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 대학의 신입생을 상대로 한 강연을 부탁받아 다녀왔다. 의뢰를 받고 나서 갓 대학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며칠 밤을 고민했던 것 같다. 내가 저 나이로 돌아간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또 지금에 와서 보면 여태까지의 나는 어떠했는지에 대하여 깊은 생각에 빠졌다. 강연 날 강당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의 오프닝이 지나고 그 자리가 편해졌을 무렵, 그곳의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그중 내가 가장 힘을 주어 당부했던 대목은 “지금 손에 잡고 있는 꿈의 가지를 하나라도 쉽게 놓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살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만, 그 상황과는 별개로 꿈이라는 것은 충분히 꾸고 담아두어도 좋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시절 같이 음악을 듣던 친구가 있다. 그 녀석과는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었지만, 록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꽤 자주 어울렸다. 당시 주변의 록 음악을 듣는 친구 중 대부분은 헤비메탈이나 얼터너티브 록을 많이 들었지만, 이 친구는 특이하게도 올드 록이나 프로그레시브 음악을 주로 선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생이 어디서 그런 정보들과 음반을…
지역사회에 있어서 사회적경제의 정체성은 사회적가치에 있으며, 지역의 공공이익과 지역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가치를 지역사회의 운영 원리로 삼는다. 사회적경제는 윤리적 소비시장 기반의 경제이며 공정시장을 지향하고 소비자 삶의 질 개선에 앞장선다. 적정기술과 윤리적 생산과 공정무역을 표방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은 균형 잡힌 사회적 가치창출과 경제적 가치창출을 목표로 인권, 환경, 자원순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들어 도시재생사업은 앵커시설 확보 등 하드웨어 중심의 ‘주거복지’ 사업에서 주민이 주도하는 ‘사람복지’ 지향의 사업으로 진화해 가고 있으며, 마을공동체 회복과 활성화를 통해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도시재생(social urban regeneration)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0년은 도시재생사업 예산지원이 종료되는 지역이 생겨나는 첫해이자, 도시재생사업 지역 내에 많은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마을조합)’이 설립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있어 중요한 전환기이다. 2019년 4월부터 도시재생뉴딜사업 지역에 ‘마을조합’이 설립되기 시작하며 주민들이 방관형에서 참여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재생대학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매주 한차례 이상 현 정부(대통령) 국정지지도를 비롯해 차기 대선 선호도 등에 대한 여론조사가 발표된다. 그때마다 이해당사자를 중심으로 희비가 엇갈리며, 그것을 둘러싼 의미를 읽느라 술렁인다. 그런데 지난 9월과 최근, 주요 국가 국민들을 상대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인기투표(?)를 실시한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퓨리서치 여론조사기관은 지난 6일 한국을 비롯해 미·일·호주·영국·독일 등 14개 주요 국가 국민들에게 중국에 대한 호감을 물은 결과물을 내놓았다.(6월10일~8월3일 성인 1만4276명) 핵심 내용은 부정적 인식(73%)이, 긍정적인 평가(24%)에 비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해마다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중국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한다. 아마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팬데믹과 국제관계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또 퓨리서치는 지난달 15일에는 동일한 시기, 같은 국가(미국 제외한 13개국)를 상대로 한 미국에 대한 호감도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34%였다. 한국인은 59%(2019년 77%)가 ‘호감’이라고 답해 13개 동맹국 중 1위를 기록
수원시립미술관은 개관 5주년 기념전 ‘내 나니 여자라,’를 9월 8일부터 11월 29일까지 개최한다.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비(妃)였던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 1735~1815)의 자전적 회고록인 ‘한중록’을 매개로, 올해 미술관의 기관의제인 ‘여성’에 대한 동시대적이고 다양한 정서를 13명(팀)이 발표했다. 전시 제목 ‘내 나니 여자라,’는 ‘한중록’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고정된 여성성에 대하여 회화, 설치, 미디어 등의 총 48점의 작품은 여성이라는 존재와 정체성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현재 최전선에 있는 작가들인 만큼 여성에 대한 대서사시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전임 김찬동 미술관장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은영 큐레이터에게 현재 한국 최고의 여성작가로 구성하자고 제안하면서 수원작가로 ‘흑-Back project 2020’ 285점으로 전시에 참가 했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근 10년간 한국 섬유예술의 현대미술화를 마음 깊이 담고서 국제적 진출을 목표로 흑색만 가지고 380점을 그렸다. 작년 초겨울 프랑스 개인전 때 몇 개의 작품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을 때에도 ‘흑-Back project’가
분재는 고개를 숙인 자에게 진면목(眞面目)을 보인다 하고 아는만큼 보인다고도 한다. 올라올 때 못본 꽃을 내려갈 때 보았다는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 그 꽃. (그 꽃 전문, 고은)” 여기서 꽃은 사람일 수도 있고 정말 꽃이기도 하겠다. 바쁘게 살다 보니 다 살피지 못하는 인생이다. 아들딸 자식보다 손자 손녀가 더 예쁘다는 역설이 역설이 아니라 정설이란다. 젊어서는 직장을 다니면서 아들딸 키우기에는 버거웠고 인생 중 청춘이 바빴다. 그러다가 나이 들어 꼬물거리는 슬하의 손자·손녀가 예쁘단다. 자식은 내리사랑이란다. 과거 봉건시대에 시골에는 아들은 미워하여 외면하면서 손자·손녀를 귀엽다하는 할아버지가 많았다. 그래서인가 세상사는 보는 시선과 시야에 따라 달리 보인다.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마라는 말로 풀어본다. 잘할 것이라는 동료가 틀렸을 때 오는 실망감보다 못할 것이라는 후배가 잘했음을 알아내지 못하는 선배가 걱정이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선배와 후배의 연결고리로 이어간다. 그리니 가정이든 직장이든 정치사회이든 지역사회 모임에서조차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고 그 사람의 시각과 시선을 공유해야 한다. 자신의 고정 프레임을 고수하는…
부부란 본래 아웅다웅 다투며 산다. 연애 시절 그 뜨겁던 열정을 그대로 지닌 채 한평생을 살아가는 부부는 없다. 사랑은 변색을 하고 세월이 가면서 그저 미지근한 정으로 사는 게 부부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오늘날엔 젊은 사람들이 아예 그런 부부관계 맺기를 두려워한다. 홀로 사는 노총각 노처녀들이 사방에 늘렸다. 걱정이다. 본래 인간사는 그렇게 갈등 속에 살다가 갈등을 안고 죽기 마련이다. 그걸 마다하고 홀로 사는 청년들이 집도 절도 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다. 하기야 부부로 살면 크게 좋은 것도 없고 크게 황홀할 일도 없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어느 마을에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그는 가난하였지만, 남에게 대접하는 것을 즐겨했다. 심심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밥을 대접해 보냈다. 그 바람에 가랑이가 찢어지는 건 그의 아내였다. 자기 식구도 세끼 밥을 제대로 못 먹는데 걸핏하면 손님을 끌고 오는 남편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아침이었다. 부엌문을 열고 나오는데 저만큼 길 아래서 남편이 또 낯선 사람 셋을 끌고 오는 게 보였다. 그녀는 기가 찼다. 그래서 한 가지 꾀를 냈다. 잠시 후에 농부가 낯선 손님 셋을 모시고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여름이 주인 행세를 하더니만 추석이 지나자 가을이 제자리를 차지한 듯하다. 산천초목에 산고(産苦)의 결실이 저마다 색깔을 드러낸다. 그게 순리다. 그래서 자연은 위대하다. 가을은 소리의 계절이다. 논밭에 벼 여무는 소리, 수수더미 영그는 소리, 풀벌레 소리 등이 한창이다. 이들이 어우러지는 자연의 소리 못지않게 사람들이 책 읽는 소리가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가을이다. “달빛과 꽃 색깔이 아무리 좋아도 가족들의 화목한 얼굴빛만 못하고, 가야금과 거문고 켜는 소리, 바둑장기 두는 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자손들이 책 읽는 소리만 못하다”는 글귀가 있다. 그렇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바다를 항해해도 활자매체를 통한 책읽기만큼 좋은 게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비접촉 시대에도 활자로 된 책읽기는 여전히 정겹다. 책의 숲에는 우리가 건져낼 수 있는 구슬이 너무나 많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지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달려온 삶들이 아닌가. 부지깽이도 덤벙인다는 가을이 왔다. 현재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책읽기도 빠트릴 수 없는 일상이 되어야 한다. 예전의 독서는 눈으로 읽지 않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5일간의 긴 휴가를 보냈다. 한해 농사를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가장 풍요로운 명절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향에도 못 가게 되었다. 추석 연휴 고향 방문이나 여행으로 인한 인구 대이동이 일어나게 되면,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여 새로운 대유행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년과는 다른 추석을 맞아 편찮으신 어머니를 뵈러 친정에 다녀왔다. 그런데 전에 없이 교통 체증이 일어났다. 알고 보니 친정집 근처가 궁평항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서신에서 궁평항과 제부도로 갈라지기 때문에 더욱 길이 막혔다. 모두 먼 곳의 고향은 못 가고 잠시 나들이하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우울증으로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코로나19'의 '코로나'와 우울하다는 뜻의 '블루(blue)'의 합성어이다. 추석 연휴 동안에 아이들 데리고 잠깐이라도 가까운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 나왔을 것이다. 모처럼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평소에 갑갑함을 떨쳐버린다. 성묘도 미리 다녀오고, 고향의 부모님께는 화상 통화를 하는 비대면 명절이 되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차가 밀려도 고향을 찾아 명절을 지냈다. 그렇게…
“모국어가 영어인데 5년 전에 처음으로 우수한 한글을 접하고, 그런 문자를 천재적인 왕 한 사람이 주도했다는 사실에 반했다. 세종대왕을 영웅으로 생각했으며, 그 매력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2020년 10월 9일, 574돌 한글날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국 SF(공상과학) 드라마 ‘스타트렉’의 작가인 조 메노스키가 한글날을 맞아 영어와 한글판으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에 얽힌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써내 화제다. 제목은 ‘King Sejong the Great’(킹세종)으로 9일 종로구 통인동 세종대왕 탄신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소설을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영어가 모국어인 작가가 영어로 쓴 최초의 한국역사 판타지 소설에서 세종대왕을 ‘영웅’ ‘천재’ 등의 단어를 동원해 세계에 알린다고 하니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조선, 대한민국 백성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쓴소리하는 것 같았다. 특히 저자가 “만약 유럽의 어떤 지도자가 백성들을 위해서 글자를 만들었다면 전 세계는 이미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막을 때린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어리석
지난 9월 22일 서해상에서 우리 수산공무원이 북한군인 총격을 받고 사망한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 정부의 북한 만행에 대한 강력 규탄에 대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 표현을 담은 ‘대남 전통문’을 신속하게 보내 우리 및 국제사회의 반북 정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사전에 보고되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북한은 서해현장 해군 정장 판단 하에 이루어졌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국방부의 북한이 6시간 가량 우리 국민을 해상에 방치해 두었다는 설명을 전제로 추정하면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보고가 되고 지침을 받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하겠다. 사전 보고여부와 무관하게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무력 최고사령관으로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일을 지켜 보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내 통솔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북한 변화에 결정적 요인인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쉽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8월 20일 국정원의 국회정보위 보고를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 위임통치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통치 피로 해소와 책임 전가를 위해 김여정과 리병철, 박봉주 및 김덕훈에게 대남 및 대미관계, 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