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을 누가 막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늙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나도 세월을 느낀다. 팽팽하던 피부도 웃을 때 보면 잔주름이 가득하다. 그런 내가 한심해서 가끔 친구들한테 물어볼 때가 있다. “얘 내가 부쩍 늙어 보이지.” 그럼 친구들은 말한다. “아냐 넌 나이보다 젊어 보여.” 그럼 나는 피식 웃는다. 그리고는 속으로 생각한다. 위로의 말이겠지. 절로 늙어가는 내 모습을 솔직히 인정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늙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천날 만날 마주 보고 사는 내 남편도 옛날 같지가 않다. 늘 피곤하다고 한다.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픈지 주말이면 가던 등산도 그 햇수가 줄어들었다. 그런 남편도 먹고살기 위해서 출근길에 나선다. 젖은 낙엽처럼 어깨가 축 늘어져 현관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이 참으로 안쓰럽다. 그날 밤 따라 남편은 후줄근히 지친 모습으로 집으로 들어왔다. “당신 솔직하게 말해봐. 지금 내 모습이 어때? 나 진지하게 묻는 거야.” “뭘요?” 하고 내가 다그치자 남편이 말했다. “솔직히 내가 조금 늙어 보이지?” 나는 남편의 물음이 하도 황당해서 그냥 웃어 넘기려했다. “아냐, 아냐. 진지하게 묻는다고 했잖아. 날 봐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Homo Deus 신이 된 인간)』에는 산업혁명이 노동자 계급을 창조했지만 당면한 과학혁명은 쓸모없는 계급을 창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AI와 빅데이터는 생명을 무한정 연장하고 모든 생산을 기계가 대신하는, 신에 가까운 인간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초인류는 극소수이며, 대다수는 자유의지가 허용되지 않는 잉여인간으로서 초인류에 의해 부양되는 계급이다. 초인류가 보통 인간을 어떻게 취급할지는 현재 인간이 동물을 보는 시각과 같을 것이다. 이런 미래상은 코로나 사태로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기존 사회시스템의 저항 때문에 지체되던 4차 산업혁명은 가속화될 것이다. 비대면?비접촉 사회가 당연시되면서, 자동화를 빌미로 대량 인원감축이 별다른 저항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학교들, 심지어 대학에서도 대면강의에 회의감이 들고, 전통적 권위대신 콘텐츠만 중요시된다. 굴뚝산업과 전통시장은 점점 위축되고 새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권력의 사회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명사회를 강조하는 코로나사태는 통제사회로 이어질 수도 사생활 침해로 볼 수 있는 확진환자 이동경로가 큰 저항 없이 공개된다. 이를 당연시한
오늘 /박경희 원천(遠川)은 예나 지금이나 흐르는데 어느 날 천변을 따라 길이 놓였다 사람들이 그 길따라 걸었다 나는 근심의 살을 빼려 천변을 걸었다 풀잎배에 실었던 유년의 부푼 꿈들은 물살에 부서져 가뭇하고 입가에 번졌던 소녀의 맑은 미소는 휘돌아감은 물길따라 꼭다문 예순의 입술에 갇혀 있다. 원천(遠川)은 유구히 흐르고 하늘은 열린 가슴이다 ■ 박경희 1961년 전남 나주 출생.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해 아주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을 전공했다. 2009년 『한국문인』으로 등단했으며 경기여류문학회와 수원문학인협회 회원이다.
지난 2일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농·축·수산물 드라이브 스루 장터가 열렸다. 판매 품목은 친환경 채소와 경기미(안성쌀), 돼지고기(불고기, 갈비)세트, 소고기(불고기, 국거리)세트, 평택배, 잡곡, 유정란, 양파, 감자, 바지락, 카네이션 등 다양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드라이브 스루 장터에는 물건을 사러 온 시민의 차량이 장사진을 이뤘다. 시중 가격보다 23%에서 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 인기가 높았다. “재난기본소득으로 지역 농가를 도우면서 나들이도 하고 다양한 우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1석3조’ 행사”라는 경기도 관계자의 말이 실감났다. 앞으로 도는 도민과 함께 하는 드라이브 스루 장터 상품 판매 행사를 지역별, 상품별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존 농산물에서 수산물, 축산물, 화훼류 등으로 판매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시에 이어 9일엔 의정부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16일엔 파주 임진각 주차장에서 판매 행사를 연다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드라이브 스루 장터를 한번쯤 방문해보길 권한다. 도 주관의 드라이브 스루장터 외에도 관내 기초 지방정부가 주관하는 특징 있는 장터도 많다. 고양시 일산…
진로상담을 할 때 알고 있는 직업을 적어보라고 하면 20개 이상 적는 이가 드물다. 그렇다면 직업은 몇 개나 될까? 한국직업사전에 등록된 직업 수만 1만 3천개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직업이 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일자리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또 겨우 버티고 있는 직업들도 위태위태하다. 이 위기가 지나간다 해도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은 우리 삶을 빠르게 바꿔놓을 것이다. 2023년에는 하늘을 나는 일명 ‘플라잉 카’가 본격적인 서비스를 한다고 하고 드론이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차지하는 등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이 시대, 삶과 직업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미래를 대처할 수 없다. 만 15세~29세 청년들을 추적 조사한 청년패널 자료에 의하면 첫 직장에 들어간 청년 10명중 3명은 입사 1년 내에 퇴직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필자의 업무 중 하나는 직원채용이다. 하루에도 여러 명의 지원자들을 면접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안타까움이 있다. 바로 자신에 대한 이해와 직업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기이해와 직업세계에 대한 숙고 없는 직업 선택은 잦은 이직, 퇴사, 경력단절을 야기한다. 그 결과 당사자들은 도대체 내가 무엇을 위
초정 박제가는 200명이 넘는 외국인과 교류했다. 조선 500년 역사상 중국의 학자와 관료들에게 가장 대접을 받았던 조선인이지만 서자로 태어난 까닭에 젊은 날을 차별과 가난에 시달렸다. 박제가는 우정에 관한 여러 편의 글을 남겼다. 이 가운데 서울 생활을 접고 강원도 기린(인제)으로 떠나는 벗 백동수에게 준 글은 우정에 관한 한 조선 최고의 명문이다. “천하에서 가장 친밀한 벗으로는 곤궁할 때 사귄 벗을 말하고, 우정의 깊이를 가장 잘 드러낸 것으로는 가난을 상의한 일을 꼽습니다. …벗이란 술잔을 건네며 도타운 정을 나누는 사람이나, 손을 부여잡고 무릎을 가까이하여 앉는 자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것이 있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으나 저도 모르게 저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벗이 있습니다. 이 두 부류의 벗에서 우정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안대회 번역) 평소 도움을 청하기 전에 먼저 도움을 베풀던 백동수를 추억하며 우정이 무엇인지를 감동적으로 전해 준다. 백동수는 서자인 박제가와는 달리 할아버지가 서자여서 서얼의 굴레를 쓰게 된 경우다.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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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와 수원남부경찰서, 수원남부소방서가 27일 ‘응급환자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긴급차량 우선 신호 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수원시는 신호제어기·신호등 등 현장 설비와 센터 시스템을 운영·관리하고, 수원남부경찰서는 구급차 이동 경로 주변 교통상황을 모니터링·분석한다.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시스템이다.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은 구급차나 소방차와 같은 긴급 차량이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 접근했을 때, 차량 위치를 미리 감지하여 정지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신호를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화재·재난 상황 발생시, 긴급차량이 신호대기로 지체되지 않고 신속히 목적지까지 ‘프리패스’로 운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따라서 위급 상황에 놓인 시민들을 보다 빨리 구조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지난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의왕시 5개소에서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이어 2018년 8월 우선 신호 시스템 확대를 위한 신호 운영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통합 단말기 및 신호 제어 장치의 표준 기술 규격안을 마련해 각 지방정부에 표준 기술 규격안을 배포했다. 의왕시 5개소에서의 시범 운영 결
그동안 공사 현장의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 마련 필요성이 수없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9일 또다시 경기도 이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큰불이 나 38명이 목숨을 잃고 10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건설업계에 만연된 안전 불감증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철저한 조사와 함께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이날 사고는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때 40명이 숨졌진 참사와 판박이라 더욱 그렇다. 이번 사고 현장도 샌드위치 패널 구조였던 것을 미루어 볼 때 소방시설과 안전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다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게 아닌지 의심된다. 더욱이 내부 단열재로 우레탄폼을 썼고, 건물 외벽은 샌드위치 패널이었다는 것도 일치한다. 이같은 자재는 값이 싸고 단열성이 좋아 특히 물류창고 건축 자재로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단점은 불길이 쉽게 번지고 유독가스를 대량 배출한다는 것이다.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대형 화재 참사가 유난히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은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고 가연성 물질이 있는 건축물 내부에서 불꽃 작업을 할 경우 소화 기구를 비
지금까지 신탁원부의 기재를 근거로 관리비 책임에서 벗어나 있었던 신탁회사에 대법원이 제동을 건 사건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대법원은 신탁회사가 신탁등기 되어 있는 기간 동안 즉, 구분소유자로 등재되어 있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관리비를 부담할 책임이 있고 신탁원부 자체는 신탁계약 내부의 문제임을 못 박았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18조는 ‘공유자가 공용부분에 관하여 다른 공유자에게 가지는 채권은 그 특별승계인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은 전체 공유자의 이익에 공여하는 것이어서 공동으로 유지·관리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적정한 유지·관리를 도모하기 위해 소요되는 경비와 관련된 공유자 간의 채권은 공유자의 특별승계인에게 그 승계의사의 유무와 관계없이 청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특별규정이며 전 구분소유자의 특별승계인에게 체납관리비를 승계하도록 한 관리규약 중 공용부분 관리비에 관한 부분은 위와 같은 규정에 따라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1년 9월20일 선고 2001다867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더 나아가 구분소유권이 순차로 양도된 경우, 각 특별승계인들은 이전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