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한 데 이어 새해 정치권과 자치단체에서 다시 보편적 재난지원금 또는 기본소득론이 화두로 등장했다. 국민 또는 경기도민 10명 중 7명이 전국민 지원금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전면에 내세웠다. 여권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기본소득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본소득은 재산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게 기본 골자다. 올해 서울.부산 시장 선거와 내년에 대선, 지방선거가 잇따라 실시된다. 이에따라 기존의 복지 시스템을 뛰어넘는 대안으로 기본소득론이 선거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본소득론은 인간의 기본 생존권이라는 이상적인 명분에도 불구하고 재원 마련의 벽 때문에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였다. 그러나 코로나가 논의에 불을 당겼다. 본질은 미래의 소득구조다. 18C 산업혁명 이후 상품과 금융의 국제적 이동이 빨라지면서 부의 쏠림도 가속화됐다. 특히 근로를 통한 소득보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소득으로 인한 부의 탄력성이 커지면서 양극화는 ‘초(超)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오늘은 합주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합주실이란 말 그대로 합주(合奏)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장소이다. 각 시나 도에서 운영 중인 곳도 있으나, 작업실이나 합주실 앞에 개인이라는 말이 붙지 않는 경우 대부분 사설 대여 합주실을 지칭한다. 마치 노래방과 같이 시간당 일정 금액을 내고 합주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는데, 리허설 스튜디오도 같은 개념이다. 방의 크기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내부에는 방음, 차음 시설이 되어있고 드럼 세트, 기타와 베이스 기타 앰프, 믹서, 마이크, 스피커 등 연주에 필요한 장비들로 채워져 있다. 아마 이 땅에서 밴드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거쳐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내가 밴드를 시작했던 시기에 서울에는 유명한 합주실이 몇 개 있었다. 서대문의 서문 합주실 그리고 종로의 세화 합주실, 강남의 화이트 합주실 등이 유명했는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수많은 밴드와 뮤지션들이 이곳들을 거쳐 갔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개인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던 밴드는 드물었기에, 수많은 밴드 뮤지션들이 모였던 이곳에서 많은 음악과 이야기가 탄생했다. 나는 주로 세화 합주실로 연습하러 다녔는데, 당시 처음 본 합주실의 이미지는 굉장히 강렬했다. 종
요즘 새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집을 나설 때 무의식적으로 마스크를 챙긴다는 점이다. 마스크 없이 집을 나서면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외출한 것처럼 찜찜하고 불안했다. 우리는 이 습관에 더 강력하게 길들여지기 위해 자석고리를 철문에 붙여놓고 마스크를 걸어두기 시작했다. 외출할 때 깜빡할래야 깜빡할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이런 삶이 몇 개월은 귀찮고 답답했는데 지금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 당연함 속에 불편함도 녹아 있었다. 마스크 쓰게 되면서 얼굴의 반이 가려져서 상대를 단숨에 알아보는 일은 둔해졌다. 유심히 쳐다보지 않으면 누구인지 도통 알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50년 넘는 세월을 살면서 이런 시절은 한 번도 없었으니 지금의 시간들은 낯선 경험이 될 터였다. 지난 늦가을 잠깐 동안 대면 수업이 2주 정도 허용된 적이 있었다. 그래도 마스크를 쓰고 학교 강의를 가야했고 강의실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수업해 줄 것을 권유받았다. 한번은 강의실이 있는 6층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수강생이 같은 엘리베이터에 탔음에도 서로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강의실에 들어가셔야 나는 강사고 그는 수강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두 주 대면 강의를 했는데 몇몇이 비대면이 수업이 더
우리나라 선박이 이란 혁명 수비대에 의해 나포됐다. 이란 측이 나포의 이유로 드는 것은, 이른바 “환경오염”이다. 그런데 해당 선박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는 이런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을 오염시킬만한 물건을 선적하지도 않았고, 또 환경을 오염 시켰다면 위성으로도 확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란은 과거 영국이나 다른 국가들의 선박을 나포했을 때도, “해양 오염” 과 같은 이유를 든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 측의 주장을 믿기는 매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계좌에 동결된 이란 석유대금 70억 달러와 관계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한은에 예치된 일반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의 90% 이상이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이 맡긴 돈이고,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원화 계좌가 개설돼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려, 그때부터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인도적 거래는 허용된다는 점에 착안해서 이 돈으로 코로나 19 백신을 구매해 이란에 제공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이란
쩡~ 하고 가슴이 뚫리는 그것이 생각난다. 눈이 푹푹 내리는 날 소랭이를 옆구리에 끼고 집 앞에 파묻은 김치움으로 간다. 땅속에 묻은 김칫독은 영하 30˚에 꽁꽁 얼어있다. 봉인된 김칫독을 열면 두툼한 얼움이 하얗게 깔려있다. 조심히 얼음을 비껴내면 세 번의 발효과정을 거친 김치가 빨간 국물 속에 얌전히 누워있다. 신비감을 주는 이 것은 몇 달의 숙성 과정을 거쳐 새콤하고도 달콤한 향기를 낸다. 김치는 김칫독의 아래로 내려갈 수 록 더 맛있다. 국자로 얼음이 버석거리는 김치와 국물을 푹 퍼 담는다. 상위에 오른 김치는 손으로 죽죽 찢어 밥 위에 얹어 먹었다. 배추 사이 사이 넣은 명태는 발효의 작용으로 이미 명태가 아닌 김치다. 눈이 푹푹 내리는 날, 앞집 뒤집 오가며 뉘집 김치가 맛있나 채점하면서 먹었던 쩡~ 한 맛의 함경도 김치. 고향 북한은 남한보다 훨씬 춥다. 함경도 김치는 동해바다의 특산인 명태를 넣고 김장을 한다. 지금은 어획량이 줄었지만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명태가 많이 잡히는 어장이었다. 그래서 함경도 김치라 함은 명태김치를 말한다. 김치의 종류도 통김치, 갓김치, 총각김치, 동치미, 백김치 등 다양하다. 배추는 비료가 부족해서 남한 것처럼
대한민국 체육을 선도해 온 경기도 체육인들의 집결체인 경기도체육회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도체육회는 도로부터 22건의 지적사항에 대한 처분 요구를 받았다. 또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지적에 따라 내년도 예산편성에서 체육회 사무처 운영비 대폭 삭감, 도 위·수탁사업 회수, 도의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활동 등 엄중한 감독과 제재를 받았다. 현재 도체육회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원성 경기도체육회 회장이 지난달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관선 시대의 관행 등으로 묵인된 안이한 체육행정과 규정에 어긋난 예산 집행 등 실책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고 사과했다. 내우외환에 빠진 민선1기 경기도체육회는 출범 당시부터 난항을 겪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15일 선거로 민선 도체육회장이 당선됐다. 174표를 얻어 신대철 후보(163표)와 이태영 후보(104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신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지한 인물이란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4일 후 경기도체육회장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당선인 측이 불법 선거를 했다며 당선 무효 및 재선거 등을 결정했다. 이에 가처분신청을 거쳐 2월 14일 직무에 복귀했고 8월 19일 본안재판 승소로 도체육회
자작나무 숲이 눈 속에 묻혀 있는 사진을 본다. 폭설이 주는 경이로움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겪어보지도 않은 러시아의 겨울인데 상상만으로 이미 샤프카라고 불리는 털모자와 함께 두터운 옷을 당장 꺼내 입어야 할 것 같다. 꽁꽁 언 굵은 수염에 긴 외투를 온통 걸친 장대한 사나이가 거침없이 저벅저벅 다가오는 느낌이다. 동장군(冬將軍)이다. 고골의 <외투>는 그런 혹한(酷寒)의 현실에서 태어났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랬단다. “우리 모두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강철같은 바람 가릴 길 없는 빈궁의 구덩이에서 탈출하려는 이들의 뼈아픈 서사, 그 기원에 대한 증언이다. - 외투를 빼앗긴 사람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라는 만년 9등관 하급관리는 성실하나 남루한 인생을 살아간다. 입고 있던 외투는 더이상 수선해봐야 소용이 없을 정도로 낡아 그는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형편에 넘치는 돈으로 새 외투를 산다. 무척 행복해졌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강도에게 외투를 강탈당하고 만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사라진 듯한 고통이 엄습해온다. 끈많은 상류계급도 아닌 터에 황량한 도시에서 어디 박혀 있는지도 모를 말단관리를 지켜줄
힘겨운 격동의 시간이 가고 신축년 새해아침이 왔다. 연간지 경기예술이 2007년 중단되었다가 2020년 복간됐다. 경기예술지를 펼쳐드니 ‘예술인의 길이란 어떤 것인가’, ‘과연 예술의 장(場)에 기록을 남겼으며, 예술가로서의 사람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주었는가’ 하는 심사를 가져다준다. 신종바이러스 균으로 혼란했던 격동의 시간을 건너오면서 미생물에 대한 고민은 보이질 않고, 위기만 모면하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인류는 정보화를 넘어 AI문명의 시대가 왔다. 복지문화 혜택을 넘어서 자연의 재해를 이기려는 좋은 정책들도 있지만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유산보다 빚만 안겨줄 정책들이 더 많아서 어떤 두려움들이 밀려든다. 여기에 인간의 잔혹성과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늘어난 모습을 목도하자니 불안하기까지 하다. 신종코로나 확산의 두려움보다 ‘정말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신축년! 따끈한 잉크가 묻어나는 예술인들의 소박한 일상을 묶어낸 양장본 4백장의 기록을 넘긴다. 복간의 기회를 마련해준 이재명 경기도지사, 장현국 경기도의장, 고군분투하신 김용수 경기예총회장께도 감사를 드린다. 송소영 편집총괄 기획실장과 김영희 편집주간(詩人)을 비롯한 필
이명박-박근혜 사면 건의 뉴스가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숱한 이슈를 집어삼키며 우뚝 솟았지만 새로울 게 없다. 시대감각에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인식하고 있듯이 대통령의 특별 사면권은 늙수그레하다.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정해서 사면하는 것이지만 그 대상은 전직 대통령이나 재벌 총수 등 소수 특권층에 한정된다. 사회를 통합하고 화해시키기보다 갈등을 더욱 심화한다. 불평등을 고착화한다는 점에서 정의롭지 못하다. 누가 봉건적 군주 시대의 잔재인, 폐지하거나 제한해야 마땅한 대통령의 특별 사면권을 들먹이는가? 당사자가 다름 아닌 민주당 대표라는 점에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의 중요 직책에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촛불 혁명은 감각의 혁명이 아니었던가? '저, 궁궐 속 권력 놀음은 너무 천박하고 낡았어! 우리가 다양성 속에서 개성을 즐기고 있는 마당에 쪽팔리게 저게 뭐람?' 시민들의 자신감, 새로운 감각에서 비롯했기에 촛불 혁명은 하나의 축제였다. 폭력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가르치려드는 엘리트나 특정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운동권도 녹아들뿐이었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자유로운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