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수평선(水平線) 위에 뜨고 산은 지평선(地平線) 위에 선다. 수평선에 뜨지만 바다일 수 없는 섬처럼, 지평선에 서는 산 또한 들녘이 될 순 없다. 섬은 섬이고 산은 산이다. 그래서 둘은 외롭다. 타고난 팔자 따라 섞이지 못하고 도드라질 운명이랄까. 그런 점에서 섬과 산은 닮았다. 섬이 바다에 떠있는 산이라면, 산은 들녘에 서있는 섬이다. 지치고 힘든 것들이 섬으로 산으로 마음을 여는 것도 그래서다. 섬 같은 산에 오른다. 갯벌에 찍힌 새 발자국처럼 생긴 산이다. 새 발자국 같은 그것이, 밑으로 함몰하지 않고 위로 도드라지며 간신히 산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세 갈레로 갈라진 발가락 끝이 동쪽과 서쪽 그리고 남쪽을 가리키는데, 발톱이 박힌 세 지점에 각기 다른 지하철역이 들어섰다. 지하철 역사의 출입구는 산을 눈앞에 둔 기대감으로 종일 요란하다. 먼 길을 돌아 온 사람들이 세 갈레로 갈라진 발가락 끝에 기대고 산에 오른다. 와우고개는 갈라진 세 발가락의 한 가운데 있다. 산의 옛 이름이 와우산(臥牛山)인 것과도 관련이 있으리라. 소의 해 첫날을 ‘누운 소’의 등허리를 밟으며 맞이한다. 누운 소는 봉우리랄 것도 딱히 없어서,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꼬리가 머리
딱히, 바둑이 너무 좋아서라거나 치매예방에 효과적인 뇌운동이라거나 종일 얼굴 맞대어야 하는 답답한 시선을 피해서만 아닙니다 평생 이루지 못한 신의 한 수를 찾아 오늘도 하염없이 바둑판을 응시합니다 기기묘묘한 알박기를 위해 죽었던 돌이 다시 살아나고 한 수 삐끗하면 판 전체가 끝장나는 긴장이 맴도는 그런 대국, 마지막 돌을 던지는 순간에도 장고하는 건 일생일대의 대결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바로 잡을 수 없는 생의 족적을 비우기 위한 절묘한 수가 어딘가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입니다 나의 숨소리와 마주앉은 이의 숨소리가 한 테이블에서 흑백의 생을 재단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큰 집을 짓기 위해 허물고 허물어지며 바둑판 거미줄에 생을 걸쳐 놓습니다 시간이 똑, 똑 떨어집니다 거꾸로 세워놓은 석간수 한 통 다 비워지는 저녁 갈 길은 먼데 다시 급한 곳부터 포석을 정비합니다 아직도 지을 집이 많습니다 ◇ 김정인 시인 약력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오래도록 내 안에서] [누군가 잡았지 옷깃] 산문집: [엄마는 7학년] 등 교육서 다수
코로나19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주민등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0년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5천182만9천23명으로 전년도 말보다 2만838명이 감소했다. 결혼 기피와 노령화로 40년 뒤인 2060년쯤이면 대한민국 인구가 반 토막 나고 40%를 훨씬 넘는 인구가 65세 이상이 된다.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는 ‘국가소멸’ 재앙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절체절명의 시간이 닥쳐왔다. 지난해 출생아는 사상 최초로 30만 명 이하인 27만5천800명을 기록해 1년 전보다 10.7% 감소했다. 반면 사망자는 3% 늘어난 30만7천700명으로 나타나 사망이 출생보다 많은 ‘데드 크로스’를 형성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0.84명)은 세계 최악이다. 매 분기 수치를 발표할 때마다 세계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런 한편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5년 20%, 2036년 30%, 2051년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1인 가구는 모두 906만 가구, 전체 가구의 39.2%로 가장 비중이 높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일찌감치 포기한 채,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욜로족’으로 사는 것을 자랑
이강석의 돋보기란 코너는 경기신문의 컬럼란이다. 원고지 5매, 1000자를 쓰는데 작은 제목을 가지고 자신의 경험과 현실과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를 의식하면서 정리하는 곳이다. 결론을 내리기 위해 장황하지 않은 간결한 사례를 들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에 대한 생각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매주 매일 여러 언론사에서 여러 명의 논설위원들이 그날의 상황이나 시대상을 보면서 역사와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현재는 이러하니 미래에는 잘해야 한다는 글을 쓰고 있다. 회사를 대표하는 사설, 시대를 이끄는 글이니 큰 고민이 담는다는 의무감이 높다.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몇 번 말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야기 소재가 바닥나면 이미 했던 말이 겹치게 된다. 독자들은 매번 새롭게 보겠지만 편집기자나 담당 기자는 중복되면 지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경우가 있을 것 같아서 초벌 원고를 쓰다가 황급히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일을 수십년 해오신 언론사의 논설주간, 논설위원님들의 마음속에서는 아마도 좋은 글을 쓰려는 에너지도 있지만 겹치지 않는 이야기를 구사하려는 변별력의 DNA도 필요하겠다. 스스로 객관성과 대중성, 다양성에 비중을 두려면 寸鐵殺人(촌철살인)
한 방송국의 심층 프로그램이 촉발한 ‘정인이 사건’에 대한 논란이 새삼스럽게 신년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네요. 고작 생후 16개월 된 아기 정인이가 악마 같은 양모(養母)에게 짓밟혀 사망한 지 80여 일이 지난 다음에야 온 사회가 들고일어난 시끌벅적 난리가 몹시도 불편합니다. 왜냐면, 이렇게 들썩들썩 법석을 떨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두 돌아서서 까맣게 잊어버릴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지요. 눈웃음이 예쁜, 천사 같던 아기 정인이는 과연 누가 죽인 걸까요. 정인이는 2019년 6월에 태어났지만, 친부모 양육이 어려워 그해 7월 일단 위탁모에게 맡겨집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0년 2월에 입양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새엄마 J모에게 입양됩니다. 그런데, 불과 1개월 이후부터 새엄마는 장시간 아이를 빈집에다 버려두는 등 16차례나 방임합니다. 비극은 잇따라 일어납니다. 5월 25일 정인이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잘 키우라는 당부만 하고 보냈습니다. 6월 29일 무더운 날 승용차 안에 방치된 정인이를 발견한 시민이 신고했지만, 이번에도 경찰은 그냥 넘어갑니다. 9
사회적협동조합이란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을 말한다(협동조합기본법). 2020.12월 기준, 사회적협동조합은 총 2572개가 있으며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481개, 교육서비스업 370개, 도소매업 319개,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 247개, 농업·어업·임업 172개,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서비스업 151개, 제조업 146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136개, 협·단체수리·기타개인서비스업 111개, 전기 가스 증기 수도사업 84개,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 83개, 숙박음식점업 68개, 부동산임대업 562개, 건설업 48개, 운수업 43개, 하수·폐기물처리환경복원업 22개, 공공행정 16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경제 성장과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정관의 주 사업을 관할하는 중앙행정기관장에게 설립 인가신청서를 제출하여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기관별 인가현황을 보면 보건복지부 823개, 교육부 437개, 고용노동부 309개, 문화체육관광부 193개, 기획재정부 121개, 국토교통부 120개, 농림축산식품부 99개 순이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 19로 인해 수많은 인파가 새해 출발을 자축했던 1년전과는 달리 극도로 제한된 소수 인원만이 참가하는 조촐한 자축으로 새해를 맞이하였다. 하지만 북한의 모습은 달랐다. 김일성광장에 수많은 평양시민이 모여 유명 아이돌 야외공연과 같은 경축공연과 불꽃놀이로 새해를 맞이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참가를 위해 평양에 모인 당 대표자들과 함께 새해 첫날 0시에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는 행사로 새해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매해 6시경에 발표했던 장문의 신년사 대신에 단 한 장의 짧은 친필서한으로 신년사를 대신하였다. 지난 해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생략하였고 그 이전 해에는 소파에 양복차림으로 앉아서 서구 정상처럼 신년사를 연설이 아닌 이야기하듯 하였었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10대 시절에 스위스 베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당시 어린 나이에 물설고 낯설은 이국땅에서의 생활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한 유학생활과는 다른 생활이었을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서구의 생활상이 북한의 생활상과 확연히 다르고 북한의 저개발에 대한 아쉬움
전대미문의 시대적 전환기에 올해와 내년 큰 선거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4월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내년에는 대선,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모든 일상을 코로나의 블랙홀에 빼앗기고 벌거벗은 모습으로 홀로 광야에 서 있는 모습이 우리 국민들의 현주소다. 그래서 목마름으로 백마타고 오는 초인(超人)을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계절이다.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출사표를 던지거나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야권에서는 대선급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도전장을 내밀며 서울시장 선거의 판이 커졌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전직 단체장들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막대한 국민혈세가 추가로 투입되는 등 엄중한 상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어지는 선거는 오랫동안 우리정치를 감싸고 있는 누더기 옷을 완전히 벗어버리는 미래를 여는 희망의 출발선이 돼야 한다. 이를위해 후보를 내는 정당이나 출마자들, 그리고 유권자 모두 비상한 각오와 비전을 갖고 임해야 한다. 2000년대 이후 이명박(2002년~)·오세훈(2006년~)·박원순(2011년~) 역대 서울시장을 보라. 출발이 얼마나 화려했나. 모두 시장직에 오르자마자 대권 후보 반열로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