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야 산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공부와 독서라는 단어가 귀에 익고 눈에 들어올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이다. 그래 공부해야지, 부지런히 책 읽고 ‘문학 공부를 해보자.’ 라고 생각했다. 그 뒤 나의 시대적 사고(思考)와 진실의 에너지는 시에 있어서는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의 푸시킨의 시와 선조로서의 양사언의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 다니면서 방을 얻어 자취할 때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 품을 떠나 학교 다녀와 저녁밥을 지으려고 부엌에서 나무에 불을 지필 때,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순간 푸시킨의 시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시행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리며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이때의 감성이 일생을 살아오면서 고비고비 굽이굽이마다 어머니의 가슴 체온 같이 슬픔을 다독여주었다. 내 곁에는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고향 친구가 있다. 그는 온화한 성격으로서 따지지 않고 신앙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친구는 J 대학에 재직하면서 일찍부터 산행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나는 그를 따라 합천 해인사와 지리산을 등반하는데 동행한다는 것이…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후재앙의 현실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 의한 현실 부정이 격렬해질 수 있다. 환경 이슈에 관한 가짜뉴스는 이미 많지만 더욱 많아질 것이다.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한 미국 대통령부터 언론사들을 높은 금액의 소송으로 위협하는데 거침이 없다. 앞으로 법원이 환경 이슈에 관한 뉴스의 진실과 허위를 판별해 시시비비를 가려 달라고 요청받는 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에서의 분쟁은 사인과 사인의 분쟁의 형태를 취하거나 공권력과 사인 사이의 대립의 형태를 취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환경 문제에 관한 뉴스를 둘러싼 분쟁은 사실 다수의 공익과 또 다른 다수의 공익이 충돌하는 성격을 갖는다. 대안적 사실들 중 어느 것이 진실로 선택되어 선언되느냐에 따라 당사자의 승패뿐만 아니라 다수의 이해득실이 변화할 수 있다. 개별 노동자와 개별 사용자가 부딪히는 노동 행정 분쟁도 단순히 사인 간 분쟁이 아니라 노동계와 경영계의 분쟁이 배후에 있는 것처럼, 환경 이슈에 관한 법적 분쟁 역시 단순히 개인 간의 개별적 분쟁 같이 보이고 그렇게 취급되지만 그 비하인드에는 다수의 이익과 또 다른 다수의 이익의 충돌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조선 세조 8년, 지금으로부터 약 560년 전. 유구국(오늘날의 오키나와)에서 온 사신이 조선 왕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그들의 나라에서는 열다섯 살 처녀들이 쌀을 씹어 뱉어 술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낯설고 이질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는 인류가 술을 만들기 시작한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다. 우리 고서 '지봉유설'에도 비슷한 술이 등장한다. ‘미인주(美人酒)’라 불리는 이 술은 젊은 처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쌀을 씹어 빚었다고 전해진다. 전설처럼 들리지만, 이 낯선 풍경은 인간의 직관적 과학과 공동체 문화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을 찾듯,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소통하며 생존의 지혜를 발휘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이한 방식의 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밥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면, 침 속 아밀레이스 효소가 쌀의 전분을 당으로 바꿔 단맛을 낸다. 이걸 모아두면 공기 중 효모가 발효를 일으켜 술이 된다. 누룩도, 기계도 필요 없는, 오직 사람의 입과 자연의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기적이었다. 이런 술을 우리는 ‘구작주(口嚼酒)’라 부른다. 말 그대로 ‘입으로 씹어 만든 술’이다. 잉카 제국에는 ‘
3년 무사고였던 DL건설이었지만 지난 8일 의정부시 신곡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진 사고로 최고 수위 제재 대상이 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다. (관련기사: 경기신문 13일자 1면, ‘사망사고 1건도 입찰 제한… DL건설 첫 타깃 되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단발 사고와 상습 위반 동일 처벌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내 작업 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인해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광주시 고산동 가구공장 철거현장에서 40대 남성 노동자가 지게차로 운반하던 7t 정도의 철제 H빔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날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의 한 자동차 차체 부품 제조 공장에서는 4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는 사고로 머리와 가슴부위를 크게 다쳐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닥터헬기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5일엔 파주시 문산읍의 한 신축 건물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도 없이 작업이던 60대 남성이 사다리에서 3m 아래로 추락, 끝내 세상을 떠났다. 지난…
나는 지난 6월 16일 본 칼럼을 통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혼란, 토론회로 풀자”고 제안했으나 어디서도 응답이 없었다. 그래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범도민추진위원회'에서 직접 국회토론회를 추진한다. 조국혁신당 경기도당위원장인 신장식 국회의원과 공동주최로 오는 8월 22일(금) 오후 3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한다. 오늘 칼럼의 제목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값진 도전'은 바로 이 토론회의 제목이다. 토론회에서는 경기북부특자도 설치 찬·반 취지의 발제, 범도민추진위의 경기북부특자도 추진 이유를 밝히는 나의 발제, 그리고 나의 발제를 보완해 보다 전문적으로 제도적인 방법을 제시할 발제, 이렇게 4개의 발제와 청중과의 토론, 발제자 간 상호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토론회 목적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전 경기도지사인 이재명 대통령과 현 김동연 도지사의 경기북부특자도 설치 찬‧반 의견 근거가 무엇인지, 그 근거들의 정확한 사실 확인을 통해 소모적인 논쟁이 종식되길 기대한다. 둘째, 기존 찬·반 의견과는 다른 범도민추진위의 입장이 새로운 공론의 주제가 되길 바란다. 그 입장은 대략 이렇다. 흔히 지금이 ‘문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한다. 기존의 삶을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시험지가 사전에 유출되는 사건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잇따른 유출 소동에 학부모를 중심으로 학교 내신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문제는 거듭 불거지는 유출 파열음에도 불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믿을만한 조치들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루된 몰지각한 범인들에 대한 징계 등 사후약방문에만 집중하고 그냥 지나가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 학생·학부모의 불안감·혼란을 가라앉힐 방안이 시급하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교사, 학부모, 심지어 학생이 공모해 시험 문제를 빼돌리는 사례가 반복되자 교육현장 안팎에서는 부실한 평가관리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시험지가 사전에 유출되는 사건은 대중의 기억을 뛰어넘을 정도로 속발하는 중이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총 26건의 시험지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부산·전남에서 각 4건씩 발생했고 대전 3건, 광주·경기·강원·경북 각 2건이었다. 충남·전북·경남에서는 각 1건씩 발생했다. 최근에는 일부 학원과 학부모가 교사와…
2020년 5월 이었다. 위안부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요지는 “윤미향이 위안부 문제 해결해준다고 하더니 혼자 국회의원이 됐다”는 서운함이었다. 팩트는 없이 주장은 강했다. "윤미향이 30년 동안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 벌을 받아야 한다!"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윤미향 의원을 향한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언론은 윤미향을 ‘후원금횡령’이라는 굴레를 씌워 화형대로 밀어올렸다. 마녀는 불에 타죽어야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런 마녀사냥의 광란 속에서도 1심 재판부는 '윤미향은 평생을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헌신한 활동가'라고 인정하며 사실상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 고법의 마용주 판사는 김복동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답지한 조의금 중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을 각 단체와 장학금으로 기부한 것을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정대협실무자가 임금을 아껴 다시 기부한 것조차 보조금사기로 판단했다. 그리고 윤미향은 검찰이 횡령했다는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화형대에 불을 붙였다. 괴이하게도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장에는 한국 기자들보다 더 많은 200여 명의 일본기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럴만도 했다.
지난 달 말에 중국의 상하이 100여㎞ 아래에 있는 자싱시(嘉興市, 가흥시)를 다녀왔다. IT산업과 로봇 등 중국의 첨단산업단지로 엄청난 발전의 현장이었다. 그러나 자싱시가 유명한 이유는 1932년 상하이의 윤봉길 의사 폭탄의거 때문이다. 4월 29일 일본 왕의 생일 축하 자리는 윤 의사의 물통폭탄 투척으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시라카와 대장이 즉사하는 등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배후임을 밝힌 백범 김구와 임정 요원들의 체포에 혈안이 된 일제는 집요한 추적을 하였다. 이미 도산 안창호가 체포되는 등 백범도 위기에 몰렸다. 간신히 미국인 피치 목사의 도움으로 상해를 탈출한 그가 도착한 도시가 자싱이었다. 그때 백범에 도움을 준 인물이 절강성 성주 출신의 항일운동가였던 중국인 추푸청(褚輔成, 저보성)이다. 추푸청은 백범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그저 항일전선의 동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도와주었다. 일제는 백범에게 현상금 60만 원을 걸었는데 지금 단위로 계산하면 약 220억 원에 이르는 거금이었지만 추푸청은 온 가족을 동원해 그를 숨겨주었다. 백범이 피신한 이층의 거처에는 작은 창이 있어 일경이나 밀정이 나타나면 즉시 마룻바닥을 열고 사다리를 내려 준비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