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서 불편한 일이 많을까, 함께 살아서 불편한 일이 많을까? 혼자 샤워를 할 때마다 등 한가운데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비누칠을 하려고 팔을 최대한 천천히 꺾는 순간, 등이 간지러워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생각한다. 아, 혼자는 불편하구나.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가 되었다 치자. 이젠 등 한가운데의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는 커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싱글들이 커플이 되면서 지금까지 혼자서도 잘해왔던 일들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등 한가운데 뿐 아니라 온몸을 상대에게 맡기며 그걸 믿음이라고, 사랑이라고 오해한다는 거다. 등 한가운데만 해결해주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늘 불만이 많다. 그러나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맺는 현명한 방법은 모든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기대한다고 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므로, 나에게 똑같이 기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래서 지금까지 스스로 해오던 삶을 상대에게 내던지지 말고 그저 꾸준히 등 한가운데를 제외한 자신 전체를 스스로 돌보고 가꾸어야 한다. 그때 상대방
내가 전통주를 함께한 지도 25년이 되었다. 현재 나는 북촌에 있는 전통주갤러리에서 다양한 우리 술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매일매일 전통주와 일상을 함께하는 나의 삶이 참 풍요롭다. 술을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이것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행복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술이 나의 인생에 반을 차지하는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와 술의 첫 인연을 말하자면 아버지께 해드렸던 음식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어려서 자주 몸이 아파 아버지의 손이 많이 필요한 딸이었다. 늦은 밤 아프다는 딸을 업고 빗속을 달리던 아버지의 따뜻한 등이 생각난다. 등굣길 어지럼증 때문에 지하철 역사 나무의자에 몸을 쪼그리고 있으면 한걸음에 달려와 나를 안심시켰던 아버지의 음성도 떠오른다. 아버지의 따스한 보살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시는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아버지만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각 음식의 온도에 따라 즐기는 것이다. “찬음식은 차게,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특별한 날, 우리의 식탁에는 모든 음식이 한꺼번에 올라오지 않았다. 매 음식을 그렇게 즐기셨다. 부엌에서 준비하는 사람은 힘들
공부하는 목적은 인식의 변화를 꾀하며, 철학적 사상의 확충과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데 있다. 한마디로 영혼을 풍요롭고 밝게 가꾸는 일이다. ‘나는 지금 무엇하며 사는가?’를 생각하면서 아침에도 실비 내리는 산길을 걸었다. 읽히는 수필, 내 아이들이 읽어줄 만한 글을 써야 할 텐데- 하는 작가로서의 의무적인 생각을 했다, 예술가에게도 공주병 같은 심리가 있는 것일까. 내가 쓴 글이 감동적이고 울림이 있어 독자의 사랑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공주병 스타일’이라는 유머다. 이순신 스타일 : 나의 미모를 적에게 알리지 마라./ 안중근 스타일 : 하루라도 예쁜 척하지 않으면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맥아더 스타일 : 공주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리질 뿐이다./ 나폴레옹 스타일 : 내 사전에 추녀는 없다. 몸 기능은 낡고 세월 수치는 쌓여 가는데, 어느 날의 오후 가족까지 잃었다. 황량한 우주의 한가운데 홀로 서 있다는 느꺼움이 가슴을 날카롭게 찔러댈 때가 있다. 새는 제 이름으로 운다고 한다. 이름대로 운다는 것은 운명대로 운다는 것이다. 조상이 내린 운명과 이름대로 살면서 울어댄다면 나는 여자 이름이어서 남자로서 그 울음도 비 매력적일 것이다. 남달리 타고난…
1989년 7월 한 영화가 개봉되었다.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이다. 좋은 성적을 바라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여중생 딸 은주가 자살하고 만다. 이 영화는 학교 성적에 목을 매고 사는 가정의 비극을 고발하고, 한국교육의 어두운 면을 경고하였다. 1960-70년대에 이룬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교육의 발전을 통해 가능한 것이었다. 자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을 양성하여 산업화를 추구하였다. 교육을 위해 초중등 교원을 양성하고 존중하여(君師父一體) 기초교육과 중등교육을 견고하게 하고, 실업교육을 통해 산업화의 기반을 만들고, 고등교육 특성화, 산학협력 등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근대화를 이룩하게 되었다. 2023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0위가 되고, 국민총소득(GNI)은 3만 6000달러가 되었다. 인구 5천만명 이상이고 국민총소득 3만불 이상인 국가에 속하게 되었다. 경제발전은 교육발전을 통해 성취되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교육에는 어두움이 짙게 드리워졌다. 12-14세 아동과 15-7세의 청소년의 자살율이 2021년 각각 5명, 9.5명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통계청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는 분명 정상적으로 가고 있지 않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갈등과 분열이 증폭되고 있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혹자는 윤 대통령이 너무 극우적 유튜브를 많이 시청하기에 모든 것을 정의로운 일반인과 불법적인 범죄자로 구분한다고 한다. 실제로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정 운영보다는 오히려 극한 대립을 야기하는 이상한 통치방식을 행한다. 진정 윤 대통령은 정치를 모르는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윤 정부 들어서 한국판 극우를 상징하는 뉴라이트 사관에 경도된 인물들이 지배층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정치권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찬양하는 인물이 국회의원에 당선될 정도이고, 정의의 보루라는 사법기관에도 이런 인물들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부 내에도 통일부 장관과 실세 중의 실세라는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물이고, 최근에 좌파 언론 척결이라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KBS와 YTN의 사장들도 그렇고. 심지어는 과거 억울한 국가폭력 희생자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위원장도 뉴라이트 출신이다. 한발 더 나아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갈등 격화·불충분한 책임성 등을 시정하기 위하여 4년 중임 대통령제(결선투표제) 등을 제시하였다. 개헌이 번번이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개헌 내용보다는 개헌 시기 및 방법에 대한 여·야의 정략과 대통령과 여당, 여당 내 의견 차이에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종반 개헌 시안(2007)은 여·야가 제18대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제의는 야당의 반대와 여당 내의 의견 차이로,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의는 임기 후반 탄핵사태에서 야당의 반대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제안(2018)은 여·야와 여당 내 의견 차이로 투표 불성립·폐기되었다. 지난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개헌을 실현시키려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보장하여 안정감을 주고 개헌의 책임감과 신뢰성을 제고해야만 한다.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국회 내 각 정당이 제출한 개헌안을 심의한다. 각 정당의 입장이 사전에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효율적인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렵게 된다.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복적으로 약속했던 개헌의 실현을 위
1박 2일 야영은 오래간만이었다. 중학교 때 반장, 부반장들을 대상으로 야영을 떠났던 게 마지막이니 까마득한 옛날이다. 가서 뭘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얼기설기 설치된 그물을 타고, 산 타고, 높은 곳에 있는 평행봉을 걷기도 하고, 뭘 자꾸 탔었던 잔상들만 남아있다. 평행봉에서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리던 장면처럼 고소공포증과 관련된 기억들만 남아있는 걸 보니 야영 자체가 썩 재밌진 않았던 것 같다. 이후에는 야영을 간 적이 없다. 야영은 다른 숙박형 활동보다 안전사고 확률이 높고, 1일형 체험학습들도 없어지는 상황이라, 직접 밥을 해 먹고 잠자리도 불편한 야영이 살아남을 리 만무했다. 중, 고등학교면 모를까 주변에 야영하러 갔다는 초등학교를 찾는 게 흔치는 않았다.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와중에 숙박형 야영이 들어왔다. 부모님과 놀러 다닐 때 주로 호텔과 펜션을 다니는 어린이들이 경험하기에 야영장은 너무 힘든 환경일 것 같았다. 산 주변이라 벌레가 많고, 샤워장과 화장실이 불편하고, 다닥다닥 붙어서 단체로 잠을 자야 한다. 수학여행 다녀와서도 숙소와 교통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세대인데 애초에 고생이 목적인 야영
X세대 이상의 기성세대에게 흔히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참 당돌하고, 예의가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젊은 세대에게 기성세대에 대해 질문하면 소통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기원전 1700년경 만들어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적혀있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은 버릇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하니, 세대 간 갈등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빚어지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커리어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천236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세대 차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9%가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이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인 M세대와 Z세대 역시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하니 세대 간 자연스러운 소통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MZ세대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세대로, 아날로그가 기본이었던 기성세대와는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과 삶의 형식이라도 삶의 흐름과 경험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젊은 세대를 상담하면서 느낀 바로는 삶을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는 X세대인 내가 그 나이에 겪었던 상황과 그리
북한이 다시 국제사회의 관심을 한반도로 돌리고 있다. 6월 19일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였다. 다음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조약 전문 4조에는 1961년 7월 소련과 맺은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에 준하는 자동 군사 지원 내용이 포함되었다.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는 경우 지체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2000년 2월 체결한 친선·협력 조약에서 수준이 ‘퀀텀 점프’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푸틴이 조약 전문의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 점쳤던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해온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정점으로 하여, 푸틴의 이번 답방을 통해 두둑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국제사회의 군사적, 경제적 대북제재의 수정을 주장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의 조약이었다. 물론 양국 형편상 파격적인 수준의 경제협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군사 행위에 대한 담보는 조약에 불과할지 모른다. 불과 4년전 러시아판 나토(NATO) 즉, 구소련국 군사안보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IS 6개국)의 가입
내가 몸 담고 있는 화성시에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화성시의 서쪽에 위치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2명이 생을 달리했다. 먼저, 고인들과 유가족에게 절절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20명에 달하는 대다수의 희생자가 외국국적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이주를 감행한 이주노동자는 당장 죽음을 애도 할 가족도 곁에 없다.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 관련 이슈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 십년 동안 한국사회의 주변부 이슈로 상존해 있었다. 이주노동자는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 할 수 없는’ 그런 존재이다. 정부에서는 이민청을 설립하여 체계적인 이주민 정책을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나 단기 미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미래지향적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주지하듯이, 우리사회는 이미 인구절벽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출산율은 오르지 않고 국민의 평균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 살아서 생산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부정 할 수 없다. 혹자는 이주민들이 한국인과의 임금경쟁을 통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한다. 또는 아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