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실내관광지다. 미술관, 박물관, 과학관, 식물원, 온실, 실내 물놀이장, 찜질방, 실내 동물원, 아쿠아리움에 카페, 원데이 클래스 체험, 영화나 공연까지 실내에서도 즐길 수 있는 여행은 얼마든지 있다. 이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실내관광지에서 실내관광지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실내형 여행’은 쾌적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송보송하고 청량하게…
“‘기자’ 대신 ‘기레기’를 요구하는 자본”. 지난 6월 14일 KBS 아침 뉴스 한 꼭지의 제목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KBS의 우리은행의 라임주가조작 관련 보도와 호반건설의 ‘2세 일감몰아주기’ 관련 보도에 대해 두 기업에서 해당 기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고 개인재산 채권가압류를 신청했다. 겁주기를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이라 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이 나온다 해도 담당 기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벌기업의 언론 장악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30년 전에 ‘김중배 선언’이 있었다. 1991년 동아일보는 두산에 의한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집중보도했다. 대광고주 두산은 동아일보 사주를 통해 집요하게 보도 통제를 시도했고 이에 저항하던 김중배 편집국장은 결국 사퇴한다. 그 퇴임사가 바로 ‘김중배선언(1996.9.6.)’이다. “1990년대가 열리면서 우리는 권력보다 더 원천적이고 영구적인 도전의 세력에 맞서게 되었다는 게 신문기자 김중배의 진단입니다. 정치 권력만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권력은 자본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비슷한 시기인 1991년 가을 계간 『사상』에 “‘무관의 제왕’에서 ‘언론노동자(?
우리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우리는 혼돈과 무질서의 어딘가에서 허우적대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는 거대한 질서 속에서 웅장한 생명의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는 중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는 이전에 누구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였고, 또 앞으로도 누군가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몸을 결코 소멸하지 않고, 지구상에 생명이 계속되는 한 끊임없이 다시 어딘가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의 분자 단위만이 아니라, 내 몸을 꾸려가는 기본 원리도 살아 있는 세상의 모든 나머지와 함께 같은 원리로 돌아가며 함께 호흡한다. 우리는 진정 우주에 속한 존재이며, 이 귀속감을 깨닫는 일은 우리 삶에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 그 깊이를 더해준다. (프리초프 카프라) 예수가 당면했던 사회 분위기와 부처가 출현하신 시대, 혹은 당면했던 사회 분위기는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형식에 치우친 종교적 관행이라든가, 지식층인 성직자 계급이 일반 백성들의 종교적 욕구를 악용하고 왜곡시키는 작태는 엇비슷했지요. 부처님과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그 모든 걸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완성시키러’ 오셨고, 광명과 해방의 길이 모든 인간에게 열
할머니가 앉았다. 시장 입구다. 기다란 우산에 비닐을 씌워 비를 피한다. 생김새만 보아서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천막 같다. 생김새만 닮았을 뿐, 저렇게 작은 천막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쪼그리고 앉은 라면 박스 위로 비가 들친다. 할머니 발치에 놓인 플라스틱 바구니에도 비는 어김없다. 상추랑 쑥갓은 이천 원이고 고추는 천오백 원이다. 파란 바구니가 상추랑 쑥갓이고 빨간 바구니는 고추다. 빨간 바구니는 파란 바구니보다 작다. 할머니의 굽은 어깨도 비닐을 씌운 우산보다 작다. 우산을 씌운 비닐을 타고 빗물이 줄줄 흐른다. 비닐 안쪽은 할머니의 입김으로 뿌옇다. 비 오는 날의 하루가 뿌옇다. 할머니 앞에 아주머니가 앉는다. 두부가게 아주머니다. 기다란 우산에 비닐을 씌워 비를 피하는 할머니에게 콩물을 건넨다. 콩물 담은 바가지에서 모락모락 김이 난다. 으짤라고. 오늘 같은 날은 나오지 말고 쉬어야제. 말은 억세도 눈빛은 살갑다. 아주머니는, 손사래 치는 할머니 비닐 천막 안으로 콩물 바가지를 밀어 넣고 돌아선다. 한참을 꿈쩍도 하지 않던 할머니가 콩물 바가지를 집어 든다. 한 모금이나 마셨을까. 할머니는 빈 페트병에 콩물을 부어 담는다. 페트병 두 개에 콩물이 가득
전쟁과 전쟁 준비가 빚어내는 모든 불행은, 전쟁을 변호하기 위해 제시되는 온갖 이유에 대해 너무 클 뿐만 아니라, 그 이유라는 것이 대부분 논의할 가치도 없을 만큼 하찮은 것이고, 또 전쟁 속에 죽어가는 사람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여러 문명국들 사이에 아직도 전쟁이 필요한 것인가 하고, 거기에 대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미’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애당초부터 그런 것은 한 번도 필요한 적이 없었다고. 이따끔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은 언제나 인류의 올바른 역사적 발달을 저해하고 정의를 파괴하며 그 진보를 방해해 왔다. 대중의 희생 위에서 소수자의 권력욕, 명예욕, 물욕, 대중의 맹신, 소수자에 의해 날조되고 유지되고 있는 각종 편견, 이런 것들이 전쟁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가스통 모흐) 전쟁만큼 사람들의 행동에서 외부로부터의 조종의 힘, 또는 이성이 아닌 사람들의 소문에 의해 좌우된 결과가 뚜렷이 나타나는 것은 없다. 몇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것이 어리석고 추하고 해롭고 위험하며 파괴적이고 고통스럽고 사악하고 아무런 필요도 없는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기꺼이 자랑으로 여기며 실행하고, 그것이 일어나서는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공기업들이 지난해 거액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 18곳이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약 400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영업적자인데도 임직원들에게 총 1586억원의 성과급을 줬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도 각각 772억원, 110억원의 성과급을 나눠가졌다. 사기업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한계공기업의 ‘성과급 잔치’가 가능한 이면에는 문재인 정부가 평가지표에서 ‘경영실적’ 점수 비중은 낮추고 ‘사회적 가치 구현’ 비중을 높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350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30만 7690명에서 지난해 41만 6191명으로 10만 8501명(35.3%)이나 늘었다. 공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먼저 경영평가시스템을 개편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영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