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부모들은 일찍부터 자녀에게 ‘기부’를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익명성을 중시했다. 도움 받는 사람의 자존심을 훼손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기부에도 격조가 있다는 뜻이 숨어있다. 우리도 이에 못지않은 선조들이 많다. 조선후기 성리학자 윤증(尹拯) 가문도 그 중 하나다. 그의 거처인 충남 금산에선 추석 무렵 매해 추수한 벼의 일부를 바로 곳간으로 옮기지 않고 일부러 대문 밖에 쌓아 놓았다고 한다. 양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벼를 가져가도 눈감아 주기 위한 조치였다. 가난한 이들의 자존심과 체면까지 배려한 마음이 돋보이는 사례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전남 구례 운조루에는 기부를 위한 유명한 쌀뒤주도 있다. 조선 영조 때 낙안군수가 세웠다고 하는데, 쌀 두가마 반 정도가 들어가는 크기다. 그 뒤주의 잠금 장치엔 이런 글씨가 써있다. ‘타인능해’(他人能解). 다른 사람도 마음대로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주인과 상관없이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쌀을 가져가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단서와 조건 없는 기부가 진정한 기부며 상대에겐 큰 힘이 된다. ‘방황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책이 있다. 유대교 연구 권위자 모세스 마이모니데스가 쓴 이 책에는 기
이른 아침 산에 올랐다가 느긋하게 내려온다. 그새 바람이 바뀌었다. 살갗을 파고드는 꽃샘바람이다. 그야말로 봄바람이다. 바람치고는 이놈의 봄바람이 조금 묘하다. 따지고 보면 봄과 바람은 엄연히 다른 의미의 명사다. 그러나 이걸 붙여서 하나의 합성어를 만들어 놓으면 그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사실 우리말에 바람이 들어가면 왠지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진다. 돈바람이 그렇고 치맛바람이 또한 그렇다. 봄바람에 처녀·총각이 바람을 피우는 건 괜찮지만 늙은이가 늦바람을 피우면 패가망신을 하기 마련이다. 그중에 듣기 좋은 바람이 바로 봄바람이다. 기나긴 겨울이 가고 산천초목이 눈을 뜨는 계절이니 오죽 반갑지 않으랴. 내 나이 이순(耳順)을 넘었건만 아직도 봄바람이 불면 가슴이 설렌다. 봄이 주는 이미지는 낭만과 쓸쓸함이 함께 한다. 봄은 그만큼 여린 감정의 선을 잔잔하게 흔든다. 우리 조상들은 봄을 일 년이 시작되는 계절로 보았다. 그래서 우리는 한 해를 말할 때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고 한다. 한겨울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을 대문짝에 써 붙이진 않는다. 반드시 봄에 써 붙인다. 아마 한 해의 시작이기 때문에 우리 선조들이 그랬던 것 같다. 우수 경칩이 지나면 산야
2020년 2월 초부터 시작된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촉발은 계절과 국경을 뛰어넘어 그 기세가 그칠 줄 모르고 시간이 거듭할수록 사회를 구축하는 기저들을 붕괴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발빠르게 위기상황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외환위기’때를 뛰어넘는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하는 경제전문가들의 전망발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더욱더 어둡게 하고 있다. 관련해 범국가차원의 ‘코로나19’사태와 관련해 피해사례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문화예술계 또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행히 모아진 자료를 기반으로 신속한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시그널이 지난 ‘4·15총선’을 계기로 추진되고 있기는하지만, 현장의 아픔을 담아내는 팩트와 상관없는 구태의연한 선심성 지원형식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에 그리 된다면 현장예술인들의 삶을 피폐하게 할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슴에 더 큰 상처로 오랜시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음악’과 ‘연극&rsq…
함께하다 /목필균 약속 없이 태어나서 산다는 것이 첫 울음이 첫 숨소리인 것처럼 살기 위해 먹는 것처럼 숙명으로 끌어안은 생명인 것을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고 귀인도 만나고 담금질하는 사람도 만나고 평생 할 일을 설계하여 이룰 때까지 사랑과 이별로 희비의 근육을 키우며 안간힘으로 버틴 청춘도 기울어 피할 수 없이 늙어가는 육신인 것을 마음은 홀로 갈 수 있지만 육신은 홀로 가기 버거운 것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잡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사라져 보면 안다 만날 수 없으면 안다 두 다리 성하여, 두 눈이 성하여 단단해진 마음으로 함께 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낙엽 지듯 떨어져 나가보면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가슴에 젖어든다는 것을 ■ 목필균 1954년생, 용인 출생. 『문학21』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거울보기』, 『꽃의 결별』, 『내가 꽃이라 하네』, 『엄마와 어머니 사이』, 수필집 『짧은 노래에 실린 행복』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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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요즘과 같은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저장해 놓은 식량이 다 떨어지고 대체식량인 보리는 아직 수확하기 이른 때라 먹을 것이 없어서였다. 당시 서민들은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예부터 이 시기를 1년 중 빈곤함이 가장 극에 달했다고 해 ‘보릿고개‘라 불렀다. 그리고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라고 했다. 춘궁기를 지내기가 오죽 힘들었으면 이런 말까지 생겨났을까 생각하면 짠하다.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노래가 인기다. “아야 뛰지마라 배 꺼질라/가슴 시린 보릿고개길/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초근목피의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중략)”가수 진성이 부른 ‘보릿고개’ 라는 노래다. 코로나19로 먹고 사는 문제가 반세기전 보릿고개를 넘던 어려움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서민들이 많이 부르고 있다. 사실 작금의 우리네 경제 상황은 과거 춘궁기 보릿고개 그 이상이다. 당장 중소 자영업자들의 속내를 들여다봐도 ‘적막강산(寂寞江山)’이 따로 없다. 평균 매출과 순이익이 40% 이상 줄었다. 소상공인들 중 63.4%는 현 상황이 지속될
어머니란 자식을 출산하고 기르는 자로, 육아를 하고 입양을 하였거나 보육원을 책임지는 여성일 경우에도 어머니로 불려진다. 그리고 우리사회에서는 배우자의 부모님도 자신의 부모님이 된다. ‘어머니’, ‘엄마’는 눈물을 동반하는 단어이다. 어려서 다치거나 아플 때 ‘엄마!’하면서 우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힘들 때면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장탄식하거나 울기도 한다.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 ‘어머니’라는 세 글자만 봐도 눈물이 나며, 어머니 사진을 보거나 어머니와 처음 전화 통화를 하게 되면 대개는 눈물을 흘린다. 또한 5~60대 나이가 들어갈 무렵 어머니가 작고하시고 안 계시면 어머니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가슴이 멍멍해져오고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미국의 사회개혁가였던 헨리 워드 비처는 ‘우리가 부모가 됐을 때 비로소 부모, 특히 어머니 사랑의 고마움이 어떤 것 인지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기성세대들의 어머니들은 어떠하셨는가? 한여름 뙤약볕을 머리에 인 채 호미 쥐고 온종일 밭을 매셨고, 그 고된 일 끝에 찬 밥 한 덩어리로 부뚜막에 걸터앉아 끼니를 때우셨으며, 한겨울 꽁꽁 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하셨고, 보이그룹 g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도, 화재예방도 결국엔 기본 안전수칙 준수가 답이다! ‘코로나19’사태로 온 국민이 불안감을 멈추지 못하는 시기에 갑자기 내린 대설은 또 큰 교통사고로 이어져 전북 남원의 연쇄 추돌사고 등 소중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다. 뉴스를 보는 모든 국민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똑같겠지만 직업정신상 그 현장에서 사고를 수습하는 소방관의 마음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같은 때, 더욱이 소방관의 마음속에는 ‘제발 화재로 인한 대형인명피해만큼은 없어야 할 텐데’라는 염원이 생긴다. 그런데 그 대형인명피해라는 것이 참으로 사소한 것에서 시작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 코로나사태에서 또 한 번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상청은 늘 일기예보 때마다 눈길 감속운전 및 블랙아이스(도로결빙)를 조심 하라고 강조해 왔고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자가격리수칙 준수 및 마스크착용 등의 기본 예방 수칙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본을 중요시 여기지 않아 결국 차량 30여 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자각격리 상태에서 기본 수칙을 어기는 행동은 결국 제3자의 감염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 소방 역시…
봄이 맨발로 호수를 건너다 /동시영 오늘을 데리고 호수에 간다 햇살 타고 날아오는 천상의 소식 풀 위에 나무 위에 무지개처럼 뜨는 꽃들 봄이 맨발로 호수를 건넌다 바람이 몰고 온 미소에 호수가 활짝 웃고 있다 ■ 동시영 1952년 충북괴산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독일레겐스부르크 대학교 인문학부 수학, 한국관광대학교, 중국 길림재경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계간 『다층』으로 등단했으며 한국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동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신이 걸어주는 전화』 외 여섯 권, 저서 『현대 시의 기호학』 외 다섯 권을 출간했다.
SK하이이엔지는 지난 21일 이천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이천시 관내 15개 지역아동센터에 약 3백만원 상당 물품인 고성능 연무기 및 연무액을 지원했다고 26일 밝혔다. SK하이이엔지측은 이번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 “지역아동센터 이동 아동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가족집단, 또래집단 등 2차 감염이 발생하면 이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방역물품 지원으로 이런 위험을 미연에 방지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바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고재숙 이천시지역아동센터협회장은 “항상 대상자 측에서 모든 사회공헌을 초점화 하여 부분별로 접근하고 상황별로 지역아동센터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는 SK하이이엔지와 이천시자원봉사센터 측에 감사를 드린다”며 “아이들에게 행복과 도움을 꾸준하게 전해주고 있는데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천=방복길기자 bb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