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가짜뉴스를 규제한다는 명목을 앞세워 인터넷 언론 심의를 강행하는 상황에 대해 비판하는 토론회가 지난 11월15일 열렸다. 방심위가 인터넷 언론 보도에 대해 심의 권한이 있는지,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에 접수된 보도 가운데 뉴스타파의 녹취록 보도에 적용한 심의 규정이 적합한지, 그리고 이 내용을 인용한 방송 보도에 대한 과징금 결정이 정당한가를 함께 모여 따져보고 질문을 제기해 보자는 자리였다. 방심위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 보도하거나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한 봐주기 수사 의혹을 보도한 KBS, MBC, JTBC, YTN에 총 1억4천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법정 제재 중에 최고 수위의 중징계 결정이었다. 주요 방송사들이 한꺼번에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은 2008년 방심위가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음날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이 공식 입장문을 냈다. 공영방송과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뉴스전문채널이 뉴스타파의 녹취록 보도에 대해 사실 확인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정보를 유통했으므로 범죄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는 내용이었다. 방심위가
모처럼 종교와 평화를 주제로 하여 일본을 방문 중이다. 각자의 배경 속에 평화를 위한 여러 사회 현상을 이야기하는 자리다. 과거와 달리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주변과 사회를 살피다 보니, 도시의 외견은 40여 년 전 도쿄 대학에 재학하던 시절에 비하여 조금 더 현대식 건물의 등장과 함께 복잡해진 지하철망을 제외하고는 그리 큰 변화는 모르겠다. 이런 점은 과거 생활하던 보스턴이나 필라델피아를 모처럼 방문했을 때 느끼는 바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런데 확연히 느껴지는 변화가 있다. 일본 사회의 우경화 분위기다. 과거 공공연하게 말하기 부끄러운 생각이 다양한 포장을 거쳐 사회 전반에 등장하고 있다. 서양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취지로 던진 대동아공영권의 아시아주의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포장했던 말이다. 이제 그 대동아공영권이 다양한 용어로 포장되어 부활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일본 우익의 주장과 태도가 그대로 국내 극우 집단의 논리가 되어 철저하게 국내에 자리 잡는 데에 있다. 그것은 놀랄 정도로 닮은 기시다 정권과 윤석열 정부 모습에서 나타난다. 급락하는 지지율 속에 서민들의 삶이나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감세 정책 등이 버젓이 등장한다.
미국에서 울려 퍼지는 K-팝, 일본을 가득 채운 K-영화, 유럽인이 찾는 K-드라마 촬영지. 전 세계 휩쓴 한류 열풍은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진다. 외국인들이 찾는 한국은 대체 어떤 곳일까? 한류란 한국에 관한 것들이 한국 외의 나라에서 인기 있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로,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로 번지며 나타났다. 처음 아시아에서 드라마를 통해 일어난 물결은 중동, 중남미, 동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휩쓸고 북아메리카, 서유럽, 오세아니아 지역으로 빠르게 흐르며 작은 나라의 기적을 펼치는 중이다.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에서 시작된 한류는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을 넘어 패션, 화장품, 음식, 언어, 기술, 무술, 산업까지 분야가 확장되고 있다. 장소를 기반으로 문화, 음식, 쇼핑을 포함하는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관광공사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를 ‘한류 성지순례’로 정하고, 여행사 대상 공모전을 통해 한류 대표코스 여행상품을 선정하는 등 한류와 여행을 접목하고 있다. ‘BTS 발자취만 5일 동안 함께하기’, ‘K-드라마와 함께하는 코리아 클라쓰’ 등의 한류 대표코스 여행상품은 한류에 푹 빠진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선다. 한국을 방문한…
지난 주, 직장의 인터넷 공지게시판에 정부에서 보낸 공문이 하나 떴다. 제목이 눈길을 확 끌었다. “빈대 정부합동본부 구성, 운영안”. 눈을 씻고 다시 봤다. 정말로 빈대 정부합동본부였다. 세부 내용은 이렇다. 11월 3일부터 별도 상황 해제 시까지 복지·질병·행안·교육·법무·국방·문체·고용·국토부 등 전 관계부처가 모여 평일 하루 한번 씩 회의를 열겠다는 거다. 그리고는 낮과 밤에 걸친 '빈대 발견방법'을 별도로 상세히 첨부해 놓았다. DDT 사용 이후로 사라졌던 빈대가 다시 나타났다.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해충이 사람들의 두려움 대상이 되고 있다. 그로 인한 건강악화와 불편 해소가 중요하니, 이렇듯 세심히 신경을 쓰는 걸 어찌 나쁘다 하겠는가. 하지만 공문 내용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천둥처럼 떠오르는 생각은 이런 거였다. 159명이 생목숨 잃은 이태원 참극이 일어난 지 갓 1년이 지난 시점 아닌가. 윤석열 정부는 그 황망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과연 무슨 일을 했는가? 사안에는 경중이 있고 우선 순위가 있는 법이다. 이 정부에 대하여 참극을 철두철미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정부합동본부’까지는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
최근 금리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사태 등이 겹쳐서 주식 시장이 많이 침체되고 투자자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같이 손해를 보고 있으니 나만 힘들지는 않다는 생각이나 팔지 않으면 실현된 것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정신승리(?)하고는 있지만 속은 이미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절세의 관점에서는 이렇게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을 때 한 번쯤 고려해볼 만한 것이 주식 증여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 또는 증여세 과세 기준이 되는 해당 재산 평가의 대원칙은 시가주의이다. 상장 주식에 대해서도 이 원칙이 적용되는데 특이한 점은 평가일 현재의 종가 기준이 아니라 평가 기준이 이전, 이후 각 2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의 주식 거래소 최종 시세의 평균액으로 평가를 한다는 점이다. 평가에 있어서 자의성을 배제하고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납세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국내 상장 주식의 상속증여세법상 평가액은 국세청 홈택스 사이트에서 손쉽게 조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내재가치가 좋아서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러 사유로 현재 가치가 많이 하락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러한 시점에 증여를 하면 적은 세금 부담
마돈나 주연의 1997년 영화 ‘에비타’는 뮤지컬 영화였다. 마돈나의 빼어난 가창력으로 ‘돈 크라이 포 미 알젠티나’라는 영화 삽입곡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그 노래 덕에, 아니 노래 탓에 에비타, 곧 에바 페론이라는 여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의 동정심을 지니고 있는 듯 싶다. 본명이 에바 마리아 두테르테였던 에바 페론은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났고 나이트 클럽의 댄서 등 힘든 삶을 살아 오다 노동부 장관이었던 후안 페론을 만나 대통령 영부인의 자리까지 올라 온 여인이었다. 그녀의 삶은 꽤나 격정적이었는데 그건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33살이라는 아주 이른 나이에 요절했다. 에바 페론은 남편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만큼 자신만의 정치력을 과시했으며 그만한 인맥도 지니고 있었던 사람이다. 이른바 페론이즘이라고 하는 포퓰리즘 정치의 행태가 후안 페론이 아니고 후안과 에바의 합작품으로 여겨지는 이유이다. 진영 정치, 편 가르기, 빈민과 영세민을 동원한 인기 영합 정책으로 아르헨티나의 초기 민주주의는 엉망이 됐다. 에비타, 에바 페론을 보고 있으면 자꾸 누군가가 연상이 된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살아갈수록 외롭습니다. 인간이기에/ 진실할수록 힘이 듭니다. 혼자가 아니기에/ 그러나 가야 할 운명의 길이라면/ 편안한 모습으로 살아갑시다.…’ 이 시는 내가 만들어 애용하는 우편엽서에 새긴 문장이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 수 있는데 불행하게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릴 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하루살이에겐 비가 고통이요 평생의 불행일 수 있다. 그런데 그 고통을 감사한 마음으로 견디며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깨달음을 준다고 한다. 의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내 삶이 그렇다고 생각될 때는 씁쓸하기만 하다. 자기 운명을 깨닫고 노력하는 사람이 하늘에서 타고난 복 있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는 논리 앞에서는 ‘그래 그렇겠지’ 하고 승복하면서도 뒷머리가 썰렁해진다. 살아온 날을 생각하다 기억에 의존해 기록을 찾다 보면, 유머 감각을 지닌 고(故)김대중 대통령이 생각난다. 1980년의 봄, 김대중 대통령은 내란음모죄로 구속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판결을 기다리며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사형일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 순간 김대중 대통령은 판결을 선고할 때, 재판관이 입을 ‘무’하면서 입이 앞으로 나오면 ‘무기징역’으로써
보어(Niels Bohr)는 주역(周易)의 음양사상에서 상보성 원리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주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는바 원자는 원자핵과 원자핵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로 되어 있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핵력)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 원자의 세계가, 세상은 음과 양의 상보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역의 원리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서양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반면에 동양은 자연을 본받을 대상으로 인식한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자연의 법칙을 이해함으로써 자연을 정복해 인류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런 사고방식이 서양 사회를 지배함으로써 한동안은 자본주의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한편으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간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자연을 본받는 게 된다(人法自然). 노장사상의 핵심인 동시에 공자의 세계관이요 유교의 전통이기도 하다. 자연의 질서는 중(中)을 지향한다. 서양의 종교는 신을 섬기지만, 동양의 종교는 상상의 신을 섬기지 않고…
뉴스를 읽고 보기가 두렵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정책이 뒤죽박죽이다. 메가톤급 뉴스가 숨가쁘게 터져 나온다. 복잡한 사안을 정리해줄 언론이 절실하다. 그러나 언론 생리를 잘 아는 스핀 닥터(미디어 홍보전문가)들이 꾸민 이벤트를 단순 전달하기에 바쁘다. 지난 5일(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空賣渡)를 다음날부터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가 허용한다. 일반화된 금융제도라는 말이다. 갚을 시점에서 주식이 내리면 투자자가 돈을 벌고, 반대면 손실을 본다. 손실도 볼 수 있음을 거론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유리하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대부분 언론은 주식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금융위원장의 발언 등 공매도 금지 논리만 부각하고, 부작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미진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정부에서 국민의힘에서 요구한 공매도 전면금지를 무게 있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정치 논리가 개입됐음을 자인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첫날 코스피는 134 포인트(5.66%)
문화현장에 종사하면서 아쉬운 점은 문화정책은 정치적 활동으로서 그 중요성이 낮게 인식되고 있다. 정치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문화정책의 분야도 정치활동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책의 민족’을 쓴 역사가 맥스 I. 디몬트는 “사상이 인간을 움직이고, 역사를 창조하는 것도 사상이다. 사상이 없는 사회는 역사도 없다. 그런 사회는 숨만 쉴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세계사의 주역이 된 20세기까지 유대인의 4천년의 역사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1962년 출간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세계인구 중 0.2%인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 중 20%를 차지하고 모든 분야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는 책의 민족이기 때문이다. 사상을 기록하고 전파하며 역사를 만들어내는 역할은 결국 책문화에 있다. 책문화 정책은 저술과 창작, 출판정책, 서점정책, 도서관정책, 독서정책을 아우르며 문화정책이면서도 교육정책과도 연결되어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깊이 있는 사유를 하는 콘텐츠가 아닌 단편적이고 선정적인 가십성 뉴스들이 대거 넘쳐난다. 영상미디어의 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의 뇌는 문자를 읽고 해독하는 과정에서 발달한다. 특히 유아기 때부터 문자 중심의 독서를 꾸준히 하는 아이들은 청소년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