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한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위하여 3년간 해외에서 풍찬노숙하다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라. 우리 2천만 형제자매 각자가 학문에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뜻을 이어 독립을 회복하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노라!" 안중근 의사가 순국 직전 민족의 제단에 바친 유언이다. 큰절을 올린다. 조ㆍ중ㆍ러 3국을 포함, 일본의 아시아 지배야욕의 총책 이토 히로부미를 쏘아 죽이고 순국한 이 청년은 예수보다 두 살 아래, 서른 한 살이었다. 1910년 3월 26일. 그가 사형선고를 받고 나서 짧은 시간 동안 쓴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론'은 고품격 인류문화유산이다. 이는 안의사가 총 잘 쏘는 포수만이 아니라, 평화주의 철학의 실천자로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증거다. 순국 100주년이다. 그 1세기를 요약해보자. 해방후 세대는 대부분, 결혼하자마자, 그리고 취직하자마자, 독립군들은 초개(草芥)처럼 내던졌던 자신과 가정, 쌀을 주는 일터에 인생을 걸며 쪼그라든다. 조국과 민족, 사해동포의 평화세상을 중시하는 가치는 사라졌다. 그 성실과 헌신은 일면 눈물겹다. 그 덕에 먹거리 풍족해지고, 차림새 남루를 벗어났다. 주거는 현대화 되었다. 문제는 식의주(食衣住)
칙칙한 검회색 교복을 착용해야 하고 두발 길이까지 규제되는 중고등학생 시절, 사춘기 청소년들이 개성을 표출할 단서는 역설적으로 빡빡한 교칙에 있었다. 미처 고려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통 크게 허용한 것인지는 몰라도, ‘깨끗하고 단정한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라는 조항은 신발만큼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 해석되었다. 그래서인지 핫핑크 같은 색 또는 날개가 달린 디자인(실제로 존재하고 꽤 유행했다)처럼 눈에 띌 정도로 요란하지 않으면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무엇을 신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른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그래서 많은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만든 운동화 규정의 맹점을 찾으셨는지? 바로 브랜드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네마다, 시기마다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는 달랐던 것 같다. 나 때는 나이키가 최고였다. 앞코가 동글동글해 미디스커트 형태의 교복 치마에 잘 어울린 코르테즈, 둔탁한 외관과 잘 빠진 색으로 발목을 덮는 길이의 교복 바지에 경쾌함을 살려준 에어포스 원. 그리고 통통 튀는 색 조합과 공기가 든 뒷굽 덕에 키 높이 효과까지 더해주어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갖고 싶어 한 에어맥스. 나이키 운동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간 비싼…
집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해 7~8월 전국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는 ‘고립 청년’을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없거나 요청하기 어려운 청년’이라고 정의한다. ‘은둔 청년’은 ‘방이나 집 등 제한된 장소에 머물면서 타인 및 사회와의 관계 및 교류가 거의 없는 청년’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은둔형 외톨이 청년은 54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내에도 19~34세 청년 인구 278만 명의 5%인 13만 9000 명이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기연구원이 국무조정실의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추산한 것이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청년의 고립·은둔, 진단과 대책’ 보고서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가 급증한 배경을 밝히고 지원 방안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원은 은둔형 외톨이가 급증한 배경으로 달라진 양육 형태로 인해 약해진 정서조절 능력을 먼저 꼽았다. 아울러 인터넷 발달과 배달 문화 등 적절한 은둔 여건이 형성돼 있으
경기도가 의료 취약지역인 동북부 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경기 동북부 공공의료원 설립’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같은 지방자치단체 관할지역에 살면서도 단지 지역적 이유로 인해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차별을 받는 것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중앙·지방정부가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타개하는 일은 으뜸 사명이다. 기왕에 새로운 공공의료원이 설립되는 만큼 첨단의 시설과 시스템을 갖춘 미래형 신개념 의료원으로 건립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2023년 6월부터 보건·의료 전문가로 구성된 ‘경기 동북부 의료체계 개선 위원회’를 통해 공공의료원 설립 방향을 논의해 온 경기도는 논의내용을 기반으로 한 ‘혁신형 공공병원 모델 개발 연구용역’을 2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다. 5월부터 7월까지 의정부·동두천·양주·연천·남양주·구리·양평·가평 등 8개 시군을 대상으로 신청서를 받은 후 민관이 참여하는 ‘의료원 설립 심의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올 3분기 최종 부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의료원은 부지가 선정되면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예비타당성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2030년을 전후해 착공한다. 부지 매입비를 제외한 잠정 소요 예산은 1591억 원 규모다. 경기도가 추
3월부터 도입된다는 늘봄학교를 두고 논란이 많다. 매일 같이 기사가 쏟아져나오는 중이고,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도 늘봄 학교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사실 논란이 많은 건 실무를 진행해야 하는 학교 현장뿐이다. 학부모들의 여론은 매우 좋다. 다음달부터 일해야 하는 학교 근무자들 빼놓고는 모두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늘봄학교의 컨셉 자체는 학부모들이 아주 좋아할 만하다.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를 학교에서 돌봐준다는 발상 자체가 획기적이지 않은가. 출퇴근 시간에 지장 받지 않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아이가 저녁까지 학교에 있는 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넣어준다고 하는데 심지어 공짜다. 여론조사에서 학부모 찬성률이 80%가 넘는 이유가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제도가 늘봄 학교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겪거나, 방과후 학교를 보낸 뒤 사교육 뺑뺑이를 돌려야 했다. 육아휴직이 가능한 회사라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을 해소해서 저출산을 돌파해보겠다는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왜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세계는 인공지능 AI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적 대결이 있었고 알파고가 4 대 1로 승리하였다. 바둑은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자부하던 분야였지만 인간이 기계에 두서너 점 접바둑을 두어야 할 정도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제 AI가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작업을 대체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ChatGPT 등 그림을 그려주거나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해주는 거의 만능인 생성형 AI가 생겨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생활이 편리해질 수 있고 경제 생산성이 높아져 세계적으로 GDP를 7% 올려줄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인류가 불평등과 빈곤에 시달릴 부정적 측면도 있다. 골드만 삭스의 경제학자인 조셉 브릭스와 데베쉬 코드나니는 생성형 AI로 미국에서 3억 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았다. AI가 세계적으로 앞으로 3년 안에 노동자의 30%를 대체할 것이라든지, 2030년경 세계적으로 8억 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세계적인 유명기업들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AI로 대체했다는 뉴스들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논쟁들이 있었다. 1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의 부족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건강보험의 수가(酬價) 결정 방식을 개혁하기로 했다. 또 공공정책수가를 도입, 진료량보다 의료 질과 성과에 따라 달리 보상하는 대안적 지불제도도 추진된다. 보험수가 개선은 필수의료 충족을 위한 필연적 대안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주장돼온 대표적 해결방안이다. 공정한 의료혜택·건보재정 건실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대수술’이 신속히 성공적으로 집행되기를 기대한다. 보건복지부는 4일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국내 건보 지불제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보완해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행위별 수가제는 진찰·검사·처치 등 개별 의료행위별로 수가를 매겨 지급하는 방식이다. 건보가 매년 병·의원, 약국 등 유형별로 협상해 결정하는 ‘환산지수’에 의료행위 가치를 업무량·인력·위험도 등을 고려해 매기는 ‘상대가치점수’를 곱해 각종 가산율을 반영해 책정한다. 복지부는 불합리하고 불균형한 보상체계가 의사들이 필수의료 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을 높이고 있다고 보고 수가 결정 시 필수의료에 더 큰 보상을 할 수 있도록 개편키로 했다. 업무 강도가 높은데도 저평가됐던 의료행위
모든 소송은 누구 보여주려고 하는 소송이다. 재판은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 변호사는 고객을 위해 열심히 싸워야 할 뿐 아니라 열심히 싸우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소송은 극이고, 법정은 극장이며, 고객은 관객이다. 모든 극은 관객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고 모든 소송도 누구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재작년 미국 순방에서 “XXX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한 발언을 MBC가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외교부의 정정보도 요구는 언론조정신청으로 시작했으나 조정은 결렬되었다. 정정보도 청구의 소가 법원에서 1년 넘게 계속되다 올해 1월 12일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통령이 “바이든은 쪽팔려서”라고 한 사실이 없으므로 MBC의 보도는 허위보도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MBC가 항소했으니, 소송은 계속될 것이다. 이 판결이 형사고발과 압수수색의 구실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언론탄압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있다. 보도 내용이 허위로 판단되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인정되었으니, 수사와 기소가 이어지리라는 전망도 있다. 이 판결이 입증책임 전환의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보도 내용을 허위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 첫 회의에서 이윤영 의원은 다음과 같이 기도하였다. “우리 조선독립과 함께 남북통일을 주시옵고, 또한 민생의 복락과 아울러 세계평화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것은 통일된 정부를 수립하지 못하는 것을 참회하면서 민족의 통일을 기원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79년이 지난 오늘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는 미군정기에 있던 신탁통치론과 다른 것은 제1공화국의 농지개혁이다. 미군정기 3년은 대한민국의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모색 과정이었다. 연합국은 1945년 2월 ‘얄타회담’과 12월에 ‘모스크바삼상회의’에서 한국의 신탁통치를 결정하였다.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하여 북한에는 소련군이 진주했고 남한에는 미군이 주둔하였다. 미·소공동위원회가 한반도의 신탁통치를 논의 하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각계의 여러 정파의 지도자들이 찬탁과 반탁으로 나누어져 서로 격론하다가 결국 신탁통치안은 거부되었다. 그 결과 남북은 각자의 정부를 가지게 되었고 한반도의 분단은 고착되었다. 한편 전후 유엔에서 관장하였던 14개국의 신탁통치국가들이 그 뒤 대부분 독립하여 단일한 국가를 유지하였다. 이를 미루어 볼 때, 그 당시 우리 지도자들의 통찰력있는…
우리나라 농촌이 농가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촌 인구가 감소하는데다가 고령화 등으로 인해 농사지을 사람이 귀하다. 이에 경기도가 올해 농업인력 지원사업에 60억6000만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인력풀 모집·배치,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확대와 교육·관리 지원을 담당할 광역형 농촌인력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안성·평택·양평·파주·화성·포천·연천·김포·여주·용인 등 10개 시군에 농촌인력중개센터와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비를 지원한다. 이 가운데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은 농협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외국인근로자 숙소를 건립해 공동숙식을 제공하며 농작업 대행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농번기 일손 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5년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없어선 안 될 농촌의 필수 인력이 됐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번기 기간 5개월에서 8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 이들은 농업과 어업에만 종사할 수 있는데 일손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에만 고용하기에 인건비도 절감된다. 또 고용허가제보다 심사가 덜 까다로워 농·어민들이 선호한다. 농・어촌 인력 부족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