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활현장을 들어다보면 참으로 수많은 소품이 필요하다.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는 엄마의 짐은 작전 나가는 군인들의 배낭무게를 넘을 것 같다. 의식주(衣食住)를 메고 들고 다니는 듯 보인다. 우유병, 분유, 보온병은 ‘먹일 식’(食)이고, 기저귀, 손수건, 티슈, 면봉 등은 ‘옷 의’(衣)이며 유아차로 개명하자는 유모차, 양산, 지붕 등은 ‘주택 주’(住)라 하겠다. 반면 사자와 호랑이는 천적의 속도를 따라잡는 탄력스러운 네다리와 방향을 조절하는 꼬리, 뾰족한 송곳니, 후각, 빠른 판단력으로 먹고 산다. 방송에서 동물의 왕국을 보면 그 처절함이 보인다. 물소나 양 등 큰 동물을 공격하는 모습에서는 사자의 위엄보다는 먹이를 구하려는 가장으로서의 애잔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가끔은 사자에게 뿔이 있으면 더 쉽게 사냥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신은 뿔을 주지 않았고 사자는 뿔 없이도 밀림의 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화면은 사자, 호랑이, 표범, 하이애나 등 맹수들의 공통점이 뿔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뿔을 쓰지도 않을 것 같은 소, 누우, 사슴, 산양 등 비교적 약한 초식 동물에게는 뿔이 주어졌다. 그리고 ‘동물의 왕국
매년 명절증후군에 시달려온 대한민국 여성들. 이번 한가위는 코로나로 부모를 찾아뵙는 수고로움(?)은 좀 덜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직장이나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더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주요 길목마다 우먼파워로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18일 진보진영의 아이콘이었던 여성 대법관 긴즈버그(87세)가 숨졌다. 긴즈버그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때까지(2021년1월21일) 후임 대법관이 임명되지 않길 바란다’는 취지의 유언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민주당도 그녀의 말에 호응하며 후임자를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불복’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선거전에 후임자 결정을 위한 절차를 강행하고 나섰다. 낙태ㆍ이민 반대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여성 고법판사, 에이미 코니 배럿(48세)을 후임자로 지명했다. 특히 7남매를 두고 있는 배럿은 막내 아들이 임신중 다후증후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낙태하지 않았다. 수퍼맘이자 뼛속까지 보수다. 트럼프로서는 이번 대선 결과가 대법원까지 갈 경우 자
어떤 질문은 독한 술처럼 잠시 휘청이게 한다. 예를 들면 ‘다시’라는 부사를 넣은 질문이 그렇다. 다시 어머니가 살아오신다면,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런 기습 질문 앞에 보여주는 모습들은 어쩜 그리 비슷할까. 대개 잠시 말을 잃는다. 눈빛이 아득해진다. 그리고 한숨, 혹은 헛한 웃음,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이 생에 불가능한 판타지를 펼친다. 그 끝이 눈물인 경우도 많다. 종종 월드뮤직 강의 마지막 곡으로 들려주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노래가 있다. 포르투칼 파두 가수 베빈다(Bevinda)의 ‘Ter Outra Vez 20Anos(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월드뮤직을 좀 안다하는 이들에게도 생소한 베빈다를 소개하는 이유는 파두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다. 파두하면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alia Rodrigues 1920~1999)를 떠올리고 그녀의 히트곡 ‘검은 돛배’나 ‘어두운 숙명’처럼 검은 숄을 걸치고 어둡고 흐느끼는 목소리로 노래하는 파디스타를 떠올린다. 그런 이들을 위해 베빈다를 호출한다. 1961년 포르투칼에서 태어났으나 세 살이 되던 해 프랑스로 건너간 베빈다는 샹송으로 가수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
며칠 전 여행중에 데크에서 넘어진 여행객을 119구급대원이 응급조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게 된다. 얼핏 보기에 무릎에 찰과상으로 피가 흐르고 오른손은 골절인듯 부목을 대는 응급조치를 받았다. 강 건너편에 119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서 다시 차로 갈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분의 사고상황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자갈길과 데크로 구성된 평지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발끝이 자갈에 미끄러졌거나 데크에 등산화가 걸려 넘어졌을 것이다. 이처럼 안전사고는 순간에 발생하지만 그 결과는 골절부상과 찰과상을 입게 되고 이후 2~3주간의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은 물론 직장에도 휴가를 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만을 강조하는 것이 정답은 아닌듯 여겨진다. 어려서 시골아이들은 나무를 깎고 풀을 베고 화롯불에 밥을 볶아 먹었다. 초등생끼리 숯불에 계란을 삶아먹고 소죽을 끓였다. 닭과 오리를 잡아 삶아먹은 초등 5~6학년생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연필을 깍는것조차 기계에 의존한다. 초등생이 칼을 쓰는 작업은 안전을 이유로 금지사항이다. 연필을 깎는 작업은 손의 미세한 움직임과 위험한 칼날을
조선시대 평민이 양반이 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은 과거 급제뿐이었다. 서원이 등장하기 전 조선시대 교육기관은 서울 중앙에 있었던 성균관과 지방에 있었던 향교였다. 당시 과거 급제를 위해 유생들이 주로 찾았던 교육기관은 향교였으며, 향교는 공자를 모시고 제향과 교육을 담당하던 교육기관이다. 그러나 당시 향교는 오직 과거급제만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었고, 시대적으로 향교를 대신해 성리학 본연의 학문을 가르칠 새로운 교육기관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 서원이다. 주세붕은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인재 양성 기관’으로서 서원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들이 조선의 관리가 되어 백성과 임금을 위해 일해 주기를 바랬다. 그래서 서원 유생 선발부터 서원에서 이루어지는 공부의 초점이 모두 조선의 관리가 되기 위한 내용에 맞춰져 있었다. 그리하여 백운동 서원은 실제로 ‘과학’ 명소로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유생들의 공부 방법 중 하나인 ‘거접’이 대유행을 하고 있을 때, 퇴계 이황은 풍기군수로 부임해 왔다. 퇴계는 이 거접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유학에서 말하는 공부는 ‘도(道)’를 깨달아 실천하기 위한 ‘도학(道學)’ 탐구와 덕성 함양이
경기도체육회가 민선1기 체육회장 시대를 맞은 지 9개월을 향해가고 있다. 경기도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정치와 체육이 분리되면서 지난 1월 15일 선거를 통해 이원성 회장을 민선1기 회장으로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당선 및 선거 무효 소송을 거치는 등 혼란을 겪기도했지만 한달여 만에 법원에서 이원성 회장이 제기한 당선무효 등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 인준을 받고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이 회장이 경기도체육회장으로 인준을 받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도 8개월이 되가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체육회는 민선1기 시대를 맞아 발전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당선 직후부터 도, 도의회와의 갈등설이 돌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민선1기 도체육회 임원 선임도 계속 미뤄지다 지난 7월에야 완료됐다. 그 사이 이재명 지사가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임명했던 박상현 전 사무처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체육회를 떠났고 이로인해 직원들간의 갈등까지 불거지는 등 지난 8개월 동안 도체육회는 바람 잘 날 없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도체육회가 진행하려고 했던 경기도체육대회와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등 대부분의 사업이 중단되거나
“얘들아~ 오지마라.” “코로나 끝나거든 온나. 사랑한다” 며칠 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본 가슴 저릿한 어르신들의 영상이 있다. 코로나 19로 고향 못 오는 자녀들의 불편한 마음을 보듬어 주고자 의성군에서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 찍은 ‘귀향 자재’ 동영상 편지였다. 이는 생활지원사들이 각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했다. 미리 준비한 원고도 없고 촬영 장소도 어르신들이 생활하고 있는 집 안방이나 마루, 마당 등으로 고향 냄새가 풀풀 나는 영상이었다. 무료한 일과 속에서 명절만 기다리던 어르신들께는 보고 싶은 자식 안 보기로 한 건 여간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재 확산으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쳐야 했던 수도권의 경우만 보더라도 마땅한 조치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왠지 죄송하고 머쓱한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가려해도 불안하고 안 가려해도 죄스러운 2020년 현실 속 한가위가 어르신들께는 한없이 적막할 듯 보인다. 현실과 달리 홈쇼핑 화면 속 한가위는 여전히 시끌벅적하고 화려하다. ‘한가위는 가족과 함께 하세요’ ‘못 가는 한가위 선물로 하세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지글지글 구워대는 맛
요즘 어두움이 찾아오면 집 근처에 있는 학교 운동장을 자주 간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사회가 깊어지면서 저녁을 집에서 하면, 밖으로 나가 1시간여 운동장에서 뛰거나 걷곤 한다. 낮에 거의 해를 볼 수 없었던 사상 초유의 긴장마를 거친 뒤 찾아온 최근 며칠 사이의 청명한 가을 날씨는 모처럼 자연이 주는 선물 같다. 모두들 지쳐있다. 코로나가 우리의 모든 일상을 집어삼킨지 벌써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숨도 마음대로 못 쉰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가족들을 불안한 마음에 다시 쳐다보는 계절이다. ‘아무 일 없이 들어왔겠지?…’하면서. 코로나사태로 세계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행보를 하고 있다. 그 냉기가 안방까지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의 비정상이 일상이 되버렸다. 하지만 코로나가 건네준 가을 밤은 좀 다른 얘기도 들려주는 것 같다. “계절을 가리지 않던 불청객 황사도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 잠시나마 서행하면서 조금은 뒷걸음치고 있다. 인류가 그동안 무한 질주해 올해는 유난히 지구촌에 기상이변 재해가 많았다. 그래서 좀 쉬었다 가라”고. 오늘밤도 운동장을 쳇바퀴 돌듯 걸으려 한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달과
세대를 넘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로 슈워제네거가 주연을 맡아 미래 기계와의 전쟁을 그린 ‘터미네이터’(시리즈)가 있다. 그 가운데 1991년 개봉작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액체금속 인간로봇’의 모습이 세월이 지나도 잘 잊혀지지 않는다. 슈워제네거의 총에 맞아 몸에 큰 구멍이 나도, 몸이 거의 형체가 없이 사라질 것 같아도 이내 원래의 상태로 복원된다. 불사조같은 로봇이다. ‘액체금속(형상기억합금)’은 일정 온도가 되면 기억을 찾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꿈의 소재로 알려져 있다. 그런 로봇과 싸우는 일은 상상하기 싫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바늘로 100차례를 찔렀다. 순간적으로 찌그러졌으나 바늘을 떼자 원래 모양대로 돌아왔다.” “섭씨 90도로 10분간 가열했지만 일부 스파이크(돌기)만 떨어졌고 전체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헝가리의 한 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상대로 실험한 결과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같은 바이러스의 질긴 생명력이 오늘날 팬데믹(대유행)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보통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 바깥에 나오면 생존 능력이 감소하는 데 반해 코로나는 물건 표면에 붙어 며칠간 생존할 수…
살면서 지금과 같은 사태는 모두가 처음 겪는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바닥으로 굴러 떨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현실은 상상 그 이상이다. 코로나 사태로 영화 제작일이 중단되고 방송사들도 신규 제작보다는 재활용을 하며 제작비 절감을 하고 있는데 적자의 늪에서 헤매는 악순환이 외주제작사로 전가되었다. 프로그램들은 손쉬운 예능 프로그램으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스페셜이라는 미명 아래 재방송을 하며 외주제작사들은 재편집료로 기존 제작비의 30%를 받는다고 한다. 이미 동료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사무실 임대료와 기본 제작비를 겨우 맞추는 수준이다. 한 방송사가 계절마다 했던 공모도 줄어들어 겨우 수십 편에 이르던 외주공모가 3편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나마도 국내 취재 다큐 프로그램 30분 한 편에 500만 원이니 어떻게 제작을 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제작사의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제작으로 완성도가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제 외국 출장 프로그램 제작은 엄두도 못 낸다. 출국은 되어도 상대국의 입국 보장이 안 되는 현실에 또 입국 후 격리되어야 하니 외국 출장은 힘들다. 그나마 제작사들은 외주PD들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인데 외주PD들은 제작 일을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