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백석 눈이 많이 와서/산엣새가 별로 나려 멕이고 /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 이것은 오는 것이다 /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당쪽 외따른 산옆 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 하로밤 뽀오한 횐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 산멍애 같은 분들을 타고 오는 것이다 / 이것은 아득한 넷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 지붕에 마당에 우물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 먼 옛적 큰 아버지가 오는 것 같이 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물 재이용법을 개정했다. 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하수처리수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국 도시 공공하수처리장에서 방류되는 물은 연간 약 70억톤(2017년 기준)이다. 국내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이용량은 연간 99억톤으로 약 70%를 하수처리수로 충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하수처리수 재이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쿠웨이트나 이스라엘 등 물 부족 국가에 비해서는 낮지만 호주, 미국 등과는 유사한 수준이라고 한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한국을 ‘물 스트레스 국가’로 지정했는데, 이는 ‘물 기근국가’의 전 단계이므로 하수처리수 재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하수처리수를 수자원 개념에 포함시키고 물 재이용 기술을 고효율화 시켜야 한다. 황계영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은 올해 한 전문지에 기고한 글에서 하수처리수 재이용은 새로운 수원 개발 비용과 멀리 있는 수원에서 물을 이송해야 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기상 이변과 강수량 영향을 다소 적게 받아 용수를 연중 안정 공급할 수 있으며 에너지 소비를 낮춰 탄소배출량 감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하수처리수 재이용에 대한 관심이 점점…
내년 4월 총선에서 ‘지방분권형 개헌논의’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더욱 그렇다. 특히 이런 주장의 중심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전국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방분권은 이미 거스를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전세계적으로도 국가보다는 도시나 기업의 상징 가치가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염 회장이 주장하는 개헌논의의 당위는 ‘자치분권이 제도적으로 확고히 보장되고 앞으로 지방분권 발전의 영구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 지방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게다가 지방분권형 개헌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를위한 염 회장의 의지는 단호하다. 현재 전국협의회가 국가 현안 회의에 참여해 중앙정부와 소통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진전이 미약하다고 더디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 중앙이 재정과 행정이라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분권진행 속도를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을 중앙의 종속변수로
나는 조물주 즉 하나님에 의한 우주 창조론을 믿는다. 하나님은 6일 동안에 걸쳐 우주 만물을 창조하였는데 맨 마지막 날에 흙으로 인간을 만들었다. 창조작업을 끝낸 후 하나님의 말씀 첫마디는“(자신이 만든 모든 형상과 생물체가) 보기에 참 좋았더라.”였다. 깨끗한 강, 해맑은 공기와 햇살, 푸른 풀과 나무들, 평화로운 동물들, 한 쌍의 인간. 얼마나 보기가 좋았을까? 상상만 해도 느낌이 온다. 하나님은 특별히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이브)를 지상 낙원인 에덴동산에 살게 하면서 두 가지를 명령했는데 그 첫째가 만물을 잘 다스리고 지키라는 것이요, 둘째는 선악을 알게 하는 과실(선악과)을 따먹지 말라는 것이었다. 피조물을 잘 다스리는 것은 뜻일까? 이 말씀의 참 뜻은 “정복하고 권세를 부리라”는 뜻이 아니라 한 청지기로서 섬기라” ”아름답고 쓸모 있게 가꾸라”는 말이다. 불과 십수 년 전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이전보다 더 심각하고 급격히 늘어나는 재앙을 보노라면 가는 머지않아 지구의 생명이 다 끝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석유, 지하수 등을 땅속으로부터 뽑아 써 왔다. 지하철, 상하수도 등 각종 지하 시설을 건설하고, 심지어 핵폐
개발과 보전은 자연을 대하는 양날의 칼이다. 반목과 갈등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조화와 상생을 창출하기도 한다. 개발은 파괴의 다른 이름으로 둔갑할 수도 있고 보전은 제자리걸음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래서 개발론자와 보전론자 사이의 대립은 필연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 환경단체 ‘도롱뇽의 친구들’이 경상남도 양산시 천성산 도롱뇽을 지키기 위해 낸 ‘경부고속철도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이다. 대법원이 2006년 6월 2일 공사 중단 이유가 없다고 판결, ‘개발’의 승리로 끝났다. 이렇듯 보전이 개발을 이기는 사례는 드물다. 여러 이유를 들어 법은 개발의 손을 들어줬다. ‘개발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논리다. 그런데 세계적인 ‘생태계 보고(寶庫)’로 불리는 DMZ에 대해서 ‘개발보다 보전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신선하다. DMZ는 보전하고 접경지역을 지속가능한 발전모델 개발의 중심축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경기연구원(연구원)이 발표한 ‘경기도의 남북 환경협력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다. 배경에는 연구원이 지난 7월 실시한 ‘남북 환경협력 관련 설문조사’가 있다. 수도권 주민 1천 명을 대상으로 물었는데 87%가 DMZ의 활용가치가 높다고 응답했고
어쩌면 오늘(27일)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것 같다. 제정안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 행안부장관과 17개 시·도의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장 등이 정식 구성원이 되어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등을 논의하는 ‘제2국무회의’ 제도화가 중요 내용이다. 이 제정안은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정기적 시·도지사 간담회를 정례화한 회의체다. 시·도지사 간담회는 그동안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개최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6월14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모두 5차례 열렸는데 일자리 추경 관련사항, 자치분권 로드맵 및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문제, 국가균형발전 상생·협력 강화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번에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제도화 했다. 대통령이 의장을, 국무총리와 시·도지사협의회장이 공동부의장을 맡게 된다. 눈에 띄는 것은 광역 자치단체장인 시·도지사 외에 기초지자체장 협의체인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과 함께 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장도 정식 구성원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2019년 7월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등재된 한국의 서원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첫 번째로 갈 곳은 함양에 있는 남계서원이다. 남계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에 이어 두 번째로 세워진 서원이다. 하지만 정유재란으로 인해 완전히 소실되었다. 현재의 위치에 복원된 것은 광해군 4년(1612) 때이다. ‘남계’라는 사액을 받은 것은 명종 21년이다. 남계서원은 소나무 숲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는 곳에 자리해 있다. 배산임수로 명당의 자리에 터를 잡은 남계서원의 ‘남계’는 서원 앞으로 흐르는 남강의 옛 이름을 일컫는다. 주차장에서 공원을 가로질러 남계서원으로 향하면 제일 먼저 홍살문을 마주한다. 홍살문은 한눈에 봐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모습이다. 아쉽게도 홍살문 중앙의 태극문양 부분이 사라졌다. 덕분에 앞니가 빠진 홍살문이 되어 신성한 공간을 상징하는 위엄이 조금은 허술해졌다. 홍살문을 지나 남계서원의 정문을 향해 가면 2층의 풍영루가 눈에 들어온다. 기단위에 세워진 기둥이 이색적이다. 아래층은 화강석 기둥이고 2층은 나무 기둥이다. 2층은 계자난간으로 둘러싸여 한 층 멋스러움을 더한다. 안으로 진입
“묵은 달력을 떼어내는/나의 손이 새삼 부끄러운 것은/어제의 시간들을/제대로 쓰지 못한/나의 게으름과 어리석음 때문이네/우리에게 늘 할 말이 많아/잠들지 못하는 바다처럼/오늘도 다시 깨어나라고/멈추지 말고 흘러야 한다고/새해는 파도를 철썩이며 오나 보다” 이해인 수녀의 ‘묵은 달력을 떼어 내며’라는 시처럼 시간의 강은 무심히 흘러 또다시 한 해가 저문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 꿋꿋함으로, 갈등과 반목이 만연한 사회 온 힘으로 견뎌온 기쁨과 슬픔, 성취와 후회의 날들이 강물처럼 지나갔다. 따라서 한해의 끝이 다가올수록 공연히 마음만 바빠진다.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 큰 탓일 게다. 연초에 기원했던 소망도 되돌아본다. 희망을 화두로 넉넉한 삶을 바랐다. 또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사랑을 키우길 바랐다. 하지만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끝난 것 같다. 오히려 삶에 짓눌려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더 빨리 지나가 버렸다. 그런 아쉬움을 시조시인 박시교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올해부터 내 달력엔 13월을 넣기로 한다/한 해를 12월로 마감하기 허전해서다/단 하루 마지막 달 할일이 참 많을 것 같다/첫사랑 산골 소녀에게 엽서를 보내고/눈 내리는…
자갈길을 /이경림 걷습니다 제 속에 온갖 소리들을 가두어두고 돌들은 하늘을 보거나 모로 눕거나 혹은 엎어져 있습니다 별처럼 젖어 있습니다 낮은 바람으로 엎드려 그 소리 들어봅니다 바람소리 들립니다 물결소리 들립니다 그 물결 한 산맥을 넘는 소리 조그만 물 속 세상이 물소리로 가득합니다 - 이경림 ‘시절 하나 온다, 잡아 먹자’ / 창작과 비평 가깝다고 느껴지던 것들이 어느새 저만치 멀어지고, 멀어진 것들이 “엎어져”스스로를 가둘 때, 다시 그 자리에 들어차는 것들이 있다. 물처럼 흘러 다니는 희희낙락과 친화력을 발휘하는 물결이 머물거나 건너뛰거나 가로막는다. 끝과 시작이 같은 속도와 흐름으로. “하늘을 보거나” “모로” 누워서 각자의 사이를 흐르는 은유의 세계는 “물소리”로 가득하다. 한 산맥을 넘기까지 “바람소리”가 “물결소리”를 들을 때까지 현실은 남루한 모습으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공회전 하고 있다./권오영 시인…
그 날 낡은 트럭으로 미군부대 청소를 끝내고 경인가도를 달리던 청년 조중훈은 외국인 여성을 봤다. 그녀는 고장 난 승용차 때문에 쩔쩔 매고 있었던 것이다. 조중훈은 땀을 펄펄 흘리면서 약 1시간가량을 무료로 수리를 해줬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어느 날 외국인 부부가 조중훈을 찾아왔다. 승용차의 주인은 미 8군 사령관의 부인이었으며 남편과 감사의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조중훈은 미 8군에서 나오는 폐차 차량을 얻게 되었고 모아진 자금이 바로 한진 그룹의 모태(母胎)인 대한항공과 한진중공업의 시작이었다. 대가 없었던 배려(配慮)의 메아리였다. 따뜻한 커피 한잔의 배려(配慮) 미국 필라델피아 백화점에 할머니 한분이 흡뻑 젖은 채 비를 피하여 들어왔지만 종업원들은 비에 젖어 누추하게 보이는 할머니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필립이란 젊은이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건네며 제가 도와줄 일이 있나요? 일단 여기 의자에 앉아 쉬세요”라고 배려(配慮)를 했다. 비가 멈추자 할머니는 필립의 명함을 받아가지고 백화점을 나갔다. 며칠 후 강철 왕으로 불리는 카네기로부터 필립에게 편지 한통이 왔다. 필립을 스코틀랜드로 파견하여 한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