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꾸준히 재난지원금 전 국민 보편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준비된 선별적 3차재난지원금을 신속집행 하되 보편적 4차재난지원금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3분의 2가 선별지원에 찬성했다는 조사결과 보도가 있었지만 경기도 조사 결과론 경기도민 3분의 2가 2차재난기본소득(전 도민에게 10만원씩 지역화폐) 지급에 찬성했다”며 “진실은 무엇일까?”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1차지원금(소멸성 지역화폐 전국민 보편지급)이 2차지원금(현금선별)보다 소득양극화 완화 및 소비활성화 효과가 더 크다면서 “소상공인들이 지역화폐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이유”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달 28일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자신의 이런 소신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낸바 있다. 현금으로 선별 지급한 2차 재난지원금은 지원에서 배제되거나 선별에서 탈락한 국민의 박탈감과 갈등 분열만 불러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보편 지원하는 게 양극화 완화, 지역경제 활성화, 소득 지원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와 민주당은 이번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코로나19로…
아이 하나가 엉엉 울면서 내게 다가온다. 보통은 다른 친구가 우는 아이를 토닥이며 데리고 온다. 눈물을 쏟는 아이를 달래며 자초지정을 묻자 친구 A가 자신을 때리면서 욕했다고 말한다. 한참 성토대회를 열던 아이는 이때부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낸다. 다른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고 폭력을 쓰는 건 선생님께 혼나야 하는 일이니까. 친구가 얼마나 혼날지, 내가 어떤 판결을 내려줄지 기대감이 차오른다. 막상 A를 불러서 삼자대면 해보면 나쁜 행동을 저지른 나름의 이유가 있다. B가 먼저 놀리고 도망쳤거나, B가 먼저 때렸거나, B가 예전 어느 날에 자신을 놀리면서 때렸거나. 보통은 셋 중 하나의 이유로 귀결된다. 장난치려고 먼저 때리는 경우는 있어도 아무 이유 없이 욕하면서 건드리는 경우는 드물다. 과거의 어떤 사건이 마음 속에 남아 있다가 갑자기 행동으로 드러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상담하면서 두 아이 모두가 잘못한 점을 발견했을 때 담임교사인 나는 홀가분한 마음이 된다. 잘못의 경중을 크게 따지지 않아도 되고, 서로 사과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 걸로 종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더러 있지만 본인들도 잘못한 점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남과 북의 흥겨웠던 시간은 어느새 백년은 지났나 싶게 아득하다. 실제 백년 전쯤으로 한번 돌아가볼까. 1898년은 “제국 아메리카의 시발점”이다. 미국은 당시 스페인의 식민지 쿠바와 필리핀을 독립시키겠다며 노쇠한 스페인 제국과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사실은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전략이었다. 쿠바와 필리핀은 독립은커녕 졸지에 주인만 바뀐 식민지로 다시 전락했다. 1895년 청일전쟁으로 조선반도에서 중국을 몰아내고 “조선은 독립국”이라고 선언했으나 조선을 식민지 비슷하게 거머쥔 일본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1905년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귀결되자 조선의 식민지화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어디 그게 일본 혼자의 힘이었던가. 러일전쟁 자체가 영국과 미국의 지원으로 치러진 전쟁인데다가 태프트-카츠라 조약에 따른 거래가 깔려있지 않았는가? 그 거래라는 게 뭔지 이제는 다 안다. 필리핀의 주인은 미국이고 조선의 주인은 일본으로 하자는 거 아니던가. 미국의 이른바 아시아 태평양 체제는 이렇게 우리에게 역사적 고통을 강요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러니 미일전쟁(美日戰爭)이기도 한 아시아 태평양 전쟁 마무리를 한 19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한 데 이어 새해 정치권과 자치단체에서 다시 보편적 재난지원금 또는 기본소득론이 화두로 등장했다. 국민 또는 경기도민 10명 중 7명이 전국민 지원금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전면에 내세웠다. 여권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기본소득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본소득은 재산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게 기본 골자다. 올해 서울.부산 시장 선거와 내년에 대선, 지방선거가 잇따라 실시된다. 이에따라 기존의 복지 시스템을 뛰어넘는 대안으로 기본소득론이 선거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본소득론은 인간의 기본 생존권이라는 이상적인 명분에도 불구하고 재원 마련의 벽 때문에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였다. 그러나 코로나가 논의에 불을 당겼다. 본질은 미래의 소득구조다. 18C 산업혁명 이후 상품과 금융의 국제적 이동이 빨라지면서 부의 쏠림도 가속화됐다. 특히 근로를 통한 소득보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소득으로 인한 부의 탄력성이 커지면서 양극화는 ‘초(超)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오늘은 합주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합주실이란 말 그대로 합주(合奏)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장소이다. 각 시나 도에서 운영 중인 곳도 있으나, 작업실이나 합주실 앞에 개인이라는 말이 붙지 않는 경우 대부분 사설 대여 합주실을 지칭한다. 마치 노래방과 같이 시간당 일정 금액을 내고 합주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는데, 리허설 스튜디오도 같은 개념이다. 방의 크기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내부에는 방음, 차음 시설이 되어있고 드럼 세트, 기타와 베이스 기타 앰프, 믹서, 마이크, 스피커 등 연주에 필요한 장비들로 채워져 있다. 아마 이 땅에서 밴드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거쳐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내가 밴드를 시작했던 시기에 서울에는 유명한 합주실이 몇 개 있었다. 서대문의 서문 합주실 그리고 종로의 세화 합주실, 강남의 화이트 합주실 등이 유명했는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수많은 밴드와 뮤지션들이 이곳들을 거쳐 갔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개인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던 밴드는 드물었기에, 수많은 밴드 뮤지션들이 모였던 이곳에서 많은 음악과 이야기가 탄생했다. 나는 주로 세화 합주실로 연습하러 다녔는데, 당시 처음 본 합주실의 이미지는 굉장히 강렬했다. 종
요즘 새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집을 나설 때 무의식적으로 마스크를 챙긴다는 점이다. 마스크 없이 집을 나서면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외출한 것처럼 찜찜하고 불안했다. 우리는 이 습관에 더 강력하게 길들여지기 위해 자석고리를 철문에 붙여놓고 마스크를 걸어두기 시작했다. 외출할 때 깜빡할래야 깜빡할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이런 삶이 몇 개월은 귀찮고 답답했는데 지금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 당연함 속에 불편함도 녹아 있었다. 마스크 쓰게 되면서 얼굴의 반이 가려져서 상대를 단숨에 알아보는 일은 둔해졌다. 유심히 쳐다보지 않으면 누구인지 도통 알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50년 넘는 세월을 살면서 이런 시절은 한 번도 없었으니 지금의 시간들은 낯선 경험이 될 터였다. 지난 늦가을 잠깐 동안 대면 수업이 2주 정도 허용된 적이 있었다. 그래도 마스크를 쓰고 학교 강의를 가야했고 강의실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수업해 줄 것을 권유받았다. 한번은 강의실이 있는 6층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수강생이 같은 엘리베이터에 탔음에도 서로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강의실에 들어가셔야 나는 강사고 그는 수강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두 주 대면 강의를 했는데 몇몇이 비대면이 수업이 더
우리나라 선박이 이란 혁명 수비대에 의해 나포됐다. 이란 측이 나포의 이유로 드는 것은, 이른바 “환경오염”이다. 그런데 해당 선박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는 이런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을 오염시킬만한 물건을 선적하지도 않았고, 또 환경을 오염 시켰다면 위성으로도 확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란은 과거 영국이나 다른 국가들의 선박을 나포했을 때도, “해양 오염” 과 같은 이유를 든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 측의 주장을 믿기는 매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계좌에 동결된 이란 석유대금 70억 달러와 관계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한은에 예치된 일반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의 90% 이상이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이 맡긴 돈이고,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원화 계좌가 개설돼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려, 그때부터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인도적 거래는 허용된다는 점에 착안해서 이 돈으로 코로나 19 백신을 구매해 이란에 제공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이란
쩡~ 하고 가슴이 뚫리는 그것이 생각난다. 눈이 푹푹 내리는 날 소랭이를 옆구리에 끼고 집 앞에 파묻은 김치움으로 간다. 땅속에 묻은 김칫독은 영하 30˚에 꽁꽁 얼어있다. 봉인된 김칫독을 열면 두툼한 얼움이 하얗게 깔려있다. 조심히 얼음을 비껴내면 세 번의 발효과정을 거친 김치가 빨간 국물 속에 얌전히 누워있다. 신비감을 주는 이 것은 몇 달의 숙성 과정을 거쳐 새콤하고도 달콤한 향기를 낸다. 김치는 김칫독의 아래로 내려갈 수 록 더 맛있다. 국자로 얼음이 버석거리는 김치와 국물을 푹 퍼 담는다. 상위에 오른 김치는 손으로 죽죽 찢어 밥 위에 얹어 먹었다. 배추 사이 사이 넣은 명태는 발효의 작용으로 이미 명태가 아닌 김치다. 눈이 푹푹 내리는 날, 앞집 뒤집 오가며 뉘집 김치가 맛있나 채점하면서 먹었던 쩡~ 한 맛의 함경도 김치. 고향 북한은 남한보다 훨씬 춥다. 함경도 김치는 동해바다의 특산인 명태를 넣고 김장을 한다. 지금은 어획량이 줄었지만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명태가 많이 잡히는 어장이었다. 그래서 함경도 김치라 함은 명태김치를 말한다. 김치의 종류도 통김치, 갓김치, 총각김치, 동치미, 백김치 등 다양하다. 배추는 비료가 부족해서 남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