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후보가 민주당 대선 순회경선에서 대구·경북과 강원을 지나며 11.35% 누적득표율로 ‘빅3’에 안착했다. 추 후보는 주류 기득권언론의 집요한 공격으로 비호감 1위, ‘마이너스 10%’ 지지율로 ‘지하’에서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지금도 지지의원 하나 없이 ‘촛불시민들’이 꾸린 캠프에서 ‘필마단기’로 싸우고 있다. 추 후보는 경북여고 출신으로 정읍출신의 변호사와 결혼했다. 광주고법에서 판사를 하다가 DJ의 권유로 정치인으로 변신하여 서울에서 지역구 5선을 했고, 민주당 역사상 최초로 여성 당대표를 지낸 후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15대·16대·19대 대선에서 민주당 선대위의 요직을 맡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도왔고 그 과정에서 ‘추다르크’ ‘돼지엄마’라는 별명도 얻었다. ‘사람이 높은 세상’을 표방한 추 후보의 대선공약은 누구보다 참신하다.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축으로 하는 ‘지대개혁’, 모든 국민이 월급 받으며 일정기간 쉴 수 있는 ‘국민안식년제도’, 청년평화기금과 남북 대학 교환학생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신세대평화’,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에코정치’,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창의융합교육’,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촘촘하게…
오늘날 학문이라고 불리고 있는 지식은 인간 생활의 행복에 공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저해하고 있다. 학문은 태양의 흑점이 나타나는 원인을 해명함으로써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법칙과 그 법칙의 배반에서 생기는 결과를 밝힘으로써, 자신의 과제에 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존 러스킨) 자연에 관한 한, 경험은 우리에게 법칙을 주고 또 진리의 원천이 되어 주지만, 도덕적인 법칙에 관해서는 경험은 유감스럽게도 미망의 어머니이다. 그러므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법칙을, 자연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역사상 일어났던 일에서 이끌어내거나, 그것에 한정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한 일이다. (칸트) 지식은 위인을 겸허하게 하고, 보통 사람을 놀라게 하며, 소인배를 우쭐하게 한다. 학문은 마음의 양식이다. 그러나 육체의 양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육체에 해롭듯이, 마음의 양식도 지나치면 병에 걸리는 수가 있다. 그것을 피하려면 마음의 양식도 육체의 양식과 마찬가지로 꼭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섭취해야 한다. (러스킨) 지식이 중요한 것이 되려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사람들의 일치를 위해 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들은 모든 사람에게 유일한 진리를 인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대체로 보는 걸 좋아하는데 K리그 팀의 서포터스를 한 적이 있고 국가대표 경기는 챙겨서 보는 편이다. 관람하는 것과 다르게 직접 공을 찬 경험은 초등학교 때 동네 꼬마들하고 뛴 게 마지막이다. 그때는 샌들 신고 축구하다가 발톱이 빠져도 아무렇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같이 공으로 운동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졌고 이후로 공을 차면서 달려 본 적이 없었다. 교사라는 직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관심사를 수업에 투영할 수 있다는 거다. 초등 교육과정은 세상살이의 거의 모든 과정을 커버하고 있어서 교과서 어딘가를 뒤적이면 가르치고 싶은 내용이 높은 확률로 들어있다. 그것도 아니면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교사 재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과목을 이용할 수도 있다. 수업의 내용이 편협하거나, 불법적이거나, 민주시민을 양성하는데 저해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것들을 수업시간에 다룰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교사의 장점을 한껏 이용해서 아이들이 자주 축구를 접하게 만들곤 했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두 그룹으로 팀을 나눈 뒤 나는 심판을 본다. 남자아이들만 따라 나올 것 같지만 여자아이들도 함께 나온다. 초등학생까지는 교사가…
- <독사신론>의 일깨움 “도깨비도 뜨지 못한다는 <땅뜨는 재주>를 부리어 졸본(卒本)을 떠다가 성천(成川) 혹은 영변(寧邊)에 갖다 놓고 안시성(安市城)을 떠다가 용강(龍岡) 혹은 안주(安州)에 갖다 놓으며, 아사산(阿斯山)을 떠다가 황해도 구월산(九月山)을 만들고 가슬라(迦瑟羅)를 떠다가 강원도 강릉군(江陵郡)을 만들었다.”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1장에 수로된 <독사신론(讀史新論/1908년)>의 한 대목이다. 애초 우리의 역사적 원점은 만주대륙인데 이 지명의 위치를 죄다 반도 내부에 옮겨버린 사대주의적 조선 사가(史家)들에 대한 비판이었다. 활동 무대를 좁혀놓으니 생각의 영토도 좁아져버린 현실을 개탄했던 것이다. 그가 특히 김부식의 <삼국사기(三國史記)>를 맹렬히 비판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부여를 빼버려 조선문화의 근원을 진흙 속에 묻어버리고, 발해(渤海)를 버려서 삼국 이래 결정(結晶)된 문명을 짚더미에 내던져 버리고, 이두문과 한역(漢譯)을 구별할 줄 몰라서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이 되고 한곳의 지명이 여러 곳으로 된 것이 많으며...” 그래서 결국 자신과 자신의 역사에 대한 진상을 알지
영화 평론가 정성일 씨의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 “ 외계인이 실제 있어 내게 지구를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것 하나만 말하라 한다면 음악을 소개 하겠다” 청중 한 사람이 왜 영화가 아니고 음악인가 물었다. 그의 답 “ 영화는 너무 말이 많아요” 그런데 음악도 소음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과 인간에 치여 혼자 있고 싶은데 무심코 튼 음악마저 신경을 긁는다. 음악을 끄면 정적이 고통을 새로 부각시킨다. 그럴 때 카를로스 나카이를 찾는다. 아! 그의 플루트 소리. 내 사는 하늘 아래 다른 세상이 있고 문명의 발자국이 닿지 않은 초원이 있어, 새벽이슬 머금은 나뭇가지 하나 뚝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분다면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신비로운 주술가가 만든 신기한 진통제가 몸에 듣는 듯 편해진다. 카를로스 나카이의 이름에 붙는 ‘북미 인디언 나바호족 전통 플루트 연주자’라는 소개. 그 한 줄 소개는 아메리카 땅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와 원래 그 땅의 주인인 북미 원주민의 참혹했던 고통을 품고 있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땅에 발을 디디며 퍼뜨린 전염병과 원주민의 땅을 빼앗는 과정에서 자행한 대량 학살은 북남미 원주민 종족의 씨를 말렸다. 미국은 얼마 안 남은 원주민들을…
마치 항해사가 그 배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 연안의 광경을 안내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그의 눈에 보일 때, 이를테면 강을 지나갈 때뿐이며, 대양을 항해할 때는 나침반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듯, 종교인들도 일상생활에서는 외면적인 목적에 따라 행동해도 되지만, 보편타당한 인생의 의의를 탐구할 때는, 어김없이 경고하는 양심의 소리에 따라야 한다. (표도르 스트라호프) 사욕을 떠난 행위를 할 때마다 우리가 느끼는 만족감은, 그 행위가 다른 사람의 모습 속에 자기 자신의 존재가 들어있음을 단적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생기는 감정이며, 그 때문에 또한 우리의 진정한 ‘나’는 단순히 우리의 자아, 즉 고립된 자기 몸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 안에 존재함을 인정한 것이 옳았음을 뒷받침해 준다. 이기주의자는 적대적인 타자들 사이에 있는 고독한 자신을 느끼고, 오로지 자기 한 사람의 행복을 바라게 된다. 선량한 사람은 우애로 가득한 존재들의 세계에서 살며, 그 모든 존재의 행복이 그 자신의 행복이 된다. (쇼펜하우어) 육체를 위해 사는 사람은 사변적, 또는 감성적인 생활의 복잡한 미로에서 길을 잃는 수가 있지만, 영혼은 언제나 정확하게 진리를
캐시어스 클레이는 미국의 복서였다. 흑인가의 가난한 소년이었던 그는 1960년 로마 올림픽에 라이트 헤비급 미국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미국의 영웅이 된 줄 알았다. 그러나 햄버거를 사려고 들어간 가게의 백인에게 그는 여전히 흑인일 뿐이었다. “검둥이에게 팔 햄버거는 없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똑똑히 알았고, 금메달을 강물에 던져버렸다. 그는 흑인을 멸시하는 백인들의 미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싸우는 프로선수가 되기로 했다. 아마추어 전적 100승 5패를 기록한 그는 프로로 전향했다. 프로권투에서도 그의 주먹은 막강했다. 그는 약관 21세에 소니 리스턴을 7회 TKO로 물리치고 WBA와 WBC 헤비급 세계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당대 최고의 복서인 챔피언 소니 리스턴에게 도전했을 때 모든 전문가가 캐시어스 클레이의 패배를 예언했다. 소니 리스턴에게 도전하는 그를 한 마리 파리에 불과하다고 경멸도 서슴지 않았다. 캐시어스 클레이는 경기 전에 이렇게 응수했다. ‘한 마리의 파리가 쇠 쟁기를 끌 수 있다고 / 그대에게 말하는 나는 좋은 사람 /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나에게 묻지 말고 / 파리에게 쟁기를 매라.’ 한 편의 시였다.
1872년 통일 제국을 건설한 프러시아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1815~1898)는 부국강병에만 힘쓰지 않았다. 그가 의료보험, 보훈 등 사회보장 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면 놀라는 이들이 많다. 보수주의는 프랑스혁명으로 사회질서가 혼란해지자 전통 가치를 지키고자 등장한 이념이다. 기존 체제가 흔들릴 때 애국심과 명예, 민족의 융성, 자유시장 경제 신봉의 기치를 들고 나온 보수는 진보에 맞서 국가 경영의 당당한 이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비스마르크의 예가 아니더라도 오늘날 서구 보수정당의 이념적 지평은 우리 진보정당보다 오히려 훨씬 좌파적이다. 한반도에는 불행하게도 독일처럼 제대로 된 보수주의가 자리 잡은 적이 없다. 보수를 참칭한 비리세력이 있을 뿐이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그 뿌리를 친일에 두고 있다. 해방 이후 미국의 냉전전략에 편승한 이들은 간판을 친일에서 반공으로 재빨리 바꿔달고 새로운 지배자 편에 붙었다. 그러나 외세를 뒷배로 한 그들의 최우선 작업은 반공이 아니라 자신들의 더러운 전비(前非)를 샅샅이 알고 있을 ‘눈엣가시’ 항일 독립투사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독립투사들에 대한 고문과 암살이 해방된 조국에서 버젓이 벌어졌던 까
중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제일 선망하는 고등학교는 과학고가 아니라 영재학교다. 모두 8개의 고교과정 영재학교가 학교당 평균 100명, 총 800여 명의 신입생을 뽑아 총재학생이 2500명에 달한다. 압도적으로 남학생이 많아서 현재 7대 1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서울대학교의 1인당 교육비보다 많고 명문대 진학실적도 과학고를 능가한다. 당연히 입학경쟁이 뜨겁다. 그동안 평균경쟁률이 10대 1을 넘었으나 금년부터 1인1교만 지원 가능하게 규정을 바꿔서 6대 1로 줄었다. 머지않아 5000명 지원자 중 3단계 선발과정(서류전형-영재성검사-캠프생활)을 모두 통과한 800여 명이 합격의 영예를 얻고 수학과학 영재로 공인될 것이다. 문제는 현실의 영재학교에는 ‘타고난 영재’들이 아니라 ‘만들어진 준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가장 확실하고도 충격적인 증거는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등 수도권 3대 영재학교 재학생의 절반이 강남의 특정학원 출신이라는 점이다. 영재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4~5년의 치밀한 준비기간과 최소한 7~8000만 원의 사교육비가 필요하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만한 시간과 비용을 쓸 수 있고 유명학원에 가까이 사는 수도권, 특히, 서울 강
나는 몰랐다. 민주화가 어쩌고 선진국 진입이 저쩌고 하더니만 대한민국의 검찰행정이 정말 이만큼 진화했는지는..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국민들 위에 군림하던 검찰이 국민편의를 위해 고발장까지 대신 써주고 “빈칸에 이름만 적어오면 나머진 저희들이 알아서 할께요”하고 고소고발 원스톱서비스로 안내한다는데.. 사실이라면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는 궁금했다. 세상 똑똑한 검사님들이 자기관련 사건만 접하면 기억력이 증발되어 버리는 이유를.. 김웅 의원은 “내가 했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한 걸수도 있는데..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분명한 건 제 책임이 아니라는 겁니다”라고 해명했다. 검찰출신은 정의뿐만 아니라 기억력조차 철저하게 선택적인가? 그는 자신의 책 ‘검사내전’에서 "사람들이 인식의 오작동을 낳는 것은 그보다 재빠른 감정, 즉 욕심 때문일지도 모른다"라고 썼다. 검사를 그만두고 정치로 입신양명하고 싶었던 그의 욕심, 그 욕심에 끄달려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말을 뱉었다가 삼키고 뒤집기를 반복하며 작금의 개미지옥 같은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으니.. 차마 목불인견이다. 나는 무서웠다. 몇 달째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윤석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