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시간 전화 대화를 했다. 취임 후 첫 통화다. 백악관이 공개한 대화 내용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홍콩의 국가보안법 제정을 비롯해 신장위구르 인권, 대만 문제까지 민감한 현안들을 꺼내며 시진핑 주석과 강한 기싸움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직후 트럼프 정부에서 탈퇴한 ‘파리기후협약’(탄소배출을 줄이자는 국제협약) 재가입을 공식화했다. 또 재무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은퇴연금(401k) 법안도 재검토하도록 했다. 이와함께 연방정부가 전기자동차 등 물품을 구매할 때 미국산을 우선으로 하는 이른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후 진행한 일련의 행정서명이나 정책 등은 공통적인 지향점이 있다고 한다. 바로 뉴욕 월가의 시대적 패러다임인 ‘ESG’ 규범이다. ESG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에 투자할 때 재무적 요소 이외에 환경.사회공헌.윤리 등을 함께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를 강조한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은 ‘신(新)경영·투자 흐름’을 자신의 전략적 프레임으로 삼으려 하고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앞선 부모들이 늘 그렇게 말씀하시며 살았다. 식민지와 전쟁을 겪었던 세대였던 만큼 하루하루가 위태로웠을 것이다. 눈앞에서 코 베어가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기대했던 삶의 해결방식은 양심이었다.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원. 근데 그 기준은 늘 애매했다. 그래서 상식적으로 해결하는 게 다였다. 상식은 기준이 없다. 원칙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그 ‘상식’으로 분쟁이 해결될 때가 적지 않았다. 일종의 ‘무질서의 질서’인 셈이다. 지금은 오히려 ‘질서의 무질서’의 행태들이 넘쳐 나고 있지만. 영화평론가인 만큼 이번 달은 영화 얘기를 두어 편 하겠다. 하드 보일드 작가로 유명한 미국 보스톤의데니스루헤인은 지금까지 연인 탐정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딱 5권만 썼는데 그중 꽤나 유명한 작품이 '가라 아이야 가라, Gone baby gone' 이고 2007년 배우 벤 에플렉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패트릭켄지 역은 케이시에플렉이, 앤지 제나로는 미셸 모나한이 했다. 이 소설과 영화의 핵심은 4살짜리 아이 아만다의 유괴범을 잡는 일인데 처음엔 미해결로 보였던 (그래서 아이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종결처리된) 사건이…
미쓰비시 기금교수로 하버드 법대에 채용된 존 마크 램지어. 그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매춘부(prostitute)" 라고 칭한 논문(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 : 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의 파장이 일파만파다. 한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뒤따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박유하 교수가 나섰다. 램지어의 글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정확한 건 말할 수 없지만... 이 교수의 주장이 역사적 디테일에선 크게 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자기 페이스북에서 밝힌 것이다. 텍스트에 기초한 접근은 모든 객관의 기초다. 그럴진대 논문 자체를 안 읽었다면서도 해당 주장이 “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저 무모한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크레스웰(Creswell, 1998)의 지적대로 역사적 연구에서는 해석학적 입장, 즉 사료(史料)에 대한 연구자의 주관적 관점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확보되어야 할 것은 자료 수집과 분석에 있어 최소한의 실증적 근거다. 학문으로서 역사학이 개인의 소감을 나열하는 ‘에세이’와 구별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지난 2014년 박유하교수가 '제국의 위안부'란 책을 통해 점화시킨…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의 서문에서 ‘나라가 털끝 하나도 병들지 않음이 없으니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필히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썼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면서 이 글이 다시금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방 이후 쌓일 대로 싸인 기득권층의 카르텔을 그대로 두고는 새로운 미래사회가 열리지 않을 것이기에 이 시대의 화두는 여전히 개혁이다. 얼마 전까지 크게 거론되던 검찰과 언론 그리고 아직 거론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종교계, 재벌, 고위관료층, 학교, 군 등등 줄줄이 개혁 대상의 예비군들이다. 최근에는 판사가 탄핵되었다. 다른 나라 같으면 판결을 잘못하거나 개인 비리 등으로 탄핵당하는 판사가 다반사이지만 우리에게는 최초의 탄핵이었다. 그동안 국가폭력의 최종 판정자들에 의해 억울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사과는 고사하고 책임지는 자들이 단 한 명도 없었으나 이제는 그들도 무풍지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공수처가 완성되면 그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그 탄핵당할 정도로 부패한 판사가 대법원장을 찾아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공개해 버리자 졸지에 거짓말쟁이로 몰린 대법원장이 사퇴압박을…
인간의 내면에는 신의 영이 살고 있다. 이성은 선한 사람만이 밝힐 수 있으며, 이성이 밝아질 때에 비로소 선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선한 생활에는 이성의 빛이 필요하고, 이성의 빛을 비추기 위해서는 선한 생활이 필요하다. 이 둘은 서로 돕는다. 그러므로 이성이 선한 생활을 돕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이성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선한 생활이 이성을 돕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선한 생활이 아니다. (중국 금언) 한 상인이 왕의 딸과 결혼하여, 그녀를 위해 대궐 같은 집을 지어 주고 값진 옷을 사들이고 많은 하인까지 딸려 주어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싫증을 내며 자기가 왕의 딸이라는 것만 줄곧 생각했다. 인간에게 깃드는 영혼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지상의 온갖 쾌락으로 그것을 감싸더라도 영혼은 언제나 자신의 집, 자신이 태어난 본원, 즉 신을 그리워한다. (탈무드) 선이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내부에 그것을 가지고 있다. (공자)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누구든지 새로 나지 아니하면 아무도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예수) 옛날 로마에 세네카라는 철학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예수를 몰랐지만 류칠리라는 친구에
이재명 지사가 “개성공단은 한반도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남북 노동자들이 신뢰를 쌓은 작은 통일의 공간”이라며 “연대회의가 개성공단 재개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 진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경기도 역시 변함없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열린 ‘개성공단 재개 선언 범국민 연대회의 출범식’에 보낸 영상축사 내용이다. 연대회의는 민족문제연구소, 개성공단기업협회, 민화협, 평화철도, 겨레하나, YMCA, YWCA, 민주평통, 개성공단기업협회, 개성공단협동조합, 천주교 주교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학계, 종교계, 개성공단 기업인 단체 약 40곳이 참여했다. 경기도 이재강 평화부지사, 최종환 파주시장 등 관계 인사와 윤후덕·박정·이규민 국회의원, 심규순 도의회 기재위원장 등 정치계 인사들도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각계각층이 참여한 ‘개성공단 재개 선언 범국민 연대회의’는 남·북 양측의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이끌어 내기 위해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경기도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평화부지사 현장집무실 설치,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번 연대회의가 발족된…
최근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1년도에도 나는 사찰 대상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시절에 정부가 맺은 미국소고기 수입 조건이 과학이나 국제기준에 의한 것이 아님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정원 사찰 대상자였던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국정원 특명팀에 의해 소위 '종북좌파연계 불순활동혐의자'라는 특정 30여명 중의 하나로 2011년에도 관리되었다는 것은 매우 낯설었다. 과연 2011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 해에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의 상임의장으로서 쌍용차 사태와 함께 한진중공업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의 크레인 고공농성에 연대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탔다. 정동영, 이정희 등 당시 야당 정치인들과 함께 경찰의 초록색 물대포를 맞은 기억이 있다. 그 김진숙이 '복직 기원 희망 뚜벅행진'의 이름으로 부산을 출발해 34일 만에 청와대에 도착해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 글을 쓰는 내게 들린다. 청와대 앞 발언문 첫구절은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가’였고, ‘36년간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습니다’라는 절실한 언급이 있다. 검찰의 조국 법무부 전 장관에 대한 끈질기고 과도한 의도적인
◇허왕후와 함께 온 장유화상 최근 한 종중(宗中)에서 사위들도 재산을 달라고 요구했다. 종중 재산을 아들·딸·며느리만 나눠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딸들도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판시한 것은 2005년이다. 그 전에는 딸들도 재산 분배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사위의 분배 요구는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한국 고대사회에서는 딸은 물론 사위도 아들과 같은 동등한 법적 권리가 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종친회’에 대한 ‘정의’를 “집단적인 정체성을 가지는 ‘부계(父系)’의 친족모임”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김해 허씨, 인천 이씨 등은 허왕후를 시조모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 정의와 다르다. 《김해김씨세보(金海金氏世譜)》는 허왕후에 대해 “아유타국 공주인데 한 광무 건무(建武) 9년 계사(癸巳:서기 31) 7월 7일 탄강하셨는데, 열여섯 살 때인 가락 개국 7년 무신(戊申:서기 48)년 7월 7일 큰 배를 타고 석탑(石塔)을 싣고 가락국에 이르렀다…연희(延熹) 임인(壬寅:서기 162)년에 보주(普州)황태후라는 존호를 올렸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석탑을 싣고”라는 구절과 ‘보주왕태후’라는 존호이다. 같은 기록은 “태
2021년도 한달이 훌쩍 지났다. 매년 이맘때면 그해의 할 일에 대한 계획 다듬기와 실행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예측과 전망이 암흑 속에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이다. 그러나 트랜드 읽기는 꼭 필요하다. 작년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각 분야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관광은 유독 심했다. 2020년의 여행 트렌드는 ‘주말보다 평일’, ‘성수기보다 비수기’, ‘관광지보다 소도시’, ‘대규모보다 소규모’의 키워드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 키워드의 근간은 안전이다. 안전 확보의 최선책은 대면의 최소화이며, 이런 영향은 여행 전반에 걸쳐 변화를 가져왔다. 작년 일주일 중 숙박가격이 가장 비쌌던 요일은 주말이 아니라 수요일이었다. 주말을 피해 주중인 수요일에 여행을 떠난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관광지라 할 수 있는 대도시를 벗어나 지역 소도시로 향하는 이들도 많았다. 여행지 선택에서 그동안의 지명도보다는 안전과 개인의 취향이 점차 중요해짐을 알 수 있다. 최근 여행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기억할만한 관광경험(MTE:Memorable Tourism Expe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