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더 멋있고 섹시하다’는 평을 받는 영화배우가 있었다.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숀 코네리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엘리트 스파이로서 물 찬 제비의 날렵한 이미지를 벗어나, 중후한 신사의 멋을 풍기며 스크린을 누볐다. 이번에는 내가 보기에 나이가 들수록 매력적인 배우가 한 사람 더 있다. 리암 니슨이란 배우다. 그를 처음 본 건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나치 수용소로 보내어질 유태인 1천1백명을 구해낸 쉰들러 역이었다. 그 후 갱스 오브 뉴욕, 킹덤 오브 헤븐, 테이큰 시리즈 등에서 활약했고, 60대 중반이 훌쩍 넘은 지금도 넘치는 활력으로 종횡무진 스크린을 누비고 있다. 멋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당당하되 여유 있고, 강인하되 부드러우며, 기품 있되 따뜻함을 풍기는 멋있는 장년들이 있다. 이는 젊은이들한테서는 볼 수 없는 매력이다. 젊은 패기와는 차원이 다른 멋이다. 인생의 쓴맛단맛을 다 겪은 경륜과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멋이기 때문이다. 앞서 숀 코네리와 리암 리슨은 나이를 먹을수록 멋을 풍기는 배우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멋이 있다는 말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산한다는 말이다. 내면의 미는 곧 마음의 근
어느 가을 날 푸르스름한 어두운 밤하늘에 외로운듯 걸려 있는 달의 이미지, 누구나 한 번 쯤은 상념에 젖어 그 달을 보았으리라 너무도 아름답고 눈 부시는 ‘미학의 세계’.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어떤 서러움도 내재되어 있는지, 한 편 쓸쓸하게 비추어 지기도 하는 달은 “홀로 아름답게 빛나 정작 서러운 달이어라”. 어느 누군가의 시인지 기억이 가물 가물 하지만, 제목은 ‘동천’ 이라는 시를 나즈막하게 읊조려 본다.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즈문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동지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이 시를 음미 하노라면 춥고 맑은 겨울날의 푸르스름한 밤하늘에 신비스럽게 걸려 있는 초승달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겨울 밤하늘의 높이 걸려 있는 신비스러운 초승달. 동지섣달의 밤 하늘에서도 홀로 아름답게 빛나는 그 달을 보며 필자도 한 편의 졸시를 남겨 보았다. 일이 잘 안풀리고 모든게 뜻대로 이루워 지지 않던 어느 해 였던가 슬럼프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으로 준비없이 선택한 호주여행 이었다. 여름에 떠나 겨울을 치른 호주의 살을 에이는 듯한 쌀쌀한 겨울, 준비성이 없어 여름옷 으로 한 달의 겨울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돕는 사람들이다. 식사보조, 배변활동, 대중교통 이용 시 휠체어 조작 등 장애인의 다양한 활동을 돕는다. 이 제도의 취지는 과거 가족이 떠맡았던 장애인 부양 부담을 국가가 나눠지겠다는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집단이므로 비용은 국민이 부담한다. 올해 6세~65세 중증 장애인 8만5천여 명의 활동보조 사업에는 국가 예산 1조3천억 원이 투입된다. 활동보조 사업의 최전방에는 활동지원사들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들의 전문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자격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본보 6일자 19면) 일반 사회복지관 근무를 위해선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활동지원사는 40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활동지원사로서의 활동이 가능하다. 지정기관에서 일정 교육과정 수료 후 장애인활동지원센터에 명부만 등록하면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가족들이 자격 강화 요구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12월에는 수원의 한 사회복지관에서 활동지원사의 부적절한 행동과 폭언 등을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광풍속에서도 공정경제를 향한 경기도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정국에 휩쓸리지 않고 정해진 궤도를 따라 흔들림없이 실천하는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민생을 살피는 일은 호보(虎步)로 만리(萬里)를 가는 것도 좋지만 우보(牛步)로 천리(千里)를 가야할 때도 있다. 세상이 한가지 문제에 매몰돼 다른 것들을 소홀히 할 때 현재의 안건에 집중하면서도 도민들과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려는 호시우보(虎視牛步)가 필요한 시기다. 도가 민선7기 이재명 도지사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경기도형 공정경제 기반조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동안 공정거래와 상생, 소비자, 노동 등 모두 4개 분야 26개 사업 추진을 내용으로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공약들을 멈추거나 늦출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잠시 걱정하며 속을 태웠던 마음이 기우로 그쳤다. 도는 이를위해 지난 7일 공정경제위원회 두번째 회의를 열고 ‘공정경제 추진과제 사업계획’을 심의·의결해 공정경제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날 논의된 내용들이 ‘경기도형 공정경제 5개년 계획’ 수립을 위한 자양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들여다보면 중소 상공
어린 시절 소리 내어 교과서를 읽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읽고 낭송했던 교과서 내용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 선생님들은 왜 그리 낭송을 시켰는지, 그 때는 힘들었지만,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친구들과 낭송했던 동시와 구구단 외우던 추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성우 서혜정은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오래 기억하고, 더 잘 이해하며, 글쓴이와 교감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발성이 서툴러 목이 아프고 힘들지만, 자꾸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저절로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꾸준히 소리 내어 읽다보면, 호흡도 자연스럽게 복식으로 전환되어 성우처럼 아름다운 목소리에 스스로 놀랄 것이다. 점점 몸에서 소리가 울리고 목의 부담이 줄어들고, 발음이 분명해져 자신감을 갖게 된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는 주차위치를 몰라 당황해 하는 경우가 있다. 주차후 소리 내어 주차위치를 말해 보면, 나중에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배운 내용을 친구들에게 소리 내어 설명해 봄으로써 자기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점검도 되고 기억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낭송의 달인 호모큐라스’와 ‘낭송 Q시리즈’를 출간한 고미숙 작가도 낭송의 장점에 대해 말했다. 낭송은…
회사채용은 얼마나 공정 할까? 최근 이를 예측 할 수 있는 여론조사가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취업 포털이 기업 인사담당자 22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61%가 채용 공정성을 강화해야 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만큼 불공정 하다는 의미다. 사람의 감정이 개입 되다보니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실제 설문에 참여한 담당자들 조차 자사 채용 공정성을 100점 만점 기준 평균 77점으로 평가했을 정도다. 내용별로는 서류 전형의 경우 나이(46%), 학력(37%), 성별(33%), 출신학교(28%) 등이 불공정 평가항목으로 꼽았다. 면접은 결혼·연애·출산(49%) 나이(38%), 가족(20%) 등이었다. 그동안 불공정 채용 근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되고 법적으로 각종 예방책을 강구 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AI 채용 시스템이다. 지원자의 개인 신상을 완전히 배제한 블라인드 면접보다 더 확실하다고 해서 기업들이 앞 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2018년 AI 면접위원을 활용하는 국내 기업은 6곳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AI 면접을 기업은 185개사로 늘었고 올해는
선명하게 들리다 서서히 사라지는 저 소리들. 바로 옆 테이블에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 며칠 뒤 떠나게 될 해외여행 이야기를 하는 가 했지만 점점 희미해져가는 목소리.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출입문의 잔잔한 삐걱거림. 조금 더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들리는 몇 번의 웃음소리. 전화 통화를 하거나 간혹 투박하게 스쳐가는 발자국소리. 그 소리들 사이로 흩어지는 커피 향까지. 모처럼 편안했다, 카페에 앉아 듣는 그 다양한 소음들이. 흔히 긍정적인 소음으로 알려진 백색소음은 비교적 넓은 음폭으로 백색광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7가지 무지개 빛깔로 나눠지듯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가 합해져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생활주변의 비오는 소리, 폭포수 소리, 파도치는 소리, 시냇물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등이 있다는데 나에게는 조용한 카페에서 듣게 되는 소음이 바로 그런 백색소음이 아닐까 싶다. 한 사무실에서 아무도 모르게 백색소음을 평상시 주변소음에 비해 약 10데시벨(dB) 높게 들려주고 일주일을 지냈더니 근무 중 잡담이나 불필요한 신체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한 달 후 백색소음을 꺼버렸더니 서로들 심심해하면서 업무의 집중도가 크게 떨어졌다고도 했다.
창립 60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도출신이 농협중앙회장에 등극했다. 역대 가장 많은 10명의 후보가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렸다. 300만 농민조합원의 수장인 제24대 농협중앙회장에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지난 1월31일 당선됐다. 앞으로 4년간 거대한 농협조직을 이끌어가게 된다. 그간 농협중앙회장은 임명제에서 선출제로 바뀐 이후 한호선(강원), 원철희(충남), 정대근(경남), 최원병(경북), 김병원(전남) 순으로 바통이 옮겨왔다. 여섯 번째 회장으로 이성희 회장이 수도권출신 첫 회장이다. 그는 4년 전 1차 투표에서 앞질렀다가 2차 투표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이번 선거에 전국 1천118개 농협조합장 가운데 292명의 대의원과 회장을 포함한 293명이 투표를 했다. 1차에 과반 득표자가 없어 2차 결선투표에서 이성희(경기) 177표, 유남영(전북) 116표를 얻어 61표 차로 당선을 거머줬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의 비상근 명예직이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 등을 갖고 농업경제와 금융사업 경영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다. 그만큼 책임감이 크다. 신임 이성희 회장은 선거공약을 통해 농업인 월급제 등 안정된
우리나라는 여자들에게 특히 인색했다. 조선시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세상의 기준이었다. 세상의 중심은 양반(士)이었고 농공상(農工商)은 변방이었다. 양반의 여식들도 규방(閨房에 갖혀 칠우(七友 :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와 함께 공예(工藝)하는 것에 만족하고 살아야했다. 그 외의 사회활동은 꿈꾸기 힘들었고 그랬던 여성들에게는 주홍글씨를 새겼다. 돌이켜보면 신사임당과 허난설헌, 황진이 정도만 이름을 알렸다. 그들 역시 남편이나 자식들 보조역할로 미화되거나 남성문화를 희롱하며 다른 길을 갔다. 하물며 여자가 장사를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꾸기 힘들었다. 그러나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은 피는 법이니 조선시대 김만덕이 그렇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시절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힘든 삶을 살다 유통업으로 거부(巨富)가 된다. 객주(客主)를 차려 제주 특산물인 귤, 미역, 말총 등을 육지의 옷감과 장신구, 화장품과 교환해 판매하는 상업에 종사해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러던 1793년 제주도에서 대가뭄이 들자 전재산을 풀어 제주도 민중들을 구제했다. 영의정 채제공이 ‘만덕전’이라는 전기를 썼으니 당대와 후대의 모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재판부가 “법원의 판사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죄송함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그것도 무려 30년이 넘은 사건이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 재심 담당 재판부가 6일 공판 준비기일에서 재심 청구인인 윤모(53) 씨에게 사과했다. 공판 준비기일이란 미리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증거 조사 방법에 관해 논의하는 절차다. 공판이 집중적·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이날 이 사건 1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윤 씨는 억울하게 잘못된 재판을 받아 장기간 구금됐다”며 “이미 검찰은 윤 씨가 무죄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록을 제출하고 있고, 이에 관해 변호인이 별다른 이의 없이 동의한다면 무죄 선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재수사 착수 6개월 만이다. 재판부가 이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 재심에서는 청구인인 윤 씨의 무죄가 증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춘재는 공소시효가 모두 끝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은 국내에서 벌어진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이었다. 이 과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