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이다. 시민(民)이 주인(主)인 공화국이라는 뜻이다. 공화국은 공화제로 운영되는 국가를 의미한다. 공화제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입법과 집행이 분리된 통치형태가 핵심이다. 즉, 입법부와 행정부가 분리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사법부의 분리가 더해지면 삼권분립이 된다. 정리하면 삼권분립을 채택한 국가는 형태상 공화국이다. 그러나 입법과 행정이 분리되었다는 것만으로 공화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형태 또는 절차상으로는 공화제일 수는 있지만 진정한 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복종’이 필요하다. ‘복종’은 공화제가 아닌 독재와 어울리는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재와 복종은 공존할 수 없다. 독재국가에서 시민들은 단지 억압되어있을 뿐 권력이 복종하지는 않는다. 복종은 시민들이 권력을 인정하고 스스로 그에 따를 때 만들어진다. 다시 공화제로 돌아가 보자. 삼권분립 국가에서 입법, 행정, 사법 권력은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이룬다. 이 중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시민이 직접 선출함으로써 시민으로부터 직접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나머지 행정부와 사법부는 행정
이번에는 꼬꼬마 한의사일 때, 특히나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수많은 중환자들 속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인턴 시절의 기억의 한 자락을 꺼내볼까 한다. 그 병원은 중풍전문병원으로서 엄격한 관리시스템 덕분인지 항상 전국에서 오는 중풍환자들로 풀 베드(full-bed;입원실이 빈 곳이 없는 상태를 그렇게 불렀다)인 곳이었다. 중증의 중풍환자들은 마비가 심하기 때문에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항상 침상에 누워있게 된다. 그런데 오랜 시간 동안 한 방향으로만 누워있으면 눌려있는면 살이 체중의 무게를 받기에 욕창이 생기기 쉽다. 한마디로 살이 짓물러 상처가 나고 곪아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세를 수시간마다 바꾸어주기를 지도하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잘 안되어 욕창이 심한 반신마비의 중증 중풍의 노인환자분이 입원하게 되었다. 꼬리뼈 부근의 엉덩이살이 짓물러서 탁구공 반개 정도로 파여 있었다. 인턴인 내가 드레싱(소독)을 담당했었는데 드레싱 할때 마다 너무 안쓰러웠다. 문제는 열심히 드레싱을 해도 낫지 않는 거였다. 나이도 많고 병도 중하고 하니 치유력이 저하되어 낫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부위가 넓어지는듯했다. 그때 레지던트들이 침 치료를 하자고 했는데. 전체적으로 기혈순환
명파 캠핑장에서 송정마을 캠프장까지 20킬로. 길을 떠나기에 앞서 근 10년 만에 동해에 몸을 담가보았다. 민통선 입구까지 걸어가서 그곳에서부터 공식적인 출발을 했다. 중간중간 쉬면서 걸었지만, 뜨거운 태양열 아래 걷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단 어깨에 배낭이 없으니 할만했다. 발바닥이 아파오는 게 심상치가 않다. 두 시간 반을 걷다 보니 어제저녁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던 이상중 목사께서 시무하는 초댁제일교회를 지나가게 되어 쉴 겸하여 연락을 드렸더니 쾌히 허락하시어 잠시나마 에어컨의 찬 바람을 맞으면서 잘 쉬었다. 행복이란 이렇게 쉽게 찾아오는 것임을 깨닫는다. 오후 중간에 수박화채를 먹으니 절로 기운이 난다. 두세 분이 식사와 간식을 준비하여 주시니 사실 따지도 보면 그동안 내가 네팔이나 스페인에서 걸었던 순례길에 비하면 거저먹기나 다름이 없다. 걷게 되면 차로 갈 때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경치를 보게 된다. 루소는 걷는 일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할까, 몸이 움직여야 마음도 움직인다고 할까. 시골 풍경, 계속 이어지는 기분 좋은 전망, 신선한 공기, 왕성한 식욕, 걷는 덕에 좋아지는 건강,…
- 지질학의 등장 암석(巖石)을 읽는 과학이 세상에 그 모습을 본격적으로 보인 건 1830년 영국에서였다. 찰스 리엘(Charles Lyell)이 쓴 <지질학의 원리 (Principle of Geology)>는 당시 베스트셀러가 되어 땅속에서 역사를 발굴하는 지침서의 고전으로 자리매김을 한다. “런던 지질연구모임(Geological Society of London)”이 창립된 것이 1807년이니 20년이 채 넘지 않아 학문적 결실이 이루어진 셈이다. 찰스 리엘은 그의 책 첫 장에 지질학에 대한 규정을 다음과 같이 밝혀 놓는다. “지질학이란 유기물, 무기물로 구성된 자연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련의 변화를 탐구하는 과학이다. 또한 이런 변화의 원인을 비롯해서 그 변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행성의 표면과 외부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연구한다.” 지질학으로 지구가 얼마나 오래된 별인지, 그리고 그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이 지구를 거쳐갔는지를 알게 되었다. 무려 40억 년의 시간이 담겨 있는 기록이 지구의 암석에 새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시작이었다. 1859년에 <종의 기원>을 출간한 찰스 다윈이 “런던 지질연구모
13개월 만에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되며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중대한 길목에 진입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락선이 재개되던 지난 27일 6·25 전쟁 정전 68주년을 맞아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했지만, 지난해와 달리 ‘핵 보위국’ ‘핵 억제력’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 등도 북한과의 대화와 소통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냉각기를 이어온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흐름이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인할 정도로 극심한 식량난에다 코로나 국경봉쇄 조치까지 장기화되면서 내부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홍수·태풍에 이어 올해는 1981년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혹독한 가뭄을 겪고 있다. 북한이 대화 재개를 원한다면 그것이 단순한 식량지원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북·미 대화를 향한 마음의 문이 예전보다 커진 것인지가 중요하다. 지금 남한은 임기말에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민감한 전환기적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며 ‘
2022년 3월 9일은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다. 225일 남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5000만 씨알들과 8000만 민족 전체의 삶과 내용, 낱낱의 개인들과 공동체의 안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소위 G8의 일원이 됨으로써, 지구촌 전반에도 비중 높은 인물이 된다. 과연 누가 될까? 솔직히 말하면, 지금 장부에 이름 올리고 뛰는 이들 대부분 마치 '전국상인연합회'의 회장 자리를 놓고 다투는 듯하다. 하기야, 당선만 되면 100만 명의 공무원들이 하던 일 그대로 하고, '여의도'는 변함없이 잘 굴러갈 텐데 무슨 문젠가? 취임하면 가장 먼저 공약들을 손본다. 캠페인 기간에 마구 던졌던 '뻥카'들은 섞어찌개 식으로 합치거나 과감히 폐기하면 되는 것. 야당이 따지고 들면, 겸손 떨며 사과하면 된다. '허니문 기간' 타령하는 기특한 기레기가 반드시 나오니 걱정할 것 없다. 특급 장사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언동으로 목적을 이룬 다음, 주판 튀겨서 이문이 큰 쪽으로 말을 바꿀 줄 아는 자다. 그래서 개나 소나 닭이나 다 나와서 구세주처럼 약을 파는 거다. 나와 동지들은 요즘 대선 도전자들의 저질 행태에 역겨움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y와 c가 특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을 차기 대선의 공약으로 함에 따라 대선 예비 후보들의 기본소득에 대한 공격이 심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공격은 월 10만 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경제활력소 역할을 하겠는가이다. 이 지사는 임기 중에 전 국민 연 100만 원, 청년 연 100만 원 추가 지급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금액이 적긴 하다. 그러나 지난해에 지급된 재난기본소득의 효과를 생각해보자. 이 지사의 공약대로라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에 2020년의 전 국민 재난 기본소득에 맞먹는 금액이 분기별로(4배로) 지급되는 것이다. 약 700만 명의 청년은 두 배로 지급된다. 지역화폐와 이 기본소득이 결합돼 지급되는 이 금액이 지역에서 소비된다고 했을 때 그 효과는 얼마나 될까? 실로 그 경제적 부양효과는 엄청난 것이 될 것이다. 주로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대대적 환영을 해야 할 만한 사건이다. 청년들은 2배의 추가적 혜택을 본다. 이것은 20대의 3분의 1 정도가 하루 중 한 끼 이상을 굶는다는 사실을 감안한 것으로 복지적인 목적이다. 도움이 시급한 이들에게 월 약 20만 원의 이 금액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지사의 공약에 대한 또 다른…
‘수술실 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1만 3959명 중 1만 3667명이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무려 국민의 97.9%가 ‘수술실 내 CCTV 설치 법안’에 찬성한 것이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 정책참여 플랫폼 ‘국민생각함’에서 5월 31일부터 6월 13일까지 실시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국민의견 조사 결과다. 아울러 권익위는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에게 같은 내용을 물었다. 그 결과 찬성 답변은 82%였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찬성하는 이유는 ‘의료사고 입증책임 명확화’,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감시’가 가장 많았다. 수술실에서의 성추행과 대리수술, 의료사고 등 문제가 빈발하자 경기도는 2019년 경기도 내 공공의료원의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했다. 법안 통과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어린이집 CCTV가 소극 보육을 유발하지 않는 것처럼 수술실 CCTV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대다수 의료진들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고 극소수의 불법 의료나…
어릴 때도 방학은 무척 기대되는 이벤트였다. 늦잠을 자고 하루 종일 밖에서 실컷 뛰어놀 수 있으니까 손을 꼽아가며 방학을 기다렸다. 마냥 놀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때는 방학 숙제가 정말 많았다. 매일 일기 쓰기와 책 읽고 독후감을 몇 편 이상 작성하기는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빠지지 않던 숙제였다. 고학년이 되자 주제를 정해서 탐구해 오기와 문제집 한 권 풀어오기가 추가되었다. 당연히 방학 내내 아무것도 안 하다가 개학이 다가오면 이 모든 걸 다급하게 해결했다. 다른 건 몰아서 해도 지장이 없었는데 일기만큼은 그게 어려웠다. 일기의 내용을 채우는 건 아침 먹고 놀고 점심 먹고 뛰어다니고 저녁때 TV 봤다는 내용으로 채울 수 있었다. 문제는 날씨였다. 이미 지나간 날씨는 거짓말이 어려웠다. 그때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여서 신문 같은 매체에나 날씨가 적혀 있었다. 앞일을 걱정했다면 그날그날 일기는 안 쓰더라도 날씨는 적어놓았을 텐데 그 정도의 계획조차 세우지 않을 만큼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학교 가서 친구의 일기를 보고 날씨를 베끼기로 하고 개학 전날 밤까지 열심히 일기를 써서 검사를 받았다. 교사가 되고 보니 방학 숙제는 담임교사 재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