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초강력 가계부채 억제책의 후폭풍이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주택 구매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고, 실거주 의무 등 추가 규제를 예고 없이 즉시 시행하면서 시중은행들은 대거 비대면 대출 접수를 중단했고,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외국인, 특히 중국인은 규제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수도권 중심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발표 직후인 27일부터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의 비대면 접수를 일제히 차단했다. 수도권 주택 구매를 위한 비대면 대출 신청은 사실상 모든 은행에서 불가능해진 상태다. 정부의 대책이 예고 없이 즉시 시행되면서, 은행권이 대출 시스템 정비에 나선 결과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정부 발표에 전산 시스템을 맞추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며 “당분간 비대면 대출 접수는 순차적으로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시스템 정비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조속한 정상화를 지시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대출 규제는 청년층, 신혼부부 등 대출 없이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실수요자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특히 ▲6개월 내 실거주 의무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1억 원 한도 제한 ▲정책자금 대출 축소 등 규제가 실수요층에 집중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외국인은 이 같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 규제가 국내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에 한정되다 보니,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 국내 주택을 구입하는 외국인에게는 실거주 의무는 물론 대출 한도 제한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 다주택자의 경우 추가 대출이 원천 차단되지만, 외국인의 다주택 여부는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외국인이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매입한 건수는 총 5153건으로, 이 중 중국인이 3449건(66.9%)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미국인(633건), 베트남인(173건)이 뒤를 이었다.
상호주의가 적용되지 않아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무제한으로 사들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의 경우 우리 국민의 현지 부동산 취득은 제한적인 반면, 중국인은 한국에서 토지와 아파트를 자유롭게 매입할 수 있다. 국회에선 외국인 부동산 매입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주진우(국힘·부산 해운대구갑) 의원은 29일 자신의 SNS에서 “정부의 날벼락 규제로 예측하지 못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규제 시행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중국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심각하다. 외국인이 투기해도 집값은 오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라는 명분 아래 전격적인 규제를 단행했지만, 그로 인한 역차별과 시장 왜곡 문제는 오히려 국민적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