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의 움직임이 고속 연속사진 속 형체처럼 여러 겹 겹쳐서 그려져 있다. 마르셀 뒤샹의 1911년 작 ‘기차를 탄 슬픈 청년’이다. 제목을 참조하지 않고서는 관객들은 이 인물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다. 불 꺼진 공간에 촛불이라도 놓여 있는지 형체는 출렁이며 노랗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형체는 은밀한 내면에서 존재하고 있는 환영인 양 신비롭기만 하다. ‘기차를 탄 슬픈 청년’이라는 제목이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기차를 탔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기차를 탔는데 왜 슬프단 말인가. 게다가 인물은 전혀 기차를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걷는 자세를 하고 있으며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육체가 기계와 같다는 주장은 일면 맞는 이야기이다. 한 번 욕망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면 그것은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와도 같이 내달린다. 존재는 그 속에 몸을 싣고 슬퍼하고 있다. 기차의 강한 흔들림이 존재의 내면을 강타하곤 한다. 그 흔들림은 성적인 욕구와 성적인 행위로부터 발산되는 진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화가가 되고자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에서 이런저런 습작을 하고 있었던 마르셀 뒤샹에게 이…
지리산 계곡에 발을 담근 어머니가 두 손을 천천히 물속에 넣고 제 손등에 엉킨 핏줄을 희미하게 들여다본다 물의 뼈마디 팔만 능선의 묵은 근심을 한 움큼 건져 올려 훠이 훠이 소리 내어 훠이 훠이······ - 시집 <스윙바이> 중에서 /천융희 지리산, 구비 구비 사연을 품고 말없이 견디는 어머니 같은 산. 설악산이 남성적 이미지라면 지리산은 한없이 부드럽고 인자한 어머니의 이미지다. 그래서 그런지 먼 옛날부터 지리산에 들어온 사람들은 굶어죽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팔만 능선 골짜기마다 근심이 없을 리 없겠지만 그건 모두 어머니의 몫이라고, 근심 걱정들은 모두 건져 내 멀리 훠이 훠이 날려버리고 나서 그 품안에 든 자식들만은 배불리 먹이고 편안히 잠들게 하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산이 지리산이다. 지리산 골짝을 모두 휘돌아 흘러내린 물이 섬진강을 만들고 물길 육백 리를 흘러가며 먹이고 입히고 나서야 비로소 바다에 닿는 지리산과 섬진강이 이 가을을 더 풍요롭게 한다./이기영 시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발생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추락세를 보이면서 양돈농가와 양돈관련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양돈농가들은 ASF 확산 우려와 돼지고기 가격 하락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8월 23일 ㎏당 4천859원이었지만 10월 25일 ㎏당 3천70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최근 다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예전 가격에는 한참 못 미친다. 원래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올라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이 문제다. 정부는 ASF가 인체에 무해하며 시중에 유통되는 돼지고기는 철저한 검사를 통해 안전하게 공급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이 꺼리는 것이다. 특히 방송을 통해 살처분 현장이나 죽은 돼지 매몰지에서 붉은 침출수가 새어나와 강으로 흘러드는 장면을 본 사람들이 돼지고기 구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생존문제를 걱정하는 양돈 농가를 돕기 위한 우리돼지 소비촉진 운동이 전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이 연이어 우리돼지 안심 캠페인을 실시하고 소비자 단체도 힘을 합치고 있다. 양돈업계 역시 양돈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가격 할인을 내
대한민국 대표음식 김치가 수출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뿌듯하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량 3만t 돌파와 수출액 1억 달러라는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김치 수출액 1억 달러는 2011년과 2012년 달성했지만 수출량 3만t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관세청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통계와 분석이다. 이같은 대기록이 가능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해외 시장 유통망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aT는 분석했다. ‘2019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배추김치 시장’ 보고서에서다. ‘그동안은 해외 한인 마트를 중심으로 김치가 유통됐지만 최근들어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로컬 마트 등으로 유통이 다양화됐다’는 것이다. 결국 매출은 유통망이 좌우한다는 불변의 진리가 해외에서도 검증됐다. 그동안 김치는 분기별로 특별한 등락이 없이 수출됐던 식품이다. 단지 겨울시기인 1분기와 4분기에 수출규모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수출량이 7천886t으로 다른 분기별 수출량에 비해 가장 많아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겨울 김치가 매년 김치수출에 효자(녀) 역할을 했기 때문에 올해도 그럴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걱정의 목소리도 있었다
시인은 수원문학의 역사였다. 홀연히 떠난 전주의 하늘이 그려진다. 낙향한 시간의 거울은 아니지만 평소 단아한 시인의 세상눈은 각별하고 따뜻했다. 이를테면 스스로 문학의 정년퇴직을 결정한 것이다. 수원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이름을 올리면서도 외길을 걷지 않았던 시인은 시조로 발을 옮겨 가장 뼈아픈 뒤안길의 추억을 겪는다. 사치를 가장 경계했던 탓이 그 이유다. 교직의 길에서 시업(詩業)에만 눈을 가진 시인은 내 누님 같은 착하고 정의로운 가슴을 지닌 여인과도 같았다. 글밭에서 촘촘하게 다듬어 시간을 낭비하지 않던 시인은 오늘밤에도 시의 뜨개질을 연마할 것이다. 시인의 안경 틀에서 은밀하게 마음을 비출 아름다운 세상의 미덕은 그래서 더 절절하고 추억이 되었다. 제주도의 기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공간이지만 밤새워 고민한 계획들을 겸손치 못한 짧은 감성으로 옥죄이는 지나간 사념들이다. 심호 이동주문학제 길에서 영화처럼 일어난 별곡들은 추억을 넘어 언덕을 높게만 쌓이듯 아픔들이 재생된다. 시인의 「봄 몸살」이라는 시를 읽는다. 까무룩/깨어나 둘러보면 이승/허한 숨소리에 적막이 놀라는 곳/엄니 치마 한 자락이면 나을 듯한 병/발자욱 소리 들려 방문 열면/벚 꽃잎 하
최근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보면 우리가 탄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불안과 자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스스로를 반성적으로 돌아보는 자성은 회의와 질문을 전제한다. 의심하고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자성은 긍정적인 자세이며 문제의 해법에 접근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성적 존재로서 이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자처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왜 이다지도 불안감을 느끼는가? 이 혼란의 시대에 이성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흔히 이성을 이야기할 때 데카르트(Ren? Descartes)를 떠올린다. 서양의 근대는 데카르트로부터 출범했는데 근대와 더불어 이성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그의 코기토 이론은 이성과 이성적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이성의 원론적 텍스트라고 할 수 있는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흥미롭게도 방법적 ‘회의’에서 출발한다. “…그 의심스러운 점, 우리를 오류에 빠뜨리기 쉬운 점을 반성하면서 전부터 나의 정신에 숨어들어 있었던 모든 오류를 뿌리째 뽑아버렸던 것이다. 나의 계획은 전혀…
파주시, DMZ관광 사업 차별화 파주시가 DMZ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DMZ 관광 특화도시 파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시는 ‘DMZ 관광 특화도시 파주’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기 위해 ▲DMZ 평화의 길 조성 ▲한반도 생태평화 종합관광센터 건립 ▲리비교 관광 자원화 사업 ▲임진각 평화 곤돌라 설치 등 파주만이 추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파주시가 준비하고 있는 사업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봤다. 1일 2회 열리는 21㎞ 코스 ‘DMZ 평화의 길’ 철거 GP 개방 ‘유일’…북한 땅 가까이 조망 사진으로 보던 구 장단면사무소도 볼 수 있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 위해 개방 중단 한반도 생태평화 종합관광센터 내년 9월 준공 미군이 건설한 ‘리비교’ 문화공원 조성 추진 내년 3월 운행 예정인 ‘임진각 평화 곤돌라’ DMZ 관광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 기대 마장호수 흔들다리·감악산 출렁다리 등 곳곳에 특색있는 관광명소 즐길거리 가득 남북 평화 분위기를 직접 느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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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에 있어서 훈육과 체벌의 경계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다. 우리의 양육문화에서 훈육을 빙자한 체벌이 드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가 정당화 되던 시절, 성장기를 거친 일부 성인들은 지금도 부모에게 나쁜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랑의 매’를 맞은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서다. 세월이 변해 사라지는 추세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선 아동에 대한 과도한 체벌로 인한 사건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또 가정 밖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와 그에 대한 처벌도 문제지만,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도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지난해 발생한 2만 4,604건의 아동학대 중 77%가 부모에 의한 것이었다. 그 대상도 영·유아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신생아 및 영·유아가 아동학대의 최대 취약집단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인천에서도 발생했다. 3살 딸을 빗자루 등으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20대 미혼모가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말을 듣지 않는 다”가 이유였다. 끔찍함 넘어 비안간적 모성애가 사회를 분노케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5월 인천에서 생후 7개월 딸을 5일간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젊은 부부가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마음이 번거로우면 병이 온다. 암도 따지고 보면 마음이 평온하지 않을 때 쉽게 찾아온다. 사람의 마음속에 욕심과 욕망이 들끓으면 그 얼굴이 달라진다. 자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세상천지가 싸움의 대상이다. 이 일 저 일이 맘에 걸리고 대하는 사람마다 보는 눈이 까탈스러워진다. 저놈은 내 적이 아닌가? 저놈은 돌아서면 날 비난하고 다니지 않을까? 어디 그뿐인가? 그렇게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마음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러니 몸도 견딜 수가 없다. 아드레날린이 쏟아져 늘 긴장 상태에 있다. 항상 전투태세다. 버티는 데도 한도가 있다. 어느 순간 병이 든다. 그때부턴 그 병과 마음의 불안 속에 함께 벅적거려야 한다. 세상은 평안하게 살아도 걱정거리가 많은 판에 어느 세월에 그 모두를 버티랴. 그대는 그렇게 아프지 마라. 단 하루라도 자리에 누웠다 일어나면 그대는 아니라고 하지만 남의 눈엔 아픈 만큼 늙어 보인다. 나이 들어 아프면 속절없이 늙는다. 마음도 몸도 병들지 마라.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그 씨잘데 없는 욕구들에서 자꾸 벗어나야만 평안을 얻을 수 있다. 법정스님이 그랬던가? “사람은 가진 만큼 구속당한다.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