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우리사회의 분열상이 도를 넘는 느낌이다. 여야 정치권의 이해득실 계산이 앞서다 보니 상반된 결론이 나오고 이에 대한 합리적 해결책도 기대하기 어려운 듯하다. 생뚱맞게 후쿠시마 오염수와 북한 핵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핵 오염 수 방류에 그렇게 불안해하면서 북이 갖고 있는 핵무기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태연한 정치지도자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북한핵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지는 않는지, 대응책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보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함을 기본적 책무로 하는 정부의 기능에서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은 최상의 위치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의 발언이나 장차관인사에 임명되는 인물 성격 등을 볼 때 정부의 대북인식이나 정책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전임정부와의 차별성,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북한의 선의를 믿고 끌려 다니며 가짜평화로 국민들을 현혹시켰다’는 주장을 한다. 그럼 역으로 북이 악의를 품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미국의 확장억제력, 전략자산으로 선제타격, 원점타격으로 북한을 붕괴시키면 된다고 주장할 것인가. 물론 한미
장마가 이미 시작된 시점에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장마철 반지하 침수방지시설 지원 사업이 소걸음이다. 도의 우기 안전사고 예방 현장점검 결과도 지적사항이 쏟아졌다. 잠시 주춤했던 장마가 다시 시작됐다. 제주도 부근에 머물던 장마전선이 내륙으로 북상해 수도권에 최고 150㎜가 넘는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고됐다. 우선순위를 정해 방책을 서둘러야 한다. 철저한 예찰 활동과 비상 대피 시스템도 재점검하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지난 1일 현재 경기도 내 반지하 주택 4588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반지하 침수방지시설 지원 대상 중 약 45%가량이 미설치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침수방지시설은 빗물이 대문·창문 등을 통해 주택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물막이판’과 빗물이 우수관에서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류 방지기’가 있다. 이 시설은 반지하 주택의 침수 속도를 효과적으로 지연시켜 거주자가 방어 및 탈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수방지시설 지원 사업이 더딘 주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도의 대책에 따라 각 시·군은 관련 사설 업체와 계약을 맺고 설치를 진행 중인데, 발주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재고 물품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가 더 뚱뚱하다 1520년, 600여 명에 불과했던 스페인 군대는 2000만 인구를 거느린 아즈텍 문명을 전멸시킨다. 총보다 무서운 전염병이 거대한 문명이 무너진 결정적 이유였다. 100년간 약 1800만 원주민의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균, 하지만 스페인 정복자들에게는 어떤 해도 입히지 않았다. 균(菌)은 우리의 적일까? 친구일까? ‘마이크로바이옴’은 세균, 진균, 박테리오파지, 원충, 기생충 등 미생물 집단과 그 부산물 등을 포함하며, ‘마이크로바이오타’는 미생물 집단만을 말할 때 사용한다. 사람은 호흡하고, 밥 먹고, 운동하고, 잠자는 모든 활동 속에서 미생물과 함께 한다. 생로병사의 열쇠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수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그리고 신생아의 감염 건강한 어머니의 자궁 안과 태반은 무균상태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기에 자연분만으로 태어나는 건강한 아기는 출산 전까지 무균상태로 성장하고, 출산 중 어머니의 질에서 미생물에 처음 피폭된다. 그 과정에서 아기에게 처음 자리 잡는 미생물은 유산균(젖산균)이며,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생물들이 자리…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무대포로 나오는 배우가 “난 무조건 한 놈만 팬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비록 여러 상대에게 집단공격을 당할 수 있지만, 어느 놈이든지 걸리는 한 놈만 패면 누가 선택될지 몰라 여럿임에도 섣불리 공격하기가 어려워진다. 그게 무대포 정신이란다. 그런데 그 정신이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이 최근의 우리 언론이다. 권력은 권력끼리 상호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을 이루라는 삼권분립의 정신이 무너지자 국민으로부터 제4부로서의 권한을 위임받고 권력을 감시하라는 특권 속에서 언론은 탄생했다. 언론의 철저한 원칙은 공정 보도와 진실 찾기이다. 오늘의 민주주의가 실현되기까지 과(過)도 있었지만,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한 언론의 공도 크다. 그들이 감시할 권력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나눠진 삼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나칠 정도로 권력 감시가 입법부에 집중되고 있다. 한 놈만 패고 나머지 권력과는 밀착하는 모습이다. 언론이 입법부의 구성원인 정치인들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의 문제와 직결되는 곳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이다. 그러나 언론은 이들의 권력 이탈과 남용에 대해서는 단편적이고 표피
개화기(開化期)에 우리가 만난 민주주의는 서양의 데모크라시(democracy)를 일본이 번역한 정치용어다. 먼저 해외 문물(文物)을 받아들인 그들의 노고의 결과인 것이다. 철학(哲學 philosophy) 과학(科學) 자아(自我 ego) 신문(新聞) 방송(放送) 등 개념어들의 ‘출생’의 내역과도 같다. ‘선거로 뽑은 사람에게 정치를 맡기는 제도’인 데모크라시는 그렇게 우리의 ‘민주주의’가 됐다. 번역자(일본)는 멋을 좀 부려 민주주의(民主主義) 즉 시민(백성)이 주인인 제도라고 이름 매겼다. 비슷한 말 같지만 뉘앙스(어감)를, 그 차이를 살필 일이다. 우리 마음속 민주주의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데모크라시)에 대한 ‘뒤집어보기’겠다. 일부 신문이 정부발령 인사(人事)를 보며 ‘(모두) 윤심만 살피지 않겠나’고 지적한 것을 보고 ‘윤심민주주의’란 말을 떠올렸다. 정부 여당이 ‘윤심’만 좇는다면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자유’(의 실체)는 ‘윤심’이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민주주의나 정의를 세우기 위해 피땀 바친 선각(先覺)들의 그 ‘민주주의’는 앞에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비로소 의미가 되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대적인 개
상갓집에서 문상하고 오는 것만이 이별은 아니다. 김수영은 어느 날 잘 나가는 소설가와 탐탁지 않은 모습으로 헤어져 돌아오다 교통사고를 만나 세상을 떠났다. 시골 처녀가 도시의 공장으로 가서 돈을 벌기 위해 부모 몰래 가출한 것도 이별이고, 아르바이트해서라도 공부를 하겠다고 가족 곁을 떠나는 것도 이별이다. 그녀의 심장 수술 뒤, 저런 병이 있으니 내가 결혼하여 끝까지 지켜주는 게 사랑이라고 다짐했던 첫 직장 애인은 끝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 뒤 무심히 정들어 아흔 살까지는 살 것 같았던 가족도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떠나는 이별도 경험했다. 주위에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며칠 밤을 설치게 된다. 후덕하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세월도 보낼 만큼 보냈다. 남 앞에서 수필창작을 위한 강의를 하면서 문학과 삶을 이야기하는 동안 가난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어쩌고… 하면서 인생 학위 논문이라도 지닌 듯 말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그 모두가 이별하는 과정 속의 일이요 바람과 구름이 지나가는 소리였으며, 잠시 머무는 형상이었다. 그런데도 영혼의 이웃 같고 인문학적 혈액형과 정서적인 칼라가 닮은 친구가 입원한다면 남의 일 같지 않다.…
경기도가 다양한 저출생 대응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최초로 도입하기로 한 ‘위기 임산부 핫라인’ 설치가 솔깃하다. 저출생에 의한 인구절벽으로 불투명한 국가사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먹구름을 드리운 시절에 부모가 낳은 자식을 제 손으로 살해하는 끔찍한 소식은 참담한 사회병리 현상이다. 위기에 처한 국민에게는 쉽게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성능이 확실한 비상벨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 ‘위기 임산부 핫라인’의 소중한 성과를 기대한다. 경기도가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을 계기로 발표한 ‘위기 임산부 핫라인’은 군포시와 용인시에 있는 미혼모자기본생활시설에 24시간 핫라인을 개설하는 개념이다. 시설에는 위기 임산부를 전담하는 사회복지사를 1명씩 배치, 핫라인 상담을 통해 위기 임산부 여부를 판단한 뒤 기형아 검사 등 산전 검사와 심리·정서 치료를 지원한다. 위기 임산부는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편견 등으로 임신중절·유기·입양 등의 방법으로 출산·양육을 포기하고자 하는 임산부를 일컫는다. 도는 위기 임산부가 미혼모자기본생활시설을 임시 숙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출산비·양육 용품 지원, 주거·긴급복지 등 공적 지원, 미혼모자·아동보호시설 등과의 지원체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