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천둥 /혼다 히사시 당신이 내려친 빛의 채찍을 맞고 땅에 묻혔던 말이 힘차게 운다 당신은 몸을 돌려 채찍으로 꽃을 내리친다 흩어지는 꽃잎이 임종의 순간을 비춘다 그 한순간의 밝은 빛 속에서 말은 풀을 뜯고 있다 꽃잎이 땅에 진다 말은 이제 없다 나는 불러본다 이름이 붙여지기도 전에 이미 모태에서 해체된 채 끌려 나와 땅에 묻힌 말을 그러자 등에* 울음소리보다도 작은 하늘로 사라져 가는 내 목소리에 응답이라도 하듯 다시 한 번 당신이 내려친 채찍을 맞고 말이 힘차게 운다 겨울이 땅에 묻어 침묵하게 만들었던 말, 그 말이 드디어 채찍을 맞아 힘차게 울며 봄 들판을 질주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 말은 언어言語일수도 말馬일수도 있을 것이다. 야생마 닮은 말 일수도 있다. 소통을 위해 태어난 말이 불통의 언어가 된지 이미 오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다. 이육사의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북방으로 휩쓸려 와’ 묻힌 말일 수도 있다. 봄날의 천둥은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를 깨워 온 세상을 뒤덮는 푸르른 희망의 천둥으로 말하게 한다. 모태에서 해체된 채 끌려나와 땅에 묻힌 불통
태봉(胎封)과 태실(胎室)은 낯설지만 중요하다. 조선왕실에서는 왕자와 공주, 옹주가 태어나면 전국에서 길지(吉地)를 골라 태(胎)를 보관하는 태실을 만들었다. 태의 주인이 왕위에 오르면 태봉으로 높여 내부와 외부의 장식을 호화롭게 가꿨다. 태실을 중심으로 사방 540m 안에서는 경지 개간도 금지했다. 위반하면 국법에 의해 엄벌했다. 왕의 태봉이 있는 고을은 승격시켰으며 공사가 끝나면 상을 내렸다. 임금을 국가와 동일하게 여겼던 나라였으니 중요함은 말할 나위 없다. 태(胎)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는 드물다. 자연스레 태문화는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일제(日帝) 강점기에 많은 수가 훼손됐다. 민족 정신 말살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해방이후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또 사라졌다. 중요하지만 관심밖에 있었던 태봉(실)을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보호하기로 했다. 그동안 학계나 중앙부처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보호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같은 행보는 지금처럼 방치하면 완전히 소멸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확인했을 때 25곳이었던 도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및 복지대타협 특위가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동에 있는 전국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자문위원 연석회의에서 시·군·구 등 기초정부 중심의 자치분권과 재정분권을 추진하고, 지방분권개헌을 재추진하는 동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4월 총선 핵심의제로 선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염태영 대표회장(수원시장)은 올해 총선 후보자·정당 공약화를 강력추진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국민과 정치권,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학계, 시민사회 등의 공감을 얻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초의회나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문재인대통령도 정당공천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소극적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심재덕 전 국회의원의 경우 목숨을 건 단식까지 해가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외쳤지만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못들은 척 했다. 공천권을 움켜쥐고 있어야 지역구 조직관리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천을 주는 ‘갑’ 위치 국회의
사람은 누구나 경우에 따라, 환경에 따라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본래 감정의 동물 아니던가. 문제는 그 우울함이 중증이 될 때다. 갈수록 우울증 환자는 늘어나고 있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세계인구 4%에 해당하는 3억2천2백만 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10년 전보다 18%가 증가했다. 2년 전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64만명인데, 숨겨진 환자까지 합치면 1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으로 매년 80만명 정도가 우울증으로 자살을 한다고 한다. OECD 국가 중 한국은 자살률 1위다. 미국에서는 1년에 5억3천만 달러가 우울증 치료비로 사용된다. 건강한 사람은 우울증 환자의 고통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우울증 환자는 암 환자를 부러워 할 정도라는 것이다.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의 저자 오카다 다카시에 따르면 전형적인 우울증 환자의 징후는 다름과 같다.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다.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 현상이 반드시 일어난다. 식욕부진으로 살이 빠져 ‘삐쩍 말라 죽은 나무’처럼 보인다. 수면장애, 식욕변화, 배변장애, 나른함, 통증 등의 신체적
경국대전(經國大典)은 조선의 기본 법전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우리 법전이다. 국가보물 1521호로 지정된 을사대전(乙巳大典)은 1485년에 반포되어 시행한 것으로 6권 4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앞서 조선건국 시에 정도전이 지은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이 있었고, 태조 6년에 제정하여 시행한 경제육전(經濟六典)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세조는 즉위하자마자 육전상정소(六典詳定所)를 설치하여 국가 통치의 기본틀을 법률로서 할 것을 천명하고 최항 등으로 하여금 당시 현존하던 고유법과 관습법을 성문화 하도록 하였다. 1460년 세조 6년에 1차로 호전(戶典)이 완성되고, 1466년에 편찬이 일단락되었으나 보완을 계속하고 착오를 점검하기 위하여 시행이 미루어 졌다. 이어 예종 때까지 수정을 계속하고 시행을 신중히 하고자 미루다가 성종 때까지 와서 수정을 더 거쳐 1474년 경국대전 호전이 완성되었다. 이듬해 처음으로 호전(戶典)이 시행되었고 연이어 형전(刑典)과 나머지 네 개 법전이 완성되어 시행해 오다가 1481년부터 감교청(勘校廳)을 설치하고 다시 보완작업에 들어가 1485년 1월부터 시행하게 된 것이 오늘날 전해지는 을사대전(乙巳大典)이다. 조선건국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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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심하게 표현하면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파주시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서 살고있는 주민들과 문산읍 상인들 이야기다. 오늘로 100일째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과 함께 안보 관광객들의 출입이 통제된 기간이다. 그로인한 후유증을 앓고있던 피해 주민들이 안보 관광 재개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3개월 이상 막혔으니 관광수입에 의존하던 주민들은 참을만큼 참았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상황도 아니니 억울하기까지 하겠다. 통제가 언제 풀릴지 모르니 삶 자체가 막막해졌으리라.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의 늑장 보상이 원인을 제공했다. 정부도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변명도 주민생존권 앞에서는 그냥 변명일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100일이면 주민들은 참을만큼 참았다. 정부와 파주시는 지난해 10월 2일 ASF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도라전망대와 제3땅굴 등 안보 관광지를 통제했다. 관광객들이 ASF를 옮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아직 관광 재개를 허가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재개 조건을 보면 더욱 그렇다. ▲안보관광지역에 설치한 2차 울타리 안에 남아있는 야생 멧돼지를 모두 잡거나 ▲죽은 야생멧돼지의 ASF 검사를 통해 추가
지난해 경기도가 노후 경유차량을 줄이기 위해 ‘역대 최대’인 4천12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도의 ‘노후경유차 저공해화 사업’으로 인해 도내 5등급 노후경유차는 지난 한 해 동안 40% 정도가 감소했다. 도내 5등급 노후경유차 수는 지난해 12월 말일 기준 26만1천919대였다. 1년 전엔 43만4천628대였다. 이는 환경부 자동차배출가스 등급제 시스템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도는 지난 한해에만 ▲조기폐차 9만8천514대 ▲DPF부착 2만191대 ▲LPG 엔진개조 3대 등 총 11만8천708대의 노후경유차 저공해화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실적(11만7천35대)보다 많다. 경기도뿐 아니다. 전국의 모든 지방정부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후 경유차량 감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시즌제(계절관리제)’라는 것을 도입했다. 고농도시기(12월~3월)에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 제도 중 눈에 띄는 것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노후 경유차)의 도심 운행 제한이다. 노후 경유차가 서울시 녹색교통지역(사대문안 16.7㎢)에 들어오면 과태료 25만원을 내야 한다. 이로 인한 효과도 나타
남계서원은 서원의 앞부분에 교육공간인 강당이 위치하고 그 뒤로 사당이 자리하는 전학후묘의 배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서원의 배치 형태는 당시 처음 있는 형식이었다. 이러한 배치 구조는 이후 한국 서원의 구조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지난 여행에 만났던 풍영루가 유식공간에 해당한다. 오늘은 서원의 필수공간인 강학공간을 만나보자. 강학공간은 교육공간인 강당과 서원유생들이 머무는 기숙사 영역을 말한다. 남계서원의 강당은 명성당으로, 강학공간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명성당을 중심으로 앞 좌우에 서원유생들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자리하고 있고, 서재 앞으로는 묘정비가, 동재 뒤편으로는 경판고가 자리하고 있다. 명성당은 다른 서원의 강당과는 다르게 전면 4칸인 건물이다. 보통은 홀수 칸 건물을 짓고 중앙인 가운데 칸에 건물의 편액을 걸게 되는데, 명성당은 4칸으로 짝수 칸이다. 이는 편액의 위치를 결정함에 있어 무척 난감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4칸 건물의 중앙은 건축부재들로 인해 편액을 걸 수 없으니, 2번째 칸 또는 3번째 칸 중에 걸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쪽에 편액을 걸어도 한쪽으로 치우친 편액을 걸게 되는 것이다. 남계서원은 이를 재치 있게 해결 했다. ‘
2020년 경자년(更子年) 새해가 밝았다. 대부분의 언론과 경제학자나 사회정치학자들은 금년에도 한국경제나 정치 외교적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언제나 우리는 개인사나 국가적으로 우리들은 늘 도전과 극복의 역사를 이어왔다. 바라기는 새해에는 가시적이고 현시적인 물욕중심의 욕망보다 내면의 건강을 이루는 기쁨의 삶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소박한 꿈을 꾸길 바란다. 인생 행복은 기쁨의 대상 셋이 하나를 이루는 ‘삼희일치(三喜一致)의 삶을 이어갈 때 가능하다. 기쁨은 보관하고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기쁨은 잘 될 때 보다 어려움을 당했을 때에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영적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또한 지금, 여기의 일들에 대하여 긍정적 해석 능력이 있을 때 창조적 기쁨이 가능하다. 이러한 삼희일치의 성공된 삶을 이루려면 첫 번째, 먼저 하늘의 기쁨을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2020년에는 모든 독자제현들이 자신만의 종교를 갖길 희망한다. 종교는 일상에 지친 영혼을 위무(慰撫)하고 삶의 진정한 기쁨을 누리도록 안내하는 안식처이자 지혜의 보고다. 특히 기독교는 ‘기뻐하는 종교’라고 말하기도 한다.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