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의 2월은 28일이라는 가장 적은 일자에도 가장 많은 式(식)과 놀이가 있다. 式에는 기념일과 민속명절이 있다. 민속명절로는 정월초하루와 대보름이 있고 기념일로는 2월 8일 건군절과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이 있다. 기념일에는 각종 행사에 의식적으로 참가해야 하지만 민속명절에는 취향에 따라 한바탕 놀아볼 수 있는 날이다. 2월에 빨간 날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軍(군) 창건일이 두 개나 있다. 2월 8일은 1948년 생겨난 것이고 4월 25일은 1932년 김일성이 만주에서 ‘반일인민유격대’를 창건한날이다. 2018년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4월 25일은 창건일로, 2월 8일은 건군절로 되었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軍을 기념하는 명절이 두 번이나 있어 2월에는 휴일이 하루 더 늘어났다. 그리고 민속명절인 음력설은 80년대 후반부터 휴일로 지정되었고, 대보름은 2003년에 휴일로 지정되었다. 그리하여 2월에는 총 4번의 儀式(의식)을 치른다. 가장 먼저 기억나는 것이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이다. 이때 식료공장에서는 주민들에게 공급할 제품을 만든다. 제품은 날짜를 맞추어 생산하는데 자재와 조건은 우선적으로 보장해 준다. 그리하여 2월 16일에는 적
폭력과 강제가 있는 한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폭력은 폭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무저항, 그것에 대한 불참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만약 내 병사들이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면 단 한 사람도 군대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프리드리히 2세) 전쟁에 나가 사람을 죽이는 야만적인 본능이, 수천 년에 걸쳐서 깊게 뿌리내려 오고 말았다. 그런데 언젠가는 우리보다 뛰어난 인류가 그런 무서운 범죄행위를 포기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그 뛰어난 인류는 우리가 이렇게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세련된 첨단무기 문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가 지금 과거의 미개한 인류가 가졌던 자연에 대한 공포와 식인습관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르투르노) 예를 들어 내가 노예를 한 명 샀다고 하자. 그는 가축처럼 일한다. 나는 그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허름한 옷을 입히며,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때린다. 하지만 그것이 놀라운 일일까? 우리는 우리의 병사들에게 그보다 나은 대우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노예는 생명의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없이 처자와 함께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병사보다 낫다. (아나톨 프랑스) 전쟁은 사람들이 어떠한…
‘중앙선데이’ 기사를 최근 ‘미디어오늘’이 조졌다. 싹수의 흔적마저 안 남은 언론 동네 퇴영(退嬰)의 음흉한 처참이 차라리 슬프다. 제 속셈이 여론인가? 신문이 지 하고 싶은 말에 전문가의 뜻을 까먹었다. 제 뜻에 맞춰 뒤집었다. 항의하니 반응 없다가 법적 대응한다니 ‘의도는 없었고 마감에 쫓겨 취지를 오해했다.’고 했다. 온라인 판에서 삭제했다. ‘미디어오늘’ 보도다. 대선 후보 이모저모, ‘스피치’ 주제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천천히 말하기'에 신경 쓰고 있다고 밝힌 뒤 ‘윤석열 후보도 단기간 내 화법이 변한 사례로 꼽힌다. 특히 불필요한 단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관련해, 신지영 교수(고대 국문과)가 그 기사에서 “윤 후보는 공적인 자리에서 말하는 경험이 적었을 뿐 스피치 자체가 미숙한 편은 아니다.” “본인 노력을 통해 구체성이 떨어지는 단어를 크게 줄인 게 눈에 띈다."고 평가한 것으로 돼 있다. 신 교수가 ‘왜곡보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의 경우 공적 말하기 훈련이 부족하다고 말했는데 따옴표를 달고 나간 말은 내가 윤 후보가 스피치를 잘한다고 평가했다고 되어 있다."고 했다. 또 "윤 후보가 '어떤'처럼 구
최근 김만배 씨의 녹취록 일부가 공개됨으로써 다시 ‘천화동인’ ‘화천대유’라는 말이 호출되었다. 둘 다 주역에 나오는 괘로서 하늘과 불의 기운을 받은 동인이 큰 부를 성취한다는 뜻이다. 문학동인이라고 할 때, 이 동인도 천화동인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투기꾼들이 작당하여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은 해괴하다. 윤석열 후보와 관련해서는 역술인과 무속인까지 등장해 주역이 마치 점 보는 책인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겠다. 주역은 점 보는 데서 출발했지만, 미아리 ‘철학원’에서 돈 받고 일회성으로 점을 쳐주는 것과는 달리, 기록해두었다가 맞는지 연말에 확인을 했다. 한자의 기원이 된 은(殷) 나라의 거북점은 주술에 그쳤지만, 시초(蓍草)와 서죽(筮竹)으로 친 점은 숫자로 표현했다. 수는 통계와 수리(數理)로 진화하면서 주역이 되었다. 나아가서 주역은 학문(易學)이 되고, 경전(易經)이 되었다. 주역은 이렇게 점치는 데서 시작했지만 우주론 철학이 되고 실천윤리가 되었다. 주역은 자연철학이요, 과학이다. 주역의 과학적 세계관은 서양의 물리학자들이 뒷받침해준다. 오늘날 반도체 전자혁명과 인터넷의 기초가 된 양자역학의 선구자인 덴마크의 닐스 보어는 주역에 심취해 손수 태극문양으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설 연휴가 끝나고 여론조사 등을 통해 민심이 표출되고 있다. 국민들은 정치가 하루속히 정상으로 돌아가, 국리민복을 챙기고 미래를 이끌 지도자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새해 들어 해외발 악재가 우리를 더욱 옥죄고 있다. 물가 상승세는 원유와 가스 등 수급 불안으로 멈추지 않고, 여기에 우크라이나 긴장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1월 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5.2% 증가한 553억 2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도 11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어려운 시기에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역수지는 48억 9000만 달러의 적자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원유와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 규모가 1년 전보다 90억 6000만 달러나 폭증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무역적자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과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이나 에너지 수입국인 프랑스도 최근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11월 31.9%에서 지난달 15.2%로 내려갔다. 글로벌 코로나 회복 수요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인류가 어디로 갈 것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고의 예지는 네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그것은 네가 아는 바이니, 곧 최고의 자기완성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길은 좁고, 그곳으로 들어가는 자는 적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넓은 길로 가기 때문이다. 진정한 길은 좁아서 한 사람씩밖에 들어갈 수 없다. 거기에 들어가려면 군중과 함께 걸어갈 것이 아니라 부처나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고독한 사람의 뒤를 따라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위해, 또 우리 모두를 위해 차례차례 똑같이 좁은 길을 개척한 사람들이다. (류시 말로리) 사람은 오직 다음과 같은 세 종류로 나눠진다. 하나는 하느님을 찾아내 그를 섬기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지혜롭고 행복하다. 또 하나는 하느님을 찾지도 않고 찾을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어리석고 불행하다. 나머지는 아직 하느님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로, 이들은 지혜롭지만 아직 불행하다. (파스칼) 진리의 탐구가 시작되는 곳, 그곳에서는 반드시 생명이 시작된다. 그러나 진리의 탐구가 중단되면, 그 즉시 생명도 중단된다. (존 러스킨) 거짓된 가르
쭈엉(가명)을 만난 것은 1년 전, 공단 옆 원룸촌에서였다. 미얀마에 군부쿠데타가 일어나자 한국에 거주하던 미얀마교민들이 각 지역에서 집회 같은 항의행동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일 때였다. 지역 교민회 대표를 맡고 있던 쭈엉은 큰 눈에 선한 인상의 이십대 후반 젊은이였다. 야간근무 출근하기 전에 잠시 만난 쭈엉은 한국에 온 지 벌써 8년째, 이젠 십여 명이 일하는 사출공장에서 쭈엉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못한단다. 쭈엉이 한국에서 자리를 잡은 후 여동생과 남동생까지 넘어와 일도 하고 학교도 다니고 있었다. 쭈엉은 훗날 결혼을 하더라도 당분간 가족이랑 한국에서 일을 더 하고 싶다고 했다. 고향에서 가족과 여유있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윤석열후보가 "국민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얻는 외국인 건강보험 해결하겠다"고 했을 때 쭈엉이 떠올랐다. 지금도 공단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그와 동생들의 불안한 얼굴이 눈에 그려졌다. 반대로 유권자의 환심을 샀다고 신나 할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얼굴도 연상되었다. 그들에게 팩트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1명당 피부양자 수는 내국인의 37%에 불과하다는 사실, 2020년 한 해 동안 외국
텔레비전을 없앤 지 20년째다. 당시 애들 엄마는 드라마 작가, 나는 정치컨설턴트였다. 세 아이 모두 초등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오후, "이 놈들이 TV에 중독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리사이클링업체에 주었다. 물론 과격했다. 애들은 잠시 금단증세를 보이더니 이내 받아들였다. 그 해 여름 한일 월드컵 때, 놈들은 온 세상이 왜 붉은 티셔츠 입고 미쳐서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지 모른 채 그저 눈 동그랗게 뜨고 놀라워했다. 그 표정들 잊을 수 없다. 요즘 우연히 소위 '먹방'을 접할 때가 있는데, 그 프로그램에 배치된 거구의 연예인들과 그 기획의도를 보며 식욕이 동하기는커녕, 측은지심과 함께 화가 치민다. '폭식'은 단순히 식도락이 아니다. 정치 경제의 으뜸주제를 그토록 탐욕적이고 희화적으로 추락시켜 긴 시간 전파를 낭비하는 건 옳지 않다. 먹고사는 일의 품격을 높이자. 폭식은 우선 자학이며, 굶주린 사람들을 희롱하고 고문하는 폭력이다. 그로 인한 비만은 정신병이다. 다양한 먹거리들의 특징과 장점, 검증된 약성(藥性) 등을 재미있게 알려주면 안되나. 그 협찬금의 일부를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하여 기부하는 걸 병행하는 건 어떨까. 단 한번이 아
한글이 유엔 공용어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SNS를 타고 널리 퍼졌다. ‘한류열풍으로 기존 공식 언어의 하나인 프랑스어보다 사용자가 많은 한국어를 UN에서 표결,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일이었다. 왜 이런 중요한 뉴스를 주요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걸까. 확인을 해보니 역시 가짜뉴스였다. 좋다 말았다. 현재 유엔의 공용어는 여섯 개다.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 중국어, 아랍어다. 유엔의 모든 문서가 이들 6개어로 작성, 배포된다. 현재 자국어를 유엔의 공식 언어로 채택하려 노력하는 나라는 인도와 일본이다. 15억에 육박하는 인도의 인구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1억2000이 넘는 일본의 인구는 세계 11위다. 한국은 이들 두 나라에 비해 인구수가 적다. 남한의 인구는 5200만 명으로 세계 28위다. 북한의 인구는 2600만 명으로 세계 56위다. 남북한을 합하면 7800만으로 인구 8300만이 넘는 독일을 잇는 18위다. 하지만 유엔 공용어가 인구수에 꼭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언어의 국제적 위상과 문화적 영향력이 주요한 변수임은 유엔의 프랑스어 기념일이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공동체인 ‘프랑코 포니’ 출범일인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