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기쁨을 선사했다. 물론 베트남 국민들만큼은 아니겠지만 모처럼 근심을 잊게 한 시간이었다. 15일(한국 시간)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2018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말레이시아를 1-0으로 누르고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 국민들은 열광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가 16강을 넘어 8강, 4강까지 진출했을 때의 분위기외 흡사하다. 우리도 그때 엄청난 환희를 맛보았기 때문에 지금 베트남 국민들의 기쁨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 환호의 중심에 박항서 감독이 있다. 박감독이 지난해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만 해도 베트남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박감독은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축구선수권대회 결승 진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이라는 성적을 내면서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제의 인물이 됐다. 이번에 스즈키컵에서 우승함으로써 그의 인기는 하늘까지 치솟았다. 그의 성공이 단순한 운이 아니었음은 그동안의 경기를
청년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주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높은 주거비용으로 청년의 독립이 늦어지고 설사 독립이 이뤄지더라도 반지하, 옥탑방을 전전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는 젊은이가 많다. 이 때문에 주거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과 신혼집 구입난으로 만혼해야 하는 결혼 적령기 층 증가는 각각 청년실업률 증가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주거문제 해결 없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것으로 무주택 청년의 경우 사회에 첫발조차 내딛기 어렵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이런 차원에서 인천시 부평구가 추진하고 있는, 관내 낡은 경노당을 리모텔링해 ‘셰어주택’으로 탈바꿈시켜 청년들에게 보금자리역할을 제공하는 사업(본보17일자 6면보도)은 주목 받을 만하다. 잘 알다시피 셰어주택은 경제적·정서적 이유 등으로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새로운 주거형태를 뜻한다. 인천시 부평구는 지난해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시장역 근처 중앙경로당 2층을 리모델링해 전용면적 9∼12㎡ 크기의 4개 셰어주택을 만들었다. 구는 이 셰어주택을 지난해 6월부터 18세 이상 35세 미만 젊은 여성들에게 월세10∼12만원을 받고 빌려주고 있다. 1988년 지어진 경로당 2층은 노후화에 따라
연이은 KTX 사고 “철도 쪼개기·외주화부터 바로잡아야”, 고시원 화재 참사, 19살 ‘구의역 참사’ 2년…24살 계약직 ‘되풀이’ 등 사건·사고기사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세상이 급변하는 만큼 위기의 형태와 규모도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해졌고, 그 발생 속도 또한 점점 빨라지고 있다. 미국 월드트레이드센터(WTC) 비행기 테러, 이슬람국가(IS)와 같은 단체 구성원에 의한 자폭테러, 영국의 EU탈퇴(BREXIT, 브렉시트), 일본의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 같은 대규모 참사가 아니더라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 사고, 변화 등은 이미 우리의 생활 깊숙이 다가와 있다. 중동 산유국과 미국이 벌이는 저유가 전쟁 등으로 국내 경기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고 이로 인한 기업들의 수출입 영향과 경기변동도 매우 컸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급격한 경기하락과 세계경제의 동반하락은 이미 조선업의 불황과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업계 재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기업경영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초래할 긴급한 상황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위기’라고 정의한다. 위기는…
“음흉한 의도를 지닌 지루한 논쟁처럼 이어진 거리들” 사도세자의 정실이며 정조의 생모인 혜경궁 홍씨가 새삼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어머니에 대한 정조의 효심의 근원과,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혜경궁 홍씨에게 던지는 의심의 눈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간 존재와 인간의 관점이 얼마나 불완전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혜경궁 홍씨의 이미지에는 분명 복합적인 함의가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혜경궁 김씨인가? 최근 혜경궁 김씨의 정체와 관련한 주장과 해명은 말의 미로를 헤매고 있는 것 같다. 미셸 푸코 등의 철학자들은 언어란 본질적으로 진리를 배반한다고 생각하여 기본적으로 말을 불신한다. 말이 본질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본질을 설명하고 해명하기 위해서는 말이 필요하지만 말을 하는 순간 본질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언어의 이중성이 있다. 혜경궁 김씨의 정체를 밝히려는 과정은 푸코의 말을 증명하는 과정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말이 길어질수록 본질로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진리나 본질은 말이나 글로 전할 수 없다는 불립문자의 의미가 그것이다. T.S. 엘리엇(Eliot)은 일찍이 언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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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떴다. 구름 활짝 피우고 비취빛 가득 머금은 채 높이 뜬 하늘. 하늘은 주기적으로 오늘처럼 가을을 몰고 온다. 가을이 되고서야 뜬 저 하늘을 나는 자주 잊고 살았다. 어쩌면 하늘이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하늘을 쳐다볼 겨를이 없었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내달리는 하루는 하늘을 닫기에 충분하다. 눈 비비며 전철에 오르고, 버스를 내리고 운전을 하는 아침.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시작하는 시끌벅적한 오후. 마감에 쫓기며 두리번거리는 저녁시간까지. 결국에 지친 신발을 머금고 돌아오는 늦은 밤. 그 어디에도 하늘은 없었던 것 같다. 오직 숨차게 달리는 나와 일과 몇 잔 커피와 쫓기는 시간이 있을 뿐. “언니야, 너무 바쁘게 살지 마. 우리 고모님 칠순 다 되어 외국여행 처음 가는 날, 인천공항에서 쓰러지셨어. 그래서 여행도 못가고 입원하셨다니까. 제발 여유 있게 건강 생각하며 살아” 왜 먼 이국에서는 하늘이 더 쉽게 보였을까. 지중해 에둘러 걸어오르던 리키안웨이. 그 빽빽하던 나뭇잎 사이로 올려다 본 하늘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때 올려다 본 하늘은 엄마와 대청마루에 누워서 올려다본 감나무 이파리 흔들어대던 바로
마티스의 두 대작 ‘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꺼내보고자 한다. ‘춤’에서는 다섯 명의 등장인물이 유려한 실루엣을 형성하고 있는데 반해, ‘음악’에서는 같은 수의 사람들이 서있거나 앉아있는 포즈를 취함으로써 ‘춤’과 비교하면 다소 단조로운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그 단조로움 속에서 음악은 또렷하게 존재한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인물들의 진지한 모습 속에서,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이 초록색 초원과 광활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경이로운 음악의 존재를 우린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춤은 시각적인 장르이기에 화가 입장에서는 표현하기 훨씬 수월한 소재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음악을 표현하는 작업은 그리 간단치 않았을 것이다. 그즈음 피카소와 브라크는 악보나 악기의 일부를 그린 조각을 가지고 콜라주 작업을 함으로써 음악을 표현하고 있었다. 마티스는 음악을 대하는 인물들의 진지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담는, 조금 더 우직한 방식을 택한다. 비록 화가가 지닌 기교를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음악이 지닌 경이로움
가난한 시인 /이생진 가난한 시인이 펴낸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는다. 가난은 영광도 자존도 아니건만 흠모도 희망도 아니건만 가난을 훈장처럼 달아주고 참아가라고 달랜다 저희는 가난에 총질하면서도 가난한 시인보고는 가난해야 시를 쓰는 것처럼 슬픈 방법으로 위로한다. 아무 소리 않고 참는 입에선 시만 나온다 가난을 이야기할 사이없이 시간이 아까와서 시만 읽는다. 가난한 시인이 쓴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을 때 서로 형제처럼 동정이 가서 눈물이 시 되어 읽는다 자고로 시인은 가난했다. 아니 가난해야만 했다. 가난해야 시인 같았고 배고파야 시인다웠다. 하여, 시인에게 있어 가난이란 천형과 같은 굴레이거나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인 양 도금이 되었다. 그러므로 감히 배부른 자는 시인이 될 수 없고, 어찌어찌하여 시인이 된다 해도 제대로 된 시나, 이름을 얻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본다면, 천상병이란 시인은 거지나 다름없이 평생을 가난과 더불어 살았으므로, 그의 삶 자체가 온통 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통속한 세상일수록 가난한 시인의 노래가 더욱 진실하고 애절한 법이니까. 그래도 가난은 아프다. 시인에게도 가난은 많이 아프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朱蒙)이 나라를 세운 후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 짓고 연호를 정하기를 다물이라 하였다. 고조선(古朝鮮) 이래로 한민족(韓民族)이 다스려 왔던 광대하였던 땅을 되찾고자 하는 염원에서였다. ‘다물’이란 말이 ‘다시 무른다’ ‘되찾는다’ ‘회복한다’는 의미를 지닌 순수 우리말이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다물 정신을 크게 이룬 왕이다. 고구려가 허망하게 당나라에 망한 이후 ‘다물 정신’은 실종되었으나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일본제국주의의 가혹한 지배를 받던 시대에 민중들로 이루어진 독립운동 단체로 ‘다물단’이 있었다. 역사학자 신채호 선생이 다물단의 단원이었다. 요즘에도 ‘다물회’란 모임이 있어 시들어 가는 민족혼을 깨워나가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다물 정신의 맥을 이어가는 큰 지도자, 큰 정치가가 나와야 할 때이다. 그래서 고구려 건국 왕 주몽의 비전을 이어 받아 민족 경영, 세계 경영에 빛을 발하는 역사를 일으켜 나가야겠다. 요즘 들어 한민족 공동체 운동을 힘차게 펼치자고 주장
야당대표들의 단식이 8일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이 지난 11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도입의 기본방향에 동의한다면서 내년 1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혁안에 합의하고 내년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엔 선거제 문제는 빼놓은 채 자유한국당과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 민주당에 반발, 당 대표 단식 등 투쟁에 돌입한 야 3당을 달래고 선거제 논의를 복원하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 3당은 민주당 제안에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한국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안을 우선 만들어 오라고 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민주당이 한국당을 설득, 양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원칙, 의원정수 조정 문제 등 큰 틀의 합의점을 우선 찾아오라"고 주장했다. "거대 양당의 예산안 짬짜미 처리"라는 비판의 연장선에서 정치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이며, “선거제도는 권력 구조와 같이 논의해야 한다”며 선거제 개편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당이 별도 협상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안을 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