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방송(경남MBC)에서 만든 다큐 '어른 김장하'가 SNS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경남 진주에서 60여 년 이상 경주 최 씨 못지않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묵묵히 실천해 온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런 사람을 이제 알게 됐다는 것도 한몫했을 터이다. 또한 오랜 세월 지역 언론의 가치를 위해 싸워 온 경남도민일보 출신의 김주완 기자가 100여 명을 인터뷰 하는 등 완성도가 높은 것도 감동을 주는 요인이 아닐까한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명의로 이름을 떨친다. 직원이 20명 가까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직원들의 월급은 다른 한약방에 비해 3배나 많았다. 그의 사회 공헌이 가까운 곳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다 급기야 현대적 시설의 고교를 설립해 자립시킨 뒤 100억 원이 넘는 학원을 미련 없이 국가에 헌납한다. 지역 언론과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운동 등 지역 사회 곳곳에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하지만 선생은 지원은 하되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일화가 있다. 지역 국회의원이 자신이 추천한 사람을 고교 교사로 임용하라는 청탁을 무간섭
요즘 여당에서는 친윤, 찐윤, 비윤, 반윤, 친윤감별사 등 다양한 용어가 등장했다. 특히 더욱 주목 끌게 된 것은 대통령 산하 저출산고령화위원회의 장관급 부위원장인 나경원씨가 국민의힘당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중에 해임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사자인 나경원씨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애처로울 정도로 친윤 임을 강조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이런 상황과 여론의 집중도는 보며 씁쓸함을 금치 못한다. 2025년에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우리 사회의 절박한 문제로서 인구 절감이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해당 의제가 국가 유지의 장기적 근간에 직결되기에 대통령 산하에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있고 장관급의 부위원장을 둔다. 그런데 개인 정치 활동을 위해 취임 몇 달 만에 그런 자리를 던져버리는 모습 속에 국가 중대사를 다루는 위원회가 여당 정치인들에게 배급되는 임시 싸구려 자리로 전락한 셈이다. 더욱이 언론도 나경원씨와 대통령실 간의 갈등에 주목할 뿐 그런 행태의 의미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다. 개인 당대표 출마와 관련해 중요한 국가 위원회는 거추장스러운 자리가 되어 사직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런 상황이 말해주는 것은 우
인간의 이기적 본성은 호모사피엔스의 타고난 특질이다. 이러한 성질은 지적 활동이 활발하던 고대국가 시절부터 간파되었다. 그래서 공자는 정치와 형벌로써 다스리려 하면, 백성들은 피해가려만 할 뿐 부끄러움을 모를 것이라고 했다. 1년여 전 허위날조 보도에 대해 징벌적 책임을 부과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은 기자단체들의 저항으로 무산되었고, 새해 벽두에는 소위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공영방송은 정치적 통제로부터 자유롭게 될 수 있을까? 민주주의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법과 제도부터가 허점투성이다. 1987년 체제의 산물이라는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의 독주를 제어하지 못한다며 대통령 중임제나 내각제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오래 되었다. 그렇게 바꾸면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경험적 증거라도 있나? 미국은 대통령 중임제인데 민주주의에서 그다지 모범적이지 않고, 일본의 내각제는 제왕적 파벌이 군림하고 있는 형편이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확실한 대안이라고 주장할만한 법과 제도는 없다. 서구 국가들의 방송을 모델로 거론하기도 하지만, 딱히 법과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작달막한 체격에 허리 굽은 할머니가 날씬한 손녀의 손을 잡고 힘겹게 걷고 있다. 이른 아침 풍경이 한 폭 그림 같다. 그림 속에는 생명의 아침 빛이 저녁의 어둠과 함께 세월의 흐름까지 내포되어 있다. 인생이 이렇듯 흐르고 흘러서 죽음의 마지막 페이지로 향하는가? 그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가 생각났다. 라틴어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2천 년 전, 로마 공화정의 개선식에서부터 비롯된 이 말은 아무리 기쁜 일이 있어도 언젠가는 죽는다. 겸손하게 행동하라. 는 오묘한 진리를 승리에 도취된 장군에게 하늘이 들려주는 소리로 여기도록 했다고 한다. 오늘날도 어느 탈옥수의 입에서 터져 나온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여전히 개연성을 갖는 사회다. 법은 선(善)을 떠나버린 세계에서 선의 대리자나 된 양 눈을 부릅뜨고 있다. 법(法) 좋아 하는 사람들, 금배지 패용한 분들부터 국군통수권자 어른까지 ‘죽음을 기억하시죠’라고 새해 덕담으로 들려주고 싶다. 새해가 시작된 지도 2주가 지났다. 캘린더 숫자의 시간은 흘러가는데 나는 어제와 같은 인간이고 일상은 지난해나 올해나 비슷하다. 청소년 시절에는 작가가 되겠다고 등용문을 두드리는 일부
‘움푹 꺼진 박에 원숭이가 손가락을 펴면 손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파고 바나나를 넣은 다음 나무에 묶어둔다. 나무에서 내려온 원숭이가 박 안에 있는 미끼 냄새를 맡고는 손을 넣어 움켜쥔다. 그때 사냥꾼들이 나타난다. 주먹을 펴고 미끼만 놓아버리면 손을 뺄 수 있는데, 욕심 많은 원숭이는 미련하게 바나나를 움켜쥐고 있다가 잡히고 만다.’ 전설 같은 고대의 ‘원숭이 사냥법’이에요. 원숭이가 사냥꾼의 속임수에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다른 원숭이들이 교훈을 얻는다면 같은 속임수는 통하지 않을 텐데요. 안타깝게도 원숭이라는 동물의 지능은 그 한계를 넘지 못한다네요. 역사에도 전설 같은 게 있어요. 플러스 게임을 하지 않고 어리석은 마이너스 게임을 하다가 망한 이야기가 고비마다 수두룩하지요. ‘원숭이 사냥법’ 얘기와 ‘뺄셈정치’의 공통적 본질은 바로 탐욕이에요. 탐욕이 앞서는 눈으로는 한 치 앞도 못 보게 되는 법이지요. 오는 3월 8일 전당대회를 앞둔 집권당 국민의힘의 당 대표 선거전이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있군요. 온통 당심 지지율 수위급에 있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출마 여부 문제가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네요. 그런데 ‘친윤(친윤석열)’이니 ‘반윤(반윤석열)’이
1. 몇 년 전 텍사스에 교환교수를 다녀왔다. 오스틴 북쪽, 집 근처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장애인 주차장의 승용차 뒷범퍼에 이런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DISABLED & PROUD’. 장애가(부끄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미국의 빈부격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레이건 집권 이래 30년 이상 가혹한 신자유주의적 수탈을 통해 재화가 극단적으로 최상층에게 쏠렸다. 경제학자 피케티가 주도하는 《세계불평등보고서(World Unequality Report)》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전체 가구 순자산에서 상위 10퍼센트가 차지한 비중이 70.7퍼센트다. 반면에 하위 50퍼센트는 고작 1.7퍼센트에 불과하다. 불법이민자, 사회적 약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무덤 위에 쌓아 올린 바벨탑이다. 인종차별과 총기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암종(癌腫)이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이 나라가 부러운 것이 있었다. 주눅 들지 않는 장애인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존재를 별나게 바라보지 않으면서도 법적, 제도적, 문화적으로 최우선시하여 배려하는 사회적 합의였다. 2. 새해 이튿날 아침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동
착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악을 행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제심이 중요하다. 그 자제심은 되도력이면 일찍부터 습관을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 어릴 때부터 그것이 몸에 배여 있으면 우리의 덕행은 견고한 것이 될 것이다. (노자) 언어에 의한 해독은 명백하다. 우리가 우리의 언어에 의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눈앞에서 보지 않는다 해도 그 해독이 큰 것은 마찬가지이다. 총에 맞은 상처는 나을 수 있지만, 언어에 의한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는다. (페르시아 격언) 사람들이 그처럼 매혹되어 있는 모든 것,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그처럼 골몰하고 있는 것, 그러한 것은 그들에게 아무런 행복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골몰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 갈망하는 것 속에 자신들의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손에 들어오자마자 그들은 다시 안절부절못하고 아직 손에 넣지 못한 것을 바라며 남들이 갖고 있는 것을 부러워한다. 마음의 평화는 헛된 욕망의 충족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 같은 욕망을 버림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면, 그러한 헛된 욕망을 만족시키
함흥은 동해안에 위치한 화학공업도시이다. 흥남은 함흥에서 남쪽으로 12km 떨어져 행정구역상 함흥시 흥남구역에 속한다. 함흥은 1416년 함주라는 함자에 흥하라는 의미에 함흥이라는 지명을 가졌고, 흥남은 1927년 질소비료공장이 생기면서 함흥에 남쪽이라는 의미에 흥남이라는 지명이 새로 태어났다. 함흥은 조선시대 함경도 행정중심지로 조선을 일으킨 전통적인 도시이며 흥남은 일본인 노구치 시타가우(野口遵)에 의해 생겨난 근대적 도시다. 1943년기준 함흥인구는 12만명, 흥남인구는 16만명으로 1960년 함흥-흥남이 통합하면서 평양 다음가는 제2도시로 부상했다. 함흥면적(2003년기준)은 556㎢이며 현재 인구는 83만7000명(2013년 기준)으로 추정한다. 함흥-흥남 행정구역은 분리와 통합을 거치면서 변화되었다. 물의 길을 보면 랑림산맥과 함경산맥에서 발원하는 물줄기는 성천강으로 흘러들어 함흥평야를 적신다. 성천강과 호련천 물줄기는 경흥천, 금사천 등 지류와 이합집산 하면서 큰 물길로 동해로 흐른다. 풍부한 강수량과 교통의 편리함, 지하자원은 함흥-흥남이 화학공업도시가 된 이유이다. 반룡산(동흥산)은 꿈틀거리는 용의 형상으로 성천강과 호련천 사이에 걸쳐 있고…
인천, 경기, 서울 수도권 일대에 깡통빌라 전세사기를 당한 청년세대의 울분이 가득하다. 아파트 값 폭락에 따른 2030세대의 격한 분노와 뒤엉켜 비명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종자돈을 털린 성난 청년의 한숨 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듯하다. 신속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사기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살아가는 게 즐겁지 않을 것이다. 위험한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사기범죄 1위인 나라, 서민의 등을 쳐 잇속을 챙기는 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사회다.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연실 같은 희망조차 가질 수 없을까봐 두려워진다. 2, 3년 전부터 ‘빌라 왕’ 전세 사기 행각이 알음알음으로 전해졌었다. 행정, 입법, 사법 당국은 두 손 놓고 있다가 이제야 관심을 갖는 제스처를 취한다. 서민 경제사범 행위는 조직화, 지능화되고 있는 데, “각자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이제야 야당 국회의원 일부가 제도개선 법안을 발의했다. 국토부도, 경찰청도 뒤늦게 나서는 모양새다. 관련 협회도 뒷북을 치며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2017년, 2018년부터 일부 언론이 사이렌을 울렸다. 탐사보도가 뒤를 이었다. 행정 당국이 안이하게 대처해 일을 키웠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친다. 슬기로운 사람이나 그런 공부에 대해 얘기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어구(語句)다. 우리 속담(俗談)이라고도 하고, 문자 속 좀 든 이는 선비의 속성(屬性)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해다. 속담처럼,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다. 이 말의 전파력과 매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속담이 아니다. 첫 번째 오해다. 또 하나는 공부하는 사람을 뜻하는 우리말 선비를 한자 士(사)로 추측해 ‘하나(一) 들으면 열(十) 안다는 데서 온 말’이라고 푸는 오해다. 개연성(蓋然性)도 있고 멋진 센스의 추리지만, 어원인 갑골문을 보면 그렇지 않다. 士는 감옥을 지키던 벼슬아치의 도끼 그림이다. 인터넷 페이지의 글. ‘속담에 하나 들으면 열 안다는 말 있잖아요? 한문으로는 어떻게 표현하나요?’ 어떤 이가 ‘문일지십(聞一知十)이란 사자성어가 있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익숙해져서 우리 속담으로 아는 것이다. 들을 문(聞), 귀 이(耳)자가 뜻 짐작을 돕는다. 의미요소다. 소리 담은 門(문 door)은 소리요소다. 신문사(新聞社) 할 때의 聞이다. 한자 구성 중 뜻과 소리의 짜임인 형성(形聲)문자다. 속담도 일(一)과 십(十) 선비론도 오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