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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끔찍한 시흥 살인사건…강력사건 대비책 재점검을

외국인 포함, 우범자 예찰 시스템 수준 향상 절실

  • 등록 2025.05.21 06:00:00
  • 13면

경기 시흥에 위치한 편의점과 체육공원 등에서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흉기로 상해를 입힌 이른바 ‘시흥 흉기 사건’은 강력사건 예방에 취약한 치안시스템의 허점을 다시 한번 노정했다. 시흥시에서는 지난 2월에도 한 남성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복형제인 친형과 편의점 알바 여성을 잇달아 살해하는 강력사건이 있었다. 사건 발생 이후 범인을 신속히 검거한 일을 시비할 이유는 없으나 허술한 우범자 예찰 시스템 등 강력사건 대비책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방’이 ‘검거’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


19일 오전 9시 34분쯤 중국 국적 50대 남성이 시흥시 정왕동 소재 편의점에서 점주인 6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21분 최초 범행이 있던 편의점에서 1.3㎞가량 떨어진 한 체육공원 주차장에서는 70대가 복부를 흉기로 찔려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범인을 체육공원 피해자 주택의 세입자인 중국동포 차철남으로 특정해 수배 전단을 배포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편의점 CCTV 영상을 확인했으나, 영상이 흐릿해 용의자가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 외에는 신체적 특성이나 옷차림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범행 현장 인근의 CCTV를 확인하던 중 사건 당시 편의점 앞을 지나던 승용차를 용의차량으로 판단, 차적 조회를 통해 차주의 신원이 중국동포 50대 차철남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차 씨의 주소로 찾아간 경찰은 집 안에서 2구의 시신을 차례로 발견했다. 시신들은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난 것으로 추정됐으며, 타살 혐의점이 확인됐다. 차철남의 집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두 사람은 서로 형제 사이인 중국동포로 추정되고 있다. 차철남은 범행 직후 자전거를 유기한 장소로부터 약 300m 떨어진 시화호수 1로 노상에서 사건 신고 약 10시간 만인 이날 오후 7시 24분께 검거됐다.


시흥경찰서로 압송된 차 씨는 살인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저한테 돈을 꿨는데 그걸 12년씩 갚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흥에서는 지난 2월에도 살인사건이 발생했었다. 경기도 시흥시 거모동에서는 한 남성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복형제인 친형을 살해하고 인근 편의점에서 20대 알바 여성을 잇달아 살해하는 강력사건이 일어났다. 


동기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주민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생활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 등 흉악한 강력사건은 일순간에 공동체 구성원 삶의 질을 형편없이 떨어뜨리는 변고다.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온통 범인 검거에만 몰두하면서 예방과 재발 방지책에 관해서는 관심을 별로 기울이지 않는다. 강력사건에 대해서 대다수는 ‘강력한 처벌’을 가장 유용한 범죄 예방책으로 거론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은 교묘한 범죄 수법만 낳을 뿐 범죄 예방 효과는 현실적으로 거의 검증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다. 


CCTV 설치가 기하급수로 늘어나면서 사건 후 범인을 검거하는 데는 획기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범법 가능성이 높은 우범 인물에 대한 예찰에는 거의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인권침해 논란과 예산 타령을 넘어 냉정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 환경 속에서 범행이 우려되는, 이상행동을 하는 우범자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와 추적관리와 분석 같은 예방 시스템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비극을 막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다소 과하더라도 무고한 시민이 졸지에 죽고 다치는 일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게 훨씬 더 가치 있는 일 아닌가. 살인사건 범인을 빨리 잡아내는 경찰의 노고는 얼마든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사건 발생 예방 활동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일하다가, 길을 가다가 느닷없이 희생되는 이웃을 ‘개인적 불운’으로만 치부하고 살아가는 사회의 ‘야만성’을 이제는 충분히 부끄러워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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