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다가오면 가슴속 어디에선가 희망의 감각기능이 작동되는 것 같다. 8월이면 눈부신 태양과 함께 우리들 가슴 속 또한 밝아지는 것 같았다. 복된 순간의 기쁨이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것은 분명 초등학교 때부터 가슴 속에 각인된 정서적 기능의 역할일 것이다. 8·15해방에 이어 6·25전쟁 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광복절이 되면 담임선생이 태극기를 그려오라고 했다. 종이도 귀했다. 하지만 컴퍼스가 없어서 사발을 엎어놓고 원을 만들고 물결 표시로 반으로 나눠 위로는 붉은 색을 아래로는 청색을 칠하여 태극기를 완성해 조심스럽게 가져갔다.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은 교장선생의 선창에 의해 ‘대한독립만세’를 목청껏 크게 외쳤다. 그때 불렀던 광복절 노래는 지금도 외울 수 있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든 어른님 벗님 어찌 하리/ 이 날이 사십년 …’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은 교육을 통해서만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교육의 양(量)이 국가의 양이고, 교육의 질(質)이 국가의 질이다.’ 라고 하였다. 8월이면 내 가슴속 행복의 감지기가 작동하는 것 또한 초등학교 당시 교육의 힘이요. 애국적 정서의 정의로운 감각이라고 나는 확
통상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고 2년 정도가 지났음에도 시행사나 시공사에서 하자보수를 원활하게 진행하지 않는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는 하자소송을 준비하게 됩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하자소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면 이를 위해서 하자진단을 위한 업체와 법률 사무 대리를 위한 법무법인 선정을 하게 됩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들을 대표하여 소송을 진행하기 위하여는 입주민들로부터 채권양도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채권양도라는 입주민들이 시행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권을 입주자대표회의라는 법인(단체)에 이전하는 것입니다.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수분양자인 개별 입주민들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이들이 모두 개별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경우 수백 명의 입주민을 대리하여 소송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소송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진행을 위하여 입주자대표회의를 입주민들의 대표로 내세워 소송을 진행하게 되고 이를 위해 채권양도라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입주민 중 한 명을 대표자로 세워서 진행하는 선정당사자 방식을 이용하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방식은 소송
민주당의 신임 당 대표로 정청래 의원이 선출됐다. 처음부터 그가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명심’은 박찬대 후보에게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고, 박 의원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지지 또한 견고하다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찬대 후보는 낙선했고,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정청래 후보가 당선됐다. 경선 과정은 물론 당선 이후 정청래 대표가 보여준 태도는 매우 강경하다. ‘내란 당은 해산시켜야 한다’, ‘사과와 반성 없이는 악수할 수 없다’는 발언만 봐도 그의 대야(對野) 강경 입장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점은 정청래 신임 대표가 국민의힘을 인사차 예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금까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당장 국민의힘을 찾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주요 정당의 새 대표는 선출 후 이틀 이내에 상대 정당을 예방하는 것이 관례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정 대표의 인식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내란 세력이며, 반성조차 없는 내란 정당이기 때문에 협치나 정치적 파트너로 볼 수 없는 존재다. 그런 상대를 인사차 방문한다는 것은 정 대표의 관점에
통일부의 명칭 변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통일부는 1969년 ‘국토통일원’으로 출발해 1990년 ‘통일원’으로, 1998년 이후에는 현재의 ‘통일부’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통일부’ 명칭을 바꾸어 보자는 논의는 없었다. 하지만 2025년 7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명칭 변경은 여야가 함께 논의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한반도부’ 같은 명칭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사실 통일부라는 이름은 우리 국민에게 오랫동안 익숙한 것이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 속에서 통일부는 국가조직의 자연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독일의 사례를 보면, 명칭 변경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실용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독은 1951년 ‘전독일문제부’(BMGF)를 설치해 동서독 문제를 다뤘다. 이것은 독일연방헌법 제23조를 근거로, 분단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동독의 국가성을 부인하고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교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전환점은 1969년 빌리 브란트 총리(1969.10-1974.5)가 등장하면서 부터 였다. 그는 “현실을 극
아침 7시, 집 근처 마트 앞에서 열명 남짓이 버스에 올랐다. 으리으리한 어느 대형 건물 주차장에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서둘러 내린 후 잰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바로 수많은 노동자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물류센터의 풍경이다. 출근 체크를 하고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를 넣었다. 스마트워치조차 허용되지 않은 그 곳에선 모두가 일을 마칠 때까지 시간을 잃는다. 나는 출고 작업 중 하나인 포장 업무에 투입됐다. 고객이 주문한 물품들이 바구니에 담겨 오면 일일이 포장해 컨베이어벨트에 실어 보내는 단순 반복작업이었다. 처음엔 재밌었다. 고민도, 갈등도 없는 노동환경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마엔 땀이 흐르고 갈증은 멈추지 않았다. 얼음물을 계속 마셔도 이상하게 목이 자꾸 말랐다. 에어컨은 없었다. 그 사이 바구니는 끊임없이 나를 압박하며 밀려왔고 컨베이어벨트로 물건을 올리는 손은 점점 바빠졌다. 마음이 급해지면서 실수도 늘었다. 정신없이 박스를 보낸 후 시간을 보면 고작 5분이 지나 있었다. 시간은 더뎠고 다리는 아파왔다. 점심시간이 됐다. 아픈 다리를 끌고 구내 식당으로 향하니 입구의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아이스바가 잔뜩 들어있었다. 직원들에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해방을 맞았다. 하지만 그날을 ‘광복절’이라 부르는 것이 과연 옳은가? ‘광복(光復)’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것, 다시 말해 온전한 주권의 회복을 뜻한다. 그러나 8.15는 해방이었을 뿐, 진정한 자주 ‘독립’은 아니었다. ‘광복절’의 의미를 다시 재정립하여야 한다. 당시 일본은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했지만 일본의 땅은 분단되지 않았다. 반면 전쟁의 책임이 없는 한반도는 강대국의 이해 속에 너무나 억울하게 남북으로 갈라졌다. 미국과 소련은 38선을 기준으로 한반도를 나눴고, 남한은 미군정(美軍政)의 통치를 받았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은 미국에 넘어갔고, 지금까지도 우리는 군사 주권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우리는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 과연 우리는 ‘광복’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실 우리는 해방되었지만, 곧바로 다른 강대국의 힘과 질서 속에 종속되었다. 진정한 ‘독립’은 아직 오지 않았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기득권 세력과 친일세력이 ‘광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하였고, 국민들은 그 왜곡된 내용에 80년…
요즘 아이들을 보면 멍하니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등굣길엔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보고, 쉬는 시간엔 친구와 대화하거나 학원 숙제를 한다. 하교 후에도 곧장 학원으로 이동하고, 저녁 시간은 다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앞에서 마무리된다.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없다. 아이들의 하루는 온통 자극으로 가득 차 있다. 며칠 전, 수업 시간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평소 활발하고 산만한 친구라 그런 모습이 오히려 낯설었다. “무슨 생각해?”라고 묻자,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그냥 하늘 보다가 잠깐 눈 감았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그런 시간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뇌가 발달하는 시기의 아이들이 끊임없는 자극 속에 노출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미국 텍사스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멍때리는 시간, 즉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가 활성화되는 시간은 창의력, 기억력, 자기 성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네트워크는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을 하지 않을 때 주로 작동하며, 그동안 경험한 정보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고를 생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과도하게
세계 곳곳에서 의료 시스템이 압박을 받고 있다. 고령화 인구, 과부하된 응급실, 제한된 재정 자원, 의사 부족 문제 등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해결의 방안 중 하나로 원격 의료가 부상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 현재 이 나라의 1차 진료 10% 이상이 원격으로 진행된다. 원격 진료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도 프랑스 보다 2년이 앞선 2016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스웨덴은 원격 의료의 선구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94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스웨덴의 21개 지역이 일반적으로 관할하는 원격진료율과 보험금 지급 조건을 설정하는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이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전국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치 않았다. 민간의 협조가 필요 하였다. 마침 크리(KRY)가 원격 의료에 참여하게 되었다. 스웨덴 정부의 야심 찬 지원에 크리는 20명의 팀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였다. 2015년 스웨덴 일부 지역에서 원격 진료 시범 사업을 시작한 크리는 2016년까지 약 100만 건을 달성하였다. 당시 스웨덴은 유럽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의료 불모지로 전락하던 중이었다. GDP의 1
화면 가득 낯선 땅이 채워집니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땅입니다. 버려진 계곡과 능선과 봉우리가 그 땅 위로 누웠습니다. 저런 것도 산이랄 수 있을까요. 숲은커녕 변변한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습니다. 하늘을 덮은 먹구름 그늘 밑에서, 누렇게 드러누운 산이 기지개를 켭니다. 흙먼지를 거죽 삼아 모로 누운 산의 모양새는 살쾡이를 닮았습니다. 산의 거죽을 뚫고 삐져나온 바위가 서로 부대끼며 기둥처럼 섰습니다. 샘물은, 돌의 기둥과 기둥이 부딪치고 갈라선 틈에서 솟구칩니다. 쏟아지지 못하고 찔끔거리는 꼴이, 꼭 살쾡이가 지리는 오줌발 같습니다. 그래도 샘물이랍시고, 자갈 틈을 비집고 흘러 실개천을 이룹니다. 산길은, 실개천을 따라 흐릅니다. 오름이든 내림이든, 나란히 흘러간다는 점에서 산길과 실개천은 서로 닮았습니다. 사내가 산을 오릅니다. 덥수룩한 수염으로 나이를 가린 사내입니다. 삽을 쥐고 배낭을 등에 업은 사내가 실개천 따라 산을 오릅니다. 등에 업은 배낭 주둥아리로 밀려 나온 곡괭이 자루가 보입니다. 산을 오르던 사내가 살쾡이 같은 능선을 가리키며 읊조립니다. 사내가 읊조리는 말을 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런 말을 아랍어(Arabic)라고 하던가요. 사내
얼마 전 비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하에 살고 있는 이웃들의 얼굴이 떠올라서다. 폭우가 지나간 후 연일 낮 기온이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뉴스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고시원이나 옥탑방에 거주하는 분들의 안전이 염려된다. ‘지옥고(지하, 옥탑, 고시원의 줄임말)’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주거 현장을 둘러보면, “이런 집도 세를 받는구나” 싶을 만큼 열악한 곳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우리는 인간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의식주’라 부른다. 먹는 것, 입는 것, 그리고 사는 곳은 단순히 존재만으로 그치지 않고,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그 품질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먹는 것과 사는 곳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만 놓고 보면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는 먹거리에 쏟는 관심만큼, 우리가 머무는 공간에도 같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식품은 국가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철저한 안전성 및 품질 인증을 거치고,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지 않도록 권장소비자가격이 설정되기도 한다. 심지어 2000원 짜리 소스를 사도 부정·불량 식품을 신고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쓰여있다. 그런데 집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