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고자 하는 마음,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은 올해도 곳곳에서 이어진다. 세상을 밝히는 아름다운 등불, 적십자가 쉼 없이 희망지킴이로 오뚝 서가기 때문이다. 2019년 적십자 회비모금을 위한 31개 시·군 순회를 76일 만에 마쳤다. 경기도가 워낙 넓고 시군도 다른 광역자치단체보다 많아 일정을 소화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경기적십자사 회장이 기초단체장을 방문할 때 지역 적십자봉사원 임원진이 함께 자리를 한다. 1년 활동사항을 설명하면서 다양한 건의가 이뤄지고 답변도 이어진다. 1년에 한 번 이뤄지는 뜻 있는 자리다. 지난 12월 광주시를 시작으로 2월14일 이천시를 마지막으로 특별성금 모금을 마무리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치단체장들이 내는 특별성금은 상징성이 크다. 그래서 ‘특별’이라는 낱말이 붙는다. 이들 자치단체장들이 솔선하여 적십자 회비를 납부하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된다. “아차” 하고 주민들이 깜박하고 잊어버렸던 적십자 회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후광(後光)효과를 거둘 수 있길 바란다. 예전에는 대통령 명의로 적십자회비 납부를 당부하는 담화문이 거리곳곳에 붙었다. 그 후 보건부장관 명의로 담화문이 발표되더니 그마저…
찔레꽃 /안도현 봄비가 초록의 허리를 몰래 만지다가 그만 찔레 가시에 찔렸다 봄비는 하얗게 질렸다 찔레꽃이 피었다 자책, 자책하며 봄비는 무려 오백 리를 걸어갔다 - 안도현 ‘북항’ / 문학동네 누군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사람이란?” 머뭇거림도 없이 ‘가시다’라고 대답했다. “왜?”, “어찌하여?”, “무엇 때문에?”라는 되물음은 없었으나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칼을 벼리듯 각자가 가시를 품고 사는 게 사람 아니겠냐는 생각이다. 가시가 가시를 품으면 서로에게 아픔이듯, 상처 또한 각자가 품고 있는 가시만큼 씩의 흔적으로 남을 일이다. 찔릴 줄 알면서도 다시 찾아올 ‘봄비’가 기다려지는 겨울의 끝이다./권오영 시인…
자유한국당 이종명·김순례·김진태 의원의 5·18 관련 망언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이 높다. 역사적인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날조하는 허위조작정보는 독일처럼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도 많다. 독일은 나치의 지배와 유대인 학살을 왜곡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한다. 피해자의 고소와 무관하다. 독일 형법 제130조(국민선동죄)는 ‘나치의 폭력적, 자의적 지배를 승인하거나 찬양하거나 정당화함으로써 피해자의 존엄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공공의 평온을 교란한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이를 유포한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겐 삭제 의무를 부여한 뒤 이를 어길 경우 강력히 규제한다. 최대 650억 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시킨다. 그런데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한 법적 제재가 미비하다. 이번 지 씨 등의 5.18 관련 망언에도 독일과 같은 처벌과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5·18 관련 망언 뿐 만 아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와 일제강점기라는 치욕스런 역사마저 왜곡하고, ‘가짜 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조작 정보를 만들어 퍼트린다. 이른바 일부 극우·친일세력들은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거나 위안부 피해자들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논의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18일 밤늦게까지 마지막 전체회의를 했다. 2개월간 8차례 회의를 했으나 논의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이런 상황이라면 사회적 대화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경사노위가 지난해 11월 22일 사회적 대화 기구로 출범한 후 첫 의제별 위원회의 성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탄력근로제 확대는 지난해 11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에서 합의돼 연내 법 개정이 예정됐던 사안이었다. 그러다가 사회적 대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경사노위 논의를 기다렸던 것인데,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경영계의 입장은 설득력을 얻었다. 남은 쟁점은 노동자 임금손실 보전과 건강권 보장, 탄력근로제 확대 요건 완화다. 탄력근로제 시행 기간에는 초과근로시간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므로 탄력근로제 확대가 임금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노동계 입장이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과잉 근로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주 52시간의 의미가 퇴색할 것도 우려한다. 국회 입법을 앞두고 탄력근로제를 확대
세계는 거대하고 다양한 하나의 글로벌 시장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한 국가 간 무역 증대로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사회전반에 걸쳐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을 가져왔다. 이는 디지털 융합이라는 4차 산업혁명을 촉진시켰는데, 디지털 융합에 의한 시너지효과는 글로벌 시대의 촉매제 역할을 하며 디지털 경제발전을 이끌게 된다. 이러한 기업환경에서 기업들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기업은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살아남기 위해,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더욱더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이런 환경에서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대의 주요 흐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초일류 기업(world-class enterprise)은 비록 모든 사업 부문에서 ‘세계최고’는 아닐 수 있으나, 적어도 기업의 전략적 핵심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의 경쟁기업보다 우수하거나 동등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을 의미한다. 초일류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경영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경영진의 리더십을 기초로 고객의…
서울시교육청이 조직 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환영하기도 했지만, 약간의 잡음도 있었다. 그 중에 ‘선생님’을 ‘쌤’으로 호칭하라는 권고는 충격이었다. 물론 이 문제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한 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우선 교육청이 수직적이고 획일적인 조직 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여러 추진 과제를 밝혔는데 이 또한 수직적이고 획일적이라는 생각이다. 학교에서 구성원끼리 해결할 수 있는 복장 문화 등 자질구레한 것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따르라(?)는 식의 발표는 이미 교육청과 학교가 수직적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게다가 혁신을 핑계로 호칭까지 새롭게 획일화를 조장하는 것도 역시 혁신의 정신에서 멀다. 수직적 구조는 상관과 하관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상관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권력 행사를 하는 것이 수직적 구조의 본질이다. 이것을 멈추는 길은 상관의 의식이 만들어낸다. 아무리 직책이 있는 상관을 ‘쌤’이라고 불러도 그 상관이 제대로 된 철학이 없다면 해결되지 않는다. 아울러 학교의 모든 문제를 상관과 하관의 갈등 관계로만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학교의 관리자와 교사들은 서로 갈등 관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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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선 까마귀를 ‘예언의 아버지’라며 길조라 부른다. 북태평양 지역에서는 까마귀를 신화적 존재로 여기고 있다. 시베리아의 투크치족·코랴크족과 북아메리카의 북서태평양 연안 아메리카인디언들 사이에서는, 까마귀는 ‘창세신’이 변한 모습이라 하여 창세신화의 주역으로 삼는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최고신 ‘오딘’의 상징으로 지혜와 기억을 상징한다. 동양에서도 비슷하다. 중국의 태양신화엔 태양의 정기가 세 발 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三足烏)로 형상화되어 있으며, 고분벽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일본은 까마귀를 영조(靈鳥)라 하며 떠받들기까지 한다. 흑색의 날개, 울음소리, 날카로운 눈빛 등이 신비적인 인상을 준다며 오래전부터 신의를 전달하는 새로 여겨 왔다는 것. 우리나라에선 까마귀를 ‘새끼가 자라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새’라 하여 반포조(反哺鳥), 혹은 자오(慈烏), 효조(孝鳥)라 부르기도 한다. 조선 후기 시인 박효관은 ‘교훈가’에서 까마귀를 이렇게 노래했다. “그 누가 까마귀를 검고 흉하다 했는가/반포보은이 이 아니 아름다운가/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하지만 예부터 까마귀는 깃털색이 검고 울음소리도 불길한 느낌을 준다고 해서 일
죽(竹) /이명기 뒤란 대숲에 비가 온다 날카로운 끝을 세워 비를 듣는 시간 마디마다 골수骨髓에 우수가 고인다 바람이 인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소리를 쫓아 푸른 등뼈가 휜다 기억할 것이다 전생도 내생도 풍장일 터 언젠가 한번은 텅 빈 몸으로 이 바람을 기억할 것이다 시인은 대숲을 바라보고 있다. 이 바라보는 대숲은 한없이 푸르고 청명하다. 비도 내리고 있어 대숲을 감싼 대기는 더욱 투명하다. 얼굴에 닿는 공기는 ‘날카로운 끝’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서늘하다. 비바람이 죽(竹)을 감싸고 휘돌아 갈 때마다 이파리들은 서로 몸을 비비며 서걱거리는데, 마치 한꺼번에 펼쳐진 은하의 장엄한 휘장 같기도 하며 낮과 밤이 사라져 오히려 더 투명한 극지방 같기도 하다. 이파리들이 서걱거리며 서로의 몸에 스며드는, 이 아득한 갈망의 한 복판에서 시인이 바라보는 대숲은 불가사의한 매혹의 결정체가 아닐까. /박성현 시인…
항상 새해가 되면 그 해에 이루고 싶은 계획을 세운다. 인간의 본성은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이루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도 만든다. 끝까지 추구하려고 애쓰지만 생각만큼 되지 않을 때도 많다. 새해 가장 영업이 잘 되는 곳이 바로 헬스장이라고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새해 결심으로 운동 혹은 다이어트가 1순위인 경우가 많다. ‘올해는 꼭 살을 빼야지’라고 생각하면서 헬스장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1월달의 결심이 12월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헬스장에 가면 헬스 트레이너가 회원들에게 운동을 독려한다. 바로 트레이너의 역할은 윗몸일으키기 한 번 더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벤치프레스를 한 번 더 들어 올리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목표를 잘 이루고 결심한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동기부여를 통해서 목표에 도달할 확률을 높여나간다. 내적 동기부여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강력한 에너지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일시적이고 단순한 물질적인 보상만을 원하지 않는다. 보상을 얻을 때만 동기부여가 된다고 하면 보상이 사라지면 행동을 멈추게 된다. “엄마가 너 시험 100점 맞으면 갖고 싶은 게임 노트북을 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