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청와대에서 종이 커피잔을 들고 참모들과 산책하는 모습이 뉴스에 방영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리고 커피가 음료 이상의 기능을 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곧바로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선 ‘문 블렌딩’이 인기를 끌었다. ‘문 블렌딩’은 스스로 커피를 타서 마시기를 좋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블렌딩 방식이란 것이 알려지며 붙여진 이름이다. 이 커피 배합 방식은 좀 특이하다. 4:3:2:1(콜롬비아, 브라질,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순) 비율이다. 컬럼비아의 시고 달콤한 맛, 브라질의 마일드하고 구수한 맛, 에티오피아의 감칠맛·쓴맛, 과테말라의 시고 스모키한 맛이 섞여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오묘한 맛을 창출하는 것이다. 중남미와 아프리카까지 어우러졌으니 어련하지 않을까. 호사가들은 이를 황금비율이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커피 전문점에도 등장, 찾는 사람들이 늘기도 했다. 사실 커피는 블렌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변한다. 특성이 다른 2가지 이상의 커피를 혼합하여 새로운 향미를 가진 커피를 창조해내기 때문이다. 최초의 블렌딩 커피는 예멘의 모카커피와 인도네시아 자바커피를 혼합한 소위 ‘모카 자바’ 커피라고 전
능선과 코스모스 /이정임 철로 아래 막 터지는 코스모스 사이를 폴짝 폴짝 뛰어넘는 시간들이 와르르 자빠지고 있다 내부로 몇 발작 들어왔을까 코스모스 빨간 꽃 하나가 방주(方舟)만큼 커 보인다 내가 가득히 들어앉았다 이정임 시인이 바라보는 곳에는 항상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삶의 굴곡이자 문턱이었고, 고통과 불행,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울음들이다. 이 시도 마찬가지다. ‘바라봄’과 ‘깨달음’이 중의적으로 교차한다. 시인은 늦은 여름, 철로 아래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코스모스’를 바라본다. 그는 코스모스를 “폴짝 폴짝 뛰어넘는 시간들”로 비유하면서, 꽃잎 하나하나에 묻은 시간의 개별 흔적들을 살핀다. 먼지 하나에도 우주가 담겨 있다는 법어(法語)마저 연상된다. 이 시의 속뜻은, 빨간 코스모스 한 잎이 ‘방주(方舟)만큼 커 보인다’는 문장에서 시작하고, 그 방주 속에 시인 자신이 가득히 들어앉았다고 고백하는 문장에서 절정을 이룬다. 코스모스와 우주, 그리고 우주를 가득 유영하는 시인의 ‘바라봄’은 크고 맹렬하기만 하…
‘맨 처음 일을 벌여 놓은 사람이 그것을 풀어야 한다’라는 뜻을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들 한다. 결(結)이란 끈으로 매는 것이고, 묶은 끈을 푼다는 것이 해(解)이다. 우리네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사에 이리저리 얽히기(結)시작하지만 죽을 때에는 그 모든 것을 풀고(解之) 가야 한다라는 의미이기도하다. 세상사, 모든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 사이에 이리도 저리도 얽히고 설키어 있으니, 너와 내가 얽히고 상하가 얽히고, 과거와 현재가 얽혀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關係(관계)라는 단어에도 ‘실사(絲)’가 들어 있듯이 사람들은 이러한 끈으로 서로 얽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인간사는 인맥·혈연·지연·학연 등으로 그물처럼 얽히고, 실타래처럼 설켜있고 그물의 한 가닥처럼, 금전적 이익이며, 이해득실로, 이해관계로, 삶 자체가 복잡히 얽혀 이어짐 이니 불가(佛家)에서 말한 인연(因緣)이란 말로 표현해도 좋을 듯 싶다. 옛날 복희씨는 괘를 만들고 여러 괘 중 離卦(이괘)의 상에서 착안하여 그물을 만들었다. 이에 공자께서는 계사전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끈을 매듭지어서 그물과 덫을 만들어서(作結繩而爲網) 짐승을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으니(以田以漁) 대개 離
2차 북미 정상회담 마지막 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두 정상이 ‘하노이선언’에 서명하기로 약속한 날 일주일 전부터 막바지 의제 실무협상이 진행되며 ‘접점’을 찾은 것으로 관측됐기에 사상 초유의 정상회담 결렬 사태 충격은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이번 비핵화 담판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장면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그는 북한대사관 방문 이후 약 24시간을 숙소에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을 8개월 만에 만나러 가는 길에 자신의 차에서 담배를 물었다. 원탁에 나란히 앉아 덕담을 주고받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는 차에서 담배를 피웠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이러한 북미, 회담 결렬은 국제여론이 감정싸움 아닌 치열한 프레임 싸움이라고 보고 있다. 회담 결렬의 책임을 회피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하기 위해 프레임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28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마무리 되자 전격적으로 심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제재의 전면 해제가 아니라 ‘
올해 들어 사실상 폐업 상태였던 국회가 정상화 계기를 마련했다. 자유한국당이 4일 3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내기로 하면서 국회 파행 국면은 가까스로 봉합됐다. 이날 오전 한때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걱정이 컸지만 다행스럽다. 무소속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야당의 청문회 개최 요구 등 남은 쟁점의 추가 조율이 원만히 마무리돼 조속히 세부 의사일정 합의까지 이뤄지길 바란다. 국회가 그간 보인 행태는 민심의 기대와는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지난해 말 본회의 이후 2개월 이상 국회가 문을 닫은 바람에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은 쌓여만 갔고, 갈등의 용광로 역할을 해야 할 국회에서 조율해야 할 쟁점 현안들은 방치되어 갔다. 뒤늦었지만 국회가 정상화된다면, 의원 모두가 밤을 새운다는 각오로 밀린 숙제 처리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시급한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유치원 개학연기 투쟁이 시작됐지만 정부와 한유총 간 대립으로 해결의 돌파구는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서는 ‘유치원 3법’의 조율에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난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우리 수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하자 정부가 수출 활력 정책을 내놨다. 무역금융을 늘리고 수출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들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런 무역금융 확대가 수출기업들에 도움은 되겠지만 가팔라져 가는 수출감소세까지 되돌릴 수 있을지는 선뜻 장담하기 어렵다. 글로벌 무역환경이 여의치 않은 데다 중국 등의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 제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악화한 탓이다. 그러자 정부는 무역금융 규모를 당초 목표보다 3조 원을 추가한 235조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보다는 15조3천억 원이 늘어난 규모다. 또 유망 수출기업이 수출계약서만으로 특별보증 받을 수 있는 1천억 원 규모의 특별보증제도를 신설하고 수출채권과 매출채권을 조기에 현금화하도록 각각 1조 원, 3천억 원 규모의 특별보증제도도 새로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가 조금 부담은 되더라도 소규모 수출기업의 자금 운용상 어려움을 덜어줘 수출 활력을 높여주겠다는 취지다. 조기 현금화 지원은 실제 중견·중소기업들에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유망 수출기업이 어렵게 수출을 따냈지만, 수출품 생산 비용을 융통하기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서 계약서를 보증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비즈니스지원단’이 경기지역 중소기업의 경영애로를 해결해 주는 ‘애로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즈니스지원단’은 중소벤처기업부 각 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 배치된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관세사, 경영지도사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가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각종 경영, 기술상 애로를 상담하고 해결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업무를 개시해 2018년까지 중소기업의 각종 애로사항에 대해 96만8천865건의 상담지원을 통해 애로사항을 해결해 줌으로써 중소기업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연도별 상담 지원실적은 2009년 7만7천840건, 2014년 8만9천600건, 2018년 14만5천665건이다. 이 중 경기지역의 상담실적은 전국 대비 18%수준으로서 2018년 2만5천580건이다. 분야별 누계 상담실적을 살펴보면 창업·벤처 17만7천449건, 법무·규제 2만6천468건, 금융·환위험 10만8천633건, 인사·노무 10만7천246건, 세무·회계 10…
최근 들어 도시 발전에 중심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도심에 대한 재생시업의 일환으로 토목, 건축과 같은 물적 정비에서 벗어나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통한 구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그 지역의 스토리를 개발하여 도시재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허름한 집이 모여 있지만 이곳에다가 문화 컨텐츠를 입혀 ‘이야기의 원천’을 만들고 그 매력을 발산시키려 하는 시도이다. 각 도시마다 도시재생에 대한 노력들은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실행되어 왔다. 거기에 ‘대구(大邱)’가 있다. 대구하면 떠오르는 것은 음식으로는 ‘납작만두, ‘따로국밥’, ‘육개장’, ‘안지랑 곱창’, ‘돼지 석쇠구이’, 서문시장의 칼국수 등이 떠오른다. 그리고 ‘청라언덕’, ‘동성로’ 등이 대구 중심지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대구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이슈화된 지역 문화 콘텐츠는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이 있다. 김광석이 살았던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 거리 약 350m 길이의 벽면을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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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어 ‘모든 질병의 왕’으로 불린 결핵균이 발견된 것은 1882년이다. 치료약인 스트렙토마이신이 개발된 것은 1944년이다. 병원균이 발견되고서도 60년 넘게 인류를 괴롭혀왔고 그 피해는 거의 재앙 수준 이었다. 하지만 이는 약과다. 기원전 7천년 경 화석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인류 역사와 함께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 몰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핵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18·19세기 무렵 예술 철학 문학가들에게 ‘특별 대접’을 받는 질병 또한 결핵이었다. 천재로 알려진 쇼팽, 파가니니, 데카르트, 칸트, 스피노자, 실러, 도스토예프스키, 발자크 등이 이 병으로 사망해서다. 우리나라 천재시인 이상(李箱) 또한 그렇다. 해서 지금까지 결핵을 ‘천재의 전유물’이라는 말이 전해온다. 우리나라에선 한때 못 먹어서 생긴 병으로 여기기도 했다. 결핵균은 여간 끈질긴 게 아니다. 약을 먹으면 낫는 듯하지만 잠복해 있다 다시 발병한다. 내성이 생겨 재발하면 더 강한 약으로 치료해야 한다. 보통 1~2년, 심하면 10년 넘게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보니 영양이 넘쳐나는 요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