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좀 있으세요? 물이 차가운 것 같아요. 라면만 드시지 마시고 이제 식사도 하셔요. 우리가 살다 보면 이렇게 어려울 때도 있잖아요. 이 분도 저처럼 어려울 때가 있겠구나 싶어서…. 사는 게 힘들어 자칫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던 홍씨는 주민센터에서 1인 가구 및 위기 가구를 담당하는 주무관의 따뜻한 도움에 힘을 얻어 주민센터를 찾아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는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요금 미납으로 휴대폰 착발신이 금지돼 연락이 닿지 않은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의 핵심은 5만원이 없어서 지금 핸드폰이 안되기에 타인의 전화기를 빌려서 통화한다는 말이었다. 극한 상황을 예감한 담당 공무원은 일단 휴대폰 정지부터 풀고 급한 일을 해결하라며 더 이상 이유도 묻지 않고 5만원을 입금해줬다. 며칠 후 그녀는 주민센터를 찾아와 “아무 의심없이 5만원을 선뜻 내줘서 감사드린다”며 “덕분에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30여년을 서울 신당동 일대의 식당과 궂은 일로 힘겹게 살아왔지만 최근엔 실직으로 인해 마땅한 수입이 없어 밀린 월세와 끼니조차 때우기가 어렵다는 속사정을 털어 놓았다. 해당 주민센터의 주무관은 그의 어려운 상황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며 힘을…
갈등과 분열로 얼룩졌던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은 찾아왔다. 비록 거리에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 서로 나누는 카드는 줄어 들었지만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사랑의 의미’를 되살리며…. 국민들은 올 한 해가 무척 힘든 해였다. 주요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곤두박질쳤고 그 결과 청년과 노인, 저소득층 등 경제적 약자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특별히 어느 해보다 온 국민이 정치, 경제, 안보로부터 받은 불안과 상처, 분노를 겪었다. 그러기에 올 성탄엔 따스한 위로와 축복·용서와 반성이 더 넘쳐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사실 성탄절은 종교와 무관하게 거의 전 세계인의 축제처럼 된 지 오래다. 이슬람 국가에서 조차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선물을 주고 받으며 캐롤송을 부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가 스스로 자신을 낮춰 인간으로 오신 사건을 기념하는 날’ 보다 가족끼리, 친구와 연인 등 소중한 사람들이 서로 감사한 마음을 나누는 날로 더 인식되는 성탄절. 우리라고 예외는 아닌 듯 싶다. 그 이면엔 성탄이 모든 사람에게 주려 했던 의미 보다 생활의 팍팍함이 주는 의미가 더욱 크게 자리잡고 있어서일 게다. 따라서
하이힐 /서일옥 어느 겨울 받아 든 출생의 운명처럼 가도 가도 높고 가파른 하이힐이 여기 있다 찬바람 무찌르려고 찬바람 허리에 감고 세상은 목마르고 뜨거운 사막이었다 그 길을 여자 하나가 절며 걸어간다 똬리 튼 파충류처럼 맹독의 입술을 하고… 하이힐은 여자의 자존심이다. 높고 뾰족할수록 꼿꼿해지는 자세,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풍긴다. 어느 날 여자가 하이힐을 신고 나서는 건 찬바람만을 무찌르기 위한 수단은 아닐 것이다. 뜨거운 사막을 건너가는 목마른 세상을 향해 ‘나는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일 수도 있다. 바닥을 기어가는 한이 있어도 꼿꼿이 머리를 치켜들고 가는 뱀의 당당함으로 하이힐은 높고 위대하다. 빨간 하이힐에 빨간 립스틱, 그건 도발이고 극복이며 맹독이고 입술을 깨무는 뜨거운 눈물이다. 몇 번이고 쓰러지려는 좌절을 몇 번이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여자의 무기는 웃음도, 나약함도 아니라는 수천 번의 다짐이다. 하이힐은 그걸 신는 사람의 내일이다. /이기영 시인
서울시교육청 인가를 받고 출범한 다산연구소가 마침내 서울 서소문 시대를 마감하고 경기도로 둥지를 옮겼다. 창립 15년 만에 제 자리에 왔다.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광역자치단체에 걸맞은 행보다. 지난달 수원 출신 김봉균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실학연구 및 진흥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돼 길이 열렸다. 지난 16일 수원시 팔달구 경기문화재단에 입주했다. 다산연구소는 다산 정약용의 사상과 가르침을 오늘에 되살려 선진 사회 건설을 위한 제도개혁의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고 국민 의식 개혁을 이끌어 내고자 2004년 출범했다. 다산연구소를 창립 당시부터 주도하고 있는 박석무 이사장은 “다산의 유적지·생가·묘소·기념관·박물관 모두 경기도에 있고 그가 설계한 화성은 수원에 있다”며 “다산의 출신 지역에 자신이 설계한 화성으로 돌아온 다산연구소는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정성과 열성으로 다산을 연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가 조찬 강사로 나선 도 단위 기관단체장 모임인 기우회(畿友會)나 경기언론인 클럽에서도 화성과 연관이 깊은 다산을 이야기하며 경기도로 옮기고 싶은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위대한
중소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 한분이 본인 회사에 가지급금이 있는데 세무조사 받게 된다면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생각돼 걱정이 너무 된다고 상담차 찾아왔다. 그 분에게 인정이자는 내야하지만, 회사가 계속 운영되고 대표를 유지하고 있으면 바로 대표자상여로 소득처분 되는 것은 아니라고 위로하면서 중장기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 준 적이 있다. 가지급금이란 실제 현금 지출은 있었지만 거래 내용의 증빙이 없어 처리되는 임시가계정이다. 회사를 운영하다보면 거래처와의 관행을 무시하지 못하고 리베이트를 돌려주거나, 사례비나 접대비를 과도하게 쓰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표이사나 회계담당자가 증빙 없이 현금을 인출하거나, 임원이나 직원의 횡령이나 불투명한 거래가 있는 경우에도 가지급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세무당국이 주시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세법상으로도 가지급금에 대해 불이익이 있다. 가지급금을 법인이 대표이사에게 빌려준 금액으로 보아 4.6%를 인정이자로 가산해 법인세를 과세하게 된다. 가지급금의 귀속자를 밝힐 수 없는 경우에는 대표이사가 가져간 금액으로 보아 상여로 처분 되어 소득세와 4대 보험료가 높아져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법인에 채무가 있는 경우 이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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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열린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경기도교육청 독립운동사 교육 활성화 조례안’이 통과됐다. 이 조례안은 기획재정위원회 신정현 의원(고양3, 더민주)이 전국 최초로 발의한 것으로 2020년 1월에 공포, 시행된다. 조례안은 경기도 학교에서 독립운동사 교육을 활성화하고 지원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독립운동사 교육 활성화 계획의 수립·시행’, ‘독립운동사 교육 지원 협의회의 구성·운영’, ‘다양한 독립운동사 교육 활동’, ‘유관기관과의 협력’, ‘관련 사업의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 조례안을 발의한 신정현 의원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독립운동가에 대한 원색적 조롱이 오가고 독립운동행위를 이슬람국가의 테러와 동일시하며 성노예 할머니들에게 자발적 매춘부라고 비난하는 글들이 횡행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사실이다. 올해 친일 미화 논란을 불러일으킨 ‘반일 종족주의’란 책은 한국에서 20만 부, 일본 10만 부 이상이 팔렸단다. 역사를 왜곡한 콘텐츠들도 SNS를 통해 널리 유포되고 있다. 이를테면 3·1운동과 독립운동을 폭동이나 테러로, 김구·홍범도·김좌진·안중근·윤봉길·이봉창 선생 같은 독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취할때에도 예의라는 것이 있다. 내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그대들을 양식으로 이용해 미안하지만 이해해달라, 뭐 이런 최소한의 동의를 구하는 행위 말이다. 미국대륙의 원(原) 주인으로, ‘체로키 인디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사냥을 할때도 법도가 있었다. 꼭 필요한 만큼만, 그것도 병이 걸리거나 열등한 순서로 잡는다. 좋은 유전자를 살려 종족 보존에 지장이 없게 하겠다는 ‘친자연 사냥법’이다. 필요없는 생명까지 취해 쟁여놓는 짓을 하면 안된다는 불문율이다. 삶을 대하는 자세로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그나마 인간을 다른 동물들보다 조금 상위에 놓을 수 있는 드문 이유를 지닌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다른 동물들도 꺼리는 저급한 짓을 백주대낮에 버젓이, 그것도 경기도에서 자행해 충격이다.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민특사경)이 무더기로 적발한 잔인무도한 행위는 이렇다. ▲다른 개들이 지켜보는 바로 앞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 ▲무허가로 반려동물을 번식시켜 판매 등이다. 명백한 동물관련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잔인한 도살’은 일본제국주의가 우리 민족에게 벌인 만행과 겹쳐져 치가 떨린다. 지난 2월부터 12월까지 민특사경은 59개 업체 67건
아언각비(雅言覺非)는 다산 정약용이 1819년에 펴낸 우리말 연구서이다. 이 책은 우리말 중에서 잘못된 연원을 따져서 백성들의 언어생활을 바르게하기 위하여 이치에 맞지 않고 와전된 말들을 찾아 그 잘못된 뜻과 확실한 용례를 들어 설명한 국어책이다. 아언각비(雅言覺非)는 3권 1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산이 긴 유배생활을 마치고 양주의 집으로 돌아온 이듬해에 펴냈으니 지금부터 200년 전이다. 아언(雅言)이란 말은 논어의 술이(述而)편에 나오는데, “공자께서 평소에 하신 말씀(子所雅言)은 시와 서(詩書)이며 몸가짐과 행동은 예를 지키는 것(執禮)이었으니 이 모두가 평소에 하시는 말씀(皆雅言也)이다”라고 하였다. 당나라 때 유학자 공영달은 이 ‘아언(雅言)’이란 말은‘바른말(正音也)’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말은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에 ‘백성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말’이라는 뜻이니 오늘날‘표준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뜻에 비추어 ‘아언각비(雅言覺非)’는 일반 백성이 쓰는 언어가 이치에 맞고 뜻이 올바르게 소통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그 잘못된 것을 깨우쳐야 한다는 뜻으로 지었음을 제호(題號)에서 보여주고 있다. 제1권에 소개된…
오래 전 언론사 미국특파원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가족과 함께 스키장에 갔는데, 거기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앞을 볼 수 없는 여자 시각장애인이 스키를 타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스키를 탈 수 있을까? 두 명의 도우미가 양팔을 부축하면서 그녀의 스키 타기를 돕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내게는 그 장면이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왔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그랬다면 어땠을까. 필경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앞도 못 보는 주제에 별 걸 다 한다’는 식의 핀잔을 듣지 않았을까. 그 후 한국에 와서 나는 비슷한 광경을 부여 낙화암에서 볼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 다섯 사람이 인솔자의 안내로 낙화암에 올라 관광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관광을 했을까. 손으로 바위를 만지기도 하고, 정자에 앉기도 했다. 그들은 손으로 낙화암을 보았고, 마음의 눈으로 낙화암을 감상했다. 나는 이 광경을 보는 순간 다시 한 번 그들에 대한 연민의 정과 함께 가슴 속에서 무언가 뜨겁게 북받쳐 오름을 느꼈다. 그것은 저들도 나랑 똑 같은 존재라는 각성이었다. 그렇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도 정상인과 똑같이 스키타기와 관광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