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이 눈 속에 묻혀 있는 사진을 본다. 폭설이 주는 경이로움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겪어보지도 않은 러시아의 겨울인데 상상만으로 이미 샤프카라고 불리는 털모자와 함께 두터운 옷을 당장 꺼내 입어야 할 것 같다. 꽁꽁 언 굵은 수염에 긴 외투를 온통 걸친 장대한 사나이가 거침없이 저벅저벅 다가오는 느낌이다. 동장군(冬將軍)이다. 고골의 <외투>는 그런 혹한(酷寒)의 현실에서 태어났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랬단다. “우리 모두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강철같은 바람 가릴 길 없는 빈궁의 구덩이에서 탈출하려는 이들의 뼈아픈 서사, 그 기원에 대한 증언이다. - 외투를 빼앗긴 사람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라는 만년 9등관 하급관리는 성실하나 남루한 인생을 살아간다. 입고 있던 외투는 더이상 수선해봐야 소용이 없을 정도로 낡아 그는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형편에 넘치는 돈으로 새 외투를 산다. 무척 행복해졌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강도에게 외투를 강탈당하고 만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사라진 듯한 고통이 엄습해온다. 끈많은 상류계급도 아닌 터에 황량한 도시에서 어디 박혀 있는지도 모를 말단관리를 지켜줄
코로나19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주민등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0년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5천182만9천23명으로 전년도 말보다 2만838명이 감소했다. 결혼 기피와 노령화로 40년 뒤인 2060년쯤이면 대한민국 인구가 반 토막 나고 40%를 훨씬 넘는 인구가 65세 이상이 된다.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는 ‘국가소멸’ 재앙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절체절명의 시간이 닥쳐왔다. 지난해 출생아는 사상 최초로 30만 명 이하인 27만5천800명을 기록해 1년 전보다 10.7% 감소했다. 반면 사망자는 3% 늘어난 30만7천700명으로 나타나 사망이 출생보다 많은 ‘데드 크로스’를 형성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0.84명)은 세계 최악이다. 매 분기 수치를 발표할 때마다 세계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런 한편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5년 20%, 2036년 30%, 2051년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1인 가구는 모두 906만 가구, 전체 가구의 39.2%로 가장 비중이 높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일찌감치 포기한 채,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욜로족’으로 사는 것을 자랑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 19로 인해 수많은 인파가 새해 출발을 자축했던 1년전과는 달리 극도로 제한된 소수 인원만이 참가하는 조촐한 자축으로 새해를 맞이하였다. 하지만 북한의 모습은 달랐다. 김일성광장에 수많은 평양시민이 모여 유명 아이돌 야외공연과 같은 경축공연과 불꽃놀이로 새해를 맞이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참가를 위해 평양에 모인 당 대표자들과 함께 새해 첫날 0시에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는 행사로 새해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매해 6시경에 발표했던 장문의 신년사 대신에 단 한 장의 짧은 친필서한으로 신년사를 대신하였다. 지난 해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생략하였고 그 이전 해에는 소파에 양복차림으로 앉아서 서구 정상처럼 신년사를 연설이 아닌 이야기하듯 하였었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10대 시절에 스위스 베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당시 어린 나이에 물설고 낯설은 이국땅에서의 생활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한 유학생활과는 다른 생활이었을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서구의 생활상이 북한의 생활상과 확연히 다르고 북한의 저개발에 대한 아쉬움
사회적협동조합이란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을 말한다(협동조합기본법). 2020.12월 기준, 사회적협동조합은 총 2572개가 있으며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481개, 교육서비스업 370개, 도소매업 319개,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 247개, 농업·어업·임업 172개,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서비스업 151개, 제조업 146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136개, 협·단체수리·기타개인서비스업 111개, 전기 가스 증기 수도사업 84개,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 83개, 숙박음식점업 68개, 부동산임대업 562개, 건설업 48개, 운수업 43개, 하수·폐기물처리환경복원업 22개, 공공행정 16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경제 성장과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정관의 주 사업을 관할하는 중앙행정기관장에게 설립 인가신청서를 제출하여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기관별 인가현황을 보면 보건복지부 823개, 교육부 437개, 고용노동부 309개, 문화체육관광부 193개, 기획재정부 121개, 국토교통부 120개, 농림축산식품부 99개 순이
한 방송국의 심층 프로그램이 촉발한 ‘정인이 사건’에 대한 논란이 새삼스럽게 신년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네요. 고작 생후 16개월 된 아기 정인이가 악마 같은 양모(養母)에게 짓밟혀 사망한 지 80여 일이 지난 다음에야 온 사회가 들고일어난 시끌벅적 난리가 몹시도 불편합니다. 왜냐면, 이렇게 들썩들썩 법석을 떨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두 돌아서서 까맣게 잊어버릴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지요. 눈웃음이 예쁜, 천사 같던 아기 정인이는 과연 누가 죽인 걸까요. 정인이는 2019년 6월에 태어났지만, 친부모 양육이 어려워 그해 7월 일단 위탁모에게 맡겨집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0년 2월에 입양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새엄마 J모에게 입양됩니다. 그런데, 불과 1개월 이후부터 새엄마는 장시간 아이를 빈집에다 버려두는 등 16차례나 방임합니다. 비극은 잇따라 일어납니다. 5월 25일 정인이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잘 키우라는 당부만 하고 보냈습니다. 6월 29일 무더운 날 승용차 안에 방치된 정인이를 발견한 시민이 신고했지만, 이번에도 경찰은 그냥 넘어갑니다. 9
이강석의 돋보기란 코너는 경기신문의 컬럼란이다. 원고지 5매, 1000자를 쓰는데 작은 제목을 가지고 자신의 경험과 현실과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를 의식하면서 정리하는 곳이다. 결론을 내리기 위해 장황하지 않은 간결한 사례를 들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에 대한 생각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매주 매일 여러 언론사에서 여러 명의 논설위원들이 그날의 상황이나 시대상을 보면서 역사와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현재는 이러하니 미래에는 잘해야 한다는 글을 쓰고 있다. 회사를 대표하는 사설, 시대를 이끄는 글이니 큰 고민이 담는다는 의무감이 높다.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몇 번 말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야기 소재가 바닥나면 이미 했던 말이 겹치게 된다. 독자들은 매번 새롭게 보겠지만 편집기자나 담당 기자는 중복되면 지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경우가 있을 것 같아서 초벌 원고를 쓰다가 황급히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일을 수십년 해오신 언론사의 논설주간, 논설위원님들의 마음속에서는 아마도 좋은 글을 쓰려는 에너지도 있지만 겹치지 않는 이야기를 구사하려는 변별력의 DNA도 필요하겠다. 스스로 객관성과 대중성, 다양성에 비중을 두려면 寸鐵殺人(촌철살인)
‘코로나 19 시대 인간 본질 탐구 보도 필요하다.’ 《미디어 오늘》 1281호(2020년 12월 23일자) 사설 제목이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박재영 교수의 “사건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인물이 있고, 인물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인간의 본질이 나온다.” 라는 글에서 영감을 받은 제안이다. 여기서 본질이라는 것은 물질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의 본질(substance)을 따지자면 주기율표에 기록된 원소들 중에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을 상기하게 된다. 이 원소들은 모두 별의 잔해들이다. 이런 것을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해서는 본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인간 본성(nature)의 탐구 말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일단 제안을 수정하기로 한다. 코로나 시대와 관계없이 언론 보도에서는 인간 본성의 탐구가 전제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지만, 기자도 인간 본성의 탐구가 필요하다. 그래야 흥미 본위의 사건 중심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보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돈오돈수의 깨달음도 아니고, 사건의 인물을 아무리 들여다본들 인간의 본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은 타고난 것인가,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인가? 사회과학 연구자
아이 하나 낳고 셋방을 살던 그 때 아침 해는 둥그렇게 떠오르는데 출근하려고 막 골목길을 돌아나오는데 뒤에서 야야! 야야! 아버지 목소리 들린다 “저어---너--- 한 삼십만 원 없겠니?” 그 말 하려고 엊저녁에 딸네 집에 오신 아버지 밤새 만석 같은 이 말, 그 한 마디 뱉지 못해 하얗게 몸을 뒤척이시다가 해 뜨는 골목길에서 붉은 얼굴 감추시고 천형처럼 무거운 그 말 뱉으셨을 텐데 철부지 초년생, 그 딸 “아버지, 내가 뭔 돈이 있어요?!” 싹둑 무 토막 자르듯 그 한 마디 뱉고 돌아섰던 녹슨 철대문 앞 골목길, 가난한 골목길의 그 길이만큼 내가 뱉은 그 말 아버지 심장에 천 근 쇠못이 되었을 그 말 오래 오래 가슴속 붉은 강물로 살아 아버지 무덤 그 봉분까지 치닫고 있다 이영춘 약력 『월간문학』(1976) 등단. 시집 [노자의 무덤을 가다] [따뜻한 편지] [들풀] 외 다수. 수상 고산(윤선도)문학대상, 유심작품상특별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김삿갓문학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