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는 두 가지 지점에서 역대 선거와 차별적 특징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첫 번째는 출마 후보에 대한 지지 양상이 기이하다는 점이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후보자와 그의 정책에 대한 평가 이벤트 아닌가. 그럼에도 이번의 경우 그 같은 핵심 변수가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라.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이 기본적으로 없었다고 강변하고 주 120시간 노동제를 입에 담는다. “손발 노동은 인도도 안 하고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며 육체노동을 비하하고,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보자 자신이 대리고발 사주 의혹에 얽혀있고 가족들이 줄줄이 형사 사건에 연루되었다. 장차 퍼스트레이디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은 적나라한 논문 표절과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여 있다. 11월 10일에는 굳이 오지 말라는 5·18 민주묘역을 방문하여 또 사고를 쳤다. 방명록에 "5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다는 문장을 남긴 것이다. 이렇게 쓴 원인은 둘 중 하나다. 첫째는 '반드시'를 '반듯이'로 잘못 알고 적은 게다. 초등학생 받아쓰기에 나오는 수준의 한글 맞춤법을 모른다는 뜻이다. 둘째는 (설
극장 한 켠에서 ‘은둔형’으로 개봉중인 미국 독립영화계의 기라성 같은 인물, 켈리 라이카트의 영화 ‘퍼스트 카우’는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첫 젖소’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지 전혀 짐작하기 힘들게 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 보면, '아 이런 얘기도 영화로 만들어질 수가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갖게 된다. 여기서 이런 얘기란, 말 그대로 별로 이야깃거리가 안 되는 얘기가 시나리오로 쓰여질 수 있다는 측면과 이런 이야기조차 제작과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생경함 같은 감정이 복합적으로 담겨져 있다. 글쎄, 대체 어떤 투자자가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기’를 ‘투자분이 회수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예술은 종종 있을 수 없는 기이한 용기의 결합에서 탄생한다. 투자와 제작, 연출, 촬영, 연기의 모든 면에서 이 영화 ‘퍼스트 카우’는 대단한 용기가 전제돼야 했을 것이다. 특히 연기자들이 놀랍다. 이런 얘기로 연기가 돼? ‘퍼스트 카우’는 19세기 미 북서부를 배경으로 한다. 퍼스트 카우. 그러니까 한 마을에 처음으로 젖소 한 마리가 들어 오게 되고 이 젖소의 젖을 두고 벌어지는 일종의 암투극이다. 코미디라고? 절대 코미디가 아니다. 실제로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지난 7일 기준 총 누적 거래액이 800억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배달특급은 지난해 12월 출발했다.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이 점령한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을 없애고 공정 경쟁을 유도하겠다며 내놓은 경기도의 대안이다. 이들은 중개수수료가 높아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이 큰 부담을 느꼈다. 이에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1%의 중개수수료를 받는 배달특급을 출범시켰다. 민간업체의 배달앱 중개수수료가 6.8~12.5%나 돼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한국경제학회‧한국산업조직학회가 공동 주최한 ‘플랫폼 분야 공정거래법 집행에 있어서의 경제 분석의 역할과 방향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개발연구원 이 공 박사는 “통계청 자료 분석 결과, 음식 배달앱 시장 규모는 2018년 5조 2600억 원, 2019년 9조 7300억 원, 2020년 17조 3800억 원으로 최근 2년 동안 3배 넘게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으로 배달서비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배달대행업체 종사자의 처우 갈등, 배달앱 인수·합
서울시는 내년도 TBS(교통방송)의 라디오본부 예산을 62억 5574만원에서 96.1% 삭감된 2억 4498만 원으로 깎았다. 이유는 재정자립이라지만 한마디로 라디오방송을 하지 마라는 이야기다. 알다시피 TBS는 서울시 소속 미디어재단으로 현재 여권의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 씨가 뉴스공장을 진행하고 있다. 예산안 96% 삭감은 이유여하를 떠나 참혹하리만치 잔인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예 죽이겠다는 이야기다. 또 서울시가 버스기사들에게 “교통방송을 절대 틀지 말 것”이란 지시를 했다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심하게 치졸하다. 하나 더,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시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낸 한겨레신문에 광고중단 통보를 했다. 그들은 욕망에 솔직하고 집요하다. 서울시는 예고편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사례에 익숙하다. 이명박 씨나 박근혜 씨, 같은 당이면서 불화했던 둘 사이에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 모두 언론을 장악하는데 집요하고 꼼꼼했다는 것이다. 만일 다가오는 대선에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이긴다면 그 일등공신은 누구일까? 내가 보기에 TV조선, 채널A, JTBC, MBN 종편방송 4개를 허용해준 이명박정권일 것이다. 청와대 차원에서 블랙리스
논쟁은 언제나 진리를 분명히 밝히기보다는 오히려 애매하게 만든다. 진리는 고독 속에서 성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성장하면 논쟁이 없이도 받아들여질 만큼 명확해진다. 자기가 옳을 때도 끝까지 침묵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있다. (칸트) 논쟁을 하지 말라. 논쟁은 설득하는 데 가장 불리한 방법이다. 사람들의 의견은 못과 같아서 때리면 때릴수록 깊이 들어가 뺄 수 없게 된다. (유베날리우스) 누군가가 너희를 슬프게 하거나 모욕을 줄 때는 흥분이 가라앉기 전에는 반박하지 말 것이며, 꼭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정신적 동요부터 가라앉히라. (성현의 사상) 지금 당장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때는 침묵하라. 잠시 침묵하다보면 이윽고 마음도 가라앉을 것이다. (박스터) 나쁜 병에 걸린 사람에게 화를 낼 수 없듯이 마음의 병에 걸린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하고 너는 말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결점을 의식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지고 있다”고. 맞는 말이다. 그러므로 너도 이성을 가지고 있으니 이웃에게 그 결점을 일깨우기 위해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너 자신의 이성의 힘을 발휘해 이웃의 마음에 양심을 눈뜨게 하여,
깊은 가을이다. 알록달록 단풍이 산천을 수놓는다. 절기는 입동이 지나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 이맘때가 되면 나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라는 노래를 종종 튼다. 가사가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휘날리는 풍경과 잘 어울린다. 특히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솓아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라는 구절이 특히 울림이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잊고 살 때가 많지만 문득 멈춰서 돌아보면 정말 삶에서 어느 하나도 오롯이 혼자서 이룬 것이 없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 그순간까지 이 우주, 지구에서 만물들과 주변의 인간들과 함께 서로 영향을 받으면 살아간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천인상응이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의 생명활동이 자연계와 상응한다는 개념이다. 천은 자연계를 뜻하며 상응이라는 것은 자연계의 변화가 인체에 영향을 미칠 때 인체는 반드시 자연계에 상응하는 반응을 일으킴을 가리킨다. 응(應)은 감응(感應)을 뜻하는 것으로 자극과 반응으로서의 감응은 똑같이 조율되어 있는 악기가 공명하듯이 하나의 변화는 다른 것에의 변화를 초래하는 생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의 생명을 기르는 것은 타인의 생명을 기
11월의 어느 날. 프랑스 북부 해안가 아치형 절벽 밑에서 한 남자가 그만 화폭을 접는다. 그리곤 곧장 연인에게 편지를 쓴다. “이곳은 지금이 제일 좋아요. 이 모든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 무능함에 화가 납니다.” 끌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이야기다. 이 남자를 절망시킨 곳. 그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에트르타(Etretat). 파리 북서쪽 200킬로 지점에 있는 알바트르(Albâtre) 해안가의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희한하고 아름다운 석회암 절벽들이 있다. 이 절벽들 위로 미끄러지듯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광선은 신비 그 자체다. 코끼리 형상의 절벽 끝에 나 있는 성문의 실루엣은 어떠한가.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을 닮았다. 여기에 풍요로운 전원, 울퉁불퉁한 절벽에 출렁이는 바다, 해안에 좌초된 배까지. 이 보다 더 완벽한 그림 구도는 없다. 에트르타 마법. 이 마법에 걸린 모네는 50여 점이 넘는 그림을 여기서 남겼다. 사실 모네 하면 아름다운 수련(Nymphéas)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수련 연작은 모든 걸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모네는 자연 속에 빠져 풍경을 그리는 것도 좋아했다. 그중 하나가 에트르타
중국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요소수 대란’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차를 세우고 폐업할 수밖에 없는 화물차 차주들은 요소수 없이도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불법 개조를 하려는 정황이 발견될 정도다.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원자재에 대한 정부의 ‘수입선 다변화’ 전략이 아직도 허술하기 짝이 없음을 증명한다. 국가전략 자체를 총점검하고 새로운 비상구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닥쳐야 허둥대는 ‘냄비 행정’ 고질병을 언제나 고쳐내나. 요소수 대란으로 현실이 더 분명해졌을 뿐 원자재 대란은 어느 품목에서든 벌어질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 2586개 중 3941개(31.3%)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이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1850개로 미국(503개), 일본(438개)보다 편중 현상이 훨씬 심각하다. 원자재는 씨가 마르고 기름값은 뛰고… 이만저만 문제가 아니다. 이미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무역구조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외생변수에 취약한 것인지는 여실히 경험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