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오랜만에 조찬모임이다. ‘기본에 충실한 나라, 독일에서 배운다’는 주제다. 독일만큼 역사적 부침을 겪은 나라도 드물지 않은가. 재상 비스마르크가 독일을 통일해 유럽을 호령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켜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 책임으로 동서로 두 동강이 나는 비극도 겪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시 불사조처럼 살아나 경제부흥을 일으키며 ‘라인 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분단된 지 45년만에 동·서독은 재통일됐다. 세계 패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경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반열에 올랐다. 도대체 “이런 국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벤츠·BMW 자동차나 기계제품을 잘 만드는 하드 파워에서가 아니라 무형의 사회자본, 즉 소프트 파워에서 왔다. 법규준수하고, 청렴, 정직, 배려, 근검절약, 소통과 상생 등이 국력과 국격(國格)의 원천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정부를 믿는다. 정치인들은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명예로운 직업이다. 우리나라처럼 ‘너도 나도’ 다 정치인이 되려고 덤벼들지 않는다. 우리처럼 변호사나 교수하다가 정치인이 되는 경우는 없다. 독일은 전문가 사회다. 기업인이나 다른 직업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대부분 처음 택한 직업에
‘읍참마속’(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측근의 목을 벤다)은 삼국지에 나오는 잘 알려진 고사성어다. 대통령이나 힘있는 쪽이 상대방의 공세를 받아서, 또는 국면전환을 위해 장관, 청와대 참모 등을 경질할 때 자주 인용된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는 4.15 총선 과정에서 회계 부정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됐다. 민주당이 자기당 소속 의원을 검찰의 손에 넘겨주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표결에 참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날 민주당은 이와는 결이 전혀 다른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 내년 4월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이다. 두 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면서, 그리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물러나면서 비롯됐다. 민주당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보궐선거를 실시하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정정순 의원 체포동의안과 달리 당헌으로 약속까지 한 공천 관련 읍참마속에는 고개를 돌렸다. 정치권은 혹시나…
중종 38년(1543)에 창건되어 명종5년(1550)에 사액을 받은 소수서원은 약 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최초의 사액서원이라는 타이틀답게 소수서원은 정형적인 서원의 구조와는 조금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소수서원의 여행을 통해 다른 서원과는 다른 점을 한번 찾아보자. 매표소를 지나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소나무 숲이다. 보통 서원 앞에는 오래된 학자수가 있기 마련이다. 대구의 도동서원 앞에는 은행나무가 있었다. 하지만 소수서원에는 소나무 숲이 있다. 소수서원은 소나무 숲에 가려서 서원이 보이지 않는데, 이러한 서원의 모습은 경주의 옥산서원에서도 만났었다. 소수서원의 소나무 숲은 870여 그루의 적송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어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곳이다. 모두 300년에서 500년 정도 되는 노송들이다. 그래서 ‘학자수림’으로 불린다. 서원 앞의 소나무는 유생들이 소나무의 기상을 닮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심은 것으로 학자수라고 불렀다. 소수서원에는 ‘학자수림’으로 불리는 소나무 숲 이외에도 경렴정 바로 옆에 오래된 은행나무도 있어서 그 의미가 배가 되는 듯하다. 학자수림이 끝날 즈음 오른쪽으로 당간지주가 서 있다. ‘서원 앞에 웬 당간지주일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리스어인 ‘Syn-ergo(함께 일하다)’에서 유래된 이 단어는 둘 이상이 서로 적응하여 화학적 통합을 이뤄가는 과정을 일컫는다. 두 가지 이상의 수단이 개별 수단이 가져올 산술적인 효과의 합보다 더 큰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과 같은 조직 심지어 지역 간 연대와 협동의 결합적 상승효과와 일맥상통한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적경제가 공존과 번영을 위한 사람 중심의 시너지를 강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결합이 효율적으로 상승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반대의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이른바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이다. 독일 농업공학자 ‘막시 밀리언 링겔만’(Maximilien Ringelmann)은 집단 내 개인 공헌도를 측정하기 위해 줄다리기 실험을 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참가자가 늘수록 한 사람이 내는 힘의 크기 즉 기여도는 줄어들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집단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늘수록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집단 심리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연대와 협동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사회적경제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는 저 물건들. 도대체 얼마나 내 집에서 기거한 물건들인지 하나같이 몰골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수십 년 모아두었던 다이어리, 아이들 유치원에서 받은 미술상에 그 작품까지, 더하여 삐뚤빼뚤 써 둔 일기, 태권도 도복에 에어컨 실외기까지. 언젠가 쓸 것 같아 칸칸이 채워 두었던 지금은 쓰레기로 남겨진 물건, 물건, 물건들의 배출. 며칠 째 옷이며 책이며 가구 나부랭이들이 들려 나가고 있는 이곳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이다.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거실 한 쪽 벽을 가득 메운 책들이 가장 먼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주객이 전도된 이 현상. 처음엔 사람이 주인이었던 이 집이 서서히 물건들의 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니. 이건 이래서 필요하고 저건 저래서 필요하고 갖가지 이유를 달며 사들이거나 버리지 못한 물건들을 마침내 몰아낼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온 가족이 동원된 버리는 작업은 어쩌면 설렘이었다. 마치 비밀의 상자처럼 쌓아두었던 박스가 하나하나씩 열릴 때마다 우르르 쏟아지는 추억들. 하나같이 사연을 달고 나오는 물건들의 중요도에 따라 남길 물건과 버려야할 물건을 분류하다보면 금세 시간이 지나
중국이 최근 3분기 GDP(국내총생산)를 발표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성장했다. 지난 1분기에는 사상 최악으로 -6.8%까지 추락했다가 2분기에 3.2%로 반등에 성공했고 그 여세가 3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코로나 여파로 경제가 역성장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물론 중국 정부의 수치를 놓고 외부에선 반신반의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일단 회복세 흐름은 읽혀진다. 우리나라도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3분기 GDP가 2분기에 비해 1.9%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한파에서 조금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최근 산행을 하면서 맑고 밝은 쪽빛 하늘로 코로나 일상의 우울함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그런데 온도가 내려가는 늦가을 겨울쪽을 향하면서 하늘이 예전 같지가 않다. 뿌연 하늘과 약간 매케한 냄새, 산 정상에 올라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스카이라인 등. 반갑지 않은 황사와 초미세먼지가 우리 곁으로 찾아오고 있다. 황사는 주로 중국 북부나 몽골의 건조, 황토 지대의 모래 먼지가 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것을 말한다. 황사는 신라시대의 아달라왕 21년(서기 174년)에 흙비(
무예(武藝)액션영화란 각종 무술을 소재로 활발한 액션과 대결을 보여주는 장르이다. 그동안은 홍콩 무협영화가 붐을 조성하며 글로벌 장르가 되었고 이소룡 사후 한국의 발차기의 묘미를 보여주는 태권도 영화가 등장했다. 일본영화도 주요 장르인 찬바라(ちゃんばら)영화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었다. 한국은 태권도 및 택견으로 알려진 고유무술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동안 활발한 영화제작이 있어왔다. 그러나 대중의 환호보다는 왠지 순준 미달의 장르로 인식되어 왔다. 그것은 저예산의 열악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 때문이다. 이러한 편견을 깨고 무술의 고장인 충주에서 국제무예액션영화제를 기획하고 두 번째 국제영화제을 개최하였다. 제2회 충주국제무예액션영화제는 “무예의 정신 영화로 발하다”를 슬로건으로 언택트 방식의 개막식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10월 22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거리두기 초청행사로 개막식을 갖고 <용루각: 비정도시>를 상영하였다. 그리고 26일 <더 맨 프롬 카트만두>를 폐막작으로 끝났다. 무예액션영화는 많지만 출품작이 흔치않은 상황에서 상영된 출품작 모두가 소중한 영화들이다. <용루각: 비정도시>는 최상훈 감독작으로
새로운 시민행동의 가능성 코로나19를 계기로 시민들이 만들어낸 작고 직접적인 변화들은 쌓이고 쌓여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민사회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세금에 대한 태도와 사회보장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전의 맹지를 없애고, 국민보건의 사각지대를 제거하자는 이야기가 일어난다. 재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자금 운용제도를 개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사회적 안전망을 재구축하자는 이야기가 많아진다. 국민들이 기본수당을 받으면서 사회적 생산력을 늘이는 실험을 해야 한다거나, 세금으로 기본소득을 받는 대신 더 많은 시민이 공공근로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사를 하게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사회 전체에 팽배한 경제적 불안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공익적인 일거리를 늘이자는 것이다. 사회적 보장을 근본적인 국민복리로 생각하는 시민들의 요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소득 양극화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제적 주장을 하는 집단행동은 촛불집회 같은 상징적이고 축제적인 플래시몹 방식을 취할 것이다. 미국에서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자’며 SNS로 퍼진 2011년의 경제적 정의 관련 시위들의 후속타들이 늘 것이다 2018년 프랑스의 ‘
글을 쓰면서 의무적, 기계적이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우선은 제목을 길게 잡지 말아야 하고 사회적인 기준에 맞는 내용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용어의 선택이 어렵다. 이 글을 누군가에게, 독자에게 보인다는 전제가 있으므로 마음속의 울림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글을 쓰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싶지만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면 곤란하다는 우려가 앞선다. 그래서 중간쯤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성이 있는 분들의 반론이 걱정이다. 설명을 구체적으로 하면 눈치 빠른 동료나 선후배들이 누구를 지칭하는가 알아챌 것 같으니 이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더러는 아예 실명으로 쓰기도 한다. 물론 좋은 이야기이니 당사자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본인에게도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익명으로 하는 경우에 어느 정도 알아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공무원으로서 전임자나 후임자에 대한 이야기도 어렵다. 사실 부족한 전임을 만나야 후임이 빛나지만 능력있는 후임을 만나야 감사를 무난히 넘긴다. 올해 처리한 업무는 대부분 3년후에 감사를 받는다. 후임자가 확인서를 쓰겠지만 징계는 처리한 담당자가 감당할 일이다. 그래서 후임을 탓하기도 하고 감사부서를 원망하기도 한다. 공직생활중
‘안녕하십니까. 댁 가족은 무사하신지요?’하고 안부를 묻고 싶은 코로나 방역시대이다. 어디선가 사슴의 눈망울로 늙어갈 여자 친구의 안부도 궁금하다.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메고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수필 쓰는 작가로서 독자의 안부와 함께 서리 내리는 상강을 맞아 따뜻한 인사와 말 한마디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어제는 후배 수필가의 수필집을 받았다. 사회적으로 풍부한 능력의 소유자이고 귀한 직장에서 관리자로 업적도 든든히 쌓은 사람이다. 그의 책 제목은 『당신 가족은 안녕하신가요』 이었다. 시집같이 예쁜 책이었다. 바로 엽서 편지를 썼다. ‘가을 낙엽 위 집 한 채 같고, 시집 같은 수필집 잘 받았소. 책이 수필가들의 영혼을 씻어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써 보냈다. 어떤 화가는 행복한 그림은 상처를 다독여 주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고통스러운 그림이 보는 이의 상처를 위로한다고 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살았어. 나도 무척 힘들었어. 한이 서린 그림은 이런 독백을 끌어낸다고 한다. 이번 수필집을 받고 문학의 힘과 예술이란 의도가 이런 것 아닐까 싶었다. 정조의 치세 어록을 보면 1797년 12월 말, 광주 목사 서형수에게 보낸 비밀편지 내용과 함께 신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