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경상남도 창원시에서는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던 80대 할머니가 종이 상자를 들고 간적이 있었다. 종이상자 안에는 조명등이 들어 있었으나 할머니는 조명 등은 바닥에 버리고 빈 상자만 챙겨서 떠났다. 알고보니 이 상자는 조명업자가 고객에게 택배를 보내기 위해 잠시 집앞에 둔 것이었다. 택배상자가 사라진 것을 알고 조명업자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할머니는 결국 붙잡혔다. 할머니는 “버리는 것으로 착각해서 들고 갔으나 자식들에게는 알리지 말아달라”며 사정을 했고 경찰은 이 사건을 경미범죄 심사위원회에 넘겼다. 심사위원들은 할머니께서 절도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해 할머니를 훈방조치 했다. 그렇다면 현재 경찰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란 어떤 제도 일까? 현장 경찰관의 처분에 대한 국민의 신뢰제도 및 법질서 확립에 기여하기 위해 즉결심판, 통고처분 형사입건 대상자 중 경미한 범법행위에 대해 이의제기 통로를 마련해 경찰서장 주관하에 처벌을 재검토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2015년 전국 지방청별 1개 경찰서를 선정해 시범 운영한 이래 현재 전국 경찰서에서
주말 동안 내내 가족들과 같이 있다가 월요일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 그를 바라본다. 30년 넘는 세월을 한결같이 새벽에 일어나 일정한 일과를 진행하는 모습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묻어 있다.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 시절에 만나 공부에 열중하던 30대와 집안과 사회에 최선을 다한 세월을 지나 이제 흰머리가 생기는 60세를 넘겨 퇴직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공부 중인 자식들 뒷바라지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지만 이 또한 과거가 되는 세월이 있겠지 하며 이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그도 나를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할까. 소녀시절, 6남매를 키우는 엄마를 바라보며 나는 엄마로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교직을 갖고 공부와 그림에 목메며 지나온 세월 동안 나름대로 딸과 아들을 키우며 최선을 다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세월의 풍랑 속에서 신이 모든 곳에 계실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뜻을 이해하고 실천 해야만 하는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엄마의 엄마는 이제 85세의 노모가 되어 아직도 손주들과 자식들을 품고 있다. 아마도 그 역할은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될 것 같다. 딸에게 말했다. 엄마도 위대하지만 더 위대한 분은 할머니라고. 그 긴…
조선시대 선조들은 새해에 스승 ·부모·친척·친지 등에게 직접 인사를 하지 못할 경우에 아랫사람을 시켜 문안의 서찰을 보내던 풍습이 있었다. 묵은해를 잘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지금처럼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보내는 풍속의 원조격이다. 서찰 받을 사람이 부재중이면 표적도 남겼다. 그리고 주인이 부재중인 집에서는 대문 안에 세함(歲銜)상이라는 옻칠한 쟁반에 흰종이로 만든 책과 붓·벼루를 놓아두고 찾아온 사람의 이름을 적도록 했다. 지금으로 치면 방명록인 셈이다. 외국의 경우 새해를 축하하는 연하장의 출발은 15세기 독일에서다. 그리고 사용이 활성화된 것은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였다. 당시 영국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을 때에 신년인사를 함께 하였는데, 이것이 현재 연하장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통해서 연하장이 들어오면서 크리스마스 카드와는 달리 주로 신년을 축하하는 내용만이 담기게 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문구로 근하신년(謹賀新年) 등을 꼽을 수 있다. 요즘은 이런 연하장 구경하기기 매우 어렵다. 다만 인터넷 연하장이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여전히 연하장을 보내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아침에 10살 되는 손자와 70세가 된 할머니를 비롯하여 가족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였다. 손자는 자기 입맛에 맞는 반찬만을 골라 먹기 위해 이쪽 반찬도 들었다가 놓고 저쪽 반찬도 들었다가 놓곤 하였다. 보다 못한 할머니가 한마디 했다. “창세야! 반찬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 보기 안 좋단다. 먹고 싶은 것을 눈여겨 두었다가 한 번에 집어가는 습관이 좋단다. 그리고 너는 한참 자라나는 어린이인데 편식(偏食)을 하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단다. 골고루 먹도록 하여라.” 순간 손자가 반기를 들었다. “할머니! 먹는 것을 간섭하는 것은 인권유린이에요. 저에게 사과하세요.” 그러자 아침 식사의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졌다. 애국애족으로 뭉쳐있는 이스라엘 물론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사람마다 개성이 있고 각자의 생각이 있기에 정답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가정에서까지 ‘인권유린’이란 말이 나온다면 가족의 인정(人情), 가족 간의 사랑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국토는 작지만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중의 하나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가정은 할아버지나 할머니 그리고 부모…
1914년에 피카소가 그린 병든 그의 연인의 모습이다. ‘암체어에 앉아 있는 여인’의 주인공인 에바 구엘은 피카소의 두 번째 여인이자 가장 짧은 기간 동안 그와 사랑을 나누었던 여인으로서, 천성적으로 왜소하고 나약했다. 그녀는 피카소를 만난 지 1년도 채 안 되어 병이 나기 시작했고, 그 후로 몇 달 뒤에는 너무나 몸이 쇠약해져서 거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커다란 암체어에 앉아있는 여인의 신체는 부분 부분으로 조각나 있어, 곧 그녀에게 들이닥쳐서 그녀를 이처럼 산산조각 내버릴 죽음의 존재가 캔버스에 드리워져 있는 것만 같다. 사실 이 시기 피카소의 다른 작품들의 경우 형체를 아예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자잘하게 조각낸 경우가 많았다. 피카소의 입체주의 실험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체어에 앉아 있는 여인’에서는 꽤나 또렷한 여러 형체들이 나타난다. 그녀를 커다랗게 감싸고 있는 암체어의 존재도 그렇고, 그녀의 얼굴과 머리카락, 가슴도 모두 충분히 식별이 가능하다. 피카소는 대상의 형태를 쪼개는 실험을 극한까지 몰고 갔다가 다시 형체를 재조합하는 노선을 걷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얼마…
넌 나처럼 살지 마라 /박노해 아버지, 술 한 잔 걸치신 날이면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어머니, 파스 냄새 물씬한 귀갓길에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악하지도 못한 당신께서 악도 남지 않은 휘청이는 몸으로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울먹이는 밤 내 가슴에 슬픔의 칼이 돋아날 때 나도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요 <중략> 어머니, 아버지 다시 한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나는 없이 살아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나는 대학 안 나와도 그런 짓 하지 않았다고 어떤 경우에도 아닌 건 아니다 가슴 펴고 살아가라고 다시 한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누가 뭐라 해도 너답게 살아가라고 너를 망치는 것들과 당당하게 싸워가라고 너는 엄마처럼 아빠처럼 부끄럽지 않게 살으라고 다시 한번 하늘처럼 말해주세요 성숙은 경험이나 연습의 정도와 관계없이 발달 규칙에 따라 나타나고 변화되는 것이다. 성숙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순서로 발달단계를 거쳐 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체의 크기나 능력이 증가하는 성장이나, 경험에 의해 나타나는 행동 변화인 학습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우리사회는 고도의 경제적 ‘성장’을 이룬 사회일지는 모르지만 품격 있는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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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예정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존 2기 신도시 주민들마저 불만 표출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다. (본보 26일자 1면) 이같은 우려는 발표 초기부터 있었던 부분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악화, 서울을 집값을 잡는다고 내놓은 정부의 정책이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는 모양세다. 거기에 2기신도시 화성 동탄신도시 주민들은 오는 29일 동탄2신도시 청계중앙공원에서 교통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들은 입주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으며 별내·다산신도시 주민들도 “3기 신도시 조성에 따른 교통문제, 자족시설 부족, 행정체계 미흡 등의 문제 등 시급한 현안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며 대책마련을 촉구중이다. 하남 교산지구 주민들은 이미 위례신도시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변두리에 위치해 슬럼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과천지역도 교통난 악화에 따른 정부의 개발정책에 대해 불신하며 냉랭한 분위기여서 자칫 차질도 우려된다. 당초 정부는 ‘2차 수도권 주택공급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 개선방안’을 통해 3기 신도시 택지와 함께 판교, 동탄, 김포한강 등 ‘2기 신도시’ 교통
지난 22일 오전 발생한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성매매업소 건물 화재사고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천호 2구역 2층짜리 노후 건물로써 철거를 앞두고 있었다. 50년 된 이 건물엔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한다. 16분 만에 진화됐지만 그 사이에 2명이 목숨을 잃었고 3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삶의 바닥에서 살아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들이어서 더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명복을 빌며 입원중인 환자들의 쾌유를 바란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과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수원역 집창촌도 화재 발생우려가 높다고 한다. (본보 26일자 19면)에 따르면 이곳은 건물들이 낡은데다가 닭장 내부와 흡사한 구조여서 불이 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시설은 소방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본보 취재 결과 벽돌조 건물 아래로 스티로폼에 전기배선이 접촉된 경우도 있었고 창문 등이 고정돼 있는 데다, 대부분의 비상문과 외부 계단을 통하는 문 등이 잠겨 있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수원역 집창촌은 팔달구 매산로 1가 114
수능 이후 고3 학생들이 강릉 펜션에서 참변을 당한 사고를 두고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직접적인 원인은 보일러 가스누출에 있다고 밝혀졌지만, 많은 언론은 근본적으로 수능 이후 고3 교실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 이후 고3 교실의 파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학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수능 이후 교실에 있기 싫어하는 고3 학생들을 위해 학교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기획하고, 억지로라도 학생들을 교실에 잡아두기 위해 ‘전쟁’을 하다시피 고군분투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가 오래 지속되어 왔음에도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학생의 필요와 학교교육과정의 ‘불일치’ 때문이다. 수능 이후 고3 교실이 파행되는 원인이 단순히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 해소 욕구 혹은 학교의 학사 관리 부재 때문은 아니다. 수능 이후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자신의 진로와 삶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일치’는 오랫동안 방치되었고, 그저 교실 수업 파행 현상의 문제만 반복적으로 지적할 뿐, 해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솔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