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은 일상”…뮤지컬 ‘호프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그때 엄마는 망설이지 않고 다가와 원고를 먼저 주웠어. 하나 남은 빈자리에는 원고를 올렸어. 거긴 내 자리였어.” ‘호프’의 8번째 생일, 겨우 케이크의 촛불을 불고 이제 막 소원을 빌었다. 그런데 전쟁이 터지기 일보직전, 황급히 짐을 챙겨 국경을 넘어가야 했다. 엄마는 이동 중인 버스에서 넘어진 호프가 아닌 원고를 품에 안아들었다. 마지막 빈자리도 호프는 원고에 양보해야 했다. 그때부터 70년이 흐르도록 호프는 원고와 함께했다. 현대 문학 거장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재판과 평생 원고만 지키며 살아온 78세 ‘에바 호프’의 삶을 그린 창작 뮤지컬 ‘호프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 3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2019년 초연 당시 평균 객석 점유율 94.5%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제8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3개 부문,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8개 부문 수상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 반환 소송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은, 미발표 원고를 두고 이스라엘 도서관과 호프의 재판이 열리는 재판장을 배경으로 한다. 법정 드라마 형식으로 호프의 치열했던 삶을 풀어간다. 호프가 원고를 처음 만난 건 8살