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생활에서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학업보다는 친구 관계가 더 크다. 중,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초등학교는 친구와 사이가 좋으면 만사형통인 아이들이 많다. 학부모 상담을 했을 때 부모님의 걱정도 교우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친구가 없으면 아이 본인도, 부모님도 걱정이 크다. 인간관계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같은 게 아니기에 친구 사귀는 법이라는 정답이 있는 메뉴얼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분명히 상황을 나아지게 하는 방법들은 있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걸 어려워하는 소극적인 아이들에게 상담에서 하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아이는 상담 후에 정말 친구를 사귀는 데 성공했고, 또 다른 아이는 노력했지만 끝내 혼자인 채로 다음 학년에 올라갔다. 아이 노력과 부모님의 관심 및 협조가 함께 어우러진다면 성공 확률이 더 높다. 교우 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첫 번째는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이다. 글자만 놓고 보면 얼핏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아니다. 대체로 아이들은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고, 사랑받을만한 사람인지 확신이 없다.
일자리 경보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미·중 갈등속 세계 공급망 재편에 따른 반사이익을 동남아국가들이 얻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보도에 따르면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2018~2020년 미국의 중국 부품·소재 수입 규모가 1435억달러에서 948억달러로 34% 줄었다. 그런데 그 빈자리를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채웠다. 이들 동남아 6개 국가들의 수출 규모는 21%나 늘었다. 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제자리걸음이다. 한국이 미중 갈등의 틈새를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이 과거 ‘플라자합의’(1985년)를 신호탄으로 일본과 경제전쟁에 나서자 한국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많은 국내 기업들이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맞았다. 그런데 지금은 미중갈등의 수혜를 동남아국가들에게 빼앗기고 있다. 미국 전체 부품·소재 수입액에서 중국의 비중이 2018년 18.5%에서 2020년 12.9%로 하락할 때 동남아는 8.9%에서 11.4%로 상승했다. 한국은 같은기간 4.4%의 현상 유지에 그쳤다. 이런가운데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차원에서 추진된 ‘리쇼어링’(해외 생산시설 자국 내
나이가 들수록 절대자의 섭리에 순응해야겠지 싶다. 운명이란 두 글자가 품고 있는 그 의미 속으로 푹 빠져들어 허둥대다 끝나는 것이 인생인가 싶기도 하다.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내며 버스비를 아끼겠다고 온몸으로 걸었다. 기초적인 생활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때때로 하늘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곤 했다. 지족자선경(知足者仙境)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살았다. 매사에 족한 줄 알고 나와의 인연에 감사하며 상대를 배려하고자 했다. 따라서 창조적인 자신의 빛과 스타일을 위해 나 자신답게 살고자 했다. 그런데 진(眞)과 선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을 때 영혼이 감전되어 죽어 가는가 싶기도 했다. 몇 년 전 이청준의 산문집에서 『부끄러움,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라는 글을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전쟁의 어느 해 겨울, 외국 선교사가 눈 덮인 시골길 다릿목을 지나가는데 교각 아래에서 웬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내려가 보니 한 남루한 여인이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죽어있는데 그의 품속에는 갓 태어난 여자아이가 아직 살아 울어대고 있었다. 심한 눈보라와 추위 속에서도 아이가 살아남은 것은 그 엄마가 자신의 옷을 벗어 아이를 꼭꼭 감싸 안고 죽었기…
지난 2·1은 남한과 북한 주민 모두에게 민속명절인 설날이었다. 새해에 주고받는 덕담 중에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말고 귀를 열고 진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있었을 것이다. 임인년 새해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를 카드로 대북 제재 해소를 목표로 정하고 저돌적으로 남한과 미국을 밀어붙였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 15형 발사 이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및 국제무대에 나와 1년 동안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 다섯 차례 북중 정상회담, 그리고 한차례 북러회담 등 속도감있는 대화 공세를 편 바가 있다. 하지만 ‘하나를 주고 열을 얻겠다’는 자기중심적 사고와 성과 도출에 대한 조급함으로 북미협상은 교착되었고, 그 결과 북한은 인민생활 풍요 대신 제2 고난의 행군을 각오하고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결하에서 자력갱생의 정면돌파전을 수행해 나가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2022년 1월에 김 위원장은 또다시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달 사이에 유엔 안보리
1960년 9월 26일 역사상 최초로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TV토론이 개최되었다. 미국 인구의 3분의 1인 7000만 명이 시청하였다. 공화당의 닉슨 후보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 8년을 한 최고의 정치인이었고 민주당 후보는 40대의 무명 신인인 케네디였다. 연설에 자신이 있었던 닉슨은 아무런 예행연습도 없이 회색빛의 양복으로 출전하였고, 야심에 찬 케네디는 옅은 화장에 눈에 잘 띄는 짙은 색의 양복을 입고 나섰다. 케네디의 도발적인 질문에 논리적인 대응으로 시종일관 받아넘기는 닉슨은 왠지 피곤하고 지쳐 보였다. 반면 케네디는 건강한 구릿빛 얼굴에 자신감이 넘쳤으며 만면에 미소를 잃지 않고 시청자를 똑바로 응시하면서 말했다. TV토론은 4차례 더 진행되었고 미국인들의 선택은 젊고 매력적인 케네디였다. TV토론을 통해 미국인은 베일에 가렸던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20대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이 지난주 시작되었다. 누구는 밋밋했다, 장학퀴즈 같았다는 냉랭한 평가도 있지만 날 선 공격과 어설픈 방어 그리고 논리적 주장과 억지 주장 등 시청률 39%에 이를 만큼 관심이 집중되었다. 물론 TV토론을 보고 후보자를…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너희는 그저 잠자코 믿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종교상의 율법을 조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오만불손한 행위가 있을까? 그런 율법이 사람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일반대중이 무지몽매한 까닭은 대개 다음과 같은 사정에서이다. 즉 자신들은 문명의 빛의 혜택을 입으면서 그 빛을 당연히 사용할 곳에, 이를테면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사용하지 않고, 도리어 그들을 어둠 속에 가두어놓기 위해 사용하는 잔인한 사람들이 여태껏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어이없게도, 어느 시대에나 자신들의 추행을 종교와 도덕과 조국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속이는 사기꾼들이 있다. (하이네)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기다란 예복을 걸치고 나다니기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는 것을 즐기며, 모임에서는 높은 자리를 찾고 잔치에 가면 윗자리에 앉으려 한다. 그리고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 먹으면서도 기도만은 남에게 보이려고 오래 한다. 이런 사람들이야 말로 그만큼 더 엄한 벌을 받을 것이다. (예수) (율법학자란 오늘날의 목사를 말한다. 옮긴이) 너희는 스승 소리를 듣지 말아라. 너희의 스승은 오직 한 분
- 《지금 우리 학교는》 그리고 “세월호” 불평등은 빈부의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의 불평등이 그 뿌리다. 이걸 직시할 때 자유와 평등의 세상이 온다. 자유는 평등의 원리에서만 자라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불평등이 감추어진 곳에서 자유는 부당한 현실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조차 되지 못한다. 남아 있는 도피처는 무력하게 고립된 개인이다. 권력이 가장 바라는 존재는 연대의 능력과 희망을 잃어버린 인간들이다. “구하러 왔네.” “우리부터는 아니야. 우린 그냥 학생들이잖아.” 좀비의 공격으로 교실에 숨어있던 아이들은 구조 헬리콥터가 상공을 날고 있는 것을 본다.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지금 우리 학교는》의 한 장면이다. 한국인들은 이 대목에서 300여 명의 아이들이 바닷속에 잠긴 “세월호”를 그대로 떠올리게 된다. 해경이 달려가 먼저 구한 것은 선원들이었다. 가라앉는 배의 창문을 절박하게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하는 아이들은 현장 생중계 방송을 보고 있던 국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어갔다. 그건 국가권력의 노골적인 방치에 의한 “살해행위”였다. 규모가 이 정도면 “학살”이라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고 충격도 아니다. 광주 민중봉기에서 학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정도 남았다. 여론 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와중에 ‘경기도 분도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분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지방분권 시대와 균형발전, 다가올 남북협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분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북도 분도론은 선거철마다 수면으로 떠올라 쟁점이 되고 있다. 1987년 제13대 대선 때 민정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5년 뒤인 1992년 대선 때는 김영삼 후보가 분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분도공약은 2000년 총선에도 등장했고 2004년 총선 때는 여야 모두 경기도 분도를 약속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평화통일 특별도’라는 이름으로 분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안이 등장했으며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공약으로 나왔다. 관련 법안도 발의됐다. 자유한국당 김성원(동두천·연천) 의원은 2017년엔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 등 27명도 2018년 3월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역대 도지사들이 반대했다. 정치적인 이견도 있었다. 이번 대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