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인은주 행여나 업어줄까 내리막에 늦춘 걸음 저만치 뒷모습이 수풀 속에 사라졌다 실개울 건너는 순간 확 찔렸다 너에게 - 열린시학 정형시집, 미안한 연애 자꾸 뒤돌아보게 하는 시다. 쿡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럴 때 있었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혼자만의 기대에 부풀어 오를 때 빵 터지기 직전 급소를 겨냥해 콕 찌르는 찔레 가시가 있어서 다행이다. 또는 엉뚱한 일에 정신이 팔려 천지분간 못하고 앞만 보고 내달릴 때 된통 걸려 넘어지게 하는 돌부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찔리고 난 후에, 넘어지고 난 후에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우리는 다시 삶의 궤도를 수정해 가는 건 아닌지./최기순 시인…
“선생님, 어린애도 홍삼 먹어요?” “요즘은요, 알로 나오는 홍삼도 있대요” “저는 철분 먹는데?” “몰라요. 엄마가 주니까 먹어요. 그거 먹으면 똑똑해 진대요” 하물며 어린아이들까지. 눈에 좋은 약, 지방분해에 도움이 되는 약, 간 기능을 높여준다,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피부노화방지 등등. 열매나 뿌리 또는 씨앗 등에서 추출했다는, 홈쇼핑에서 동네 약국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몸에 좋다는 영양제. 하나 둘 사 들이다 보니 나 또한 하루에 먹어야 할 영양제가 한 주먹씩이나 된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하루 세 끼 밥 챙기듯 영양제를 챙겨 먹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요즘이야말로 영양제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며칠 전 들른 병원에서 광고판을 보다가 팔순의 어머니께 꼭 필요할 것 같아 ‘뇌 영양제’ 하나를 또 샀다. 설명서에는 노인의 기억력을 회복시켜주고 우울감과 불면증 등에 도움이 된다고 적혀 있었다.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신경안정제를 드시고 잠을 청해야 하는 어머니께서는 하루에 드실 약을 챙기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전이 치열하다. 현재 경기도 용인시와 이천시, 충남 천안시, 충북 청주시, 경북 구미시가 적극적인 유치의사를 밝혔다. 오는 2028년까지 120조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조성 프로젝트로서 작년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의 일환이다. SK하이닉스와 부품업체 50여 개 사가 함께 입주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써 1만여 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민들은 당연히 특화 클러스터가 경기도에 조성되길 원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이 있고 연구개발·생산시설을 구축할 수 있으며 반도체 장비부품소재 기업들이 위치하고 있다. 수도권의 우수한 인재들이 출·퇴근하기 용이하다. 경기도도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입지로 경기도가 최적지”라며 유치 지원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곳, 제일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곳, 조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곳”이 경기도라면서 도내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특히 반도체클러스터 입지는 실사구시적 입장에서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판단되고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미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수확한 첫 결실이다. 막판 노사 고위급 회의 등 2개월간 9차례 회의에서 노사가 양보와 타협을 하고 구체적 합의문까지 만든 경험은 값지다. 이익이 충돌하는 현안을 사회적 대화로 해결한 전례는 흔치 않다. 다른 의제를 다룰 사회적 대화에서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한다.이번 합의 과정은 교훈으로 기억해야 한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입법될 가능성이 컸던 탄력근로제 확대를 사회적 대화에 넘기고 진통이 이어지자 사회적 대화의 의제 채택 기준 및 효율성에 회의론이 있었다. 경영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기로 가닥 잡은 상태에서 ‘답정너’(답은 정해놨으니 너는 대답만 해)식으로 동의를 압박했다는 노동계의 불만도 상당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임금보전이나 건강권 보장에 경영계가 미온적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이 일찌감치 ‘야합’이라고 비판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입법과정에서는 주 52시간제 도입 정신을 잊지 않으면서도 탄력근로제 확대가 노사 상생으로 이어지도록 세심하게…
가정폭력은 음주, 의처증 등의 이유로 자신의 분노를 가족에게 행하는 표출적 범죄로 가족해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가정폭력 가해자는 남편·아버지인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행해지는 직·간접적인 폭력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으로도 전이(轉移)되는 등 사회에 대한 폭력으로 분출될 수도 있다. 가정폭력을 사회적 폭력과는 달리 으레히 있을 수 있는 가족 내부의 문제 혹은 개인이 해결해야 할 사적인 문제로 보려는 사회문화적 가치관은 가족 내 폭력의 문제에 관심을 덜 기울이게 하며, 가정폭력을 감추게 하려는 경향을 갖고있다. 가정폭력 중 아내에 대한 남편의 폭력은 반복적 습관적이어서 피해자는 심리적 고통뿐만 아니라 신체적 큰 부상을 당할수도 있는 위험한 문제이다. 가정폭력은 사소한 ‘남의 집안일’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숨어 인권을 짓밟는 범죄이다. 부부간 폭력은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원 모두의 공동체적 삶을 깨고 인간다운 삶을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가족원간의 범죄와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이 문제는 여성문제, 가족문제,…
새 학기가 곧 시작되는 요즘 학생들은 새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을 안고 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학부모들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하는 것은 아직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학교폭력’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제천에서 한 여고생이 친구들의 지속적인 사이버 따돌림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학교폭력을 예방·근절하고 청소년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경찰·학교 등 관련 기관들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에서는 학교마다 학교전담경찰관을 배치해 맞춤형 범죄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위기청소년들을 적극 발굴·관리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학부모·교사들에게 학기별 1회 이상(연 2회 이상)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학교폭력위원회를 개최해 가해자의 행위에 대한 징계절차를 결정하는 등 학교폭력에 대한 사후적인 예방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관련 기관들이 여러 제도·시설 등을 운영
90년 만에 복원되는 남수문은 수원천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하천의 폭과 깊이의 변화가 심해 서로 어울리지 않게 됐다. 남수문의 복원설계 과정에서 수문의 하부구조는 창건 시기가 아니라 순조 때 중창된 구조를 기준으로 했다는 아쉬움을 전편에서 이야기하였다. 이번 편에서는 남수문 남서쪽 구역의 복원이 더딘 이유와 남수문 공사에서 드러난 문제와 원형이 변형된 부분에 대해 알아보자. 수원화성 동성의 북쪽은 이어져 있으나 남쪽은 동북각루를 거쳐 산을 내려와 남수문에서 끝나고 있다. 원래는 남수문에서 남공심돈(南空心墩)과 남암문(南暗門)을 거쳐 팔달문으로 성곽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업 건물들이 들어앉아 있어 그 흔적조차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남공심돈은 남수문의 입구에서 위치하여 남수문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으며 두 시설은 서로 짝을 이루고 있었다. 남공심돈은 1930년 7월 12일 붕괴되고 주변 성곽은 이전부터 주변 상업 활성화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 지역의 복원은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1968년 12월 4일 성곽과 그 주변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 당시 팔달문 주변 성곽은 이미 없어지고 상가들이 성업 중이었다. 당연히 건물 주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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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 그 심각성에 대한 경고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지구촌 빙하 지역의 최후 보루라는 남극 대륙뿐 아니라 그린란드 빙하의 유실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져 ‘이젠 인류가 무엇인가 하기에 너무 늦었을 수 있다’는 최후통첩성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 빙하 유실 속도가 2003년 이후 4배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남극 대륙에서 사라지는 빙하의 양이 지난 40년 사이에 6배나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에 이어 과학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빙하가 유실되면서 해수면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해안을 따라 삶의 터전을 잡고 있다. 미국 인구의 절반 정도가 해안에서 80㎞ 이내에 살고 있다. 또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인구의 40%가량이 해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해수면의 상승은 곧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구촌 곳곳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
지금은 황량한 겨울이지만 며칠 후면 캠퍼스에서 상큼한 향기를 머금은 새내기로 대학의 캠퍼스가 가득할 것이다. 계절로 말하면 봄의 모습이 바로 대학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봄이 좋다. 겨울의 무겁고 매서움을 이겨낸 생기 넘치고 발랄한 젊은이를 닮은 봄이 매우 좋다.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마주하며 캠퍼스로 출근하면 많은 고객을 만나곤 한다. 나의 첫 번째 고객은 자연이다. 자연은 언제나 즐겁고 반갑게 나를 맞이하여 준다. 봄에는 푸름을, 여름에는 왕성한 열정을, 가을에는 조화로움을, 겨울에는 순백색의 깨끗한 아름다움을 제공하여 준다. 미흡함과 부족함이 있음에도 자연은 늘 있는 그대로 대해 주고 감싸주는 아주 고맙고 소중한 나의 고객이다. 캠퍼스의 또 다른 고객은 수업 시간을 같이 만들어가는 학생들이다. 살아온 환경과 경험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사고방식이나 관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이해와 소통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신나고 즐겁게 생활하는 혜택을 받는 만큼 나의 고객에게 기쁨과 신바람 나는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강의실에서 만큼은 신바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