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는 남도에서 성장해 삶의 가난을 체험했다. 그런 체험에서 비롯된 그의 시에는 슬픔, 분노, 절망, 그리고 그것들을 넘어서려는 사랑과 그리움 등이 담겨 있다. 아픔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언가 결핍된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사평역에서>에 등장하는 인물들 각자에게는 결핍된 것들이 있다. 하지만 시인은 그것을 넘어서려는 태도를 지양하고 있다. 삶을 사랑해서 그런 것이다. 시인이 느끼는 우리의 삶은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시는, 슬픔을 넘어서는 사랑하는 삶이다.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지는 시인은, 아름다운 삶을 지양하고 있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김동현은 축구스타였다. 1984년생으로 축구명문 고교와 대학을 거쳐 2004년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명문 프로팀인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 입단했다. 앞서 2003년에는 20세미만 청소년대표로 선발돼 188㎝의 대형 스트라이커의 출현을 알렸다. 외국 프로팀에 스카우트돼 선진축구를 익혔고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를 거쳐 2006년에는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 사이 2002년에는 아시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해 자질을 입증했다. 감독들은 높이와 파워를 겸비한 그를 몹시 탐을 냈다. 그의 축구인생은 탄탄대로였고 아무도 그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군복무를 위해 상무팀에 입단한 그는 해서는 안될 일에 가담했다. 2011년 스포츠계에서는 마약만큼 금기시하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이다. 사법당국은 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축구스타는 축구계에서 영구제명됐다. 어쩌면 그에게는 징역이나 추징금보다 더욱 뼈아픈 일이었을 것이다. 평생 축구밖에 모르고 살아온 그에게서 축구를 빼앗는 것은 인생을 무의미하게 했으리라 짐작된다.…
세인(世人)을 가르치는 학문을 배우고 세인의 본보기가 될 행동을 하라는 말로, 간단하게 줄인 용어인 사범(師範)의 유래다. 교육자는 학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행실에 있어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도덕규범을 중요시한 내용이다. 북경사범대학의 교훈이기도 한 이 글은 선생님이 되자면 학문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준이 돼야 하고 그것만으로는 지식 전달자에 불과할 뿐이니, 보다 진정한 의미의 선생님이 되려면 학문은 물론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송대(宋代)의 고종(高宗)이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의 삶에 대해 극찬한 내용으로, 안회는 그와 같은 삶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북경사범대학이 1902년 처음 사범이란 명칭을 걸고 중국 최고 교육기관의 하나로 청일 전쟁에서 패한 뒤 서양열강(西洋列强)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부흥시킬 인재를 육성하고자 세운 학교인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유명한 사상가 양계초(梁啓超)가 총장을 지냈으며, 노벨수상자 노신(魯迅)이 교수로 있었다. 모택동(毛澤東)은 이 학교를 중국의 보물이라 했으며 인재양성으로 구국의 전통으로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교육이란 그 목적이 사람답게 사는 이치를 가르치는 학문적 가치인 것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청렴’은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것으로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청렴성이 개인 수준에서의 도덕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현대적 의미에서의 청렴성은 개인수준과 더불어 조직과 법적 수준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적 의미에서의 청렴성은 ‘공직자에게 부여된 사회적 기대와 법적 의무의 준수를 위하여 공정하고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며 국민에 대한 적극적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관료들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으로서‘청렴’을 특히 중시했다. 청렴을 실천하는 일종의 행동수칙으로 사불삼거(四不三拒)라는 금기사항까지 있었다 한다. 그 뜻은‘네 가지를 하지 말고 세 가지를 거절하라’는 말이다. 사불은 부업을 하지 않고, 땅을 사지 않으며, 집을 늘리지 않고, 재임 중인 고을의 명물을 먹지 않는 것을 일컫는 것이며 ,삼거는 윗사람이나 세도가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청을 들어준 다음 답례를 거절해야하고, 재임 중 경조사에 부조를 일체 받지 않는 것을 이른다. 그렇다면 현
추운 기운 속에 봄이 오기를 학수고대한 순간도 잠시 어느새 남아있던 꽃잎들도 떨어지고 녹색의 건강함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신록의 계절이 됐다. 이 푸르름으로 상징되는 젊은이들 중 20대를 시작하는 청년을 축하하는 성년의 날이 며칠 전 지나갔다. 늦었지만, 이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낭만이 있기를, 다양한 경험과 함께 무궁한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88만원세대로 불리면서 각박한 현실을 맛보기도 한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소위 취업 스펙으로 불리는 것들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서 신록의 푸르름을 느껴볼 겨를도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남자에게 ‘군입대’라는 것은 20대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관심은 가지만 조금은 미뤄두고 싶은 과제일 것이다. 하고 싶은 것도 준비할 것도 많은데, 그럴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혹 나의 젊음, 열정을 불태울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병역의무라는 것을 강제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나에게 또 다른 경험의 기회를 갖는 것으로 바꿔 볼 수도 있다. 현역 모집병이라는 통로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오디의 계절이 돌아왔다. 요즘 세대에겐 오디라는 열매가 조금 생소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디는 뽕나무 열매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소화기능을 촉진하고 대변배설을 순조롭게 하는데 효과가 있다. 그래서 오디를 많이 먹으면 방귀가 잘 나와서 ‘뽕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뽕나무라는 이름이 듣기에 우스꽝스러울 순 있지만 이래봬도 하늘이 내려준 나무라 해 신목(神木)으로 불렸던 귀한 나무다. 그러나 ‘뽕’이라는 제목의 영화 배경으로 쓰이고, 마약류의 은어로 사용되면서 민망하고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어감이 변해왔다. 그러나 최근 뽕나무는 건강 기능성식품 및 식의약 소재로 거듭나며 눈부신 조명을 한 몸에 받는 비싼(?) 열매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뽕나무 열매인 오디의 재발견은 새로울 수 밖에 없다. 먹을 것이 지금처럼 풍부하지 않아 배고팠던 시절, 오디는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였다. 논둑, 밭둑, 뒷산에 심겨진 뽕나무의 오디를 주전자 한가득 따서 허기진 배를 달래고 나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손과 입 주위가 온통 검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검은 물을 지우려고 애썼던 기억은 이제는…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에게 정부가 평생동안 연금을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재임당시 온갖 특혜와 특권을 향유하고도 모자라 의원직을 그만두고서도 그 특혜의 줄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국회의원들이 우리 주변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여파로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인 평생연금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부정경선 파문으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던 통진당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가 한 달짜리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예고되면서다. 통진당 혁신비대위는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등 구 당권파 쪽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사퇴를 거부함에 따라 이들의 출당 절차가 끝날 때까지 윤 당선자의 사퇴를 보류했다. 윤 당선자가 출당 전에 사퇴할 경우 구 당권파의 다른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하기 때문이다. 통진당 사퇴의 와중에 한 달짜리 임시 의원이 탄생하는 웃지 못할 일마저 발생한 것이다. 윤 당선자는 29일 “당 결정에 따라 사퇴를 보류했다”며 “한시적으로 의원직을 유지해도 세비, 연금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2월 국회를 통과한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
당신이 북쪽이라면 나는 북쪽을 향해 처음 눈을 뜬 누룩뱀 북쪽으로 돌아앉아 참빗으로 머리 빗어 내리면 연서를 쓰던 손가락이 쏟아진다 가고, 오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 버들눈썹 그리고 빈 배처럼 흔들릴거라 방문 닫아걸고 더운 피 식히며 남은 꽃이나 피우는 늙은 투전꾼 같은 꽃나무 한 그루, 나는 백가지 꽃 중 으뜸인 매화 백분 곱게 발라 분합마냥 환해질거라 발목 없는 다리로 번져가는 꽃무늬들 당신의 그림자는 오른 쪽에 있었던가 왼쪽에 있었던가 당신의 노래는 콧노래였나 나에게 겹쳐졌던가 당신에게 흘러가는 나를, 상상해보는 거라 내 몸의 북쪽이 서늘해지네 당신을 잊을 수 있을 것도 같다 - 서안나 ‘불교문예’ 겨울호 /2009년 매화 한 그루 피니 주변이 환하다. 어느 인생인들 누룩 뱀처럼 똬리 틀고 앉아 북쪽에 집중한 적 없었겠는가. “더운 피 식히며/ 남은 꽃이나 피우는 늙은 투전꾼 같은/ 꽃나무 한 그루에 당신의 그림자는 오른 쪽에 있었던가 왼쪽에 있었던가/ 당신의 노래는 콧노래였나 나에게 겹쳐졌던가/” 시린 손으로 더듬어보는 이제는 이름조차 가물 한 “가고, 오지 않는 사랑” 이 봄날 마음은 &
전통시장이 살아나야 할 이유는 많다. 우선 전통시장은 지역 서민경제를 지탱해주는 주춧돌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영세상인들은 이곳에서 장사를 하면서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를 번다. 따라서 영세상인 보호와 지역경제의 균형 발전, 중소기업 진흥 효과 측면에서 전통시장은 국책으로 보호되는 것이 마땅하다. 경기도와 각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1시장-1대학’ 정책이나 ‘전통시장 큰 장날’ 같은 정책은 그래서 박수를 받고 있다. 현재 전국의 전통시장에 입주한 점포는 약 20여만개로 여기에 종사하는 인원만 36만여명 정도라고 한다. 물론 대형마트나 인터넷쇼핑몰, 대기업의 SSM 등의 확장으로 대폭 감소한 숫자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계속될 것이므로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실에서 경기도가 현재 매월 넷째 주에 실시중인 ‘전통시장 큰 장날’은 실낱같은 희망을 걸게 한다. 전통시장 큰 장날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일제 도입에 따라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경기도의 시책이다. 전통시장 큰 장날에 참여하는 시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평소보다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 시책에 대해 우려하는…
1950년 오늘, 제2대 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됐다. 소선거구,직접선거 방식을 채택했다. 의원 정수는 제헌국회 때보다 10명이 늘어난 210명. 총유권자 843만여 명 가운데 775만여 명이 투표에 참여해 91.1%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개표 결과 무소속이 총정원의 60%인 126석을 차지하고 민주국민당과 대한국민당이 각각 24명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