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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아르헨티나, 기본소득에 박차

기본소득 세계는 지금 ⑫

 

지난 3월 유엔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라틴 아메리카인 2천 200만 명이 빈곤상태에 빠져있다. 이 숫자는 코로나 19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난 20년 이래 가장 많다. 빈곤상태란 하루 5.5달러(약 6000원) 이하로 살고, 최빈상태란 하루 1.9달러(약 2000원) 이하로 사는 것이다. 유엔은 더 이상 이러한 불평등을 두고만 볼 수 없다고 염려한다. 라틴 아메리카 경제위원회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창설할 것을 호소하고, 이 새로운 사회계약이 보다 지속적인 방향으로 설계되길 바라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최근 칠레 프에르토 몬트(Puerto Montt)에서 기본소득 회의를 개최하려했지만 코로나가 악화돼 취소했다. 한편, 우루과이는 학계가 나서 기본소득 네트워크를 만들고, 정치그룹 Frente Amplio는 기본소득 법안을 이미 제출했다. 최근에는 기본소득안을 개발 중에 있다. 멕시코 역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크고, 과반수가 넘는 국민의 지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도 상황은 비슷하다. 우루과이나 다른 라티노 국가에 비해 늦깎이지만 최근 학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물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르헨티나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가 깊게 깔려 있다.

 

2019년 말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35.5%. 아르헨티나인 10명 중 한 명이 생필품을 살 수 없는 지경이다. 인플레이션도 심각해 40%에 달한다. 2019년 말 아르헨티나의 국내 총생산액은 9.9% 수축됐다. 실업률(13.1%) 또한 지난 15년 이래 최악이다.

 

페르난데스(Alberto Fernández) 정부(중도좌파)는 9백만 명의 아르헨티나인에게 생활보조금을 지원하고 무료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약속했다. 경제학자 아론스킨드(Ricardo Aronskind)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빈곤율을 줄이기 위해 이러한 정책은 진즉에 시작됐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아르헨티나 기본소득 네트워크 회장 브올로(Ruben Lo Vuolo)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 기본소득이 처음 연구돼 “소외와 투쟁하는 기본소득”이란 책이 출간된 것은 1995년. 이 책은 그 당시 학자들뿐만 아니라 정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급진시민연합당(U.C.R) 의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청년기본소득법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에 부응해 카리오(Elisa Carrió)의원은 다양한 정치인들의 지지를 얻어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회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결국 2000년 국민전선이 청년기본소득을 빈곤퇴치 정책에 포함시켜 탄생시켰다.

 

그 후 2003년 기본소득네트워크가 공식 창설되고,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의 회원이 되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정계나 학계는 이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고, 나중에서야 보편적 아동수당이 공표됐다.

 

이처럼 아르헨티나는 매번 기본소득 운동이 엇박자를 내면서 라티노 국가 중 기본소득의 지각생이 되었다. 다행히도 최근 정계와 학계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가속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웹사이트와 SNS를 통해 활발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기본소득운동이 좀 더 거국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계, 정계, 시민사회, 이 3박자가 리듬을 맞춰 합창을 해야 함을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알려준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본소득운동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가. 이 3박자는 언제 맞추어 질 것인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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